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44화 (44/151)

44화

* * *

강기찬은 진시황을 만나러 진시황릉 던전에 왔다.

소환이 있음에도.

왜냐하면,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진시황을 소환합니다.]

[진시황이 소환에 불응합니다.]

진시황이 소환을 거절해서.

강기찬보다 진시황의 레벨이 높아서 동의를 구해야 했고 거절당했다.

‘낯선 초대는 거절하는 게 맞긴 하지.’

그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본 거지.

‘이쪽에서 직접 가는 수밖에.’

진시황의 체면을 봐서 이쪽에서 가주기로 했다.

단,

“부탁한다, 경석아.”

강기찬이 가는 게 아니었다.

경석이 가주어야 했다.

“하… 참나…….”

“내가 너무 약해서 그래.”

강기찬의 레벨은 고작 1,043.

문지기만 해도 레벨이 3,000.

참고로 문지기가 가장 약하다.

그 이상이 100만 마리…….

난이도가 미쳤다.

물론,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도중에 중단된 프로젝트이니만큼 밸런스 조절도 하다가 말았을 테니.

“네가 약해서 그렇다고? 그러면 나는?”

강기찬이 약하면 경석은 더 약하면 약했지, 강할 수가 없지 않나?

“너?”

그렇게 돌아온 강기찬의 대답은 의외였다.

“너는 괜찮아.”

“뭐? 나는 괜찮다고?”

“어. 넌 이제 몬스터한테 무적이야.”

“뭐? 뭔 개소리야?”

경석은 쉬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강기찬은 천천히 이해시켜주려고 했다.

“일반인 보호 조치가 발동 중이거든.”

“일반인 보호 조치?”

경석은 정색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네가 날 허공에 띄웠다가 떨어뜨렸을 때, 손목이 꺾여도 안 아팠어야지. 그리고 탈출하려고 출구 포탈로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을 때도 안 아팠어야 했고. 그런데 뭐?! 몬스터한테 무적이라……!”

퍼-억.

강기찬이 경석의 복부를 주먹으로 쳤다.

“어때?”

“어?”

경석은 뒤로 나자빠지면서도 신기해했다.

“정말이네?”

복부를 맞았을 때도 지금 넘어지면서도 안 아팠다.

“유저였을 때처럼 안 아파…….”

경석이 강기찬을 노려보며 물었다.

“너 뭔가 알고 있구나.”

“알고 있으니까, 안전하다고 하는 거지.”

강기찬은 GM미르한테 전해 들었었다.

얼마 전에 잠수함 패치가 이루어졌었다고.

그 내용은‘던전 내에서의 일반인 보호 조치’에 대한 것이었다. 던전 내 일반인은 어떤 물리 & 마법적인 타격에도 절대적으로 보호된다는 게 골자였다.

- 너 때문이야.

GM미르가 말했었다. 잠수함 패치를 한 이유가 강기찬 때문이라고.

- 듣자 하니 경석이 일반인 신분으로 던전 안에 있었고 신변에 위협도 있었다면서?

- 네.

- 뭐, 지구서버 운영자들 처지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야. 애초에 일반인이 던전에 못 들어가게 입구를 막아두면 되었지, 던전에 들어와 있는 일반인을 생각해놓았겠어?

이게 다 버려진 세계라는 특수공간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로그아웃했기에 던전 밖으로 안 튕겼고 던전 내에 일반인으로서 남게 되었으니.

여하튼, 재발 방지용으로 일반인 보호 조치를 내린 것이다. 설령 다음에 자기네들이 찾지 못한 방식으로 일반인이 던전에 입장하더라도 안전만큼은 보장할 수 있게끔.

그리고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떠벌릴 건 없기에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고 잠수함 패치를 한 것이고.

‘나도 GM미르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야…….’

강기찬 역시 몰랐고 운영자인 GM미르의 귀띔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덕분에 요긴하게 써먹겠네.’

강기찬을‘던전 내 일반인이 무적’이라는 점을 역이용할 속셈이었다.

경석이 물었다.

“대체 뭔데?”

“내가 너 버려진 세계에 가뒀을 때 기억나?”

그날을 어찌 잊으랴.

경석이 유독 신경질 부렸다.

“그래. 기억난다. 왜?”

강기찬은 그때 그 사건으로 인해 던전에선‘일반인 보호 조치가 발동 중’이며 일반인은 안전해졌다는 점을 일러주었다.

“… 그러니까, 여기선 너 안전하다고.”

“맞아도 안 아프고… 죽지도 않는다는 거지?”

“그렇지.”

경석도 안 아픈 거야 체감했다.

죽지 않는다는 말도 신뢰가 갔다.

“그러면 던전 밖은?”

“뭐?”

“던전 & 필드 브레이크로 일반인 사상자가 나오잖아? 그건 왜 보호를 해주지 않는 거지? 이렇게 쉬운 거였으면?”

강기찬도 경석과 똑같은 의문이 생겼고 GM미르로부터 듣기는 했다.

- 던전 밖에 일반인들에게도 보호 조치 내려지는 건가요?

- 아니, 그럴 수는 없지.

- 왜죠?

- 던전 안에 일반인이 들어온 건 특수한 경우야. 반면 던전 밖에는 유저라는, 일반인을 지켜줄 존재가 있잖아.

- 지켜줄 존재가 있으면, 일반인 보호 조치 내리지 않아도 된다?

- 우리 회사는 유저들이 강해졌으면 해. 강해지는 동기 중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하는 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우린 그 동기를 치울 생각이 없는 거야.

- 그것도 이상합니다. 유저들이 강해지길 원하는 것치곤 신규 유저 유치도 그렇고 그동안 지원이 소극적인 대처 아니었나요?

- 신규 유저 유치도 이벤트까지 같이 해야 해서 돈이 많이 들어, 그리고 유저들이 강해지길 바라지만, 동시에 너무 빨리 강해지면 곤란해. 콘텐츠 개발 속도를 콘텐츠 소모 속도가 앞지르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곤란하니까.

특별한 회사임에도 보통의 회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얘기였었다. 강기찬은 상념을 털며 경석에게 말했다.

“글쎄. 나도 바깥의 일반인들까지 보호 조치를 해주는지는 모르겠네.”

GM미르에게 들은 대로 곧이곧대로 말하지는 않았다.

이해할 수 없을 테고 설명하기도 귀찮을 테니.

의미 없는 소모전이리라.

“자, 받아.”

“이건?”

강기찬은 경석에게 공중부양의 반지와 마력 물약을 주었다.

“이 반지를 끼고 진시황에게 바로 날아가. 진시황에게 가서 전할 말은…….”

* * *

경석은 하늘을 날아 문지기 위를 지나치는 중이었다.

“이, 이런…! 침입자다!”

문지기는 뒤늦게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부-우우-우우웅!

재빨리 경계태세를 알리는 고동을 불었다.

직후, 화살을 꺼내 공중의 경석을 향해 쏘았다.

슈-우ㅡ우웅!

미처 조준도 못 한 채, 허겁지겁 쏘느라 빗나가기 일쑤였다. 애초에 경석이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난 높이에서 비행 중이기도 했고.

경석은 힐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기찬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며 점점 멀어졌다.

‘긴장되네.’

그는 바짝 집중했다.

비행에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좀 전에 감 잡고자 시범 비행해본 결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나, 집중력은 한순간에 흐트러지는 법.

지상에서 벌떼같이 쏘아지는 화살.

병사들의 일방적인 욕지거리.

그 소리를 들으며 온전히 집중하긴 쉽지 않았다.

괜한 불안감도 싹텄다.

추락하는 순간, 병사들에게 둘러싸일 터. 무적이라 한들 그들을 뿌리치고 빠져나올 힘이 없기에 포박당한 채로 평생을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또 하나 더.

꿀꺽- 꿀꺽.

공중부양을 하려면 마력이 들었다.

총 마력 양이야 각종 장비를 통해 올렸지만, 일반인이라 마력 잔여량을 확인할 수 없어, 마력이 바닥을 치지 않게 하고자 수시로 마력 물약을 마셔줘야 했다.

그런 까닭에,

“… 마렵다.”

수시로 조처를 해줘야 했다.

이를 갈며 바지와 속옷을 내렸다.

쉬-이이.

“으, 으아악! 저놈이 오줌을 싼다!”

“이건 우리에 대한 모욕이다!”

“반드시 잡아서 죽여야 해!”

공중에서 노란 비가 내리자 병사들이 분노했다.

잠시간 화살을 쏘지 못할 정도로.

‘미안하구먼.’

이 순간만큼은 경석도 미안했다.

비행에 집중해야 해서 손짓은 못 하고 마음으로나마 애도를 표했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하도 마력 물약을 마시니 오줌이 나왔다.

유저는 던전에서만큼은 게임 시스템의 비호 아래 생리현상이 자체적으로 해결되지만, 일반인은 그러지도 못했다.

‘씨불, 이것도 좀 일반인 보호 조치 내려주지. 내 생식기 좀 보호해달라고…….’

마음 같아선 화장실을 들르거나 풀숲에서라도 볼일 보고 싶었지만, 저들이 그걸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 별수 없었다. 공중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저기 보인다…….’

제일 안쪽으로 가다 보니 딱 봐도 나 황제네, 하는 외관을 지닌 거대한 몬스터의 지척에 다다를 수 있었다. 물론 커봤자 그의 눈높이 아래라 고도를 낮춰야 했다.

‘하… 제발…….’

고도를 낮출수록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아슬아슬하게 화살의 사정거리에 걸칠 즈음 정지했다.

더 내려갔다간 봉변을 면치 못할 테니.

“지, 진시황입니까?”

면류관을 쓴 채 근엄하게 앉아있던 거대한 인간형 몬스터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경석은 얼어붙었다.

머리 위에 뜬 레벨을 뒤늦게 본 것이다.

‘4,000…….’

진시황은 4,000레벨이었다.

A길드를 총동원해도 잡을 수 없는 상대.

유저일 때 봐도 기막힐 노릇인데 일반인의 관점으로 보니 더더욱 숨이 막혔다.

그때, 진시황이 입을 뗐다.

“是你吗?入侵者?(너냐? 침입자가?)”

중국의 몬스터라서 그런지 중국말을 썼다.

“真是懦弱的人(참으로 나약한 인간이로구나.)”

촤, 촤촤촤.

수천의 병사들이 화살을 겨누고 있어서 그럴까?

자신에게 닿지 않을 걸 앎에도…….

“자, 잠시만…….”

떨려서 그만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말로 물어본 것 말이다.

경석은 뒤늦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선 번역기를 틀었다.

“저는 심부름꾼입니다.”

“심부름꾼?”

“제 주인께서 당신을 뵙기를 청합니다.”

“혹시 소환 요청을 했었던가?”

“예.”

“…이미 거절했을 텐데?”

진시황이 싸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에, 경석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예상은 했지만,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짐의 위에 있을 수 있는 건 태양뿐이니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휘-잇.

진시황이 손짓했다.

“이… 이이!”

경석이 빠르게 추락하더니 땅에 곤두박질쳤다.

어찌나 빨랐던지,

‘내, 내가 추락한 거야?’

경석은 땅에 처박혀 뒹굴고 나서야 깨우쳤다.

진시황의, 무형의 압박으로 추락한 것을.

그런데 놀란 건 그만이 아니었다.

“네놈은 어째서 멀쩡한 것이냐.”

진시황도 놀랐다.

경석을 죽일 기세로 추락시켰다.

한데 피 한 방울 토하지 않는 게 아닌가.

나약한 인간이라고 평을 내린 게 무색해질 지경.

“하… 하하…….”

경석은 실소를 터트렸다.

몸이 망가지지도 아프지도 않았지만, 화가 났다.

“장깨새끼야,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시팔…….”

이렇게 된 마당에 존대할 이유가 없었다.

“어허! 무엄하도다! 엄벌로 다스리겠노라!”

진시황이 순간이동을 해 경석의 목을 움켜쥔 채 들어 올렸다. 재차 가격하려던 진시황의 손이 도중에 멈췄다.

- 따르르릉! 전화왔어요!

경석의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났기 때문.

진시황이 목을 움켜쥐고 있음에도, 경석은 무덤덤했다.

“전화 받기!”

경석의 음성인식으로 걸려온 전화가 받아졌다.

아니,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진시황이었다.

정확히는‘테스트서버’의 진시황.

“엉?”

현실의 진시황이 귀여운 소리를 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