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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01화 (101/151)

101화

소환, 공간이동, 소환, 공간이동, 소환, 공간이동, 소환, 공간이동…….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을 소환하면, 보물 고블린이 공간이동으로 도망치고, 또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을 소환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한나절이 지났다.

두 종(種)의 기 싸움이었다.

또, 보물 고블린이 공간이동으로 도망치고…….

강기찬은 반사적으로 보물 고블린을 소환했다.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보물 고블린을 소환합니다.]

강기찬이 보물 고블린을 소환하고…….

3초… 그쯤이었을 거다.

변화가 일어났다.

“!”

보물 고블린이 공간이동을 안 쓴다?! 대신, 강기찬을 노려보았다.

강기찬도 보물 고블린을 보았고.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았다.

지쳐서 잠시 쉬는 것일까? 공격하기 위한 것일까?

강기찬이 바라는 것은 항복이었다.

보물 고블린은 왜 돌변했을까?

호기심?

도대체 이 인간이 왜 이러는지…….

“이제…….”

강기찬이 입을 열었다.

“대화를 나눌 용의가 생겼나?”

- 그렇다.

보물 고블린도 절대 열지 않을 것 같던 입을 열었다.

그랬기에 처음 알았다.

인간의 말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을 할 수 있었구나.”

- 그렇다.

단, 말이 짧았다.

의사소통만 된다면 길이야 상관없지만.

저벅, 저벅…….

강기찬이 걸어가자 보물 고블린이 잽싸게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공간이동으로 도망치지는 않았다.

“공간이동으로 도망가지 않네?”

사실, 보물 고블린이 도망 안 갈 줄 알았다.

다만, 일부러 도망갈 상황을 유도했을 뿐.

지금도 안 가는 걸 보아, 확실히 도망갈 의지를 꺾은 거다.

- …….

보물 고블린이 대답 대신 침묵했다.

그런데도 명백해졌다.

‘드디어……!’

강기찬은 깨달았다.

보물 고블린에게‘학습된 무기력’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음을.

그 결과, 보물 고블린은 공간이동으로 도망칠 수 있음에도 공간이동으로 도망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공간이동으로 도망쳐봤자 다시 소환되어 올 것을 깨달았기에.

반복된‘공간이동 도망 실패’로 인해 공간이동으로 도망갈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것.

돈을 버는 데 기본으로 깔려야 할 작업이 끝났다.

돈을 벌기 위해선‘공간이동이 가능해도’ 공간이동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굳이‘공간이동이 안 되는 버려진 세계’에서‘공간이동이 되는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일렀다.

이제 시작이니까.

결국엔 보물 고블린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했다.

“자… 친구야.”

저벅.

강기찬이 걸음을 멈추자 보물 고블린도 적당히 간격을 두고선 멈춰 섰다. 강기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보물 고블린이 진지하게 의사 표시했다.

- 절대 잡혀줄 수 없다.

공간이동으로 도망가는 것만 포기했을 뿐, 도망 자체를 포기한 게 아니다, 이렇게 밝혀왔다.

‘역시 잡히는 건 안 되는구나.’

하긴, 저거야말로 보물 고블린의 존재 이유다.

다른 건 몰라도 자진해서 용사에게 잡힐 수는 없겠지.

유저가 몬스터와 친하게 지낼 수 없듯, 어길 수 없는 법칙이랄까…….

‘혹시나 될까, 싶어서 찔러본 건데…….’

강기찬이 아닌 척,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잡혀달라는 게 아니야. 지금처럼 절대 잡히지 말아 달라는 거지.”

“?!”

잠시간의 정적.

보물 고블린이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강기찬이 한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으니. 속뜻을 파헤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정도 지능은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 무슨 뜻이냐?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강기찬은 예상했다.

인간도 모를 속내를 보물 고블린이 어찌 알겠나.

“나랑 거래하자. 그러면 무슨 뜻인지 알려줄게.”

강기찬은 빠르게 말했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기에.

- 거래? 무슨?

“내 부탁을 들어주면 너한테 자유를 돌려줄게.”

- 자유… 정말?

“그래.”

- 부탁, 뭐냐?

보물 고블린도 자유를 갈망했다.

그럴 수밖에.

얼굴만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육체, 정신적으로 피로한 신경전을 벌인 적은 없었을 테니. 그동안은 한 번 공간이동만 하면 바로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지 않았나.

한데 강기찬이란 괴물을 만나버렸다.

그리고 언제 이 지옥 같은 속박에서 벗어날지 몰랐다.

그런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희망을 준 거니, 어찌 달갑지 않겠나.

강기찬이 요청했다.

“당분간 여기서 머물러줬으면 해.”

- 여기서?

“그래.”

- 그게 다냐?

“또 있지.”

- 뭐냐?

“아까 말했듯, 지금처럼 절대 잡히지 말아 달라는 거지. 단, 공간이동을 쓰지 않고서…….”

- 흐음.

“어때? 할 수 있겠어?”

- 그래.

보물 고블린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못 한다고 하는 순간 자유를 돌려주기는커녕 공간이동도 못 쓰는 버려진 세계에 가둘 것이다.

그러면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다.

괜히 반항해서 늦게 자유를 되찾는 것보단,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해서 하루라도 빨리 자유를 되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다행히도 저 인간의 요청은 그리 어렵지 않지 싶었다. 자세한 건 이곳에서 며칠은 더 지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강기찬이 말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허튼수작 부리면, 버려진 세계에 던질 테니까, 알아서 해.”

이곳은 감옥이 아니었다.

버려진 세계가 감옥이지.

당분간 공간이동을 안 쓸 테지만, 안 쓰는 거랑 못 쓰는 거랑은 천지 차이다.

강기찬이 이 정도는 풀어줄 때 따라야지, 정말 버려진 세계에 갇히면 골치 아파질 터.

- 절대… 없을 거다. 허튼짓.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다 지원해줄 테니까.”

“그, 그게 정말이냐?”

강기찬은 얕게 웃었다.

단지 예의상 건네본 말이었다.

그런데 격한 반응이 나왔다.

좋았다.

필요한 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보물 고블린과는 협력관계이지 않나.

필요한 걸 주는 것만큼 사이가 돈독해질 만한 게 또 없다.

물론 그 필요한 걸 대줄 수 있어야 성립 가능한 얘기지만.

“뭔데?”

- 돼지국밥.

“!”

의외의 요구에 강기찬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 쉬웠다.

“이유는?”

- 훔쳐먹다 혀 데였다. 느긋하게… 덜 뜨겁게 먹고 싶다.

보물 고블린은 세계 각지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도둑질에 특화된 DNA다.

죽은 사람 유품(?)도 털어버리는데 음식이야 자주 훔쳐먹었겠지, 그러다가 돼지국밥에 입을 댔고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데였다는 거다.

… 근데 맛은 있었다, 이거지.

몬스터 주제에 온전한 돼지국밥을 먹어봤을 리는 없고.

이번 기회에 온전한 돼지국밥을 먹어보고 싶다는 거다.

“콜!”

강기찬이 흔쾌히 수락했다.

“그것만 갖다 주면 돼? 뭐 더 필요한 건 없어?”

- 순대국밥, 내장국밥.

“너 국밥 애호가구나.”

- 서, 섞어도…….

“그래, 먹고 싶은 게 많네…….”

- 수, 수수수수육!

“그래, 고추도 양파도 다 줄 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

- 고, 고블!

보물 고블린은 생각했다.

어쩌면 여기서 지내는 게 좋을 수도……?

* * *

강기찬은 보물 고블린을 한 마리 더 구해왔다.

보물 고블린은 각 서버에 하나씩 있기에.

즉, 테스트서버에 있던 보물 고블린이었다.

이 보물 고블린 에게도‘학습된 무기력’을 심어주었다.

그런 다음, 주작 길드 관할 던전에 데려왔다.

“보물아, 친구 데려왔다.”

쓱- 스슷스슥.

보물 고블린이 국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 강기찬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의 보물 고블린에게 시선을 옮겼다.

- !

툭!

국밥 그릇을 떨어뜨렸다.

“놀랐지?”

저 보물 고블린이 왜 놀랐는지 뻔했다.

“너랑 똑같아서…….”

본서버와 테스트서버, NPC 둘이 똑같지 않나.

특수 몬스터인 보물 고블린 역시 두 서버 다 똑같았다.

그리고 놀란 건 보물 고블린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주은도 놀랐다.

강기찬이 불렀다.

“오는 길에 맹인 검객은 없었지?”

“어, 어어. 정말 고마워…….”

주은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암살위협에서 벗어난 것에 감사했다.

“근데 저것들…….”

주은은 단박에 보물 고블린을 알아보았다.

복권 안 산 사람은 있어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보물 고블린도 마찬가지.

보물 고블린을 쫓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보물 고블린이잖아?!”

“어.”

“설마… 보물 고블린이 두 마리…… 야?”

길 가다 보물 고블린을 만날 확률.

벼락 맞을 확률.

두 마리는?

그것도 한 장소에서?

심지어 하나는 국밥을 게걸스레 먹고 있다.

‘이 무슨 괴이한 장면이야?’

희귀에 초희귀가 더해졌다…….

대박 사건의 현장에 온 것이다.

“어. 보물 고블린 두 마리야.”

“보물 고블린은 한 마리밖에 없는 거 아니었어?”

“내가 하인스 쌍둥이 있다고 했지?”

“그럼, 보물 고블린도 쌍둥이라는 거야?”

“어, 둘이 동시에 나타난 적이 없었을 뿐이지. 그래서 다들 한 마리밖에 없는 줄 아는 거야.”

“하긴,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보물 고블린이 한 마리만 있다고 하진 않았었지. 우리가 당연히 한 마리만 있을 거라고 착각했을 뿐.”

“…….”

강기찬은 할 말을 잃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보물 고블린이 딱 한 마리만 있다고 했는데… 얘가 좀 맹한 구석이 있네.’

강기찬은 알아서 해석해버리고 이해한 주은에게 경의를 표했다.

주은이 물었다.

“너는 보물 고블린이 쌍둥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데?”

“… 나도 지금 저 둘을 보고 알았지.”

“그래서 카메라 들고 오라고 했구나…….”

“어, 이걸 찍어야지.”

강기찬은 주은에게 카메라를 들고 오라 했다.

찍을 게 있다면서.

화질을 따질 정도로 중요한 건가 싶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근데…….”

주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우릴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태평하게 국밥이나 먹을 수 있는 거지? 한 놈은 또 네 옆에 바짝 붙어있고?”

“…….”

“너는… 안 잡아?”

보물 고블린 하나는 방심하고 또 하나는‘판매자’의 바로 옆에 바짝 붙어있다. 누가 봐도 보물 고블린을 잡을 절호의 기회 아닌가?

“이래 보여도 잡을 수 없어. 해보던가.”

“내가 잡아도 뭐라 안 할 거지? 네 권리를 주장한다던지…….”

강기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네가 잡는데 내가 왜 권리를 주장해? 어디 잡아볼 테면 잡아보던가.”

주은이 강기찬 옆에 있는 보물 고블린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보물 고블린은 민첩하게 고개를 틀어 1차로 피하고, 땅을 박차 순식간에 거리를 두었다.

“…….”

주은은 나름대로 성공적인 기습을 가했다고 여겼는데 보물 고블린은 우습다는 듯 피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이후로 장장 20분을 쫓아다녔다.

“허-허어억… 고, 공간이동을 안 쓰는데도 못 잡겠네?”

강기찬은 웃었다.

“네가 한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지?”

“어? 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빠른 주은마저 보물 고블린을 못 잡았다. 이로써 속도 테스트가 끝났다. 돈 벌기 STEP2로 넘어갈 차례다.

“촬영 시작하자.”

이제 촬영해서 홍보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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