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91화 (91/151)

91화

* * *

경석은 집안을 둘러보았다.

수북이 쌓인 아이템들.

강기찬이 그동안 모아온‘잡템’이란다.

말이 잡템이지 개당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 하는 거다.

그중에는 익숙한 것도 있었다.

‘이건 내가 강기찬에게 샀던 건데 다시 강기찬에게 뺏겼던 거네.’

강기찬이‘허수아비의 논밭’에서‘아이템 산’으로 장사했을 때, 자신이 샀던 것들이었다.

그걸 강기찬이 빼앗았었고 다시 자신의 손에 다시 들어온 것. 더는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 돌고 도는구먼,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네.’

상념을 치우고‘SNS’를 띄웠다.

강기찬이 아이템 처분하는 것을 맡겼다.

문득, 그의 귓속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강기찬] 왜 아이템 처분을 너한테 시키냐고? 네가 나보다 유명하잖아. 대중들의 호감도도 높고. 그 호감도를 이용해 봐.

경석이 썬더버드를 처치한 것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 경석이 판매자로 나서면 어떨까?

- 아니! 국민 영웅 경석이 파는 물건이라고?

- 제가 다 삽니다. 당연히 사드려야죠!

경석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

아이템을 올리는 족족 팔려나가기 일쑤.

평균 시세보다 더 높았음에도 그랬다.

순식간에 올린 게 동이 나기까지!

인벤토리 용량 초과로, 밖에 두었던 아이템을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올린 게 다 팔렸다.

30분 만에.

[판매액 : 119,301,500,000원]

1천억 원을 넘게 벌 예정이었다.

아직 수중에 돈이 들어오진 않았다.

경매가 아니라 직접 판매라서.

강기찬이 SNS로 구매자 모으고 입금받고 직접 배송하라 했다.

- 경매는 편하지만, 수수료를 떼먹잖아.

그게 이유였다.

물론, 직접 팔면 시간과 노력이 든다.

강기찬은 어차피 본인이 파는 게 아니라 경석이 수고하는 거니까, 상관없다고 했다.

‘인성 봐라, 그걸 나한테 대놓고 말해… 참나.’

그렇지만, 강기찬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거라도 해야 미르 밑에서 일 안 하지…….’

이렇게 개고생하는게 GM미르 밑에서 종 노릇하는 것보단 나았다. 자진해서 한 선택이라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이번 일 잘 마치면 또 다른 일도 맡겨주겠지? 그래야 할 텐데…….’

‘에휴, 근데 이걸 언제 다 포장하냐.’

방안을 채운 아이템들 포장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내가 다 하는 건 무리야…….’

직원들을 불러 포장을 시켰다.

그런 다음,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것도 팔라고 했지.’

[아기천사의 눈물(X215)]

[아기악마의 눈물(X200)]

아기천사 & 아기악마의 눈물.

거래가는 개당 1억 원이다.

‘어디 보자…….’

시중에 풀린 게 얼마나 있는지를 보았다.

‘하나도 없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0이다.

즉, 부르는 게 값.

< 아기천사 & 악마의 눈물 팝니다. 선 제시 (1000 묶음, 그 이하 사절) >

판매글을 작성해서 올렸다.

그러자마자,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만큼‘수요층’이 많다는 것.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1억!

과거 시세 그대로 사려는 유저도 있었다.

과감하게 걸렀다.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1.5!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1.6!

개당 1억에서 1.6억까지…….

가격이 제법 올랐다.

더 안 오르면 1.6억에 팔려고 했다. 막말로 제 손으로 들어가는 돈도 아니지 않나.

그런데,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1.7!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1.9!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2.3!

유저들이 가만두질 않았다. 쭉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 물결 같은 흐름이 끊길 때까지는.

‘대단하네…….’

댓글 숫자도 가격도 급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아기천사 & 아기악마의 눈물이 필요한 유저가 많긴 많은 모양이야…….’

막간의 틈을 타 과거 거래 기록도 살펴보았다.

‘아기천사의 눈물은 1년 전에 팔렸네. 딱 10개.’

‘아기악마의 눈물은 3년째 씨가 말랐구먼.’

유독‘아기 악마의 눈물’을 사려는 유저가 많았다. 아기 악마 잡기가 더 어려워서.

‘다들 진심이네.’

보통 판매 글에‘선 제시’라 해도 역으로 선 제시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자들이 거의 없었다. 간을 볼 여유 따위는 없다는 소리다. 이 경쟁률에 그런 짓 하면 바로 걸러진다는 걸 직감한 거겠지.

- 아기 천사의 눈물 개당 2.1!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2.2!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2.6!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2.7!

-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2.9!

댓글창을 주시했다.

댓글 업로드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다가 뜸해질 즈음…….

‘이쯤 하면 됐지.’

아기 천사의 눈물 개당 3억.

아기 악마의 눈물 개당 4억.

예측했던 1억의 3~4배나 되었다.

이쯤하고 팔기로 했다.

< 경석 : 마감입니다. 고맙습니다. 고객님들! >

띠링!

[아기천사의 눈물(X215) = 645억 원]

[아기악마의 눈물(X200) = 800억 원]

[아기천사 & 악마의 눈물 판매액 : 114,500,000,000원]

[‘잡템’판매액 : 119,301,500,000원]

[오늘 총 판매액 : 233,801,500,000원]

감탄이 나왔다.

‘총 2,338억 원… 미쳤네.’

경석은 강기찬의 저력을 새삼 실감했다.

불현듯 궁금했다.

‘그래도 이 정도 돈이면 강기찬도 놀라겠지?’

이만큼 돈을 벌었다는 걸 알면 강기찬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자신도 돈 몇억 원은 우습게 보는 삶을 삶았다.

그런데도 판매액을 보면 놀라 혀를 내두를 지경.

하지만, 강기찬은 아니지 않나.

‘레전드스토리 프로게이머 최정상이라 모은 돈이 제법 되었다지만, 그래 봤자지.’

강기찬의 전재산이 경석의 몇 년 치 용돈이었다.

그마저도 다리 고치려고 다 털었다고 하니.

‘근데 나는 왜 그 자식이 놀라는 게 보고 싶은 거지?’

강기찬이 놀라는 게 보고픈 이유?

그간 강기찬이 놀랄 일을 만들었지, 놀란 적을 본 적이 없는 데에서 생긴 반발심이지 싶었다.

‘보고 싶다! 강기찬이 놀라는 게 보고 싶어…….’

당장 확인하고자 했다.

얼른 입금하고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리고선 띄워주었다.

“너 평생 먹고 살 만큼 벌었네…….”

- 아직 부족해. 더 벌어야 해.

강기찬은 무덤덤했다.

경석은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

‘2천억인데 어떻게 안 놀랄 수가 있지? 이 샠… 전생에 재벌이었나?’

* * *

[VIP 캐시 상점 입장료 : 649,111,500,000 / 1,000,000,000,000원]

강기찬은 모인 금액을 보고 있었다.

‘6,491억 원… 1조까지 얼마 안 남았다.’

목표액까지 현재 64.9% 달성했다.

이제 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지금까지의 돈 버는 속도로 계산하니 더더욱 조만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1,500,000원을 경석님에게 입금했습니다.]

뒷자리를 깔끔하게 할 겸 수고비 겸, 경석에게 돈을 주었다.

[경석] 이 돈은 왜?

[강기찬] 수고비.

[경석] 오- 웬일? 고맙다.

경석은 몰랐다.

강기찬의 수고비는 더 수고할 일이 있어 앞당겨 준 것이라는 것을.

[강기찬] 일 들어왔는데, 너한테도 좋은 일이야, 할래?

[경석] 어, 뭔데?

강기찬은 돈이 더 필요했다.

어차피 1조 원까지는 VIP 캐시 상점 입장료로 쓰일 터.

사실상 없는 셈 쳐야 했다.

그랬기에 그 이후도 생각해야 했다.

0원부터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물론, ‘VIP 캐시 상점’으로 인해 돈을 벌 것 같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무엇보다, ‘썬더버드를 처치한 국민 영웅 경석’이라는 고급 브랜드를 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자신이 만든 거라 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기왕 만들어진 김에 우려먹어야지.

그런 까닭에,

[강기찬] 너 테스트서버에 있는 동안, CF 스케줄 잡아놨어.

[경석] 뭐? 진짜야? 내가? CF를?

[강기찬] 썬더버드를 처치한 국민 영웅 경석이잖아.

[경석] 맞네…….

[강기찬] 외국까지 합쳐서 50개 정도 잡아놨어. 앞으로도 닥치는 대로 더 잡을 예정이고. 또 방송, 인터뷰 요청 다 승낙해뒀으니까, 열심히 활동해.

[경석] 고맙다.

경석은 진심이었다.

과거의 자신은 서른 살이 넘도록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도 없지 않았나. 장남임에도 대우를 받지 못했고 그저 아버지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렇게 연일 칭찬과 찬양으로 대중들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흐뭇했다.

비록 직접 한 일은 아닐지라도, 아니 오히려 직접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강기찬이 대신 해주어서 고마웠다.

[강기찬] 짜식, 고맙기는… 고마운 김에 정산비율은 너 0.1%다.

[경석] …….

경석의 강기찬에 대한 고마움이 사라졌다.

[강기찬] 방금, 내가 다 먹는다고 불만스러웠지?

[경석] … 어.

[강기찬] 그런데 어쩌냐? 내가 썬더버드 잡았는데.

[경석] 맞는 말이네.

[강기찬] 더 할 말은?

[경석] 아, 대마법사의 증표 산다는 사람 있었어. 직거래하자고 하더라고.

[강기찬] 그건 내가 대신 나갈게.

[경석] 어? 그래 줄래?

[강기찬] 지금 대마법사 계정은 화타님이 쓰시잖아. 넌 일반인이라서 너무 위험해.

[경석] 구매자 연락처하고 아이디 보낼게.

대마법사의 증표는‘익명’으로 판매했다.

경석으로 했다간 성가실 테니까.

대마법사는 국가랑 맞먹는 전력 아니던가.

그런 대마법사로 바로 전직할 수 있는 거나 다름없는‘대마법사의 증표’를, 경석의 이름을 걸고 판매한다고 하면 얼마나 후폭풍이 거셀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왜 나라에 기부하지 않느냐느니…….

국가전력을 외국에 팔아먹느냐느니…….

사적인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판 매국노 취급이나 받을 터.

분명 제 소유물이니 알아서 처분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기사와 여론이 안 생기면 손에 장을 지질 각오가 있었다. 그 피해자가 강기찬 본인이었으니까.

굳이 사서 쓰레기 이미지 만들 필요는 없었다.

* * *

< 고급 호텔 일식집 >

주작 길드장, 주은,

현무 길드장, 현기현.

두 길드장은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최근 청룡길드에 의해 백호길드가 궤멸하지 않았나.

2위 길드가 망해버리니 3, 4위 길드인 현무 & 주작길드가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컸던 청룡길드가 더 커질 테니.

“시간을 끌어야지.”

“시간 끈다고 되겠어?”

“시간만 끌면 우리한테도 승산이 있어.”

“어떻게?”

“내가 방법을 찾았어.”

“무슨 방법?”

“감히 청용이 우리를 못 해칠…….”

“뭔데?”

주은이 현기현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밝게 빛나는 화면.

거긴 아이템 거래 사이트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 대마법사의 증표 팝니다. 선 제시 >

… 라고 적혀 있었다.

“대마법사의 증표면 돼.”

“!”

“제아무리 청용이라도 대마법사 앞에선?”

“우와……!”

“좀 이따 만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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