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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39화 (39/151)

39화

검은 실루엣.

꽤 멀리서 등장했다.

그것의 등장으로 일대가 소란스러워졌다.

“누구지?”

일단 확실한 건,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유추할 수 있었다.

“유저 같은데?”

일반인이 아닌 건 확실했다.

우선, 하늘에 떠 있었으니까.

물론, 일반인도 특수 장비만 갖추면 하늘이야 날 수 있다.

하나, 특수 장비로도 안 되는 게 있지 않나.

바로 썬더버드의 흉흉한 기세를 견디는 것.

일반인이라면 어떤 특수 장비를 쓰더라도 흉흉한 기세에 맨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다.

유저는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는 선천적인 특질이 있었다.

반면, 일반인은 그런 게 없기에 절대 지금처럼 저렇게 멀쩡하게 썬더버드와 마주 보고 서 있을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저 근처로 가지도 못했을 터.

그 모든 요인이 합쳐지자……,

“레벨이 우리와 비슷하겠는데?”

자연스레 복면인의 레벨도 추정 가능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썬더버드의 기세에 밀리지 않는데?”

썬더버드의 기세에도 기절하기는커녕 여유로운 거로 봐선 최소한 9,000레벨은 넘는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뭐, 그래봤자, 어쩌겠어…….”

9,000레벨이 넘는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여기 있는 자들도 9,000레벨을 못 넘어서 당하고 방어막이 뚫린 건 아니니까.

“100만 명이 막지 못한 썬더버드야, 혼자서 뭘 어떡하겠어…….”

100만 명이 막지 못한 썬더버드…….

그걸 혼자서 대치하고 서 있다?

그것도 잠시뿐일 거다.

그리고 버터기는커녕 목숨이 위태로울 거고.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고맙잖아…….”

그래도 고마웠다.

어쨌거나 저 인간의 등장으로 썬더버드가 멈춰 섰기에.

그렇게 또 시간을 번 것 아니겠나.

설령 그 시간이 10초라 할지라도 그건 매우 값질 것이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또 쌓여 몇 명의 선량한 시민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르기에.

동시에 그렇기에 이 시간을 헛되이 날릴 순 없었다.

“가자!”

“움직이자고!”

지금이 기회다.

썬더버드가 또 질주하기 전에 따라잡아야 했다.

썬더버드를 향해 날아가던 순간이었다.

조금 더 가까워지니 대략 윤곽이 잡혔다.

‘저 사람, 복면을 쓰고 있잖아…….’

썬더버드를 막아선 자는 복면을 쓰고 있었다.

하나,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을 알 수는 없었다.

‘대체 왜 복면을 쓰고 있을까? 정체를 들켜선 안 되는 신분이라도 되는 걸까?’

그때였다.

슉, 슈슈슈슉.

복면인의 전방으로 무언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커다랗고 낯익은 이미지였다.

‘골렘?’

골렘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골렘은 아니었다.

‘나무로 된 골렘?’

골렘의 재질이 나무였다.

크기도 거대했다.

흡사 걸어 다니는 아파트였다.

그런 게 하나만 있지 않았다.

지속해서 생겨나는 중이었다.

그리고 차례로 썬더버드에게 돌진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과감함이 묻어나오는 행동이었다.

육중한 걸음걸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바닷물이 첨벙 튀어 올랐다.

만화영화에 나오던 로봇이 실체화한 것 같았다.

- 쿠롸-롸롸!

썬더버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맹렬한 날갯짓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다가오던 우드골렘을 강타하기에 이르렀고.

더불어 날개에 흐르던 전류가 옮겨갔다.

콰지지지-지지직!

처참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우드골렘의 육체를 구성하는 나무가 쫙쫙 갈라지고-

썬더버드가 날개를 위로 쳐올리자, 우드골렘의 팔이 뜯겨 나갔다. 그 여파로 스파크가 튀면서 전류가 맴돌았고 경직을 일으켰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쿠-아아앙!

우드골렘은 균형을 잃으면서도 기어이‘앞으로’ 넘어졌다. 썬더버드에게 처박으려는 목적성이 다분했다.

하나, 썬더버드는 날렵하게 뒤로 빠지며 피했다.

결국, 우드골렘은 혼자 바다에 코를 박고 쓰러졌다.

이에, 지켜보던 4대길드 길드원들이 아쉬워했다.

조금 전의 공격이 유효했더라면…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썬더버드의 약점은 물이었다.

만약, 우드골렘이 썬더버드를 처박아 바다에 빠뜨렸다면 온몸이 흠뻑 젖어 전기공격은 할 수 없게 될 터.

그렇게 되면 썬더버드가 포위망을 뚫고 인천으로 진입해도 적어도 전격으로 인한 피해는 못 입혔을 테니까.

썬더버드에게서‘썬더’를 뺏는 건 검사에게서 검을 놓게 만드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하나,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고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가 되고 말았다. 썬더버드가 이전보다 더 높이 올라갔기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썬더버드는 높이 올라간 김에 우드골렘 무리를 아예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다. 거슬리기만 할 뿐, 싸워서 이득이 없다고 여긴 모양.

고도를 높여 우드골렘의 머리 위로 넘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흠칫, 놀라며 급히 물러섰다.

자신의 고도를 훨씬 뛰어넘는 장신의 우드골렘이 그 뒤에 나타난 것.

썬더버드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곧장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쇄도해왔다. 나아가려면 저 덩치를 치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슈-우우욱!

날개에 전류를 집중했다.

새하얀 빛이 날개를 뒤덮었다.

온몸의 전류를 날개에 끌어모았다.

직후,

쿠-우우웅!

묵직한 날개가 우드골렘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섬광이 번쩍, 하고 빛났다.

하지만, 우드골렘은 눈이 멀거나 하지 않았다.

이에, 우드골렘의 한쪽 팔이 터져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차 돌격 또 돌격, 돌격, 돌격… 했다.

무생물이기에 가능한 집념이었다.

오직 명령만을 충실히 수행하기에.

그 광경을 보며…….

복면인, 아니 강기찬은 생각했다.

‘또 제페토님의 도움을 받네.’

그의 전방에 배치된 우드 골렘들.

아주 든든한 탱커였다.

덕분에 강기찬은 일절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 우드 골렘은 NPC제페토의 작품이었다.

‘제페토님! 염치 불고하지만, 좀 더 고생해주세요.’

대규모 물량전.

NPC제페토가 우드 골렘을 양산형처럼 부지런히 찍어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그림이다.

지금도 [테스트서버 - 버려진 세계 - 허수아비 논밭]에서 계속해서 우드 골렘들을 제작하고 있을 터.

우드 골렘 하나가 망가질 때쯤 되면 새로운 우드 골렘이 제작되고 강기찬이 소환하기를 반복 또 반복…….

물론, NPC제페토 혼자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썬더버드의 진격을 저지하는 것 말이다. 우드 골렘이 썬더버드와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니까.

하나, 두 몬스터가 급이 맞을 리 없지 않은가.

우드 골렘은 고작 1,000레벨에 불과했다.

반면, 썬더버드는 9,999레벨이다.

썬더버드에게 우드 골렘은 파리만도 못한 수준.

수가 많아도 파리는 파리일 뿐.

썬더버드의 전격 한 방에 진작 나가떨어졌어야 했다. 실제로 우드 골렘은 그래야만 하는 생명력과 방어력이었고.

그런데도 끈질기게 생존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었다.

(1) 생명력 자연 회복량 10배 증가 물약

(2) 체력 자연 회복량 10배 증가 물약

(3) 활력 자연 회복량 10배 증가 물약

(4) 생명력 1,000,000 회복 물약

(5) 체력 10% 급속 회복 물약

(6) 생명력 10% 급속 회복 물약

(7) 활력 10% 급속 회복 물약

(8) 체력 100% 회복 물약

(9) 생명력 100% 회복 물약

(10) 활력 100% 회복 물약

(11) 최저 30% 생명력 보장 물약

(12) 최저 30% 체력 보장 물약

(13) 최저 30% 활력 보장 물약

강기찬이 NPC화타에게서 얻은 각종 물약.

‘내 레벨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피노키오가 받아온 거지만…….’

강기찬은 이 물약들을 몽땅 NPC제페토에게 넘기고 왔다.

우드 골렘이 이 물약들을 마시게 하라고.

NPC제페토는 충실히 이행했다.

우드 골렘을 제작하자마자 바로 물약들을 마시게 했다. 그런 다음 강기찬이 소환했고.

특히 이 전투가 장기전으로 흘러가게 해주는 원동력은 이 세 가지 물약이 주효했다.

- 최저 30% 생명력 보장 물약

- 최저 30% 체력 보장 물약

- 최저 30% 활력 보장 물약

이 세 가지 물약 덕에, 우드 골렘이 생명력 & 체력 & 활력이 30% 밑으로 떨어지질 않았다.

불사신이 된 것.

그런 까닭에 팔다리가 떨어질지언정, 소멸하지는 않았다. 다리가 한쪽이라도 붙어있는 한, 콩콩 뛰어서 몸통박치기라도 할 수 있고.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한 일. 죽지 않더라도 팔다리가 떨어지면 본능적인 공포심에 주저앉았을 테니.

반면, 우드 골렘은 무생물이라 그런지 팔다리 좀 떨어졌다고 움츠리지 않았다.

시간도 잘 끌어주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는 거니.

하나, 불만족스러웠다.

‘이대로 가면 시간만 끌뿐이지.’

시간만 질질 끌어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시간도 강기찬의 편은 아니었다.

이 전투를 가능케 하는 물약이‘시간제’이기에.

‘앞으로 약 10분…….’

물약 효력이 사라지기까지 10분 남았다.

이 대치국면도 10분 뒤면 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 썬더버드는 다시금 자유로워질 터.

그 전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했다.

‘슬슬 끝장을 보자.’

썬더버드의 진로만 방해하려고 온 게 아니다.

썬더버드를 치우려고 온 거다.

이 세계에서.

‘테스트서버로 가자고.’

썬더버드를 테스트서버로 데려가고자 했다.

다만, 소환할 수 없다.

썬더버드보다 레벨이 낮기에.

그래서‘소환’방법을 우회하기로 했다.

돌격하는 우드 골렘의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러고선,

【은신】

은신을 발동시켰다.

평상시면 몰라도 다수의 우드 골렘이 깽판을 치며 산만한 분위기인 지금은, 1천여 레벨의 은신이라도 효과가 있을 터.

우드 골렘이 썬더버드에게 달라붙기 직전, 강기찬은 떨어져 나와 썬더버드에게 신속히 쏘아지는 중이었다.

‘닿기만 하면 된다.’

썬더버드의 신체에 접촉만 하면 테스트서버로 데려갈 수 있다. 이미 수차례 검증이 끝났다. 처음 테스트서버에 접속할 때, 손에 쥐고 있던 이불까지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썬더버드의 신체에 접촉한 상태로 테스트서버로 접속하면 될 것이다.

슈-우우웅- ---- -- -

‘됐다!’

손끝이 썬더버드 꼬리에 닿았다.

그 순간.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썬더버드와 함께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했다.

썬더버드는 화들짝 놀랐다.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였기에.

하나, 한창 전격을 날리던 중이었고 그 와중에 공간이동 했으니 전격은 쭉 발산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동한 공간이…‘바닷속’이었다.

콰지지지-지지직!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사지가 뒤틀려 피부가 타들었고 장기가 파열되었다. 본인에게 전격을 쏜 게 되었기에.

강기찬도 감전되었다.

그런데 웃었다.

테스트서버에선 고통을 느끼지 않아서?

아니, 바라던 대로 되어서.

‘성공했네.’

NPC제페토가 우드 골렘을 부지런히 제작하고 있을 때.

강기찬은 그걸 구경하고 있지 않았다.

바다 깊은 곳으로 헤엄쳤다.

썬더버드를 수장시키려고.

거기까진 완벽했다.

계획대로였고.

그런데,

‘어?’

예기치 못한 현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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