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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57화 (57/151)

57화

NPC하인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 억, 이,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희한했다.

새가 자신의 배를 뚫고 나왔는데도 아프지 않았다.

외상도 없었다.

“아!”

한발 늦게 눈치챘다.

이 현상의 원인을……!

알몸 명상할 때, 이 새가 천장을 통과해 내려오지 않았나?

사물을 통과하는 능력을 지녔을 것이다.

마치 그 의문을 풀어주기로 하듯…….

썬이‘재연’해주었다.

NPC하인스의 배속으로 들어가 엉덩이로 쑥 내려와 바닥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다리 사이로 올라와 배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침입 경로가 이렇다는 듯.

‘바닥을 통해 나한테 접근을 했고, 내 다리 사이를 통과해 몸속에 침투했었다?! 그걸 내가 몰랐다니……?’

어째서 썬의 접근을 몰랐는지 알았다.

바닥 아래로 이동했으니 몰랐지.

강기찬이 그래픽 환경을 공유해 낯선 시야였던 것도 있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운이라는 게 있는 법이거늘……!’

시각 교란으로 자신의 감지력마저 속일 수는 없었다.

‘내가 왜 몰랐는가?!’

썬이 접근할 때도, 몸에 들어간 뒤에도 기운을 감지 못했다.

하나, 이 의문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비록 변수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피해는 안 보았으니.

“어쩐지… 이러려고 나한테 그래픽을 공유했던 거였구먼…….’

“아뇨.”

“…뭐?”

“어차피 썬이 바닥 밑에서 접근해서 안 보이는데, 애초에 그래픽은 공유할 이유가 없죠.”

“그, 그러면……?”

“제가 차단해야 하는 건, 시각이 아니라 촉각이지요. 썬의 접근을 전혀 못 느끼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

NPC하인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신이 의아해하던 걸, 강기찬이 콕 짚지 않았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게 제가 노린 겁니다.”

“무슨 소리지? 그래픽을 바꾼 거랑 내가 썬의 접근을 감지 못한 거랑 어떤 관련이 있…….”

“제가 공유한 건 그래픽만이 아니죠.”

“…뭐라?”

“제가 공유한 건‘환경설정’입니다.”

그랬다.

강기찬이 공유한 건‘환경설정’이었다.

그 안에 그래픽, 사운드, 등등이 있고.

그래픽에 초점을 맞추게 유도한 거다.

진짜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던 것.

“여기서 바꾼 건, 그래픽뿐만이 아닙니다.”

진짜 목적은‘감각’이었다.

‘시각’만큼‘감각’도 제일 낮게 떨어뜨렸다.

그렇기에 NPC하인스가 썬의 접근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시련의 공간 – 어둠에서 앞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드린 건 미끼였지요. 감각 수치를 낮추기 위한…….”

NPC하인스는 의문을 해소했다.

“그래서 이 새가 날 관통했음에도 아프지 않은 거로구먼…….”

감각에는 통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통을 느끼지 않은 까닭이 감각을 떨어뜨려서일 줄이야.

‘하…….’

강기찬은 무서운 놈이었다.

무턱대고 환경설정을 공유하자고 했다면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거로 화제를 돌려놓고선 교묘히 함정을 숨겨놓다니.

그러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강기찬이 수작을 부렸지만, 불리해진 건 아니었다.

“보다시피 난 아무렇지 않은데?”

NPC하인스는 여전히 신기하다는 듯 썬을 내려다보았다.

“이걸로 날 어떻게 죽이겠다는 거지? 이 녀석이 전기를 내뿜어도 난 끄떡없다. 내 몸속에 있다 한들 말이야…….”

보호 조치가 발동 중이지 않나.

“맞습니다. 못 죽이지요. 썬은.”

강기찬이 미소지었다.

“그러면 저는?”

슉!

일순, 강기찬이 사라졌다.

NPC하인스의 동공이 커졌다.

“저는 어떨까요?”

강기찬의 목소리가 턱밑에서 나는 게 아닌가?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허억!”

강기찬의 얼굴을 마주했다.

썬이 있던 자리에 강기찬이 있던 것.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영 어색합니다.”

NPC하인스의 배를 관통한 채 있는 강기찬이 말했다.

“미친 새끼.”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강기찬이 꼭 화살처럼 제 몸에 꽂혀있지 않나.

이런데도 아프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구나……!’

NPC하인스는 이대로 강기찬이 바라는 대로 흐름을 넘기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즉시, 공간이동을 했다.

지하 연구실로 내려온 것이다.

그러나…….

“어디 갈 땐, 간다고 말씀해주시지요.”

강기찬도 딸려 왔다.

몸이 고정된 거지 싶었다.

‘어떡하지……?’

공간이동으로 강기찬을 떼어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난감하구먼.’

이런 상황도 처음이라 어찌 대처해야 할지 막막했다.

한편 강기찬은 담담했다. 누군가의 몸에 박히는 건 처음이 아니라서. 정확히는‘겹쳐지는 거’지만.

레전드스토리에는 유저끼리 몸이 겹쳐지거나 끼이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다수의 인원이 좁은 공간으로 동시에 공간이동하면 생기는 사고였다.

특히‘포탈’이‘겹침’사고 구간 0순위였다.

이에 따라 포탈 범위가 넓혀지게 패치가 되었다.

하나, 아직도 몇몇 공간에선 종종‘겹침’ 사고가 일어났다. 그 말인즉슨, 개발사도 ‘겹침’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 못 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강기찬이 이를 이용했다. 겹쳐지면 ‘겹침 해제’ 버튼을 누르지 않는 한, 몸이 분리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건 유저만 가능했다.

척.

강기찬은 인벤토리를 열어 그 안에서‘현실에서 가져온 칼’을 꺼냈다. 그러고선 역수로 쥐었다.

“뭐 하자는 거냐?”

“제 목표는 늘 한결같았습니다.”

“이런다고 날 죽일 수 있는 것 같으냐?”

“뭐, 거의 다 온 거죠.”

현실 물건이 NPC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검증이 끝난 지 오래였다. 헬파이어도 안 먹히는 NPC제페토에게 화상도 입히고 어깨도 잡을 수 있지 않았나.

그러니 이 칼도 먹힐 것이다.

물론, 레벨 격차가 너무 나면 데미지가 일절 박히지 않지만,

‘여기는 어떨까?’

강기찬이 공격할 부위가 아주 특별했다. 그의 오른손이 위치한 곳은, 다름 아닌 NPC하인스의 몸속, 그것도 심장 쪽이었기에.

‘심장은 찌를 수 있을 거야.’

여전히 NPC하인스의‘피부’는 찌를 수 없다.

보호 조치는 무시할 수 있지만, 레벨 격차가 너무 나니까.

반면, 심장은 찌를 수 있을 것이다.

마냥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니었다. 대격변 이후, ‘일반인’들이 레벨 높은 몬스터 사체 가죽을 벗기고 뼈와 살을 분리, 장기도 잘라냈기에.

물론 지금 대상은 NPC이지만,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레벨 격차를 무시’하고 위력을 발휘한다는 측면에선…….

‘그 전에…….’

강기찬은 NPC하인스의 심장을 찌르기 전에 미루어두었던 걸 끝내기로 했다.

“대마법사로 전직시켜 주시죠.”

“뭐?”

NPC하인스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대마법사로 전직시켜 달라는 말 때문만은 아니다. 그 말이 뜻하는 의미를 알기에.

‘이 자식,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구나……!’

자신을 죽이면 그다음엔 대마법사로 전직할 수 없을 걸 염두에 두고선 꺼낸 말이리라. 웬만큼 확신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말.

‘어쩌지?’

이젠 솔직히 불안했다. 본래 보이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게 무서운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태도를 바꾸면 내 꼴이 뭐가 된단 말인가?’

강기찬이 보여준 게 없는 건 아니다. 하나, 실질적으로 위협이 된 건 없지 않나. 여기서 비굴하게 나가면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놈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스템은 마법하고는 다르다.

철저히 검증되어 변수가 없다.

절대 법칙이라 해도 될 것 중 하나가 바로 보호 조치 아니던가. 자진해서 보호 조치를 해제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용사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래, 나한테 괜한 심리 싸움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험을 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러고 보니, 살려달라고 하지 않고도 오히려 강기찬이 자신을 죽이지 않게끔 할 수 있었다.

그러려면,

‘일단, 대마법사로 전직시켜줘야겠지.’

“대마법사 전직 조건은 기억하지? 탈출구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마법사의 증표를 얻을 수 있느니라.”

“좋습니다. 움직이시죠.”

NPC하인스의 계획은 단순했다.

대마법사로 전직하면 사실상 강기찬을 종속시킬 수 있다.

‘네가 대마법사되면 스킬은 누구한테 배울 건데? 내가 죽으면 넌 허울뿐인 대마법사가 되는 거야. 네놈이 그걸 자각하게 되는 순간! 건방지게 군 거 수십, 아니 수백 배로 되돌려주마!’

그는 속내를 숨기며‘시련의 공간 – 어둠’으로 올라가 탈출구로 나갔다. 그러자마자 강기찬의 귓가에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시련의 공간 – 어둠’을 탈출하였습니다.]

[대마법사 전직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대마법사의 증표를 얻었습니다.]

[대마법사의 증표를 얻었습니다.]

두 계정이 동시 로그인 중이라‘대마법사의 증표’를 두 개를 얻었다.

‘흠, 이건 전직할 때 말고는 쓸모가 없지… 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문득, 재미난 발상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쓸모가 없는 것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쓸모가 있는 법이니까.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되겠네.’

생각을 정리하고선,

“자, 여기 있습니다.”

강기찬은 NPC하인스에게 대마법사의 증표를 넘겼다.

[대마법사의 증표를 NPC하인스에게 넘겼습니다.]

[축하합니다!]

[대마법사로 전직하셨습니다!]

‘드디어 대마법사도 되었네.’

세 개의 계정 중 두 개의 직업이나 극히 희귀한 직업이었다. 세상에 하나, 그리고 둘밖에 없는 …….

‘다리까지 고치면 암살자까지, 총 세 개의 직업을 굴릴 수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네.’

강기찬이 NPC하인스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좀 실감 나게 해드려야죠. 갑자기 죽으면 좀 그렇잖습니까.”

“뭣이?”

툭- 투툭.

강기찬이 NPC하인스의 장기 중 하나를 건드렸다. 얼굴은 NPC하인스 몸 밖에 있어서 정확히 어떤 장기를 건드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으- 으윽!”

털썩.

NPC하인스가 고통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바로 주저앉으며 강기찬을 노려보았다.

“지, 진쯔-아…….”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아셨습니까? 죽는 거 동의하셨으니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젠 심장으로 갑니다. 거긴 제가 정확하게 위치 파악한 거 같거든요.”

“자, 잠끄안만, 날 주기면 안 될 튼드?”

“사내답게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뭐, 좋습니다. 유언인 거 같으니 들어드리죠.”

강기찬이 잠깐 기다려주자 NPC하인스가 열변을 토했다.

“날 죽이면 대마법사 스킬은 누구한테 배울 건데?! 나날 죽이면 너도 인생이 꼬일 거다!”

강기찬이 웃었다.

“아, 그거라면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뭣?”

“하인스님, 한 분 더 계시니까. 그분한테 스킬 받으면 됩니다. 잘 가십시오. 멀리 안 나갑니다.”

푹!

띠링!

[NPC하인스가 사망했습니다.]

[최초로 NPC하인스(대마법사 전직 교관)를 쓰러뜨렸습니다.]

[칭호가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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