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66화 (66/151)

66화

“혹시 네크로맨서는 어떠십니까?”

강기찬의 물음에 NPC화타가 턱을 어루만졌다.

“흐음…… 그게 사체를 일으켜 세우는 겝니까?”

“네…….”

“남은 선택지도 그거밖에 없고 의학적으로 탐구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그거 시켜주십시오!”

“그러죠.”

어울리기는 대마법사가 잘 어울리지만, 본인 의사가 더 중요했다.

‘하긴, 네크로맨서가 어울리지 않을 뿐, 다루기는 더 쉽지.’

조작 난이도로만 치면 암살자가 제일 어렵다. 방어력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적진 깊숙이 침투해 목을 베고 나와야 하는 거기에.

진입 각을 잘 재보고 몸을 내던져야지, 안 그러면 자살행위가 되어 순간적인 판단력이나 반사신경도 뛰어나야 했다.

되도록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침을 놓는 NPC화타와는 정반대의 성향이었다.

그다음이 대마법사, 네크로맨서 순이다.

네크로맨서가 조작 난이도가 가장 쉽다.

‘네크로맨서는 그냥 소환수가 다 해주는 거나 다를 바 없으니까.’

몬스터 사체를 소환한 뒤, 유지 & 관리에만 집중하면 될 터. 백색의 탑 관리자기도 했던 NPC화타하고 잘 어울렸다.

강기찬이 결론을 지었다.

“그럼, 경석이가 원래 본인 계정을 맡아주도록 하고, 화타님이 네크로맨서를 맡아주시지요.”

“좋습니다.”

“좋아!”

강기찬은 히죽 웃었다. 중소기업 아들과 의술의 신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계정을 키워준단다. 이전보다 레벨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목표는 1만 레벨. 세 계정 중 하나만 도달하면 되기에 부담은 적다.

네크로맨서 계정(2,019레벨)이 1만 레벨을 먼저 찍지 싶었다.

그리고 여기서 알게 된 정보가 하나.

“기찬아, 넌 세 계정 중에 원하는 계정으로 테스트서버로 입장할 수 있어.”

GM미르가 알려주었다.

“핵심은 테스트서버 입장권이야.”

“예?”

“너 테스트서버로 첫 입장하기 전에 로그아웃 중이었지?”

“예. 잘 때는 로그인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유저는 24시간 로그인 중일 수 없다.

다만, 테스트서버처럼 1시간은 아니다.

12시간.

그랬기에 자기 전엔 로그아웃 상태다.

“로그아웃 중이었으면 테스트서버에서 새 계정을 만들었겠네.”

“예.”

“만약 그때 로그인 중이었으면 그 계정으로 테스트서버에 접속했을 거야.”

“아…… 그럼, 지금도 다른 계정으로도 테스트서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

몰랐다. 애초에 다른 계정으로 바꿀 마음도 없어서. 보유 계정 중에 네크로맨서 레벨이 가장 높고 레벨업도 유리했으니.

GM미르가 이 얘기를 왜 하는지는 알았다.

테스트서버 입장권을 사용한 계정은 한 시간 밖에 못 있고, 손잡고‘동반 입장한 쪽’은 시간제한이 없으니까.

즉, 네크로맨서 계정으론 테스트서버 입장권을 쓸 수 없었다. 중점적으로 레벨업해야 하는데 한 시간 하고 말 수는 없기에.

“그건 상관없겠네요. 어차피 이제는 제가 암살자 계정으로 테스트서버에 들어갈 거라…….”

암살자 계정을 한 시간 하고 말기로 했다.

암살자, 네크로맨서, 대마법사.

똑같이 레벨업 했을 시, 더 좋은 직업?

네크로맨서 다음으로는 대마법사다.

아무래도 둘 다 스페셜 클래스인 반면, 암살자는 노멀 클래스다. 중요도에서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

“그럼, 다시 가죠. 화타님도 준비되셨나요?”

“옙!”

“미르님, 다녀오겠습니다.”

강기찬이 손을 내밀자 NPC화타와 경석이 손을 맞잡았다.

이를 확인하고선 강기찬이 테스트서버 입장권을 사용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로그인했습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죽음의 폐허]

[남은 시간] 00시 56분 18초.

[레벨] 2,019

[직업] 암살자

“필드로 가죠.”

현재 계정 간 레벨 격차가 크다.

던전에선 사냥할 수 없다.

입장 레벨 제한 없는 필드가 제격이었다.

강기찬은 추천 사냥터 목록을 경석에게 건네주었다.

“우선은 단단한 초원에서 아이언 코뿔소를 잡도록 해.”

“알았어. 넌 갈 거야?”

“어, 나중에. 그리고 여기서 사냥할 건 아니고 따로 사냥할 거야.”

“우리 여기 가두는 건 아니지?”

경석이 약간 불안한 어조로 물었다.

강기찬이 피씩, 쪼갰다.

“마음 같아선 가둬놓고 레벨업만 시키고 싶은데, 그러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마.”

“걱정하지 말라니까 더 걱정되는 건 기분 탓이겠지?”

“가두긴 뭘 가둬. 로그아웃하면 되잖아.”

“로그아웃도 네 허락 받아야 하니까 그러지.”

“적당히 하고 나와.”

“…….”

“이젠 뭐, 너한테 악감정도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하수인 느낌이랄까…….”

“그거, 내가 기뻐해야 하냐?”

경석의 물음에 잠시 뜸 들이다가 강기찬이 대답했다.

“슬퍼할 건 아닌 것 같네.”

“저기… 지금이 말할 타이밍이 맞나 싶긴 한데,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 널 죽이려 했던 거 미안했다.”

“미안하면 몸으로 갚아.”

“어…….”

“스탯이랑 스킬은 인터넷 보고 알아서 잘 올려줄 거라 믿는다. 나중에 보자.”

[로그아웃합니다.]

[로그아웃할 시, 남은 시간이 정지됩니다.]

[오늘 안에 재접속 시, 남은 시간을 마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00시 55분 03초.

슉!

* * *

[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왔어?”

“예.”

현실로 오자마자 GM미르가 말을 걸어왔다. 술병을 좌우로 흔들며.

“나랑 슬 한즌할래?”

“예? 전 이제 자야 합니다. 오늘 일찍 일어나서 할 게 있거든요.”

“뭐? 그럼 실타는 고야?”

GM미르의 언성이 높아졌다. 왜 저러나 했더니 옆에 술병이 좀 비어 있었다. 혼자서 마시고 있었던 모양. 얼굴도 빨갛고 발음도 부정확했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뭐, 조아… 그러믄 내가 귀한 정보 알르즐꺼!”

“예?”

강기찬이 GM미르를 마주보고 앉았다.

“흐흐흐, 이제 좀 집증할 마음이 들읐나?”

“네.”

“솔찌캐! 그래서 조아!”

“말씀해주시죠. 뭡니까, 그 귀한 정보라는 게?”

“토스트쓰버, 아니 토스트쓰버! 아우 왜 마를 못 하긋지?”

“테스트서버 말이죠?”

“구뢰!”

보기보다 더 만취 상태인 것 같았다.

‘우리가 테스트서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다시 나오기까지는 정말 몇 분 안 걸렸고, 마신 건 맥주뿐이고… 미르님 주량이 아주 약하신가 보네.’

강기찬은 주량을 평가하고선 GM미르의 얘기에 집중했다.

“토스트쓰… 아, 아니더. 지구쓰버 패취노투 미리브기.”

“지구 서버 패치노트 미리보기요?”

“구뢰, 그거 얻는 븝 갈쳐주껭!”

“지구 서버 패치노트 미리보기 하는 법을 가르쳐주신다고요?”

“엉! 토스트서버는 이미 완성형이양. 그래서 따로 패치 공지가 없었던 거야.”

하나의 의문이 풀렸다.

‘어쩐지, 테스트서버에서는 패치노트가 없다 싶었어.’

테스트서버가… 이미 완성형이란다.

‘더 패치 할 게 없어서 패치노트가 없었던 거야?’

의구심이 들었다.

‘세상에 어떤 게임이 더 패치 할 게 없을 수가 있나?’

자신이 이해한 게 맞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맞단다.

참 이상하지만,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

이건 무조건 받아야 했다.

“좋습니다.”

강기찬이 잔을 집어들었다.

“한 잔 주시죠.”

까짓 술, 마시면 그만이다.

콸-콰콰콰콸-

노란 맥주를 보며 생각했다.

‘술이랑 지구 서버 패치노트 미리보기를 바꾸는 건 이득이다…….’

지구 서버 패치노트 미리보기.

이를 통해 남들보다 먼저 패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

각종 이득을 선제적으로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테스트서버 이용법……!’

과거, 모든 게임에서 유저들이 본서버를 하면서도 굳이 테스트서버까지 이용했던 이유가 바로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걸 체험하는 데에 있었었다.

반면, 레전드스토리는 아니었다.

그냥, 업데이트가 되면 당일이 되어서야 공지를 했었다.

미리 알려주고 뭐고 없었다.

그랬기에 많은 유저들이 피해를 보는 중이었다.

반면, 강기찬은 피해를 보지 않는 걸 넘어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테스트서버가 이미 완성형이라 더 패치 할 게 없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지만, 뭐, 레전드스토리에 상식을 바라기엔 내가 해왔던 것들도 똑같으니…….’

복잡한 건 잊기로 했다.

“짠!”

“짠!”

GM미르와 잔을 부딪치고선 원샷을 했다.

“크-으!”

“너… 이제 소원권 생기믄 므할끄야?”

“예?”

“다리도 나았고… 원래는 다리낫게 해들라고 소원권 쓸거였자나.”

“그랬죠.”

그러고 보니, 1만 레벨 달성 시, 받게 되는 소원권에 빌 소원이 공백이다. 아니, 바뀌게 되었다고 봐야지.

“시간도 남았고… 차차 생각해 봐야죠.”

급할 거 없다.

앞일은 모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생을 신세 한탄하며 살 줄 알지 않았나. 당장 내일도 예측 금물, 소원권은 더 미래의 일이다.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을 터.

“너-언, 잘 할 수 있을꼬야…….”

“감사합니다.”

강기찬은 맥주잔에 소주를 따라서 원샷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흐으음. 잠 온다. 냐-흐응.”

강기찬이 냉장고에 소주를 가지러 갔다 오니, 코 고는 GM미르를 볼 수 있었다.

“미르님? 주무시네…….”

강기찬은 망설이다가 GM미르를 들어 올렸다. 침대에서 자게 하려고. 그녀를 침실로 옮기면서 헤벌쭉 웃었다.

‘이제 내가 누군가를 들어 올릴 수도 있구나…….’

술기운 탓일까? 좀 더 감정이 솔직해졌다.

“너무 기분이 좋다…….”

“나두-우우.”

일순, GM미르가 잠에서 깬 건가 했지만, 잠꼬대 같았다.

침실에 막 발을 디디려던 그때였다.

띠리링- 덜컥.

강기찬의 오피스텔 현관문이 열렸다.

“야, 너 왜 전화를 안 받- 아앗?”

김만수 전 매니저가 들어오다가 얼어붙었다.

“누, 누구……?”

강기찬과 그가 안아든 GM미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 여, 여자? 너 사귀는 사람 있었어?!”

놀람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시선이 아래로 가더니 다리를 보았다.

“너 다리는 또 왜그래애액! 어-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형… 일단 진정해 봐.”

강기찬이 침대에 GM미르를 고이 올려두고선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그러고선 김만수에게 다가가니 뒷걸음질을 치는 게 아닌가.

“이, 이거 꾸, 꿈이지? 내가 보고 있는 거 말이야!”

강기찬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꿈 같은 건 맞는데, 꿈 아니야. 현실이지. 꿈 같은 현실.”

“하… 하하. 그러면… 너 진짜로 일어선 거야?”

“그래, 일어서기만 했겠어? 여기까지 왔잖아? 이 두 발로.”

강기찬이 괜히 다리를 높게 들어 올렸다. 보란 듯이.

“아이씨- 씨발. 씨발! 너무 좋다…….”

김만수가 강기찬을 껴안고선 울었다.

대격변으로 모두가 강기찬을 떠났을 때, 마지막까지 그를 버리지 않은 사람, 아니, 곁에 남아서 돌봐준 사람이 바로 김만수였다.

그런 만큼 강기찬도 눈물이 나왔다.

“나도… 너무 좋아.”

드르륵.

침실에서 문이 살짝 열렸다.

그 틈새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GM미르.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 뭐, 뭐야… 게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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