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 * *
경석이 진시황에게 가려 비행 연습하는 중… 자정이 되었다.
강기찬은 테스트서버에 로그인 후, 썬을 진시황릉으로 보냈다.
썬은 순식간에 진시황에게 도착했다. 번개 같은 속도로 들이닥쳤기에 병사들이 방해할 틈도 없었다.
썬의 발엔 스마트폰을 묶어둔 채였고 이를 진시황에게 넘겼을 때, 원격으로 영상통화를 연결했다. 상대는 지구서버의 진시황.
그렇게 지구서버와 테스트서버의 진시황이 서로 마주하게 된 것.
“이건 나잖아?”
“뭐? 누가 너야?”
“어? 누, 누구냐!”
“너는!”
필연적으로 혼란이 야기되었다.
서로서로‘다름’을 인식하고.
“이 가짜야!”
“뭐? 네놈이야말로 가짜가 아니더냐!”
“내가 진짜다!”
본인이‘진짜’임을 내세우며,
“여봐라, 여불위! 누가 진짜냐?”
“어, 저기도 여불위가 있다니!”
‘증명’의 시간도 가졌다.
강기찬이 끼어든 것도 이때쯤이었다.
뚝!
우선 테스트서버의 진시황의 연결을 끊었다.
남은 건 지구서버의 진시황.
“어? 어디 간 게냐! 가짜 놈아! 정정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라!”
또 다른 진시황의 얼굴이 사라지자 보인 반응이었다.
스마트폰에서 강기찬의 목소리가 울렸다.
- 자, 어쩌시겠습니까?
“뭐? 네놈은 또 뭐냐?”
- 그건 안 중요합니다. 중요한 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떠있다는 거죠. 어찌 황제께서 두 분이나 계신단 말입니까?
“나도 기가 막히던 참이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 저도 모르죠.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볼 겁니까?
“가짜가 어디 있는지 알고?”
- 제가 압니다.
“네놈이?”
- 예, 가짜를 처단하는 데 도움 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 예, 그래서 소환을 하려 한 건데, 거절하실 줄은…….
“의심부터 하는 게 습관이라서 그렇다. 솔직히 지금도 못 믿겠구나.”
- 정 불안하시면 100만 대군을 이끌고 가짜를 치러가시지요. 저쪽도 100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저쪽도 백만 대군을? 어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기회입니다. 가짜를 처단하고 휘하 세력을 흡수하는 걸 추천합니다.”
“흐-으-음…….”
진시황은 솔깃했다. 안 그래도 세력확장이 절실하던 참이었다. 곧‘던전 브레이크’예정이라.
‘10년간 없었던 던전 브레이크다, 현 병력보다 더 키운 채로 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호재지…….’
진시황릉은 버려진 던전이었다. 네크로맨서 전직 프로젝트가 도중에 엎어지면서 쭉 방치됐기에.
다른 던전이 한 번씩은 한다는 던전 브레이크조차 하지 못해왔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띠링!
[10년간, 유일하게 던전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던전 브레이크 지원 프로모션에 당첨되셨습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 던전 브레이크가 가능합니다.]
즉시 일정을 잡았다.
던전 브레이크를 고대하고 있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가짜를 치러간다는 명분까지 생겼다, 안 하면 손해야.’
던전 브레이크로 나가는 건‘약탈’의 의미도 속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병력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막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
어찌 거절하랴.
“좋다, 어찌하면 되느냐?”
- 기습할 계획입니다.
“기습 좋구나!”
- 100만 대군을 무시하고 가짜만 제압할 겁니다. 어차피 병사를 흡수할 거, 출혈 없이 끝내면 좋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근데 그게 가능하겠느냐?”
- 가능합니다.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그동안 모두가 다 손을 잡고 계십시오.
“모두? 100만 명이 모두 손을 잡으란 게냐?”
- 예,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에 손을 맞잡아주시면 됩니다. 동시에 적진으로 이동할 거라서요.
“좋다.”
* * *
100만 대군이 길을 터주었다.
일직선으로 쭉 난 길.
강기찬은 그 길을 따라 진시황에게 향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이 손에 손을 맞잡은 걸 확인했다.
‘고맙구먼.’
이내, 진시황과 마주했다.
“자네인가?”
“예, 황제 폐하.”
진시황도 대장군과 손을 맞잡고 있었다.
척!
강기찬이 손을 내밀어 진시황과 손을 잡았다.
“다 손잡으셨죠?”
안 잡은 이가 있을 리가 없다. 황제의 명인데 누가 거역하리.
“이제 가보겠습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해저왕의 심해 - 상공 1,000미터.]
강기찬과 진시황, 그리고 100만 대군이 일제히 테스트 서버로 이동했다.
그러자마자-
강기찬이 진시황과 맞잡은 손을 놓았다.
진시황, 그리고 100만 대군이 나란히…….
훅!
아래로 꺼졌다.
이때쯤 다들 심각성을 깨우쳤다.
“어?!”
“어어!”
“이게 대체 뭔!”
갑자기 하늘로 이동하더니 추락하는 게 아닌가!
슈-우우욱!
첨벙, 첨- 벙, 첨벙! 첨벙!
하나도 빠짐없이 바다에 빠졌다.
수면 아래로 깊숙이 가라앉았다.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갑옷의 무게가 워낙 무거운지라.
그런데 그때였다.
어인족이 나타나 도와줘 병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어푸-!”
“우우웁!”
“퐈-아앗!”
“사, 살려줘!”
“으아아- 나 수영 못 한다고!”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
진시황이 강기찬을 찾았다.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니.
그러나 어디에도 강기찬은 없었다.
* * *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기찬은 현실로 돌아왔다.
‘내 역할은 진시황과 100만 대군을 바다에 빠뜨리는 것까지. 나머지는 어인족과 썬이 알아서 해줄 거야.’
강기찬의 레벨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구경하기보단 현실로 나왔다. 테스트서버 접속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진시황이 당황했네.’
강기찬은 맵핵으로 테스트서버를 엿볼 수 있었다.
일전에 박창준이 방에 침입했을 때, 테스트서버로 넘어가고도 방을 맵핵으로 볼 수 있지 않았나. 그 반대도 되었다.
‘바보…….’
애초에 진시황을 도와‘가짜’를 칠 생각이 없었다.
바다에 빠뜨리면 전멸시킬 수 있는데 굳이?
우선, 테스트서버에서 미리 바다에 가 있었다. 현실에서 테스트서버로 입장하자마자 바다에 빠질 수 있게끔.
그다음은, 현실에서의 준비, ‘모두와 손잡기.’
손잡는 대상과 테스트서버로 동반 입장이 되지 않나.
그런데 손 맞잡는 게 문제였다.
한둘도 아니고 100만 명이다.
강기찬의 말을 들을 리가…….
현실의‘진시황’이라면 가능할 터.
그래서 꾀를 부린 것이다.
테스트서버의‘진시황’을 치러가자고.
그렇게 진시황은 미끼를 물어버렸고 결과가 이 모양이다.
* * *
[테스트서버 - 해저왕의 심해 – 수면 위]
“다- 다들! 육지로 올라가라!”
다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그때였다.
쑤-우욱!
쑤욱!
“이, 이게 대체……!”
헤엄치던 병사들이 일순 당혹스러워했다.
퍼어억!
느닷없이 처맞기 시작한 것이다.
가해자는 어인족!
“아, 아니, 살려줄 땐 언제고 갑자기 공격을……!”
어이가 없었다.
물에 빠진 걸 건져준 게 어인족 아닌가.
왜 패고 지랄인가?
따질 여력이 없다.
“퇴각! 퇴각하라!”
병사들이 바다를 벗어나고자 사력을 다했다. 숫자가 숫자다 보니 어인족들이 놓치는 자들이 생겨났다.
썬이 날개로 그들을 후려쳤다. 번개면 편하지만, 어인족까지 다치기에.
몇몇은 저항했지만, 싸움이 안 되었다. 어인족들은 9,000레벨이 넘고 100만 대군은 3,500레벨쯤이었으니까. 전투 무대마저 어인족한테 유리한 바다이기까지 하니.
* * *
[현실]
‘다 끝났네.’
강기찬은 맵핵을 보았다. 그 덕에 완벽한 시기에 테스트서버로 돌아올 수 있었다. 테스트서버에서의 시간 낭비가 1초도 없는 깔끔함이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해저왕의 심해 - 상공 57미터.]
[남은 시간] 00시 55분 28초.
‘나갔다 온 보람이 있네.’
남은 시간이 55분이나 되었다.
진시황과 100만 대군을 바다에 빠뜨리고 제압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렸음에도.
‘어디 보자.’
《 네크로맨서 전직 퀘스트 》
[등급] 미정
[난이도] 헬
[목표] 진시황, 100만 대군 전멸시키기
[처치해야 할 수] 1,000,001 / 1,000,001
[제한 시간] 없음
‘처치해야 할 수’를 확인했다.
목표는 전멸시키는 거다.
한 명이라도 제멋대로 죽으면 실패다.
그래서 어인족에게 익사를 막으라 했었다.
그 덕에 한 명도 안 죽었다.
수-아아아!
해저왕이 올라와 보고했다.
지금부턴 한 방만 먹여도 죽일 수 있단다.
이 역시 강기찬의 지시에 따른 결과였다.
“전부 다 나와.”
어인족들이 전부 다 뭍으로 올라왔다.
수면 위에 떠있는 건 의식을 잃은 진시황과 100만 대군뿐.
“썬, 마무리 부탁해.”
- 써-어어언!
강기찬의 명령에 썬이 번개를 마구 쏟아냈다. 진시황과 100만 대군울 감전사 당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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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레벨 : 622 …▶ 1,999]
레벨이 엄청나게 올랐다.
‘본 서버 계정 레벨을 뛰어넘었네…….’
10년간 공들인 탑을 단박에 뛰어넘어버렸다. 그것도 거의 두 배로…….
썬 덕분이었다. 썬은 강기찬의 펫이기에 썬이 잡은 걸 강기찬이 잡은 거로 쳐주었다.
하지만,
[한계 레벨입니다.]
[한계돌파 사탕을 섭취해주십시오.]
한계 레벨에 걸렸다.
경험치가 차도 레벨이 오르지 않는 단계인 것.
‘아! 더 오를 수 있었는데.’
622레벨과 1레벨 둘이서 평균 3,500레벨의 100만 대군을 쓸어버린 거다. 1,999레벨보다 훨씬 더 오를 수 있었을 터.
경험치가 어디 가는 건 아니지만, 2,000레벨이 NPC화타와 약속했던 레벨이지 않았나.
‘한계돌파 사탕을 먹어야겠네.’
한계 레벨을 돌파하기 위해선‘한계돌파 사탕’을 섭취해야 했다. 본서버 캐시 상점에서 파는 중이다.
가격은 현금 1억이다.
그러나 현실로 가지 않고 지금 여기서 한계돌파 사탕을 먹으려 했다. 이젠 그게 되니까.
[1,000레벨을 돌파했습니다!]
[테스트서버 캐시 상점이 열렸습니다!]
드디어 캐시 상점이 열렸다.
‘테스트서버 캐시상점은 어떨까?’
기대감을 안고 캐시상점을 열었다.
[테스트서버 캐시 상점에 방문했습니다!]
우선, 캐시상점에 파는 아이템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또한, 가격도.
[한계돌파 사탕] 10,000,000캐시.
한계돌파 사탕은 1,000만 원.
지구 서버 캐시 상점보다 90% 할인된 가격이었다.
사실 여기까진 100% 예측했다.
‘이건?’
‘메인 배너’를 뒤늦게 봤는데 특이한 문구가 있었다.
그걸 보니 문득, GM미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무슨 캐시 상점에 이용 조건이 있죠?
- 그야…, 엄청난 걸 파니까.
그 말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