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60화 (60/151)

60화

* * *

현 랭킹 1위, 청룡길드의 길드마스터, 청용.

그는 업무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누군가가 헐레벌떡 들어오기 전까지는.

“저… 저… 큰일 났습니다.”

청용이 농담조로 툭 던졌다.

“왜 썬더버드라도 나타났어?”

“아, 아뇨!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비서실장이 오이패드로 SNS를 하나씩 보여주었다. 거기엔 각종 사진, 동영상, 그리고 글이 있었다.

“…….”

청용은 한동안 글을 읽다가 오이패드를 툭 내려놓았다. 이에 맞춰 비서실장이 말을 건넸다.

“집단의 공통점은 백수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특정 전직 장소에만 나타났답니다.”

“어딘데?”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전직 교관이 위치한 전직 장소랍니다.”

“이것들… 의도가 상당히 노골적이네?”

“예, 실제로 상태창을 검사해서 노멀 클래스면 통과시키고, 히든 & 스페셜 클래스면 따로 끌고 갔다더라고요.”

“끌고 간 그다음은?”

“아마도…….”

“죽였다…….”

“그런 거 같습니다. 연락 두절인 걸 보니.”

“보니까, 이 짓이 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 중인데?”

“네, 선동글이 있긴 했지만, 다분히 계산된 행동 같았습니다.”

“배후가 누구야? 배후 없이 이런 짓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리가 없는데?”

“아직 조사팀이 추적 중입니다.”

“뭐, 대충 알 것 같긴 해.”

“아! 그리고 이것 좀 보십시오.”

“뭔데?”

비서실장이 동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화면이 제법 흔들리는 걸 보니 일반인이 찍은 듯했다.

웬 복면인이 나타났다가 누군가의 머리에 단검을 찍더니 사라지는 것이었다.

“어? 이거?”

“예, 복면이나 검은 의복도 그렇고 홍채 인식 결과, 경석입니다.”

“이 녀석이 여긴 왜?”

“… 초보자이지않습니까? 전직하러 간 거겠죠.”

“아… 그랬지? 얘 초보자였지? 깜빡했었네…….”

청용이 찝찝해하며 웅얼거렸다.

“썬더버드를 잡은 초보자라… 여전히 못 믿겠다.”

“근데, 감시역에 따르면 전직 장소에 들어갔답니다. 그걸로 초보자인 건 팩트인 거로…….”

“무슨 직업 골랐는지는 모르지?”

“네, 뭐 노멀 클래스 아니겠습니까?”

“글쎄, 난 스페셜 클래스 골랐을 거 같은데.”

“물론, 경석이 이레귤러인 건 맞습니다만, 그자가 들어갔던 전직 장소엔 스페셜 클래스는 대마법사뿐이었습니다.”

비서실장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챈 청용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알아… 대마법사 전직 시련은 악명 높은 거, ‘강함’과는 별개로 더럽게 어렵다는 것도.”

“예, 차라리 다른 전직 장소에 갔더라면 스페셜 클래스가 되었다고 해도 믿을 텐데, 하필이면 선택지가 대마법사뿐이라서… 대마법사가 되었다고 보긴 몹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말이지, 걔는 그걸 몰랐을까? 아니지, 인생이 걸린 일인데 모르고 그곳을 골랐을 리가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거기에 갔을까? 겨우 노멀 클래스 따려고 갔다는 걸 믿으라고?”

“대마법사로 전직했다는 걸 믿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 시련에 들어갔다며?”

“예, 그렇긴 합니다만, 거기 들어간 게 대마법사로 전직했다는 증거라고 보기에도…….”

“안 되겠다.”

청용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옷걸이에서 옷을 갈아입는 게 아닌가. 비서실장이 불안감에 물었다.

“예? 어쩌시려고…….”

“가야겠어.”

“어디를 말입니까……?”

“경석 만나러. 언제 한번 볼까, 벼르고 있었잖아. 근데 만나려 할 때마다 종적 감춰서 짜증 났었는데… 지금 만나면 딱이겠어.”

“지금… 경석이 어디 있는지 모르십니까?”

“알지.”

“… 앞도 안 보이실 텐데. 나올 때 되면 그때 만나시는 게 어떠…….”

“그 새끼, 또 튈 거야.”

“예?”

“내가 기다린다고 얼마나… 아오 됐다, 말을 말지. 하여간 지금 만날 거야.”

“괜찮겠습니까?”

“어.”

“차, 대기시킬까요?”

“아니, 됐어. 급해. 가서 쓰레기들도 청소해야지. 어디서 감히 길드가 인재 영입하는 걸 방해해?”

청용의 사적인 일도 일이지만, 길드 대표로서도 이 만행을 묵과할 수 없었다.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는 혼자서‘나라를 무너뜨린다는’ 국가급 전력이 될 인재다.

그런 까닭에, 청룡길드 역시 이번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몇 년 만에 온 기회인데 시정잡배들에 의해 초장부터 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럼? 어떻게 거길, 가실 겁니까?”

“청룡열차 타고 갈 거야.”

“저기 대표님, 청룡이 그렇게 부르는 거 싫어하던데.”

“내 마음이야.”

* * *

[시련의 공간 – 어둠]

강기찬은 신규 유저들과 SNS를 통해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 밖에 포진한 양아치들이 히든 & 스페셜 클래스가 된 신규 유저만 골라서 해코지를 한다는 사실을.

몹쓸 짓이긴 했지만, 피할 수는 있었다. 나가지 않고 귀환 써서 집에 가면 그만이었다.

하나, 직감이 경고했다. 집에 가면 당장이야 편하겠지만, 후환이 될 거라고. 저것들이 감정적으로 행패 부리는 게 아닌 것 같았기에.

실은 그보다는 다른 이유로 이곳에 남기를 택했다.

현재 쓸만한 암살자 전용 무기 & 장비가 없다.

기존에 쓰던 건 요즘에는 쓰레기 취급받고, 앞으로 레벨도 쭉쭉 올라갈 텐데, 그럴 때마다 구해서 입기도 귀찮고.

마침 저들 중에 암살자가 제법 되었다.

그리고 … 끌리는 무기나 장비가 더러 있었다.

어차피 범죄자들이라 무기 & 장비 좀 뺏는다고 양심의 가책이 생길 것 같지 않아서 나선 것이었다.

강기찬은 시체들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 그런데 이렇게 시시하게 끝날 줄이야.’

나름대로 액션을 기대했건만, 아수라 도깨비의 발 구름 두어 번에 양아치들이 전멸하고야 말았다.

‘하긴, 아파트 5층 덩치의 6,000레벨 몬스터 250마리가 일제히 발 구름을 해대는데 안 죽으면 이상한 건가.’

시체의 모자를 벗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렴 어때. 집중하자. 빨리 벗겨야 해.’

본래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아수라 도깨비가 한 명 죽이고 장비를 벗기기, 이렇게 반복수행하려 했다. 던전에서 유저를 죽였을 때, 시체로 남는 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라서. 꼼꼼하게 시체 털려면 하나씩 죽이는 게 효율적이었다.

하나,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렸다.

아수라 도깨비의 발 구름 두어 번에 양아치들이 전멸한 것.

사실 발 구름도 공격용이 아니라 이동했을 뿐이었다. 공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단지 충격의 여파로 알아서 전멸해준 셈.

그런 까닭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나쁠 건 없었다.

‘꼭 필요한 것만 챙기지 뭐…….’

여기 있는 전부 다 벌거벗기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을 뿐, 필요한 것만 챙기기에는 빠듯하진 않을 테니까.

“썬, 너는 안 도와줘도 돼.”

썬도 강기찬을 돕고 싶었던 걸까? 강기찬을 따라서 시체의 옷을 벗기려 했다. 시스템상 벗길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손도 없는데 갑옷을 벗길 수 있을 리가……. 물어서 당기는 게 한계였다.

“썬 그러다가 옥수수 나가, 그만해. 네 마음은 알았으니까.”

- 써어어언!

얼마 후.

[실테른의 갑옷(+0) / 민첩 + 15]

[실테른의 부츠(+0) / 이동속도 + 55]

[버라오 단검(+0) / 물리 공격력 + 22]

[버라오 두건(+0) / 물리 방어력 + 15]

‘됐다.’

양아치들에게서 턴 것들 목록이었다.

형편없었다. 무기 & 장비 등급도 노멀인데다가 노강화이기까지 해서.

하나, 공짜로 얻은 데다 지금 가진 것보단 좋다는 데에서 안주하기로 했다.

‘당장 암살자로서 뭘 할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저 무기 & 장비들이 저들에게 있어선 현재 가장 소중한 재산이었을 테니까. 그걸 강탈한 데에서 오는 희열도 한몫했다.

이내, 양아치들의 시체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각자의 정해진 부활 대기 시간을 보낸 뒤, 부활하게 될 터. 그 뒤에 펼쳐질 그들의 반응이 무척 기대되었다.

‘부활하면 깜짝 놀라겠네.’

사망 후, ‘유체이탈 - 사망자의 시점’이 된다고 해도 이 어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없다. 즉, 부활하고 나서야 자기네들이 알몸인 걸 알게 될 터.

무기 & 장비를 뺏겨 열 받는 건 둘째치고, 도대체 어떻게 무기 & 장비를 벗겼는지, 평생 궁금해하면서 답답하게 살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강기찬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맞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넘어서 후련해지기로 했다.

맵핵을 켜, 양아치들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선 익명으로 쪽지를 작성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신규 유저 건드리면, 또 알몸 부활을 겪게 될 거다. 그땐 사진도 찍을 예정^^]

‘잘 썼네.’

이런다고 악행을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한 명이라도 마음을 바꾸게 한다면 성공한 것이리라.

뿌듯해하며 맵핵을 마저 보았다.

밖에도 양아치들이 몇몇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

기억해둔 양아치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설마, 자진해서 물러난 건 아닐 테고.’

몇 대 맞아도 반항하는 놈은 끝까지 하는 법이다. 이곳에서 쓴맛을 보지도 않았는데 물러났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원인이 있지 싶은데…….

‘청용?’

맵핵에 뜬 이름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얘는 또 여긴 왜 온 거야?’

천공의 눈으로 보아하니, 양아치들을 쓸어버리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마냥 사회정의를 실현하러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를 보러 온 건가?’

썬더버드 사건부터 최근까지 A길드를 통해 경석과 만나고 싶다고 문의가 자주 온다고 했다.

‘높은 확률로 나를 보러 온 거겠네.’

만나서 딱히 할 말이 없어서 피하는데 스토커마냥 끝도 없이 연락이 왔다. 그러다가 기어코 직접 찾아오기까지.

‘가야겠다.’

그렇다고 만나줄 의향은 없었다.

즉각 귀환을 눌렀다.

그의 몸에 빛무리가 떨어졌다.

이러고 10초 후에 집으로 공간이동 할 터.

띠링!

[‘시련의 공간 – 어둠’에선 귀환할 수 없습니다.]

‘망할.’

귀환에 실패했다.

‘특수공간이라서 귀환이 안 되는 건가.’

귀환이 안 된다면 어지간한 다른 수단도 안 될 확률이 높다. 썬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썬, 우리 집까지 좀 가주라.”

- 썬!

썬이 집에 도착하면‘위치 바꾸기’를 쓰려 했다.

썬이 쭉 날아가 출구를 통과했다. 직후,

- 써!

비명이 울렸다.

“!”

쿵, 쿵쿵!

이내 출구를 두들기는 소리.

“이 새, 경석씨, 펫이죠? 아직 안에 있는 거 같은데, 저 좀 봅시다. 이제 그만 도망가고…….”

청용이 썬을 잡은듯싶었다.

‘하… 썬을 어떻게 잡았지?’

썬은 번개의 속도로 이동하는 녀석이다. 금세,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청룡…….’

4대 성수 중 하나인 청룡이라면 썬더버드 새끼 정도는 우습게 제압할 수 있을 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청룡…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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