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97화 (97/151)

97화

< 레전드스토리 고객센터 >

Q.

1. NPC하인스가 사망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인가요?

2. 만약 사망했다면, 정확히 언제쯤 부활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레전드스토리 고객센터입니다.

문의해주신 점, 답변드리겠습니다.

1. NPC하인스님은 사망하신 게 맞습니다.

2. 부활 예정일을 알려드리기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NPC하인스님에게 문의 결과, 이렇게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답변은 원문 그대로를 붙이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용사여, 날 기다린다고 들었다만… 나는 갈 수 없다네.

그곳에서 웬 미친놈을 만났기 때문이지.

그자가 어떤 짓을 했냐 하면, 내 배에서 튀어나오더니 새가 몸속에 들어오고 옷이 벗겨지는 끔찍한 일을 당했기에…….

미안하게 되었구먼.]

보신 바와 같이, NPC하인스님께서는 지금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지구 서버로 갈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용사님의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주은은 얼이 빠졌다.

‘하인스는 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거야?’

NPC하인스가 무어라 적긴 했는데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두서가 없다 해야 하나, 불안정한 심리상태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주은은 읽다 말고 옆을 보았다.

강기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너… 하인스를 어떻게 죽였길래…….”

“뭐라고 하던데?”

“자기 배에서 네가 튀어나오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하여간 새가 몸속에 들어오고 옷이 벗겨졌다는데……?”

“맞네. 다 맞는 말이야. 그 하인스 내가 죽인 하인스가 확실하네.”

“… 무슨 네가 죽일 수 있는 하인스가 둘은 된다는 듯이 말하냐…….”

“아… 말실수.”

문득, 주은은 이 자를 자신의 집에 두는 게 맞나 싶었다.

어쩌면 맹인검객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지금까진 정상(?) 같았으니까, 괜찮겠지. 아니, 괜찮아야 해…….’

이 자는 구원의 동아줄이었다.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지 않는 한, 곁에 두어야 했다.

그저 이 자가 돌변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차! 이 자에 신경 쓸 데가 아니지.’

당장은 다른 데에 신경 써야 했다.

NPC하인스 출장 거부 후폭풍 말이다.

‘이러면 대마법사의 증표랑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은 쓰레기가 되잖아?’

대마법사의 증표 &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

못 쓰게 되었다.

‘절대 올 일이 없을 거라니?’

NPC하인스가 단단히 못을 박았다.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이제 난 어떡하지?’

대마법사를 육성시켜 청용에 대항한다는 계획이 망했다.

대항은커녕 제 목이 간당간당한 지경.

지금이야 문제없지만, 언제까지 경호를 받을 수 없지 않나.

경호가 끊긴 뒤가 걱정될 수밖에.

‘맹인검객은 어째…….’

맹인검객은 한 번 문 먹잇감은 놓치지 않기로 유명하다.

괜히 암살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게 아닌 것.

‘지금도 집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데…….’

맹인검객은 기어이 집 앞까지 왔다.

다행히 이 자의 권속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서인지, 접근하진 않고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사상 유례없는 선방이지만, 생명 연장일뿐, 잡히지 않은 파리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돈으로 회유해볼까?’

맹인검객을 물러나게 할 방법.

청용이 지급한 암살비 이상을 주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데…….’

수중에 돈이 없다.

대마법사의 증표로 쓴 돈이 너무 아까웠다.

“저기… 대마법사의 증표 환불 안 될…….”

주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강기찬의 바닥에서부터 푸른 빛무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귀환 스킬을 사용한 것.

이대로 두면 10초 뒤에 설정해둔 귀환지로 가버릴 터.

귀환 중일 때 건드리면 귀환이 끊기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았기에,

“아, 아! 미안! 미안해!”

주은이 부랴부랴 싹싹 빌었다.

“내가 잘못했어…….”

그제야 강기찬이 손을 저어 귀환을 끊었다.

‘후, 두 번 말 꺼냈다간 진짜 떠날 기세네…….’

주은은 안심하면서도 명을 재촉할 뻔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기찬이 정색하며 물었다.

“고객아, 환불이라니? 난 그런 소리 들으려고 여기 남은 게 아니야.”

“나는 뭐 환불하고 싶어서 해? 하인스가 절대 올 일이 없을 거라잖아!”

“고객아, 환불 안 되는 이유를 네 입으로 말했네.”

“…….”

“그거 누구한테 팔라고? 파는 순간 나는 사기꾼이야. 쓰지도 못할 거…….”

“…….”

안타깝지만, 강기찬은 환불해줄 수 없었다.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은에게 팔 당시만 해도 문제없지 않았나.

“나도 어쩔 수 없지. 하인스가 안 온다는데, 다른 하인스라면 모를까…….”

주은이 귀를 쫑긋 세웠다.

“아까부터 하인스가 둘은 된다는 듯이 말하는데 뭔가 있지?”

“아, 어. 사실 하인스는 쌍둥이야.

“뭐?”

주은이 안 믿는 눈치다.

“진짜야?”

“어.”

“증거, 증거 있어?”

“믿기 싫으면 말던가.”

“아, 아니 아니야 믿을게. 그러면 전직도 시켜줄 수 있어?”

“어.”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어? 언제 올 수 있대?”

“글쎄,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은데…….”

“오긴 오는 거지?”

“어.”

주은은 한시름 놓았다.

영영 불가능할 줄 알았던 게 아니게 되었으니까.

숨통이 트였다.

한편, 강기찬이 배를 어루만졌다.

“밥 먹자.”

둘은 식탁 위에 앉아 허겁지겁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우물 씹으면서 포도주도 한잔하고, 샐러드를 잔뜩 집어 먹었다.

그때였다.

다다, 다다다다다다다!

“!”

근거리에서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윽고 무수히 많은 사람이 나타났고.

주은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뭐야? 너희들? 어쩐 일이지?”

아는 사람들인듯싶었다.

“듣자 하니, 고립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존댓말로 보아 주은의 아랫사람.

한데 표정이 야비하기 그지없다.

강기찬은 신경 쓰지 않고 이 기회를 틈타 포도주병째로 들이마셨다.

반면, 주은은 무척 신경 쓰인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오라고 한 적 없을 텐데?”

“길드장께서 위험에 빠지셨는데 어떻게 안 옵니까?”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그래?”

“부길드장이니까 신경을 쓸 수밖에요.”

“됐고, 나가.”

“여기까지 온 이상 나갈 수는 없지요.”

이제 확실해졌다.

단순히 도우러 온 게 아님을.

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었다.

부길드장이 물었다.

“… 오다 보니 웬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던데? 그것들은 뭡니까? 들어가려니까 막아서길래 샛길로 들어왔지 뭡니까.”

부길드장의 시선이 강기찬에게 향했다.

“이 와중에 손님도 부르고 위기감이 전혀 없으신가 봅니다?”

명백히 비꼬는 말투.

주은이 언성을 높였다.

“어쩌자는 거지?”

부길드장이 시스템 창을 띄웠다.

이를 본 주은의 눈이 커졌다.

부길드장이 주은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길드장 자리, 저한테 넘겨주시죠.”

“뭐?!”

“맹인검객한테 찍히셨다면서요? 어떻게 또 무사히 집으로 도주는 치셨습니다만, 언제까지 갈 거라 봅니까?”

부길드장의 본심이 튀어나왔다.

주은이 비웃었다.

“그러니까, 나를 지키러 온 게 아니라 길드장 자리를 빼앗으려고 온 거네?”

“지키러 온 게 맞습니다. 그런데 길드장 자리를 빼앗다니요? 섭섭하군요. 저도 등 떠밀려 온 건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네.”

“이게 어디 저 좋자고 하는 일로 보이십니까?”

“아니야?”

“예, 아닙니다.”

부길드장이 뒤에 나열한 길드원들을 훑고선 도로 주은을 응시했다.

“어떻게 본인 생각만 하십니까? 길드는? 길드원들은 생각 안 하시고요?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은?”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야?”

“비상시국 아닙니까? 길드장이 이래서야 길드가 어디 제대로 돌아가기나 하겠습니까? 주가도 걱정됩니다. 길드원들의 생계는 보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가가 내려가기 전에 문제가 생길 여지를 줄여야지요.”

“그게 내가 길드장 자리 넘기는 거다?”

“맹인검객이 밖에서 저렇게 벼르고 있는데, 길드장께서는 막말로 파리 목숨 아닙니까? 길드장으로서 죽는 것보다는 일개 유저로서 죽는 게 길드의 명성이나 내일 주가를 위해서 더 그림이 좋고, 말이죠.”

어차피 죽으면 길드장 자리는 자동으로 저한테 승계가 되는데, 기왕 벌어질 일, 제가 조금 일찍 진행하는 것일 뿐이지요.

부길드장이 말을 끝내자 주은이 비웃었다.

“네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예, 말씀하시지요.”

“쟤네들은 나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야, 주작 길드장, 나아가 주작 길드를 흡수하는 게 목적이지.”

“아아, 알고 있습니다.”

주은의 말에 부길드장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다들 무장하고 온 겁니다. 제가 길드장이 되는 즉시, 청용을 칠 겁니다.”

“청용을 쳐?”

주은이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될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2위 길드인 백호길드도 패배했다.

4위 길드인 주작 길드가 청용을 친다?

가당키나 한 일일까?

‘이 자식이 그렇게 멍청한 놈은 아닌데……?’

주은도 부길드장의 머리만큼은 높게 평가했다.

그런 부길드장이 청용을 친다는 게 쉬이 와닿지 않았다.

‘무언가 있겠네.’

때마침 부길드장이 조소를 머금었다.

“물론 저희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지요.”

‘역시…….’

“이번에 5위부터 그 아래 길드, 총 100개의 길드가 연합했습니다.”

“뭐-어?!”

“지금까진 4대 길드의 균형이 유지되었지만, 청용이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본격적으로 길드를 잡아먹기 시작했지요. 이를 두고 보았다간 그 피해가 모든 유저, 더 나아가 일반인들에게도 돌아갈 겁니다. 다들 공감해주셨는지 동참해주더군요.”

“나도 모르게 잘도 일을 진행했네.”

“모두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사상 유례없는 대전쟁이 되겠어… 나 없이 되겠냐?”

“예, 당연히 길드장께서도 협조해주셔야죠. 이곳에서 맹인검객의 발을 묶어주고, 또 청용의 눈도 잡아주십시오.”

“어떻게?”

“현재로선 청룡 외에 가장 큰 세력이 현무랑 주작 길드 아니겠습니까? 설마 길드장이 고립되어 있는데 이런 큰일을 벌일 거라고는 청용도 감히 생각지 못하겠지요.”

“조용히 여기 있기만 해라?”

“네, 맞습니다.”

척.

강기찬이 손을 들었다.

이에, 부길드장이 그를 보았다.

“뭐죠?”

“왜 피를 보려고 해?”

“네?”

“청용은 너희들 죽일 생각도 안 하는데, 왜 먼저 싸우려고 그래?”

“… 뭐지?”

부길드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주은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저 자는 대체 누굽니까?”

주은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부길드장이 인상을 구겼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밥을 같이 먹습니까?”

“…….”

주은은 말문이 막혔다.

강기찬은 귀환 스킬을 쓰면서 주은에게 말했다.

“고객아, 밥 잘 먹었다.”

부길드장에게도 말했다.

“내가 청용하고 친하거든? 너희들 죽이지 말라고 할게. 그러니까, 너희들도 괜한 짓 하지마…….”

슉!

강기찬의 말도… 귀환 스킬도 끊겼다.

표창이 날아와 피하느라.

“어딜 도망가려고?”

부길드장이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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