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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73화 (73/151)

73화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너, 전설의 네크로맨서냐고.

‘하지만, 정황상… 99.9%’

아니라면 경석이 굽힐 리 없다.

고로, 강기찬은 전설의 네크로맨서일 가능성이 컸다.

이미 암살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신기하단 말이지, 어떻게 직업이 두 개일 수가 있지?’

몹시 궁금했으나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은데 괜히 물어보았다가 튕기면 부하들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으니.

‘… 잠깐! 설마,’

문득, 방금 받은 문자였던‘경석이 강기찬에게 무릎을 꿇었던 적이 있다.’ 했던 게 새삼 떠올랐다.

‘그 이유가… 경석이 강기찬에게 ‘전설’ 다는 법을 알려달라고 사정을 하느라 무릎까지 꿇은 게 아닐까? 그게 아니고서야 경석이 무릎 꿇을 이유가… 그러고 보니…….’

저 문자와 함께 받은 문자가 또 있었다.

- 경석이 강기찬에게 돈 주고 이동한계선을 넘어가는 방법에 대해 정보를 얻었답니다.

‘역시 강기찬은 전설 다는 법을 알고 있다. 아니, 그 외에도 특별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 거다…….’

이러면 직업이 두 개인 것도 이해가 갔다.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정보 중 하나라면…….

그리고 경석이 강기찬의 수하를 자처하는 이유도.

‘경석이 여차여차해서 이동한계선을 넘어가는 방법을 알아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가 없었겠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그렇게 기어이 전설의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을 알아낸 거구나! 또 콩고물이라도 받아먹고자 강기찬의 밑에 있는 거고!’

경석이 부러웠다.

‘나도… 나도!’

청용도 강기찬의 특별한 정보가 탐났다.

문제는 얻는 방법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사람이면 협박해서라도 알아냈겠지만, 강기찬에게 통할 리 없다.

‘강기찬에게 협박이 통했다면 애초에 전설의 대마법사인 경석이 시도해봤겠지, 안 되니까, 저러고 있을 테고…….’

‘괜히 도발했다가 본전도 못 건질 바엔 호감 심어줘서 콩고물이라도 받아먹는 게 낫지.’

어느 정도 급이 되면 위험한 건 꺼리게 된다. 이득이 작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걸 추구하지.

청용도 그러했다.

‘차근차근, 자연스럽게…….’

잘 보이려는 대상이 경석에서 강기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10분 후.

강기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제 슬슬 사냥 재개하죠?”

그 말에 다들 벌떡 일어섰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랄까.

‘꼬리가 있으면 꼬리까지 흔들 기세네.’

강기찬은 귀엽다는 듯, 저들을 보았다.

속셈이 뭐든 나쁠 거 없었다. 저들이 열심히 해줄수록 성장에 탄력이 붙는 거니.

“아, 청용씨.”

“예?”

“사람 좀 쓸 수 있을까요? 할 일이 있어서.”

“몇 명씩이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예, 직원들을 부르겠습니다.”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보스, 블러드 뱀파이어를 소환합니다.]

“자, 사냥 시작하죠!”

“예!”

* * *

오후 5시.

강기찬은 레벨을 확인했다.

[네크로맨서 레벨 : 2,021 …▶ 5,355]

[암살자 레벨 : 1,046 …▶ 4,021]

[대마법사 레벨 : 115 …▶ 3,300]

‘레벨이 많이 올랐…….’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5,355 …▶ 5,356]

[잔여 스탯 포인트 : 1]

이걸 보는 새에 또 네크로맨서 레벨 1이 올라갔다. 테스트서버에서 권속들이 대리사냥 중인 덕분이었다.

“자…….”

강기찬이 청용과 청룡길드원 셋에게 다가갔다.

“벌써 시간이 5시가 되었네요…….”

버스를 5시까지 타기로 했었다.

청용도 시간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네요.”

“덕분에 편하게 레벨 잘 올렸습니다.”

강기찬이 마무리를 맺기 시작했다.

“경석아, 갈 준비해.”

“… 알았어.”

그때였다.

“저…….”

청룡길드원 중 하나가 용기 내어 말을 꺼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강기찬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예?”

“버스를 더 운행해도… 물론, 강기찬님이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이번엔 청용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뭘 더해? 너희들 내일 일본 원정 가는 거 잊었어?”

“그러니까, 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 원정 가면 당분간 뵐 시간이 없을 테니까요.”

“아니, 오늘 들어가서 쉬어야…….”

청용도 말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들이 왜 이러는지를 눈치챘기에.

‘너희들도 깨우쳤구나, 강기찬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며, 그를 만나는 이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 기회인지를… 어떻게든 점수를 따고 싶었겠지. 근데 그게 어디 쉽나… 기회만 노리다 보니 헤어질 때가 되었으니…….’

조급할 것이다. 어떠한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이.

“저 원하신다면 일본 원정 취소하겠습니다.”

당장 이익에 급급해서 장기적인 이익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강기찬에 대해 파악한 것만 해도 충분했다. 그가 장차 세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아뇨, 꼭 여러분들의 도움만이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

“하지만, 저를 도울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닙니다.”

“예? 그게 뭡니까?”

“이번에는 진짜 버스를 타겠습니다.”

“진짜 버스 말입니까?”

“예, 사실상 지금까지는 정석적인 버스 타기는 아니잖습니까?”

“그랬지요.”

“자, 받으십시오.”

띠링!

[강기찬님이 파티를 신청합니다.]

[파티 신청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파티가 되었습니다.]

“오, 파티 신청이 왔습니다.”

“나도…….”

청룡길드원 둘이 말했다.

그런데,

“어? 왜 마스터가 없죠? 저랑 강기찬님이랑…….”

“나도… 나랑 강기찬님이랑 둘뿐이야.”

파티원 목록에는 본인 외 강기찬만 있었다.

문제는 강기찬이 두 파티에 다 있다는 것이다.

“중복 파티가 되다니?”

원래 1인 1파티만 되었다.

1인 2파티가 된 거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

강기찬은 그 원인을 알았다.

‘계정이 두 개니.’

두 계정으로 각각 파티를 맺었을 뿐이었다.

1파티에 속한 인원과 경험치는 반비례하기에.

1파티 3인보다는 1파티 1인이 낫다.

“그건 제가 그렇게 한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묻기에도 지쳤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너도 해.”

강기찬이 경석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경석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청용과 청룡길드원.

“… 누구한테?”

강기찬이 청룡길드원을 지목했다.

경석이 그와 파티가 되었다.

남은 건 청용뿐.

의외였다.

“저는?”

청용의 물음에 강기찬이 답했다.

“레벨 격차가 많이 날수록 경험치를 덜 얻잖습니까.”

그걸 고려하고선 청용은 파티원에서 제외한 것.

“아… 그렇군요.”

청용은 아쉬운 기색이었다.

강기찬에게 점수 딸 기회를 놓친 거니.

그런 그에게 강기찬이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었다.

“청용씨는 몬스터 피 깎는 걸 해주십시오. 아! 막타만 치지 말고요.”

이제껏 해왔던 패턴을 유지하라 이거다.

“좋습니다!”

청용이 기꺼이 하겠노라, 외쳤다.

이로써,

‘또 다른 대리사냥 팀을 만들었네.’

강기찬은 대리사냥 팀을 늘렸다.

테스트서버에서 대리사냥 중인 권속들이 1팀.

그의 공백기에 계정을 써주는 경석과 화타가 2팀.

그리고 저들이 3팀인 것이다.

‘곧 4팀도 생길 예정이고…….’

강기찬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이 저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이유, 전 압니다.”

뜨끔!

네 사람 모두 민망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었다.

“제 소환을 이용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솔깃해했다.

“단…….”

조건이 붙는다는 의미의 끊음.

그런데도 다들 집중을 흩트리지 않았다.

이쯤은 예상했다 이거지.

하긴, 소환이 어떤 능력인데 무보수로 주겠는가.

강기찬이 뜸 들이지 않고 곧장 말했다.

“차등을 두겠습니다.”

“차등… 어떤 차등입니까?”

“각자 사냥을 하십시오. 그들 중 가장 많은 경험치를 저에게 안겨다 주신 분을 1등, 2등, 3등까지…….”

한 명씩 시선을 옮기다가 청용을 보았다.

“청용님은 저 셋을 도와주시면 1등과 같은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1등은 소환 10번, 2등은 5번, 3등은 1번입니다.”

“오… 언제까지입니까?”

“제가 1만 레벨 찍을 때까지…….”

“예?!”

잘 가다가 급제동 밟는 느낌이랄까?

다들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도 찍지 못한 레벨 아닌가.

“불가능해 보입니까?”

“…….”

강기찬의 물음에 누구도 쉬이 대답지 못했다.

“네크로맨서가 다섯 시간 버스로 3,330레벨씩이나 올랐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불가능해 보입니까?”

“아니요…….”

여전히 확신에 찬 대답은 아니다.

상관없었다.

“제가 말했죠? 꼭 여러분들의 도움만이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혹시 어떤 식으로 레벨업 하실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경험치 1만 배 적용 중입니다.”

“이, 일마-아안?”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럴싸할 터.

강기찬의 비정상적인 행보에 저들은 분별력을 잃었으니.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것이다.

실제로 그러했다.

청용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확실히 경험치 1만 배라서 저런 비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거였어. 그거라면 1만 레벨도 가능할지도…….’

확신이 섰다.

“기, 길드원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세요.”

강기찬이 허락하자 다들 어딘가에 연락을 넣었다.

속히 작업을 시작할 요량이지 싶었다.

강기찬이 청용에게 물었다.

“아까 제가 부탁드렸던 건은……?

사람이 필요하다 하니 청용이 직원들을 불러준다고 하지 않았나.

“곧 올 겁니다.”

“예.”

마침, 시간이 비었다.

강기찬은 그동안 따로 할 일이 있었다.

VIP 상점 방문을 위해 자금을 마련할 일이.

* * *

< A길드 본사 회장실 >

경석 아버지는 몹시 흥분했다.

기사가 도배되어 모를 수가 없었기에.

강기찬과 경석이 청룡길드 버스 타고 있다는 것을.

타-앙!

책상을 내리쳤다.

“우리 길드 외에는 접촉조차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비서가 말했다.

“예, 계약서에 그렇게 적었을 겁니다.”

“근데 이 자식이, 계약을 위반해? 불쌍한 새끼 거두어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도저히 화가 진정되지 않았다.

애꿎은 비서에게 호통을 쳤다.

“당장 계약서 들고 와! 법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주지!”

경석 아버지가 씩씩 대자 비서가 급히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

비서가 돌아오자마자 경석 아버지가 소리쳤다.

“계약서 빨리 줘봐!”

“그게…….”

“뭘 뜸 들여?”

“… 계약서가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대체 있던 게 어떻게 없어질 수가 있어? 그럼, 또 분실된 게 있나?”

“딱 그 계약서만 없어졌습니다.”

“그래? 그럼…….”

누구 짓인지 알 것 같았다.

“경석이한테 전화해! 당장 오라고!”

비서가 어찌할 줄 모르며 전화를 걸었다.

“아, 경석 도련님? 당장 돌아오시랍니다. 예? 아,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후…….”

경석 아버지가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비서를 노려보았다.

“뭐래? 온다고 하지?”

“아…….”

비서는 난감해했다.

“큰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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