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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48화 (48/151)

48화

강기찬은 테스트서버에서 나오고 나서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 아! 나 오늘 너희 서버로 가! 그때 보-

NPC네크가 했던 말이다.

‘현실로 왜 오는 거지? 오늘이라 했으니 곧 알겠지만…….’

강기찬은 자기 전, 오늘 할 일들을 떠올렸다.

‘경석 아버지한테 100억 코인을 빌리고, 경석 계정 전직하면 되겠네…….’

눈을 붙이려던 그때였다.

[고블린이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164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들어왔다.

로그아웃 전에 보냈던 고블린이 첫 사냥을 성공한 것.

물론 발톱의 떼보다 못한 경험치다.

하지만 기분 좋았다.

이게 언제까지고 이렇지는 않을 테니.

* * *

.

.

[구울이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23 올랐습니다.]

[자이언트 앤트가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119 올랐습니다.]

[고블린이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162 올랐습니다.]

[자이언트 앤트가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127 올랐습니다.]

[오크가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527 올랐습니다.]

.

.

아침에 일어났더니 수북이 쌓인 시스템 메시지.

강기찬의 권속들이 밤새 사냥한 결과물이다.

여전히 레벨업을 할만한 경험치는 아니지만, 몇 시간 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

시간대를 보니 한시도 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맹목적으로 명령을 이행하니까 꾀를 내어 중간에 쉬지 않은 것. 사체라‘체력’이랄 게 없기에 평생 사냥만 하라고 해도 할 것이다.

그런데도 경험치 양은 턱없이 적었다.

그도 그럴 게, 녀석들의 종족 등급도 낮고 다 합쳐서 열 마리지 않나. 처치한 몬스터 수도 많을 수 없으니.

상관없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늘어날 거라.

드르륵- 드르륵-

최근 기록까지 보니 새벽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자이언트 앤트가 한 시간가량 정지하다가 사냥을 재개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엔 동족인 자이언트 앤트를 사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이언트 앤트가 고블린 파이터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319 올랐습니다.]

강기찬은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 너희들이 살아생전 있던 곳의 세력을 통합하고 장악해, 그런 다음 근처에 대등하거나 더 강한 종족의 서식지를 습격해!

강기찬은 저들을 한시도 쉬게 할 생각이 없었다.

세력을 통합하고 장악하는 게 끝나고 나서의 일까지 언급했었다. 세력을 이끌고 다른 몬스터 치는 것이었다.

핵심은 몰아주기다.

세력을 이용해 적들을 반쯤 패 죽인 다음, 막타를‘군주’가 치는 것. 강기찬이 경석의 A길드원들에게 받았던 쩔과 똑같았다.

그런 까닭에 권속이 혼자 사냥할 때보다 경험치가 더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치가 오롯이 강기찬에게 흘러들어온다는 점도.

‘이게 자동사냥의 묘미인가…….’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자동사냥 돌렸던 게 기억났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레벨이 오르고 돈을 벌지 않았나.

‘이게 좋지.’

내가 사냥하는 것보다 남이 사냥해주는 게 좋다.

내가 자고 있을 때도 경험치가 쌓이는 것. 24시간 중에 1분 1초도 놀지 않는 거 아니겠나.

이건‘자동사냥 ’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른바, 자동‘대리’사냥.

그것도 여럿이서 나 하나만을 위해 해주는…….

‘슬슬 가볼까.’

첫 번째 일정을 실행하고자 외출했다.

* * *

“뭐?!”

경석 아버지가 미간을 좁혔다.

“100억 코인을 빌려달라……?”

아들이 불쑥 나타나고선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갑작스럽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분 좋았다.

요즘 들어 기상천외한 행보를 보이는 아들이었다.

4대 길드인 주작에서도 실패한 강기찬 영입을 한 거로도 모자라 허수아비 왕 처치 보상으로 모든 기운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거기다 썬더버드 퇴치로 나라를 살려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기까지.

못난 아들에서 자랑거리로 바뀌지 않았나.

거액의 코인 요구가 부담스럽다기보단 기대가 될 정도.

“어디에 쓸 거냐.”

100억 코인쯤이야 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

용도가 마음에 든다면.

“강기찬에게 주려 합니다.”

“아, 그때 그… 썬더버드…….”

강기찬은 경석 아버지에게 썬더버드를 퇴치한 게 아니라 감금해두었다고 했다. 어딘가로 강제동행할 수 있는 티켓을 이용해서. 그 티켓의 출처를 강기찬이라 했다.

그렇게 경석 아버지에게‘전직도 못 한 초보자’ 주제에 썬더버드를 상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둘러댔었다.

“사례는 코인으로 달라더군요.”

“왜 코인으로 달라고 했는지는 물어봤고?”

“괜히 물어서 불편하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강기찬은 현재 완전히 저희 소속은 아니잖습니까.”

“아… 하긴 그렇지. 잘했다. 100억 코인을 빼가도록 해라. 차비서에게 일러둘 테니.”

“네.”

강기찬은 내심 후회되었다. 이렇게 쉽게 될 거 같았으면, 101억 코인을 달라 했을 것을.

“강기찬의 레벨은 몇이라더냐?”

“1,043레벨이라고 합니다.”

“그래? 아직도?”

“그때 저희 길드원들 데리고 사냥 간 이후로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흠, 좀 더디구나… 얼른 2,500레벨이 되어야 길드 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고 재촉하면 언짢아할 겁니다. 제가 한 번, 잘 말해보겠습니다.”

“그래.”

“전 이만 가겠습니다.”

“수고했다.”

강기찬이 돌아서며 씨익, 미소지었다.

‘당신은 절대 2,500레벨이 넘는 강기찬을 보지 못할 겁니다. 내가 안 보여줄 거거든.’

문을 닫자마자,

“꺼-억!”

배를 탕탕 두드리면서 트림을 했다.

‘100억 코인, 잘 먹었수다.’

경석 아버지에게, ‘전설의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 정보이용료’인 100억 코인을 빌리는 데 성공했다.

오늘의 두 번째 일정을 실행하고자 했다.

바로 경석 계정의 전직이었다.

* * *

[테스트서버]

NPC네크는 짐을 싸고 있었다.

곧 현실로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강기찬에게 미리 말한다고 하는 게 그만 깜빡하고 말았어…….’

일찍이 상부에서 지침이 떨어졌다.

그런데 강기찬에게 상세하게 말하지 못했다.

늦게나마 떠올라서 말했지만, 강기찬이 나가느라 도중에 끊겼다.

‘상관없으려나……?’

그러고 보면, 강기찬에게 너희 세계로 간다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괜히 말했나? 굳이 따로 만날 사이도 아니고…….’

강기찬과 막 데면데면한 사이를 벗어났을 뿐, 친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구로 가서 만나면 어색할 것이다. 그런데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건,

‘그래도 처음으로 생긴 내 제자잖아…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강기찬이 첫 네크로맨서 용사이자 제자였다. 없던 관심도 생길 수밖에. 게다가 보통 용사가 아님은 몇 시간 전에 확인했으니.

‘거물이 될 거야.’

강기찬과 잘 지내서 나쁠 게 없었다.

‘나랑 연락이라도 되면, 걔 지인 중에 신규 용사 있으면 전직하는 거 도와줄 수 있을 텐데…….’

유저에게 어떤 특혜를 주느냐, 이것은 NPC의 재량이었다. 그래서 유저들이 NPC와 친밀도를 올리고자 애쓰는 것이다. 친밀도에 따라 빵 한 쪽이라도 가격이 달라지기에.

그리고 그녀는‘전직 교관 NPC’들이랑 인맥이 있는 편이었다.

* * *

《 지구 서버 패치노트(Ver. 13122) 》

▶ 전직 교관 NPC 추가.

- 오전 9시 ~ 오후 7시.

- 레전드 대륙에서 특별 초청되어 오시는 분들이므로 제한된 시간만 전직이 가능합니다.

* 주의!

이번 기회를 놓쳤을 시, 한동안 전직의 기회가 없으므로 반드시 참여해주시길 바랍니다.

신규 유저들은 거의 다 전직 레벨인 10을 찍었다.

레전드스토리 본사에서 전직 문제를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정석대로 하기로 했나 보다.

오늘, 한정기간 동안 직업 전직 교관 NPC가 현실로 온단다. 강기찬도 해당 사항이 있었다. 경석 계정을 전직해야 하지 않나.

‘경석 직업은 뭐로 하지?’

레전드스토리에서 세 번째 직업 고민한다고 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만큼 행복한 고민이라 볼 수 있었다.

‘암살자, 네크로맨서를 했으니… 고민되네…….’

워낙 선택지가 많아서 뭘 하나 콕 짚기가 곤란했다. 그러는 사이,

“다 왔습니다.”

전직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대준 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평소에 느꼈던 불편함도 없고 좋았다.

현장엔 기자들과 협회, 길드 관계자들이 쫙 깔려 있었다. 대략 100명 가까이? 구경꾼까지 합치면 그 이상. 그나마 전국 몇몇 곳으로 전직 장소가 분산되었기에 이만한 숫자라 볼 수 있었다.

“어! 저기 경석이다!”

기자들이 강기찬을 보고선 달려왔다.

강기찬은 그들을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질문마다…….

“자-알.”

“잘하면 됩니다.”

“그것도 잘.”

대답을 성의 없이 해주었다.

‘항상 이렇게 싹수없게 대하는데 꾸준히도 달라붙네… 아, 지금은 강기찬이 아니라 경석이라서 그런가? 어쩐지 찰거머리 같이 달라붙더라.’

그러고 포탈을 타고 전직 장소로 넘어갔다.

기자들이 투덜댔다.

“뭐야? 경석 맞아?”

“뭔가 싹수없는 게 강기찬 말투 같았어.”

“둘이 같은 A길드라서 친해진 듯 한데, 말투까지 닮아버렸네.”

“경석은 매너가 있는 훈남이었는데…….”

“애를 완전히 물을 버려 놓았네.”

* * *

한편, 강기찬은…….

‘역시 마법사가 좋겠지? 제일 끌리기도 하고…….’

테스트서버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원거리 딜러, 그중에서도 마법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물론, 이제 일어설 수 있으니 직업 선택에 제한은 없다고 봐야 하나…

‘혹시 화타가 내 다리를 못 고칠 수도 있으니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기로 했다.

‘재수 없는 소리긴 하지만…….’

게임의 현실화, 대격변을 겪으며 삶에 바닥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우치지 않았나. 마음의 준비라도 해야 덜 흔들릴 것이다.

‘뭐, 다리랑 별개로 마법사를 해도 좋겠고…….’

마법사는 지력과 마력을 필수로 올린다.

하지만 강기찬은 지력만 올려도 될 터.

네크로맨서로 마력을 찍고 있지 않나.

동시 로그인 중이라 네크로맨서의 스탯을 공유하는 중이다.

굳이 마력을 찍을 필요는 없다.

말인즉슨, 다른 마법사보다 무조건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

지력, 즉 마법 공격력에 한해서도.

마력에 한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전직 장소에 입장했다.

그러자마자 아주 긴 줄을 보았다. 어찌나 긴지 다른 줄까지 침범할 정도. 아니, 다른 줄엔 유저가 거의 없다. 많아야 5명 내외. 한데 여기만 인기 맛집이라도 되는 양 많단 말인가?!

‘… 무슨 직업이기에 이렇게 인기가 많지?’

보통 마법사가 인기 좋았다. 현실에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근거는 충분했다.

그런데 줄 앞쪽으로 좀 가다 보니 알게 되었다.

마법사 줄이 아니다.

‘대’마법사 줄이다.

‘대마법사……?’

강기찬은 당황했다.

‘스페셜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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