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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65화 (65/151)

65화

강기찬의 옆에는‘경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경석 계정으로 로그인한‘NPC화타’였다.

NPC화타에게 경석 계정으로 로그인시킨 후, 손잡고 테스트서버로 동반 입장한 것이다.

이는 아주 큰 결정이었다. 계정은 남에게 맡기는 게 아니기에.

그런데도 가능한 건, 문제 될 게 없어서다. 1차 비밀번호만 알려서 원한다면 강제 로그아웃을 시킬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NPC화타는 배신할 이유가 없다.

현재 그는 도망자 신세다. 평생 운영진들의 감시를 피해 숨어지내야 했다. 지구에서 적응하며 살기 위해선 강기찬의 도움이 절실했다.

마침, 강기찬도 그가 필요했다.

그래서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강기찬은 NPC화타의 새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NPC화타는 강기찬의 성장을 도와주기로. 바로 이곳 테스트서버에서. 경석이라는 가면을 쓴 채로.

“인사하세요. 제 동료입니다.”

“허허, 반갑소. 당신은 참 아름답구려. 올해 연세가……?”

NPC화타가 NPC네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NPC네크는 손을 잡기보다는 인상을 구겼다.

“나이는 너랑 비슷해 보이는데 말투는 왜 이래? 꼭 수백 년 먹은 할배 같아.”

“오! 그걸 어떻게 알았는가…아아악!”

강기찬이 NPC화타의 발을 밟았다. 그제야 NPC화타가 황급히 손을 거두며 한마디 했다.

“허허, 나이에 비해 늙게 삽디다.”

강기찬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아, 경석아. 여긴 네크 스승님이셔, 인사해야지?”

“이 몸의 이름은 화-타아아앗! 아야, 아니, 경석이라고 하오!”

한편, NPC네크는…

‘늙은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어디 좀 아픈 거 아닌가?’

…본심을 숨기고선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반갑습니다.”

* * *

강기찬이 여기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석아, 나한테 회복 주문 좀 걸어 봐.”

NPC화타의 본래 의술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경석님이 신령의 손길을 사용하셨습니다.]

[생명력이 향상합니다.]

[생명력이 가득 찼습니다.]

‘되네.’

정상적으로 생명력이 회복되었다.

NPC화타의 힘은 그대로였다.

실은 혹시나 했었다. 경석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NPC화타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의술은 못 쓰는가, 하고.

다행히도 그러지 않은 것.

그다음은,

“파이어볼을 써 봐.”

경석 계정 직업인 대마법사의 스킬을 써보는 것이다. 집에선 화재의 위험이 있기에 시도하지 못했었다.

화-르르륵!

NPC화타의 손바닥 위로 화염구가 떠올랐다.

‘됐네.’

이로써 NPC화타의 직업은 둘로 늘어난 셈이다.

‘정말 큰 도움이 되겠네.’

NPC화타의 힘만으로도 든든했다.

거기에 대마법사 힘까지 동시에 운용할 수 있게 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파이어볼 봐라, 대마법사가 사기는 사기야. 괜히 스페셜 클래스가 아니라니까.’

강기찬은 파이어볼 크기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마법사들은 파이어볼 크기가‘야구공’만 하다.

반면, 대마법사의 파이어볼 크기는‘수박’만 했다.

이 크기는 레벨이 올라가도 변함없다.

즉, 마법사는 무슨 수를 써도 대마법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동일 스킬 대비.

“오…….”

NPC화타는 입이 귀에 걸렸다. 평생 이만한 화염구를 다뤄본 적 없을 테니…

‘저러다가 오줌이라도 누는 거 아니야?’

…강기찬이 걱정해줄 정도였다.

NPC화타가 파이어볼을 난사하는 사이,

강기찬은 NPC네크에게 말했다.

“저… 네크님. 전 어디 좀 갔다 오겠습니다.”

* * *

강기찬은 NPC화타를 데리고 50레벨대 사냥터로 이동했다.

이전의 자리에서 그 레벨대에 맞는 걸 일일이 소환해줄 수도 있지만,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NPC화타를 육성하는 데까지 시간을 쓰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다. 시간제한이 없다면 모를까, 고작 한 시간뿐이지 않나. 본인에게만 집중해도 부족하다.

“여긴, 어딥니까?”

NPC화타가 동굴 입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서 사냥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강기찬이 쪽지를 건네주었다.

거긴 레벨별 추천 사냥터 목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려진 지도도.

“다음 사냥터는 여기…….”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걸까?

NPC화타가 강기찬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혹… 어디 가십니까? 꼭 떠날 사람처럼…….”

“저는 여기 오래 못 있어서…….”

“저는……?”

“화타님은 머물러주셨으면 합니다.”

“아.”

척.

강기찬이 NPC화타의 두 손을 맞잡았다.

“화타님이 얼마나 열심히 사냥해서 레벨업을 하느냐에 따라서 제 인생이 달라집니다. 그건 곧 화타님의 인생과도 직결되지요.”

“예…….”

NPC화타의 눈에 불이 타올랐다.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이 한 몸 불태워 레벨을 올리겠나이다!”

“든든합니다.”

NPC화타에겐 차마 못 할 소리지만, 그가 대신해서 사냥해줄 걸 생각하니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사냥 돌리는 기분일 거 같았다.

‘확실히 이러면 효율적이지.’

평생을 힐러로서 살아왔던 NPC화타였다. 그런 까닭에 사냥 효율은 얼마 나지 않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랑 비교하면 그런 거지, 그래도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으신 분인데, 다른 분야라도 금방 감을 익히시지 않을까? 원거리 계열이란 공통점도 있잖아.’

약간 못 미더운 면도 있지만,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다음 장점이 후딱 떠올랐다.

‘무엇보다 좋아지는 건, 역시 시간이지.’

강기찬이 경석의 대마법사 계정에 투자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될 테니. 그 시간을 다른 데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성장을 하다가 어느 정도 되면, 나하고 파티사냥도 되겠네.’

강기찬이 필요할 때만‘경석의 대마법사 계정’을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NPC화타에게 맡기기로 했다. 고로, 훗날엔 파티사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재미있겠다…….’

미래가 기대되었다. 마치 내 아이가 걸음마 떼는 걸 보면서 크고 나면 같이 등산도 다니겠지, 하는 상상을 한 달까.

‘고맙습니다.’

물론, 강기찬은 NPC화타가 고생한 만큼 보상을 줄 작정이었다.

‘이제 나가자.’

강기찬은 접속 가능 시간인, 한 시간을‘지금’다 쓸 의향이 없었다. 그간 느낀 바, 자정이 되자마자 다 쓰고 나가면 손해였다.

테스트서버 접속은 도주기, 혹은 회피용으로도 쓰이지 않았나. 목숨 하나 더 있는 거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아끼고 아끼다가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될 때쯤에 다 쓰는 게 낫다고 보았다.

‘지금까진 걷고 싶어서라도 자정이 되자마자 들어왔는데 이젠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졌지.’

여러모로 뒤로 미룰수록 이득일 터.

그래서 나가려고 했다.

[로그아웃합니다.]

[로그아웃할 시, 남은 시간이 정지됩니다.]

[오늘 안에 재접속 시, 남은 시간을 마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00시 56분 18초.

로그아웃한 강기찬이 잠깐 경직되었다.

“어?”

짧은 탄성.

거기엔 복잡미묘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화… 화타님?”

NPC화타가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게 아닌가?!

누가 보면 같이 로그아웃한 거로 오해하겠다.

실제로 그랬다.

GM미르와 경석이 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이렇게 일찍 갔다 왔어?”

“어… 그렇게 됐습니다… 저기, 화타님?”

해명을 요구하는 호명이었다.

이에, NPC화타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었다.

“그게…, 죽었습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 * *

“그러니까, 죽어서 튕겼다고요?”

“예, 입구부터 그렇게 몬스터가 많이 둘러싸고 있을 줄은…….”

NPC화타가 딱히 말을 더하진 않았지만,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전사도 아닌 힐러 출신의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란 협소하니까.

“몬스터 상대해본 적 있습니까?”

“아뇨…….”

강기찬도 NPC화타가 능숙하게 사냥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헤어지자마자 죽을 정도로 미숙할 줄도 몰랐다.

“잠깐!”

경석이 급히 다가왔다.

“내가 도울게.”

“뭐?”

“화타님은 몬스터 상대해본 적 없다 시잖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허수아비 잡았다고 경력 포함이냐? 근데 무슨 수로? 지금의 넌 몬스터한테 한방감이야.”

“나, 다 들었어, 너 테스트서버라는 곳으로 갈 수 있다며? 거기서 강해졌고? 방금 거기 갔다 왔고…….”

강기찬이 GM미르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설명했다.

“괜찮아, 쟤… 노예계약서 썼어. 다른 사람한테는 말 못 해. 말하는 순간, 고통스럽게 죽게 되어있거든. 그리고 나하고 네 명령을 절대 어길 수 없어. 그 대가는 좀 전에 말한 거고…….”

그녀가 그렇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경석이 말을 이었다.

“나도 거기 데려다줘.”

“네 몸으로 뭘 어떻게 하게?”

“계정 더 없어?”

“있긴 하지.”

“그럼 그걸 화타님에게 드려… 그리고 내 계정을 빌려줘.”

“그건 나중에 할 얘기고, 대체 원하는 게 뭔데?”

아무 목적 없이 할 제안은 아니었다.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을 터.

“노예해방.”

“……?”

“사실 네가 테스트서버로 가고 나서 미르님께서 먼저 제안하셨어. 널 도와주라고, 1만레벨을 찍게 하라고. 그러면 날 자유롭게 해주시겠대.”

강기찬이 다시 GM미르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그게 좋지 않겠어?”

“… 그렇긴 하지만…….”

“싫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됐네. 다음 여행 일정까지는… 네가 써.”

“그래도 됩니까?”

“어, 대신 반납 확실하게 하고. 틈틈이 내 수발은 들어야 하니까.”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확실히 경석이 도와주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 것이다.

NPC화타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단, 누군가가 곁에서 가르쳐주는 게 최선이니까. 정 안 되면 강기찬 본인이 시간을 쓰려 했는데…….

‘경석이 도와준다면 좋지. 좀 찝찝한 게 있지만, 그거야 노예계약서를 썼다고 하니 안전한 거로 보면 될 테고…….’

사실상 경석도 대리 사냥을 해주는 거라 보면 되었다.

‘계정 하나 굴릴 생각에도 기뻤는데 계정 둘을 동시에 굴리다니…….’

그 생각에 강기찬은 입이 찢어질 듯 기뻤다.

하지만,

“잠깐, 그러면 화타님에게 무슨 계정을 맡겨야 하지?”

선택지는 셋이다.

암살자, 네크로맨서, 대마법사.

GM미르도 거들었다.

“암만 생각해도 암살자는 안 어울린단 말이지.”

“예-에?”

잠자코 듣고만 있던 NPC화타가 경기를 일으켰다.

“뭐, 뭔살자를 말하는 겝니까?”

“귀가 먹었나? 암.살.자!”

GM미르가 NPC화타의 귀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NPC화타가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죄 죄송합니다-아아악!”

잠시 후, NPC화타가 의견을 제시했다.

“저는 암살자는 싫습니다.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습니다… 죽이고 싶지도 않고…….”

이에, 경석이 정색했다.

“좀 전에는 침도 칼과 같다며,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한다고 했던 사람 맞나요?”

“쪼잔하긴! 결국, 안 죽이지 않았나!”

“못 죽인 거구먼.”

“뭐-어?!”

NPC화타가 경석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강기찬이 생각에 잠겼다.

사실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졌다.

암살자는 싫고.

대마법사는 못 하고…….

“네크로맨서?!”

죽은 사람도 살리는 자가 시체도 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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