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70화 (70/151)

70화

경석(강기찬)이 답했다.

“예, 제가 전설의 대마법사입니다.”

청용은 가슴이 답답했다.

경석은 안 그래도 국가급 전력이었다.

자신과 싸우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수준의.

전설의 대마법사이기까지 하다니?

이건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어떻게 전설의 대마법사로 전직하셨습니까?”

경석(강기찬)에겐 성가신 질문이었다.

전설의 대마법사가 아닌데, 전설의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을 대답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대답해야 했다.

앤드류에겐 전설의 대마법사인 것처럼 굴다가 그걸 들은 청용에겐 대마법사가 아닌 것처럼 굴 수는 없으니.

“일단 여기서 나가죠. 그다음 보여드리겠습니다.”

‘무엇을 보여준다는 걸까?’

청용은 호기심에라도 얼른 나가고 싶었다.

경석(강기찬)이 ‘시련의 공간 – 어둠’ 밖으로 나가서 보여준 것은…….

“이것은?”

“대마법사의 증표입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청용도 익히 알았다.

‘시련의 공간 – 어둠’을 통과하면 마법사 증표를 얻고 그걸 NPC하인스에게 제출하면 대마법사로 전직한다는 사실을.

초점은 다른 데에 있었다.

바로 경석이 대마법사의 증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건 소장용이 아니다. 제출용이지.

여태껏 소장하고 있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 이걸 왜 가지고 있습니까?”

“시련의 공간 – 어둠을 통과했으니까요.”

“아니, 제가 그걸 묻는 게 아니잖습니까?”

“예, 압니다. 농담 좀 해봤습니다.”

“답답합니다! 얼른 말해주십시오.”

“… 안 내면 되더군요.”

“예?”

“대마법사의 증표를 NPC하인스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되더라고요.”

“그, 그러니까, 그것이 전설의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이란 말입니까?”

“예.”

대마법사의 증표를 NPC하인스에게 제출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전설의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이었다.

경석(강기찬)이 급조해서 지어낸…….

아주 뻔뻔하게 연기했다.

“히든피스더군요.”

“히든피스라… 하긴, 누가 대마법사를 마다하겠습니까. 이때까지 안 밝혀질만 하지요.”

청용은 일말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

‘전설의 대마법사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네.’

그냥 대마법사의 증표를 NPC하인스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되는 거라니.

그러나 세상만사 알면 쉽지만, 모르면 어려운 법이다.

특히 이건 새가슴은 절대 못 하는 일이다.

‘시련의 공간 – 어둠’ 탈출을 거저 한 게 아니지 않나. 경석(강기찬)에게는 그저‘산책’에 불과했지만, 대외적인 인식이 그러했다. 공략불가 난이도에 준하는 헬난이도라고.

그걸 성공해놓고선 보상인 대마법사를 마다한다?

인생 걸고 하는 도박인 것이다. 자칫 잘못되면 대마법사조차 못 되는 수가 있으니까.

그런 짓을 저질러버렸으니…….

“미친… 아, 아… 죄송합니다.”

청용은 저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아, 괜찮습니다. 오히려 안 미쳤다고 했으면 가식적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청용은 입을 살살 쳤다.

“주의하겠습니다. 근데, 참 대담하십니다.”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히든피스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대마법사의 증표를 NPC하인스에게 제출하지 않았다니요. 그리고 설령 히든피스가 있다 한들 대마법사가 되는 것보다 안 좋은 것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럴 확률이 높았고…….”

“인생은 모 아니면 도죠.”

경석(강기찬)이 생각했다.

‘대마법사의 증표 덕분이지.’

상식적으로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아이템.

그것이 있었던 덕분에 전설의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개연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역시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니까.’

그때,

“아!”

청용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탄성을 터트렸다.

“이거, 실례했었습니다.”

“뭐가 말이죠?”

“실은… 제가 경석씨를 좀 비겁하게 생각했었거든요.”

“예?”

“스킬로 제 접근을 막고 방심 유도하고선 저한테 기습공격도 하고… 전 경석씨인 줄 알았습니다. 제삼자가 난입한 건 줄도 모르고.”

“아, 괜찮습니다. 저도 그분 덕분에 청용씨를 쉽게 잡았으니까요. 숨죽이고선 언제 잡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던 차였는데… 그자가 난입해준 덕분에…….”

“근데 정말 완벽하게 은신하셨더군요. 솔직히 경석씨가 중간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신 줄 알았습니다.”

경석(강기찬)은 양심이 찔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청용이 자신을 앤드류로 오해해서 비겁하게 생각한 거와 대신하기로 하니 마음이 놓였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하하, 제가 중간에 밖에 나가다니요. 시련의 공간 – 어둠은 공간이동이 안 되잖습니까, 밖으로 나가는 방법이라고는 출구 열고 나가는 것뿐이고. 그럼 청용씨가 몰랐을 리가 없었겠지요.”

돌이켜 보니 어떻게 앤드류가‘시련의 공간 – 어둠’으로 공간이동했는지 의문이었으나, 그 공간의 설계자인 NPC하인스가 사망함으로써 변수가 생긴 거라 보았다.

청용도 마주 웃으며 중얼거렸다.

“예, 그만큼 놀라웠답니다.”

“근데, 저한테서 번개표식이 보이지 않았습니까?”

청용이‘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하는 얼굴을 했다.

이에,경석(강기찬)이 빠르게 답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지 않습니까.”

청용이 맞붙었던 상대, 앤드류에게선 번개표식이 없었다. ‘경석’이 아니라는 걸 왜 몰랐을까?

“아…, 제가 눈 뒤집혔었나 봅니다… 번개표식이 안 보인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경석(강기찬)은 이해했다. 무언가에 미쳐 눈 뒤집히면 시야가 협소해진다. 사고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차분한 마음가짐일 땐, 충분히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못 보고 넘어가기 일쑤인 법.

청용이 말했다.

“사실… 번개표식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긴 했는데, 그렇다고 중단하기도 그래서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제가 그만둔다고 그쪽에서 그만둘지는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하하, 잘하셨습니다. 괜히 먼저 그만두었다가 반격당하면 억울할 테니까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다 들었는데, 제가 맞붙었던 자가 혹시 앤드류님이었습니까?”

“네.”

“어쩐지, 대화 중에 대마법사 경쟁자라는 걸 들었었는데, 그럼, NPC하인스를 쓰러뜨린 것도… 경석씨가?”

“예, 정말 다 들으셨군요. 곤란합니다.”

“…….”

청용은 침묵을 삼켰다. 경석(강기찬) 못지않게 본인도 곤란해졌기 때문이었다.

‘이, 이 인간 도대체 정체가 뭐야?’

경석의 뒷조사도 했었다.

그런데도 아직 직업을 모른다.

방금 전설의 대마법사인 것은 확정되었지만, 그전에는?

앞뒤가 안 맞았다. 그전에 썬더버드와 상대하지 않았나. 그 당시엔 초보자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허수아비의 논밭에는 방문했고… 인과관계가 뒤죽박죽이었다.

게다가 허수아비의 논밭에서의 평가도 안 좋았다.

‘그렇다면 신규 유저가 된 것보다 더 뒤에 큰 변화가 생긴 건가? 기연이라던지…….’

지금까지 알아낸 것만 해도 미스터리 투성…….

한데, 오늘로써 비밀의 크기가 한층 더 커져 버렸다.

어떻게 앤드류에게 하대하는지, NPC하인스를 쓰러뜨릴 수 있었는지… 등등. 그 외에도 의문점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

“청용씨.”

“예.”

“오늘 들은 거, 다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어차피 어디 가서 얘기한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어줄 겁니다.”

경석(강기찬)은 내심 안도했다.

앤드류나 청용이나 입이 무거울 테고, 설령 입이 가벼워도 무거워야 할 테지만, 그의 말대로 이 사실이 유출되어 봤자 아무도 안 믿을 것이다. 믿는다고 해도 상관없고.

“아 그리고 또 궁금한 것이 있…….”

“더 이상의 질문은 안 받습니다. 제가 질문받는 걸 싫어합니다. 청용씨라서 특별히 대답해준 겁니다.”

거짓말도 길어지면 꼬리가 밟히는 법이다.

“그렇군요. … 제가 내기에서 졌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청용이 인벤토리에서 여의주를 꺼내 경석(강기찬)에게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편하게 날로 먹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 편하게 날로 먹었다고요? 저랑 같이 밤도 새고 서로 기습할 기회를 노리려고 숨죽이고선 대기하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지요. 그건 고생 축에도 못 끼는지라…….”

경석(강기찬)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얼떨결에 본심이 튀어나온 것. 그래도 잘 수습했지 싶었다.

청용이 경석(강기찬)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숨죽이고선 밤도 새는 게, 고생 축에도 못 낀다라? 대체 얼마나 험난한 삶을 살아왔기에?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지가 세운 기업도 아니고 2세로서 나름 편하게 잘 먹고 잘살지 않았나? 내가 모르는 이면이 있는 걸까?’

경석(강기찬)이 말했다.

“제가 너무 건방져 보이나요?”

“아뇨, 경석씨라면 그럴 수 있죠.”

“하여튼, 이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기셨으니 당연히 드려야지요. 앞으로 저와도 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지냈으면 합니다. 다음에도 썬더버드와 같은 사태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예, 위험하다 싶으면 잊지 않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청용은 생각했다.

‘과연 이 사람이 위험하다 싶은 걸, 내가 도와준다고 달라질까…….’

경석에게 격의 차이를 느꼈다.

‘이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랭킹 1위 자리는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자신보다 급이 높은 앤드류의 위에 있는 존재가 경석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한국 랭킹 1위는 떼놓은 당상일 것이다.

‘내가 이런 사람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맞짱 뜨자고 했다니…….’

거기까지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공식적으로 개망신당할 뻔했네.’

싸우지 않고 끝날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결과적으론 내기에서 진 게 다행인 것.

“저…….”

“예?”

“이걸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청용이 내민 건 청룡의 알이었다.

“제 작은 성의 표시입니다.”

경석(강기찬)이 청룡의 알을 받았다.

청용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이걸? 인터뷰에서 봤는데 청룡의 알은 목숨 다음 순위라고 들었습니다. 이걸 저한테 주셔도 될는지요?”

“목숨이 없으면 다음 순위 의미가 있겠습니까?”

“네?”

“혹시, 제가 그동안 무례하게 군 게 있다면 용서해주셨으면 해서…….”

“아니, 그러지 마십시오. 무례라니요?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아닙니다! 제 목숨이 열 개도 아닌데 무례했습니다.”

“아, 알았습니다. 이제, 됐으니까, 용서할 테니까, 고개 드세요.”

“네…….”

청용은 한참이 지나서야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이제 용서해주겠지?’

뒤늦게 깨달은 자신을 자책했다.

경석은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다는 걸.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 굽히지 않으면 꺾인다. 특히, 새로운 랭킹 1위 후보에게 현재 랭킹 1위는 눈엣가시일 테니.

잘 봐달라고 청룡의 알을 넘기는 것이다. 마침 경석이 청룡의 알을 눈독 들이기도 했으니.

‘내가 오해했지. 경석은 강해지고 싶어서 청룡의 알에 관심을 가졌던 게 아니었어. 그저 애완용 펫을 기르고 싶었던 거야.’

경석(강기찬)은 속으로 웃었다.

‘여의주에 이어 청룡의 알까지 생겼으니 좀 더 강해질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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