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 *
어인족.
하반신은 물고기의 지느러미.
상반신은 인간과 같다.
그것들이 오자 강기찬은 짜증이 났다.
어인족 한 마리도 상대 못 하는데 수백이라니…….
‘왜 안 뒤진 거야…….’
썬더버드의 전격이 저들까지 가격하진 못한 걸까?
어쨌든 저들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다.
‘이것들도 다 못 챙기고 가란 거야?’
썬더버드의 알도, 드랍 아이템도 못 챙기게 생겼다.
‘오늘 허탕만 치네.’
정말 애국자로만 남게 생겼다.
막말로 국가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더라도 여기서 얻는 것만 못할 터.
‘이 시간에 레벨업을 하는 게 이득이었겠네.’
테스트서버에서의 시간은 금과 같다. 그 귀한 시간을 흩날렸으니.
‘일단 빠지자.’
이미 엎질러진 물.
젖지라도 않아야 했다.
하지만,
“쫓아라!”
슉- 슈슈슈슉!
다짜고짜 어인족이 삼지창을 날렸다.
물의 저항 따윈 무시하는 속도였다.
푹- 푸푸푸푹!
강기찬은 즉각 자리를 떴다.
등 뒤에 썬더버드의 알이 있고 삼지창이 꽂힐 테지만.
대신 맞아줄 수도 없는 노릇.
슉!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아웃 후, 강기찬은 한동안 멍했다.
그간의 일들이 허사였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어쩐지 오늘 운이 좋더라니…….’
한편,
‘어? 용무가 다 끝나신 건가?’
청용은 강기찬을 보며 의아해했다.
지속해서 하던 공간이동을 하지 않았으니.
“혹시 썬더버드와의 전투는 끝나셨습니까?”
청용이 공손히 물어왔다.
“아… 뭐. 예…….”
강기찬의 약간 힘 빠진 대답에,
‘썬더버드와 싸우시느라 기진맥진하신 거구나…….’
청용은 알아서 오해를 해주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동행을 해주시겠습니까? 이게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사안이고 또 그쪽이 해결하셔서…….”
“잠깐만요.”
강기찬은 청용을 조용히 시켰다.
시야에 뭐가 떠서.
띠링!
[특수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뭐……?”
제 눈을 의심했다.
‘특수 조건을 충족했다고?’
특수 조건, 하면 떠오르는 건 하나다.
‘썬더버드의 알의 부화…….’
썬더버드의 알의 부화 조건 B.
특수 조건을 충족하면, 즉시 부화할 수 있다… 였다.
‘어떻게?’
자신이 한 행위 중에 그럴 만한 게 있나 떠올렸다.
금세 답이 나왔다.
‘알을 버리고 나온 거!’
버림받는 게 부화 특수 조건이었나 보다.
‘잘 버렸어!’
하지만 예측이 틀렸다.
띠링!
[특수 조건 : 썬더버드의 알이 깨졌습니다.]
[썬더버드의 알이 즉시 부화합니다.]
“…….”
특수 조건이 밝혀졌다.
알이 깨지는 게 부화를 위한 특수 조건이었다.
정황상 어인족이 던진 삼지창에 썬더버드의 알이 깨져 즉시 부화한 거라고 보았다.
‘운이 좋네.’
운이 좋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어느 미친놈이 자발적으로 썬더버드의 알을 깨려 하겠나.
어인족이 썬더버드의 알을 대신 깨뜨려준 덕에 일이 잘 풀렸다.
‘돌아가자.’
강기찬은 즉각 테스트서버로 들어갔다.
한편,
“…….”
또 어딘가로 사라진 강기찬을 생각하며 청용이 목덜미를 살살 긁었다.
“… 집에 가? 말아?”
청용은 재차 깊은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한 번 쓴맛을 보고 나니 결심은 쉬웠다.
“영섭아.”
그의 부름에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뒤에서 있던 길드원이 다가왔다.
“예, 마스터.”
“복면인 정체 알 방법 없냐? 당사자가 알려주진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최영섭이 답했다.
“마스터, 지금 렌즈 카메라 착용 중이시죠?”
“그렇지.”
길드는 레이드 출전을 할 때, 몬스터 드랍 아이템 소유권, 분배 등, 각종 분쟁을 대비하여 각자가 눈에 렌즈 카메라를 착용한다. 그렇기에 복면인도 찍혔을 터.
“혹시 복면인의 눈도 보셨나요?”
“그렇지.”
“그럼, 홍채 인식 시스템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곧 복면인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싶었다.
* * *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해저왕의 심해 - 수심 4,000미터]
강기찬은 로그인 즉시 뒤돌아섰다.
삼지창이 꽂힌 채, 깨진 썬더버드의 알이 보였다.
그리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없네?’
알 속에 뭣도 없다.
이내, 뒤편에서 소란이 일었다.
“마, 마마 막아!”
“으-아아아악!‘
강기찬은 재차 뒤돌아섰다.
감전당하고 있는 어인족이 보였다.
“어? 감전?”
감전시킬 수 있는 존재라면?
‘썬더버드 새끼?’
썬더버드 새끼가 어인족 근처를 헤엄치며 활개 치고 있었다. 근방으로 스파크가 연신 튀어댔다.
‘잠깐, 쟤는 어떻게 멀쩡하지?’
썬더버드도 감전사 당했다.
그런데 어째서‘썬더버드 새끼’는 멀쩡한가?
이내 알 수 있었다.
상태창이 나타나서.
띠링!
《 상태창 》
[이름] 미지정
[종족] 썬더버드
[레벨] 1
[속성] 뇌 + 수
[칭호] 물속에서 부화한 새 / 다중속성
[근력] 30 [민첩] 900 [체력] 55 [지력] 240
[생명력] 600 [마력] 2,000
[물리 공격력] 99 [물리 방어력] 25
[스탯포인트] 0
[스킬] 전기충격(Lv.1), 전광석화(Lv.1)
썬더버드 새끼가 물에서 전기를 뿜었음에도 감전되지 않은 이유? 칭호, ‘물속에서 부화한 새’ 덕분이었다.
《 물속에서 부화한 새 》
[분류] 칭호
[등급] 유일
[설명] 최초로 물속에서 부화한 새가 얻는 칭호.
[효과] 수(水) 속성 획득
[조건] 없음
[제약] 없음
칭호는 특정한 업적을 달성했을 때 받는다.
새가 물속에서 부화한 적 없기에 칭호가 주어진 것.
덕분에 수 속성이 생겨 물속에서도 전기를 쓸 수 있다.
‘썬더버드가 수 속성이라니…….’
썬더버드 새끼야 태어날 때부터 저 칭호를 달고 태어나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만, 강기찬은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를 알기에 위화감이 들었다.
몬스터 하나가 속성이 둘인 건 최초였다.
마침, 시스템 메시지가 이를 증명했다.
《 다중속성 》
[분류] 칭호
[등급] 유일
[설명] 최초로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존재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추가 속성 획득 가능.
[조건] 없음
[제약] 없음
썬더버드는 수 속성뿐만 아니라 화, 목, 토 등의 속성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강기찬은 상상했다.
‘썬더버드가 물을 뿜고 불까지 쏜다면?’
끔찍한 혼종이 탄생할 것이다.
물론, 타인의 시선에서 그럴 터.
강기찬은 아니다. 끔찍하긴커녕 사랑스럽다. 그 힘은 강기찬의 것이나 다름없기에.
‘재수 없다고 여겼는데, 아니었어.’
일전에 운이 안 좋다고 여긴 건, 운이 더 좋기 위한 발판이었음을 깨우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 나는 어떻게 멀쩡하지?’
자신 역시 감전당해야 마땅했다.
이내 그 역시도 알 수 있었다.
[최초로 썬더버드의 알을 부화했습니다.]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썬더버드의 주인을 얻었습니다.]
그에게도 칭호가 붙은 것.
썬더버드도 그 특수성을 인정받아 칭호를 얻었지만, 그렇게 만든 사람도 덩달아 칭호를 얻은 격이다.
‘칭호확인.’
《 썬더버드의 주인 》
[분류] 칭호
[등급] 유일
[설명] 최초로 썬더버드를 부화시켰을 시, 얻는 칭호.
[효과] 뇌 속성 공격 면역
[조건] 없음.
[제약] 없음.
뇌 속성 공격 면역 - 썬더버드 알의 효과였다.
같은 효과지만, 그때보다 더 좋아졌다.
그 거대한 알에 접촉 중이려면 이동할 수 없어서.
지금은 그냥 뇌 속성 공격 면역이지 않은가.
유일한 페널티가 제거된 것.
‘뇌 속성 공격 면역이라서 어인족들이 단체로 감전당할 때 나만 멀쩡했던 거구나…….’
감전당하는 어인족들을 쭉 훑어보았다.
사망한 어인족은 없었다.
아니, 치명상을 입은 어인족도 없었다.
썬더버드라 해도 새끼이다 보니 미숙한 것이다.
한데도 어인족들은 꽤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평생 물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위력이 낮은 감전이라 한들 낯설고 불쾌할 테니.
그때였다.
- 써-어어언?
썬더버드 새끼가 하던 일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강기찬을 향해 돌아섰다.
그제야 주인의 귀환을 알아차린 것.
후-우욱, 빠르게 헤엄쳐왔다.
녀석은 온몸에 뾰족한 가시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연신 스파크가 튀었다. 전반적인 생김새는, 노란색 고슴도치에 날개가 달렸다고 보면 되었다.
또한, 손바닥에 얹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덩치였다. 크기야 나중에 제 어미처럼 커지겠지만 말이다.
다 와서는 막, 강기찬 주위를 맴돌았다.
‘잘했다고 칭찬해달라는 건가?’
강기찬이 썬더버드 새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써-언!
좋아한다.
띠링!
[썬더버드 새끼에게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이름을 지을 시, 친밀도가 +10 상승합니다.]
주인과 펫 사이에는 친밀도가 중요했다.
높은 친밀도를 유지하면 말이 아닌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펫을 조종할 때 그만큼 편한 게 또 없는 법.
‘이름은… 썬으로 하자.’
이름은 썬더버드의 앞글자를 따서 썬으로 짓기로 했다.
[썬더버드 새끼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썬더버드 새끼의 이름은 ‘썬’입니다.]
[이름을 지었습니다.]
[친밀도가 +10 상승합니다.]
강기찬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썬더버드도 얻었고 남은 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몬스터들의 드랍 아이템이 아직 남아 있었다.
‘루팅도 할 수 있겠네.’
물론, 아이템 루팅을 하려면 장애물부터 치워야 했다.
강기찬이 썬을 보다가 어인족들을 손짓했다.
- 썬!
수중이라 말을 못 해 불편하지만, 썬은 알아들었다.
잽싸게 쏘아지더니 좀 전처럼 전격을 발산했다.
콰-지지지지- 지지지직 – 지지지-!
어인족들도 삼지창을 휘둘러 저항하였으나 썬의 수준급 회피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썬은 삼지창의 공격 궤도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서 거의 갖고 놀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인족들이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어인족들이 완전히 물러난 뒤, 강기찬은 편안하게 아이템 루팅을 할 수 있었다. 하는 도중에 생각했다.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업무협약을 맺어야 하니까.’
네크로맨서로 전직하려면 진시황의 100만 대군을 쓰러뜨려야 하지 않나. 그러기 위해선 어인족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썬더가 전기로 좀 지져주면 말이 통하겠지. 뭐, 진시황의 100만 대군을 쓰러뜨리면 자기네들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 테고…….’
* * *
PO일보 옥상, 기자 휴게실.
“트, 특종입니다. 선배!”
“뭐?”
부리나케 뛰어오는 한명석을 보며 박진수가 의아해했다.
“복면인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어떻게?”
“제가 청룡 길드원 한 명 구워삶았었잖아요. 복면인을 가까이서 찍은 동영상, 거기에 담긴 홍채를 인식해서 알아냈다더라고요. 확실해요!”
“오! 누군데?”
“그게 누구냐면… 경석이래요!”
“경석? 경석이 누구더… 아! A기업 장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