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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59화 (59/151)

59화

* * *

전직 장소 밖.

“자, 자자. 줄을 서십시오!”

“한 명씩 저희에게 와서 상태창을 보여주면 됩니다.”

“예?”

신규 유저들은 당황했다.

상태창은 과거의 개인정보, 아니 그 이상이다.

레벨, 스탯 스킬, 그리고 재산 현황이 담겨 있기에. 물론, 신규 유저인만큼 딱히 숨길 게 있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초면인 상대에게 공개하라?

가당키나 할까?

당연히,

“싫은데요?”

신규 유저가 완강히 거절했다.

이에, 신규 유저가 정색했다.

“너 히든 & 스페셜 클래스지?”

“예? 아니,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말 더듬는 거 보니까, 의심스러운데?”

“비켜요! 저 갈 거니까.”

“가긴 어딜 가!”

퍽.

기존 유저가 신규 유저의 머리채를 잡더니 반대 손으로 복부를 쳤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고 정확한 일격이었다.

그러자마자 신규 유저가 토하며 주저앉았다. 피를 토하지 않은 것은 힘 조절을 적당히 한 결과였다.

“이 친구, 데려가서 마저 확인해봐.”

“예, 형님.”

“자 다음!”

주변에 대기 중이던 자들이 엎어진 신규 유저를 끌고 어딘가로 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기자 하나가 달려왔다. 그러더니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이, 이거 뭐 하시는 겁니까? 납치 아닙니까?”

“어이, 보아하니 일반인 같은데, 좋은 말 할 때 가쇼. 피 보고 싶지 않으면…….”

누구나 치를 떨 협박에도 기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여기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뭐?”

“이런 짓을 하고도… 책임질 자신 있습니까?”

“하… 기껏해야 폭행죄로 처벌받겠지.”

기존 유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유저는 처벌이 가볍다. 그리고 더 가벼워질 수 있다.

이 바닥은 좁다. 고레벨과 척질 배짱 있는 신규 유저가 몇이나 될까. 피해자와‘원만한’ 합의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꽤 많은 유저들이 우리 행동을 지지하고 있단 말이지.’

이들은 심심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 모종의 세력으로부터 후원을 받아서‘일’을 하는 거다.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들을 색출해 처단하라고.

평화를 위해 신규 유저의 유입을 환영하는 이들이 있다면, 유저라는 상품의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는 자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유저가 귀한 대접을 받는 건 희소성도 한몫했기 때문에.

특히, ‘기존’의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들이 그러했다. ‘신규’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가 생기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유저가 되었음에도, 동네 삼류 양아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자들을 섭외해 일을 벌이는 것이었다.

양측은 암묵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았으나 함구했다.

양아치들은 두둑한 하루 일당을 위해서.

그리고‘기존’의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들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깔끔하게 싹수를 자를 수 있어서.

이런 상황을 모르는 기자로선 더 따질 수 없었다. 근처의 길드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길드 소속이지만, 사무직이라 일반인들이었기에.

“이게 무슨 일이람…….”

“어떡하지?”

“본사에 연락을 넣긴 했어…….”

길드 직원들은 신규 유저를 자기네 길드로 영입하기 위해 온 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를 영입하려 했는데 일이 꼬이게 되었다.

‘이대로 두었다간 히든 & 스페셜 클래스 유저를 한 명도 못 건지게 생겼네… 큰일이다…….’

“길드원은 언제 온대?”

“그게, 시간이 좀 걸릴 거래.”

“협회는? 협회라도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 공휴일이잖아.”

“씨블. 비상근무팀은?”

“이 일이 여기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때였다.

- 써-어어언-

어디선가 새 울음소리가 나더니-

슉.

눈 깜빡할 사이에 신규 유저를 끌고 가던 자들의 머리 위에 정지했다.

직후-

지지직!

그들만 감전을 시키고선 사람으로 바뀌었다. 바로 강기찬이었다. 복면을 써 정체를 숨긴 상태.

푹!

신속하게 단검으로 납치범의 머리통을 찔렀다. 레벨 격차로 인해 데미지가 안 들어갔지만,

“저 새끼 뭐야!”

‘도발’로는 충분했다. 도발하려고 온 거고.

양아치들뿐만 아니라 일대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쪽, 이름이?”

강기찬은 끌려가던 신규유저에게 말을 걸었다.

“김은석…….”

“내가 초대하면 응해요.”

“……네?”

강기찬은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 썬과 위치를 바꾼 것.

썬은 일찍이‘시련의 공간 – 어둠’ 지하 연구실로 돌아온 뒤였기에 강기찬도 그리로 이동했다. 이내, 신규유저를 소환했다.

“어? 여긴……?”

신규유저가 어리둥절해 했다.

강기찬이 친절히 설명했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세요. 여긴 안전하니까. 밖에 청소하고 나면 돌아오겠습니다.”

“네…….”

신규유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의 정체야 어찌 되었든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준 이 아니겠는가, 말을 들어서 나쁠 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쉬고 있어요.”

“예. 알았어요.”

지하 연구실은 밝았기에 알아서 머뭇거리다가 소파에 앉았다.

강기찬은 그 즉시 썬과 위치를 바꾸어 지상, ‘시련의 공간 – 어둠’으로 올라왔다.

그러자 바깥에서 고함이 울렸다.

“그 새, 어디 있어!”

그새, 전직 장소는 없어졌다.

반면, ‘시련의 공간 – 어둠’은 남아 있었다. 아마 유저가 안에 있어서 소멸하지 않은 듯싶었다.

양아치들이 외쳤다.

“당장 나와!”

“새 대가리야!”

강기찬만큼이나 썬에게 울분이 찬 모양.

강기찬이 그들에게 손짓했다.

“여기다! 이 머저리들아.”

“뭐, 머저리? 오냐! 너도 잘 만났다. 그 새대가리 주인이지?”

“저 새끼가 내 머리 쳤어!”

놈들이 강기찬을 보더니 움찔했다.

‘시련의 공간 – 어둠’ 출입구는 마치 블랙홀과 같았다. 선뜻 들어가기가 불안했다.

하지만,

“뭣들 해! 가자!”

혼자라면 모를까, 여럿이라서 겁이 없었다. 또한, 여기서 내빼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저것도 들어가는데 우리가 무서워해서 쓰나?’

용감해질 수 있는 원동력은 강기찬이었다. 좀 전에 한 명의 머리에 단검을 쑤셨음에도 관통조차 못 하지 않았나. 레벨이 엄청 낮다는 방증이었다. 그런 자도 들어가는데 이들이 겁먹을 게 뭐람.

“쫓아!”

서른 명이나 되는 장정들이 일제히‘시련의 공간 – 어둠’ 입구로 질주했다.

“어?! 뭐야!”

‘시련의 공간 – 어둠’ 안에 발을 딛자마자 웅성댔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뭐해! 불 켜!”

착! 차-아!

라이터, 랜턴, 불을 켜는 각종 마법 도구.

각자가 가진 것들을 총동원해 불을 켰다.

그러나 결과는 예정되어 있었다.

“왜 꺼지지?”

불이 켜지는 건 순간이었고, 바로 꺼졌다.

이후 계속해서 시도했으나 무용지물. 켜려고 시도하는 시간보다 불이 켜져 있는 시간이 짧았다. 켠다고 주위를 식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아주 비효율적인 행위임을 알고선 얼마 안 가 중단했다.

어둠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누군가 침착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앞이 안 보이면 그 새끼도 안 보일 거다.”

“그렇겠지.”

“천천히 가자고. 자, 좌에서 우로, 끝에서 끝으로 가서 포위망을 서서히 좁히는 쪽으로 간다. 넌 이쪽, 넌 저쪽…….”

“놀고들 있네.”

“……!”

어둠 속에서 들린 차가운 음성.

누가 봐도 아군한테서 난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너 이 새끼!”

“잡히기만 해봐라!”

“쥐새끼처럼 도망이나 치고!”

강기찬이 말했다.

“그럼, 서로 도망치기 없기다?”

강기찬이 출구를 닫고선 열쇠로 잠가버렸다.

“자, 잡아!”

“근처에 있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거야,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았지만, 출구 쪽에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랬기에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방향을 특정할 수 있기에.

다들 간격을 널찍이 벌린 채 출구 쪽으로 향했다. 좀 전에 언급한 대로 좌에서 우로, 끝에서 끝으로 가서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 나갔다.

‘아직 출구 근처에 있다! 우리를 지나치진 않았다.’

걷거나 뛰지 않은 건 100%였다. 애송이 주제에 그만큼 기척을 숨길 리는 없을 테니.

‘문제는 날았을 경우인데…….’

초보자가 비행이란 고급 스킬을 익혔다는 게 못 믿겼지만, 갑자기 허공에 나타나서 동료의 머리에 검을 찍은 걸 보면 비행을 할 줄 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괜찮아, 진작 조처를 해두었지.’

그에겐 사냥감을 포획하는 스킬이 있었다.

‘사냥꾼의 그물!’

무형의 그물을 던져 전방의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스킬! 출구 쪽에서 소리가 들리자마자 ‘사냥꾼의 그물’을 던져놓았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걸렸다!”

놈을 잡았음을.

“오, 이거 뭐야?”

강기찬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꽤 기민한 대처였는지 채 빠져나가기 전에 이동이 막혀버렸다. 거미줄처럼 끈끈한 게 몸을 뒤덮고 있었던 것.

썬과 위치를 바꾸는 선택지는 보류였다. 현재 썬은 밖에 남은 잔당들을 괴롭히고 있어서.

“끝내자.”

‘내가 빨리 여기 일을 처리하고 썬을 도와주러 가야 해서 말이지.’

하나, 강기찬의 의중을 알 리 없는 이들은,

“그래, 끝내야지.”

기왕 패배한 거, 얼른 자신을 끝내 달라고 강기찬이 말하는 줄 알았다.

강기찬이 외쳤다.

“처치해라, 얘들아.”

“얘들? 개소리하지마!”

그물에 걸린 강기찬의 외형이 반짝이 풀을 붙인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랬기에 다들 강기찬을 향해 달릴 수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쿠---------------------웅!

거대한 진동이 퍼진 것은.

그리고 놈들이‘인간 탱탱볼’이 되어 허공으로 튀어 오른 것도.

강기찬은 약간 떠 있는 상태라 튀어 오르지도, 그렇다고 넘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땅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볼뿐.

철퍼덕!

“으, 으으!”

이곳은 던전이라 통증이 전해지진 않았다.

하나, 예고 없는 울림에 경황이 없었다.

심지어 앞도 안 보이기에 불안감은 커졌다.

불현듯 강기찬이 한 말만 떠올랐다.

- 끝내자.

그것이 어서 자신을 끝내라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를 끝내겠다는 소리였나?’

생명력을 보고선 허황한 소리가 아님을 느꼈다.

‘겨, 겨우 살아남았다.’

생명력이 4% 남짓 남았다. 무엇인지 모를 진동에 튀어 올랐다가 추락한 데미지만으로 생명력이 96%가 깎인 것이다……!

‘빠, 빠빠빠빨리!’

한 번은 운이 좋았을지라도 두 번은 아닐 터. 빠르게 생명력 물약을 꺼내면서 요리조리 눈을 굴렸다. 그래봤자 아무것도 안 보이니 환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물약을 미처 한 모금도 하기 전에…….

쿠------ ---------- ------ ---- -웅!

또다시 진동이 났다.

이젠 확실히 들었다.

‘이건 발 굴림소리?’

누군가 발을 굴릴 때 나는 박자다.

물론, 그 누군가는 평범하지 않다.

이만한 굉음을 낼 수 있는 존재라면……?

‘거, 거인?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진동이 클 수가 있…….’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죽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혼자만 죽은 게 아니라 전멸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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