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42화 (42/151)

42화

* * *

어인족.

하반신은 물고기의 지느러미.

상반신은 인간과 같다.

그것들이 오자 강기찬은 짜증이 났다.

어인족 한 마리도 상대 못 하는데 수백이라니…….

‘왜 안 뒤진 거야…….’

썬더버드의 전격이 저들까지 가격하진 못한 걸까?

어쨌든 저들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다.

‘이것들도 다 못 챙기고 가란 거야?’

썬더버드의 알도, 드랍 아이템도 못 챙기게 생겼다.

‘오늘 허탕만 치네.’

정말 애국자로만 남게 생겼다.

막말로 국가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더라도 여기서 얻는 것만 못할 터.

‘이 시간에 레벨업을 하는 게 이득이었겠네.’

테스트서버에서의 시간은 금과 같다. 그 귀한 시간을 흩날렸으니.

‘일단 빠지자.’

이미 엎질러진 물.

젖지라도 않아야 했다.

하지만,

“쫓아라!”

슉- 슈슈슈슉!

다짜고짜 어인족이 삼지창을 날렸다.

물의 저항 따윈 무시하는 속도였다.

푹- 푸푸푸푹!

강기찬은 즉각 자리를 떴다.

등 뒤에 썬더버드의 알이 있고 삼지창이 꽂힐 테지만.

대신 맞아줄 수도 없는 노릇.

슉!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아웃 후, 강기찬은 한동안 멍했다.

그간의 일들이 허사였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어쩐지 오늘 운이 좋더라니…….’

한편,

‘어? 용무가 다 끝나신 건가?’

청용은 강기찬을 보며 의아해했다.

지속해서 하던 공간이동을 하지 않았으니.

“혹시 썬더버드와의 전투는 끝나셨습니까?”

청용이 공손히 물어왔다.

“아… 뭐. 예…….”

강기찬의 약간 힘 빠진 대답에,

‘썬더버드와 싸우시느라 기진맥진하신 거구나…….’

청용은 알아서 오해를 해주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동행을 해주시겠습니까? 이게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사안이고 또 그쪽이 해결하셔서…….”

“잠깐만요.”

강기찬은 청용을 조용히 시켰다.

시야에 뭐가 떠서.

띠링!

[특수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뭐……?”

제 눈을 의심했다.

‘특수 조건을 충족했다고?’

특수 조건, 하면 떠오르는 건 하나다.

‘썬더버드의 알의 부화…….’

썬더버드의 알의 부화 조건 B.

특수 조건을 충족하면, 즉시 부화할 수 있다… 였다.

‘어떻게?’

자신이 한 행위 중에 그럴 만한 게 있나 떠올렸다.

금세 답이 나왔다.

‘알을 버리고 나온 거!’

버림받는 게 부화 특수 조건이었나 보다.

‘잘 버렸어!’

하지만 예측이 틀렸다.

띠링!

[특수 조건 : 썬더버드의 알이 깨졌습니다.]

[썬더버드의 알이 즉시 부화합니다.]

“…….”

특수 조건이 밝혀졌다.

알이 깨지는 게 부화를 위한 특수 조건이었다.

정황상 어인족이 던진 삼지창에 썬더버드의 알이 깨져 즉시 부화한 거라고 보았다.

‘운이 좋네.’

운이 좋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어느 미친놈이 자발적으로 썬더버드의 알을 깨려 하겠나.

어인족이 썬더버드의 알을 대신 깨뜨려준 덕에 일이 잘 풀렸다.

‘돌아가자.’

강기찬은 즉각 테스트서버로 들어갔다.

한편,

“…….”

또 어딘가로 사라진 강기찬을 생각하며 청용이 목덜미를 살살 긁었다.

“… 집에 가? 말아?”

청용은 재차 깊은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한 번 쓴맛을 보고 나니 결심은 쉬웠다.

“영섭아.”

그의 부름에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뒤에서 있던 길드원이 다가왔다.

“예, 마스터.”

“복면인 정체 알 방법 없냐? 당사자가 알려주진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최영섭이 답했다.

“마스터, 지금 렌즈 카메라 착용 중이시죠?”

“그렇지.”

길드는 레이드 출전을 할 때, 몬스터 드랍 아이템 소유권, 분배 등, 각종 분쟁을 대비하여 각자가 눈에 렌즈 카메라를 착용한다. 그렇기에 복면인도 찍혔을 터.

“혹시 복면인의 눈도 보셨나요?”

“그렇지.”

“그럼, 홍채 인식 시스템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곧 복면인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싶었다.

* * *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해저왕의 심해 - 수심 4,000미터]

강기찬은 로그인 즉시 뒤돌아섰다.

삼지창이 꽂힌 채, 깨진 썬더버드의 알이 보였다.

그리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없네?’

알 속에 뭣도 없다.

이내, 뒤편에서 소란이 일었다.

“마, 마마 막아!”

“으-아아아악!‘

강기찬은 재차 뒤돌아섰다.

감전당하고 있는 어인족이 보였다.

“어? 감전?”

감전시킬 수 있는 존재라면?

‘썬더버드 새끼?’

썬더버드 새끼가 어인족 근처를 헤엄치며 활개 치고 있었다. 근방으로 스파크가 연신 튀어댔다.

‘잠깐, 쟤는 어떻게 멀쩡하지?’

썬더버드도 감전사 당했다.

그런데 어째서‘썬더버드 새끼’는 멀쩡한가?

이내 알 수 있었다.

상태창이 나타나서.

띠링!

《 상태창 》

[이름] 미지정

[종족] 썬더버드

[레벨] 1

[속성] 뇌 + 수

[칭호] 물속에서 부화한 새 / 다중속성

[근력] 30 [민첩] 900 [체력] 55 [지력] 240

[생명력] 600 [마력] 2,000

[물리 공격력] 99 [물리 방어력] 25

[스탯포인트] 0

[스킬] 전기충격(Lv.1), 전광석화(Lv.1)

썬더버드 새끼가 물에서 전기를 뿜었음에도 감전되지 않은 이유? 칭호, ‘물속에서 부화한 새’ 덕분이었다.

《 물속에서 부화한 새 》

[분류] 칭호

[등급] 유일

[설명] 최초로 물속에서 부화한 새가 얻는 칭호.

[효과] 수(水) 속성 획득

[조건] 없음

[제약] 없음

칭호는 특정한 업적을 달성했을 때 받는다.

새가 물속에서 부화한 적 없기에 칭호가 주어진 것.

덕분에 수 속성이 생겨 물속에서도 전기를 쓸 수 있다.

‘썬더버드가 수 속성이라니…….’

썬더버드 새끼야 태어날 때부터 저 칭호를 달고 태어나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만, 강기찬은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를 알기에 위화감이 들었다.

몬스터 하나가 속성이 둘인 건 최초였다.

마침, 시스템 메시지가 이를 증명했다.

《 다중속성 》

[분류] 칭호

[등급] 유일

[설명] 최초로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존재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추가 속성 획득 가능.

[조건] 없음

[제약] 없음

썬더버드는 수 속성뿐만 아니라 화, 목, 토 등의 속성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강기찬은 상상했다.

‘썬더버드가 물을 뿜고 불까지 쏜다면?’

끔찍한 혼종이 탄생할 것이다.

물론, 타인의 시선에서 그럴 터.

강기찬은 아니다. 끔찍하긴커녕 사랑스럽다. 그 힘은 강기찬의 것이나 다름없기에.

‘재수 없다고 여겼는데, 아니었어.’

일전에 운이 안 좋다고 여긴 건, 운이 더 좋기 위한 발판이었음을 깨우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 나는 어떻게 멀쩡하지?’

자신 역시 감전당해야 마땅했다.

이내 그 역시도 알 수 있었다.

[최초로 썬더버드의 알을 부화했습니다.]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썬더버드의 주인을 얻었습니다.]

그에게도 칭호가 붙은 것.

썬더버드도 그 특수성을 인정받아 칭호를 얻었지만, 그렇게 만든 사람도 덩달아 칭호를 얻은 격이다.

‘칭호확인.’

《 썬더버드의 주인 》

[분류] 칭호

[등급] 유일

[설명] 최초로 썬더버드를 부화시켰을 시, 얻는 칭호.

[효과] 뇌 속성 공격 면역

[조건] 없음.

[제약] 없음.

뇌 속성 공격 면역 - 썬더버드 알의 효과였다.

같은 효과지만, 그때보다 더 좋아졌다.

그 거대한 알에 접촉 중이려면 이동할 수 없어서.

지금은 그냥 뇌 속성 공격 면역이지 않은가.

유일한 페널티가 제거된 것.

‘뇌 속성 공격 면역이라서 어인족들이 단체로 감전당할 때 나만 멀쩡했던 거구나…….’

감전당하는 어인족들을 쭉 훑어보았다.

사망한 어인족은 없었다.

아니, 치명상을 입은 어인족도 없었다.

썬더버드라 해도 새끼이다 보니 미숙한 것이다.

한데도 어인족들은 꽤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평생 물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위력이 낮은 감전이라 한들 낯설고 불쾌할 테니.

그때였다.

- 써-어어언?

썬더버드 새끼가 하던 일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강기찬을 향해 돌아섰다.

그제야 주인의 귀환을 알아차린 것.

후-우욱, 빠르게 헤엄쳐왔다.

녀석은 온몸에 뾰족한 가시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연신 스파크가 튀었다. 전반적인 생김새는, 노란색 고슴도치에 날개가 달렸다고 보면 되었다.

또한, 손바닥에 얹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덩치였다. 크기야 나중에 제 어미처럼 커지겠지만 말이다.

다 와서는 막, 강기찬 주위를 맴돌았다.

‘잘했다고 칭찬해달라는 건가?’

강기찬이 썬더버드 새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써-언!

좋아한다.

띠링!

[썬더버드 새끼에게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이름을 지을 시, 친밀도가 +10 상승합니다.]

주인과 펫 사이에는 친밀도가 중요했다.

높은 친밀도를 유지하면 말이 아닌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펫을 조종할 때 그만큼 편한 게 또 없는 법.

‘이름은… 썬으로 하자.’

이름은 썬더버드의 앞글자를 따서 썬으로 짓기로 했다.

[썬더버드 새끼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썬더버드 새끼의 이름은 ‘썬’입니다.]

[이름을 지었습니다.]

[친밀도가 +10 상승합니다.]

강기찬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썬더버드도 얻었고 남은 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몬스터들의 드랍 아이템이 아직 남아 있었다.

‘루팅도 할 수 있겠네.’

물론, 아이템 루팅을 하려면 장애물부터 치워야 했다.

강기찬이 썬을 보다가 어인족들을 손짓했다.

- 썬!

수중이라 말을 못 해 불편하지만, 썬은 알아들었다.

잽싸게 쏘아지더니 좀 전처럼 전격을 발산했다.

콰-지지지지- 지지지직 – 지지지-!

어인족들도 삼지창을 휘둘러 저항하였으나 썬의 수준급 회피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썬은 삼지창의 공격 궤도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서 거의 갖고 놀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인족들이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어인족들이 완전히 물러난 뒤, 강기찬은 편안하게 아이템 루팅을 할 수 있었다. 하는 도중에 생각했다.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업무협약을 맺어야 하니까.’

네크로맨서로 전직하려면 진시황의 100만 대군을 쓰러뜨려야 하지 않나. 그러기 위해선 어인족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썬더가 전기로 좀 지져주면 말이 통하겠지. 뭐, 진시황의 100만 대군을 쓰러뜨리면 자기네들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 테고…….’

* * *

PO일보 옥상, 기자 휴게실.

“트, 특종입니다. 선배!”

“뭐?”

부리나케 뛰어오는 한명석을 보며 박진수가 의아해했다.

“복면인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어떻게?”

“제가 청룡 길드원 한 명 구워삶았었잖아요. 복면인을 가까이서 찍은 동영상, 거기에 담긴 홍채를 인식해서 알아냈다더라고요. 확실해요!”

“오! 누군데?”

“그게 누구냐면… 경석이래요!”

“경석? 경석이 누구더… 아! A기업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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