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 * *
테스트서버 계정은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었다. 그렇기에, 유저가 애착을 갖고 플레이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테스트서버 유저가 존재하는 건, 본서버에서 누릴 수 없는 혜택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캐시 상점이 그중 하나였다. 본서버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캐시 아이템을 판매했다.
최대 90% 할인까지 할 정도.
그 덕분에,
[10,000,000캐시를 지출했습니다.]
[‘한계돌파 사탕’을 구매했습니다.]
기분 좋게 한계돌파 사탕을 구매할 수 있었다.
1억짜리를 1,000만 원에 팔고 있다.
‘이걸 내다 팔면 갑부가 될 텐데…….’
하지만,
‘거래 불가니…….’
캐시 아이템은 거래 불가였다.
우드득-!
한계돌파 사탕을 잘근 씹었다.
[‘한계돌파 사탕’을 섭취했습니다.]
[1,999레벨의 금지된 저주를 풀었습니다.]
[2,000레벨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탕을 씹으면서 캐시 상점 창을 닫으려 했다.
그러다가 눈에 띈 메인 배너.
[VIP 캐시 상점으로 입장하시겠습니까?]
눌러보았다.
그러나.
[VIP 유저가 아닙니다.]
[자격을 충족시키십시오.]
[VIP 유저가 되려면?]
[현금 1조를 내야 합니다.]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액수였다.
그런 만큼 궁금증이 폭발했다.
‘대체 저기 들어가면 뭐가 있을까?’
못해도 현금 1조를 낸 가치가 들어있을 터.
‘언젠가는 꼭 들어가고 만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총동원하면 시간문제일 뿐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선 이전에 올라왔던 시스템 메시지창을 보았다.
[처치해야 할 수] 1,000,001 / 1,000,001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네크로맨서의 증표를 얻었습니다.]
[최초 업적입니다!]
[레벨이 20 올랐습니다!]
[1억 코인을 얻었습니다!]
[프리 스탯 포인트 200을 얻었습니다.]
[현재 레벨 : 1,999 …▶ 2,019]
[현재 코인 : 10,313,441 …▶ 110,313,441]
[현재 프리 스탯 포인트 : 200 …▶ 400]
‘드디어 약속한 레벨을 넘겼네.’
2,019레벨을 찍었다.
NPC화타와 약속했던 2,000레벨을 넘은 것.
‘한 번 해볼까?’
아직 약속 기간이 남았지만, 생각난 김에…….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NPC화타를 소환합니다.]
[NPC화타의 레벨이 사용자보다 높습니다.]
[NPC화타 소환에 실패했습니다.]
‘아직 무리네,’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디 보자…….’
그 외에 보상을 확인했다.
‘대박이네, 이번엔 프리 스탯 포인트를 200이나 받았다.’
이전엔 프리 스탯 포인트 100이 최고 기록이었다.
그 기록을 깨버렸다.
총 프리 스탯 포인트 400.
‘600만 더 모으면 힘팡이를 착용할 수 있겠네.’
원거리 딜러여도 근접전에서 불리하지 않게 해주는 비장의 무기인 힘팡이. 그 착용 조건인‘힘 1,000 이상’까지 600 프리 스탯 포인트 남았다.
‘기대되네.’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창을 볼 차례.
[최초 업적으로‘전설의’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설의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띠링!
《 전설의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 》
[등급] 최초
[난이도] 헬
[목표] 전설의 네크로맨서, NPC나크로서 처치.
[성공 시] 전설의 네크로맨서 전직.
[제한 시간] 없음
[TIP] 네크로맨서 전직 교관 NPC네크의 조력을 받으시오.
‘되게 어렵겠네. 그래도 재미있겠다. 해보자.’
좋은 보상이 있다면 어려워도 마다할 수 없다.
‘물론 지금 당장은 말고.’
지금은 도전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전설의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그나마 TIP이 있어 다행이지.’
[TIP] 네크로맨서 전직 교관 NPC네크의 조력을 받으시오.
NPC네크를 통해 NPC나크로서에 대해 알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시도하면 될 일이다.
NPC네크에게 가면서 그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뿅!
맵핵에 찍힌 점을 눌렀다.
띠링!
[이름] NPC네크
[성별] 여성
[나이] 420
[레벨] 3,900
[직업] 최초의 네크로맨서 / 네크로맨서 전직 교관
처음 든 생각은 함부로 깝죽거리면 안 되겠다, 였다. 나이도 많은 데다가 레벨도 높다. 게다가 전직 교관은 죽일 수 없는 NPC이기까지 했다.
“저기……!”
“… 아 그때 그?”
NPC네크의 눈이 살짝 커졌다.
“퀘스트는 어쩌고?”
“깼습니다.”
“뭐? 지, 진짜?”
믿기 어려웠다.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는 헬 난이도다.
그걸 해냈다?
“여기… 네크로맨서의 증표입니다.”
강기찬이‘네크로맨서의 증표’를 건넸고 NPC네크가 받았다.
‘저, 정말이다…….’
위조가 아니다.
정말 해낸 게 맞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몇 명으로 클리어한 걸까?’
안타깝게도 이 용사가 진시황릉에 들어가는 걸 못 보았다.
‘내가 한시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킨 건 아니라 알 수가 없네…….’
중간중간 자리를 자주 비웠다.
하지만 확신했다. 혼자서 클리어했을 리 없다고.
“몇 명이 힘을 합쳐서 클리어한 건데?”
“명… 이라면 두 명이요.”
“두, 두 명?”
NPC네크는 황당해했다.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는 단독 진행이 불가능하다. 최소 1만 명 이상, 그마저도 실력자들이어야 했다.
그런데 두 명이라니?
강기찬 외의 한 명이 무지막지하게 세다는 거다. 혼자서 평균 3,500레벨의 100만 명 대군을 쓸어버렸으니까.
‘사실상 이 용사 말고, 동행한 자가 혼자 다 했다고 봐야 해.’
다른 한 명이 다해주었어도 부정행위는 아니라 상관없었다.
‘누군지 한 번 볼까?’
NPC네크는 관리자로서 진시황릉 방문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강기찬의 동행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터.
그런데 뜻밖의 현상을 맞이했다.
띠링!
[최근 일주일간 방문한 유저 수 : 0]
‘어떻게 방문기록이 0일 수가 있지? 두 명이나 들어갔다는데? 여기 말고 뭐 다른 진시황릉이 있다는 거야 뭐야?’
결론은 하나다.
‘이거 고장 났나 본데?’
방문기록 시스템이 고장 난 거로.
한편, 강기찬이 기다리다 말고 물었다.
“저… 네크로맨서 전직은……?”
“아, 아차… 그래, 그래 해야지.”
띠링!
[축하합니다!]
[네크로맨서로 전직하셨습니다!]
NPC네크는 강기찬이 전직하자마자 물었다.
“대체 뭘 한다고 2,019레벨이 될 때까지 전직을 못 한 거야?”
네크로맨서 전직 교관인 만큼 강기찬의 레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레벨이 2,019인 게 아닌가.
“대개 전직은 10레벨에 하잖아.”
“어떤 직업 할지 고민하느라…….”
강기찬은 대강 둘러댔다.
하나, NPC네크는 와닿지 않았다.
어떤 직업 할지 고민하느라 2,019레벨이 되었다는 걸 믿으란 말인가?
그렇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왠지 파고들수록 복잡해질 거 같아서.
“아, 퀘스트 받을래?”
NPC네크가 권유했다.
유저가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보조금을 타 먹을 수 있다. 생전 처음 맞이하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유저인 만큼 놓칠 수 없었다.
“아, 네.”
강기찬도 퀘스트를 받고 싶었다.
하나,
“혹시 나크로서에 대해 아시나요?”
이것보단 뒷순위다.
“나크로서? 알지. 근데 맨입으로?”
손을 내민다.
돈 달란다.
“얼마…….”
“100억 코인.”
“…….”
과연‘전설의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라서 그런가? 정보 값이 꽤 비쌌다.
‘1억 1천만 코인이 다인데…….’
전재산을 털어서 어림도 없는 액수다.
하지만 방법이 있었다.
‘내 재산이 모자라면 남의 재산을 털면 되지.’
경석 아버지에게 손을 빌리기로 했다.
* * *
NPC네크에게 퀘스트를 받았다.
《 튜토리얼 퀘스트 》
[등급] 노멀
[난이도] 아주 쉬움
[목표] 뿔토끼 열 마리 잡기.
[처치해야 할 수] 10 / 10
[제한 시간] 없음
“어… 이거…….”
강기찬은 난감했다.
10레벨에게나 줄법한 퀘스트를 받았으니.
NPC네크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어. 처음부터 퀘스트를 다 받아야지…….”
강기찬도 더 따지진 않았다. 누굴 탓하랴, 2,019레벨에 전직한 게 잘못이다.
그렇다고 NPC네크한테 퀘스트를 안 받을 수는 없었다. 본래 전직 교관 NPC가 퀘스트 보상이 좋아서. 물론 나중의 얘기지만.
‘그래도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네.’
다행히 쉽게 가는 방법이 있었다.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뿔토끼 열 마리를 소환합니다.]
바로 몬스터를 즉석에서 소환하는 것.
‘적어도 몬스터 해치우러 오고 가는데 드는 시간만큼은 아낄 수 있지.’
슝- 슈-우웅! 슝! 슝! 슝!
뿔토끼 열 마리가 지상에서 생겨났다.
“엉?”
NPC네크는 깜짝 놀랐다.
“소환술?”
강기찬이 뿔토끼를 소환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직업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저런 고급 스킬을?’
이제 막 전직하지 않았나.
그리고 네크로맨서는 필드 몬스터를 소환할 수 없다.
‘이 용사 대체 뭐지?’
그때였다.
“썬, 부탁해.”
- 써-어어언!
강기찬의 곁에서 썬이 튀어나왔다.
‘저건 또 뭐야?’
살면서 저런 몬스터는 본적이 없었다.
지-지지지직!
번개 다발이 뿔토끼를 휩쓸었다.
[뿔토끼를 처치했습니다.]
[뿔토끼를 처치했습니다.]
[뿔토끼를 처치했습니다.]
.
.
‘뭐, 저렇게 힘이 세?’
NPC네크는 심히 당황했다.
자그마한 몸에서 저토록 강력한 힘이 발산되다니!
“다음 퀘스트, 주십시오!”
강기찬의 외침이 터졌다.
“어……?”
NPC네크는 1초 늦게 반응했다.
“어!”
NPC네크가 퀘스트를 넘기자마자 강기찬이 몬스터를 소환했고 썬이 쓸었다.
세 번째 퀘스트부터는 강기찬이 말없이도 NPC네크가 스스로 퀘스트를 넘기기에 이르렀고.
네 번째 퀘스트부터는 강기찬에게 넘기면서 곧이어 다섯 번째 퀘스트를 준비했다.
퀘스트 부여는 간단했기에 순식간에 강기찬에게 10개 이상의 퀘스트 폭탄이 던졌고…….
지-지지지직!
썬이 한 방에 해결해버렸다.
“보, 보상은 아직 주지도 못 했…….”
강기찬이 다급히 외쳤다.
“더 빨리 부탁드립니다! 보상은 몰아서 받도록 하죠!”
NPC네크도 동감하던 바였다.
퀘스트 주고 보상까지 주려면 손이 엉킬 것이다.
* * *
10분 흘렀을까?
NPC네크는 전신을 땀으로 샤워를 하기에 이르렀다. 어느샌가 퀘스트 주는 속도보다, 퀘스트 클리어 속도가 더 빨라졌기에.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는 그때-
강기찬이 재촉했다.
“다음!”
“씨댕- 알았다고!”
강기찬은 툴툴대는 NPC네크가 귀여워 흐뭇하게 웃었다.
‘네크랑 제법 친해진 거 같네.’
그는 몰랐다. 혼자만 단단히 착각에 빠졌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