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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85화 (85/151)

85화

분명, 백령은 청용의 팔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돌아본 청용의 팔이 멀쩡하다?

‘아닌데? 청용의 팔을 뜯었는데?’

‘그런데 어째서……?’

마침, 청용 옆에 시선이 갔다.

‘…… 누구지?’

누가 있다.

처음엔 없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황상, 저자가 청용을 치료했다는 건데… 대체 무슨…….’

잘린 팔을 도로 붙이는 회복 스킬?

없다.

애초에 레전드스토리는‘전체이용가’게임이라서 그런지, 팔이 잘리는 게 없었다. 팔 붙이는 스킬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런데도 비교적 차분했다.

이미 테스트서버에서 상식파괴를 경험해, 내성이 생긴 까닭이었다.

저게 안 놀라운 건 아니지만, 덜 놀라기엔 충분했다.

불현듯, 방금 청용이 한 말이 떠올랐다.

강기찬을 일컬어,

- 실상을 안 거지. 이 세상이 누구 손아귀에서 놀아나는지를.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묘사하지 않았나.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걸 보면 무교였던 청용이 강기찬한테 맛탱이가 가버리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하네… ’

청용의 심정이 공감 갔다.

‘강기찬을 따르거나 아니면 저항하거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을 테지.’

이쯤 되니 그녀도 솔직히 강기찬이 두려웠다. 청용도 그에게 공포를 느끼고선 따르기로 한 게 아닐까?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고자 괜히 말을 걸었다.

“그 치료, 그것도 그놈, 아니 강기찬과 연관이 있나?”

“그래. 화타님은 그분의 주치의시지.”

‘화타?’

설마‘그’ 화타일 리는 없다고 넘겼다.

그보다는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난도가 올라갔기에.

청용만 특별한 힐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이쪽이 너무 불리해졌다.

‘저거, 저거 거슬리네.’

화타라는 자를 보았다.

저 방해꾼이 있는 한, 승산이 없다고 보았다.

‘저것부터 없앤다.’

촤—아앙.

백령의 손톱에서 여러 기가 분출되어 쏘아졌다.

야밤을 밝히는 형광 잔상!

그것이 허공을 가로질러 청용에게 부딪쳤다.

콰콰-콰콰콰콱!

청용이 창을 휘둘러 하나씩 쳐냈다.

가벼운 휘두름에도 쉬이 나가떨어졌다.

당연했다. 저건 시선 교란용이니까.

진짜 노리는 건 NPC화타!

고속이동해 NPC화타의 후방에서 나타났다.

NPC화타가 채 인지하기도 전에 난도질을 가했다.

그러나!

따-아악------- -!

살갗을 파고들어야 할 손톱이 무언가에 가로막혔다.

빠아악!

- - 그 여파로 손톱이 부러졌고.

늦게 알았다.

‘방어막……!’

NPC화타의 전신이 보호받고 있었다.

‘내 손톱이 부러질 정도의 강도라고……?!’

예상 밖이었다.

손쉽게 제거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랬던 건가?’

하나 어색한 게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보통 힐러는 뒤편에 자리 잡는다. 저격 1순위이기에 노출이 덜 되게끔 하려고.

반면, 저 힐러는 앞에 있지 않았나.

무슨 자신감인가 했는데, 그럴 만했다.

‘이번엔 제대로 해주마.’

좀 전의 일격.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다.

최소한의 힘만 불어넣은 일격이었다.

청용과의 전투가 남았는데 힐러에게 필요 이상의 힘을 쏟는 건 낭비니까.

결과적으로 계산 착오였다.

이번엔 전력을 다해보기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숨통을 끊어주마!’

차-아아앙!

청용한테 쓰려고 아껴두었던 스킬을 방출했다.

그런데.

Miss. Miss. Miss. Miss…….

데미지가 하나도 박히지 않았다.

… 방어막이 끄떡없다.

백령은 어이가 없었다.

‘전력을 다했는데?’

한편, NPC화타는 측은한 눈빛을 보냈다.

‘안타깝구먼…….’

백령에게 소용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무슨 수를 써도 방어막을 깰 수 없다고.

대마법사 앤드류가 깐 방어막이었으니까.

백령은‘1차 전직’이고 앤드류는‘2차 전직’이다.

‘1차 전직’의 공격은‘2차 전직’에 먹히지 않았다.

하나, 이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다.

- 화타님은 그냥 가만히 있으시면 됩니다.

강기찬이 한 말 때문이었다.

NPC화타는 궁금했다.

-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물론 강기찬님의 목숨을 노린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냥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

- 백령이 필요한 데가 있습니다. 근데 콧대 높은 랭커가 제 말을 듣겠습니까? 일단 콧대부터 꺾어놓아야지요.

작금의 과정은 백령의 기를 죽이기 위함이었다.

기를 죽이려면 기를 다 쓰게 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

첫 번째로 그녀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백호길드부터 공중 분해했고.

두 번째로 랭킹 2위가‘물몸’인 힐러조차 건드릴 수 없는 데에서 무력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세 번째로 좌절을 맛보게 해줄 요량이었다.

지금은 그 직전 단계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파-아악! 빠-앗, 터터턱!

“!”

백령이 이를 갈았다.

‘하… 진짜 개 같네.’

공격 시도마다 실패하기 일쑤였다.

살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

어떤 적도 시원하게 한 방이 뜨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이렇게 무력한 걸 느끼니 죽을 맛이었다.

띠딕!

[스킬, ‘필살참격’사용이 실패했습니다.]

[쿨타임이 차지 않았습니다.]

[50분 후, 재시도 가능합니다.]

띠딕!

[스킬, ‘질풍회각’사용이 실패했습니다.]

[쿨타임이 차지 않았습니다.]

[30분 후, 재시도 가능합니다.]

‘스킬을 다 썼네……?’

랭커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청용이 곁에 있지 않던가.

필살기 몇 개 정도는 남겨두어야 했다.

좀 전엔‘힐러’라 일부러 힘까지 뺐건만, 이번엔 역으로 너무 스킬을 남발했으니, 자책할 수밖에.

결국, 방어막도 뚫지 못했으니 삽질한 거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청용은 왜 여태껏 가만히 있었지?’

돌이켜 보니 어느샌가 청용이 접근치 않았었다. 힐러를 보호하지 않는 딜러? 존재는 한다.

다만, 하수들이나 할법한 ‘트롤짓’이지, 청용이 그럴 리가?

‘어디 간 것도 아니고 아직 있는데…….’

이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지만, 유력한 건 하나다.

‘애초에 내 공격이 안 먹힐 줄 알았다는 건가?’

청용은, 자신이 방어막을 뚫지 못할 거라 확신한 것이리라.

‘그 예측대로 되었네.’

어째 어깨에 힘이 빠졌다.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

이대로 청용이 덤비면 답도 없으니.

있는 거라고는 쿨타임이 짧은 잡스러운 스킬들 뿐.

다른 이라면 몰라도 청용에겐 어림도 없을 터.

‘튀어야겠네.’

도주하기로 했다.

“백호!”

백호를 불러냈다.

그 위로 올라탔다.

그러고선 힐끗, 청용을 보았다.

‘날 잡으려고 집 앞에서 대기했던 거 아닌가? 내가 도망가게 둘 건가?’

뭐 상관없었다.

방해하지 않으면 좋은 거지.

“?”

백령은 미간을 좁혔다.

자신의 위쪽, 그러니까 상공 몇백 미터.

그곳에 작은 점이 있었다.

그러다가 별처럼 빛나기도 했고.

유난히 번쩍거리기도 했다.

그쯤이었다.

찰나의 순간, 그것이‘위험’이라는 걸 깨우쳤다.

하지만, 늦었다.

콰-지지지지지-!

번개 줄기 하나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그것도 자신의 머리 위로.

번개 줄기 끝에는 자그마한…

‘새?!’

…‘새’한 마리가 있었다?!

그 새가 자신의 정수리에 닿을 때쯤.

새가 강기찬으로 변했다.

‘씨팔! 미친! 개새!’

백령한테 더 놀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아무 데나 몸을 내던졌다. 정신없이 바닥을 굴렀을 때.

왼팔이 허전했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강기찬에 의해 절단된 것이다.

봉합해야 할 터.

팔이 떨어진 곳을 찾았다.

그러다가 강기찬을 보았다.

‘강기찬……!’

강기찬이 들고 있던 것을 백령을 향해 던졌다.

툭. 데구르르…….

백령의 절단된 왼팔이었다.

백령이 황급히 그리로 갔는데…

슉.

강기찬이 후방에서 나타나-

팍!

백령의 목덜미를 단검으로 찔렀다.

백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용케, 넘어지면서도 몸을 비틀었다.

직후,

촤-아악!

강기찬의 가슴을 할퀴었다. 가슴팍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직후, 강기찬의 신형이 먼지가 날리듯 흩어졌다.

그제야 백령은 알았다.

‘가짜!’

자신이 해친 것은‘강기찬’이 아니었다.

강기찬의‘분신’이었다.

번개에서 썬으로, 또 강기찬으로…….

백령이 구르는 동안 강기찬이 내보낸 분신이 어둠 속에서 대기, 백령이‘절단된 왼팔’을 회수하려 할 때 기습한 것.

그 사실도 모른 채 무리하게 반격을 시도하느라, 백령은 안전하게 넘어질 기회조차 날렸다. 그 여파로 뒤로 세게 넘어져 땅에 머리를 부딪쳤다.

디-이-잉-이잉!

골이 크게 흔들렸다.

퍼뜩 일어서려 했으나!

그새, 저편에서 번개가 쏘아지더니 백령 위에서 끊겼고, 썬의 모습이 보이는 찰나에 강기찬으로 변했다.

순식간이었다.

백령이 일어서려고 상체를 일으키는데,

푸—우욱.

강기찬이 백령의 심장에 단검을 쑤셨다.

‘2차 전직’인 대마법사의 계정이 동시 로그인 중이다. 그 덕에 ‘1차 전직’인 백령에게 데미지가 온전히 들어갔다.

또한, 레벨 격차는‘급소’ 한정 무시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아득히 차이나는 레벨의 백령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었다.

백령이 사망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살자 레벨 : 5,322 …▶ 5,822]

[백호의 갑옷을 얻었습니다!]

‘역시 랭킹 2위라서 경험치를 짭짤하게 주네.’

백령을 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민첩에 스탯포인트를 분배했다.

마지막으로 벡령이 백호의 갑옷을 드랍했다.

‘백호의 갑옷이라… 내 직업으로 착용할 수 있는 건 없네. 팔면 되겠다.’

저벅.

강기찬이 백령에게 갔다.

백령은 사망으로 강제 로그아웃 당해 ‘일반인’이 되었다.

그래도 덕분에 사지가 멀쩡해지고 고통이 사라졌다.

하지만, 더욱더 근심이 가득해졌다. 살아도 산 게 아니니까.

이대로 한 번 더 죽으면‘진정한 죽음’을 맞이할 터.

그리고 그녀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었다. 강기찬의 뜻대로 결말을 맞이할 터.

강기찬이 물었다.

“살래?”

백령은 잘 못 들었나 싶었다.

갑자기 저게 무슨 소리일까?

“!”

강기찬이 백호의 갑옷을 내밀었다.

“…….”

“네 거잖아. 책임감 있게 네가 사.”

강매였다.

그것도 자신이 약탈한 것을.

‘이런 양아치 새끼가?’

하나 백령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 행위 하나로 살 확률이 0.1%라도 오를 수 있다면.

이 행위를 안 해서 죽을 확률이 0.1%라도 내려간다면.

어쩌겠나, 사야지.

“얼마?”

강기찬이 말했다.

“선제시.”

“…….”

비참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백령은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 2,000억.”

강기찬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저렴한데? 너한테 이게 이 정도 가치밖에 안 돼?”

“그게 현재 시세가 딱 2,000억 원인데?”

“안 되지. 미래 시세로 하자.”

‘시팔…….’

백령은 욕이 나오려던 걸 간신히 억눌리며 천천히 입을 뗐다.

“얼마를 원해?”

“너는?”

“아니, 그냥 네가 얼마 갖고 싶은지 말해!”

“선제시.”

백령은 화가 났다.

‘날 갖고 놀라고 작정했구먼.’

그렇지만,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2,010억?”

“노.”

“2,050억?”

“노.”

“2,100억?”

“노.”

“새끼야, 얼마냐고!”

“선제시.”

백령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다.

‘내가 왜 강기찬을 죽이려고 했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후회가 깊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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