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38화 (38/151)

38화

* * *

- 뭐, 뭐임?

- 아니 잘 보다가 무슨 날벼락임?

- 야! BJ! 카메라 똑바로 해. 왜 계속 땅 비추고 있어?

- 아, 아! 돌아온다. 잠깐 손에서 놓쳤떤 건까?

- A길드원은 왜 줄행랑을 쳤었던 거? 무슨 일인데?

- 강기찬은 또 왜 갑자기 사라졌고!

- 누가 설명쫌!

이 시청자들은 홍보 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방송명은‘강기찬과 함께하는 A길드의 레이드’

처음에는 강기찬에게 관심 있는 자들만 와서 봤었다.

그런데 일순간 시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실시간 인기검색어 & SNS로 인해서.

[던전 & 필드에서 실종되는 몬스터…, 어디로 갔나?]

[A길드, 의문의 몬스터 파티?!]

[제보자 B양, 본인이 사냥 실패한 보스몬스터가 A길드 앞에 나타났다고 밝혀…….]

[A길드, 초자연적인 현상의 근원?]

[A길드가 감추고 있는 진실은?]

몬스터 실종과 연관 있다는 의혹으로 시청자가 유입된 것이다.

그러다가 시청자 수가 300만 명을 찍던 순간!

강기찬이 느닷없이 사라졌다.

뒤이어 A길드원이 혼비백산하여 뛰었고.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저들의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아서 왜 저러는지 몰랐다.

하나, 머지않아 짐작은 했다.

뉴스에 긴급속보가 뜬 것.

그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

[… 긴급속보입니다.]

[썬더버드가 한국 근해 상공에 출현했습니다.]

[현재 서해 상공에 있으며, 다행히 한반도로 진입하지는 않았습니다. 말씀드리는 와중에… 긴급속보입니다.]

[좀 전, 대통령이 긴급 담화문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작금의 사태에 대해 큰 혼란이 가중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유저협회, 4대 길드에서 긴밀한 상호협력을 통해 지속해서 서해안 상공을 자세히 예의주시 중입니다. 그러니 인천과 서울시민 여러분은 안심하십시오, 인천과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은 안전합니다. 안심하고 주무시면 됩니다! 내일은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맞이할 것입니다!]

정부는 안전함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불신에 가득 찼지만.

- 썬더버드는 미국이나 중국도 어찌 못한 몬스터 아님?

- 맞음,

- 근데, 게네들보다 유저 레벨 한참 낮은 한국이 뭔?

- ㅋㅋㅋ

- 지, 지금이 살 수 있느 마지막 시간일 수도 있음.

- 자정 넘어가는 시간대에 아파트 밖에 사람들 바글바글하는 거 예전 지진 이후로 처음이네.

- 여기 인천 연수구인데 난리 났음. 짐도 못 챙기고 집ㅔ서 나왔다. 잣댐 ㅠㅠ

- 아 내일 면접인데 씨댕.

- 불안해서 미치겄네 아주…….

- 우째야함? 지금이라도 집 버리고 ㅌㅌ 각?

- 목숨이 걸린건데 집 타령…

- 난 벌써 경기도로 내려감, 근데 여기도 불안.

- 나는 부천 사람인데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슴다. 알아서들 생존하시길.

- 난 제주도.

- ㄴㄴ 사실, 한국은 어딜가도 위험함. 개좁은데, 빠를 때는 번개속도를 낸다는 썬더버드 손바닥 안임.

- 썬더버드가 손바닥이 있었나?

- ㄸㄹㅇ ㅅㄲ

인천과 서울시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분주했다. 대중교통은 운행이 중단되었고 자가용을 몰았으나 교통이 마비되어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를 띄워 혼란을 가중했고, 전문가들이 비관적인 분석이 방송을 타고 있었다.

[… 가장 큰 문제는 썬더버드가 한 번 나타난 이상, 조용히 물러난 적은 없다는 겁니다.]

[또한, 썬더버드가 경로를 틀지 않는다면 인천은 물론 서울 역시 직접타격권 내로 들어서게 된다는 거고…….]

[더 나아가면 한반도 전역이 녀석의 공격 범위 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겁니다.]

[과거, 썬더버드가 출몰한 곳은 영국의 런던, 인도의 뭄바이, 체코의 프라하로… 도시 전체가 정전되는 것은 물론, 썬더버드가 뿌려대는 번개 다발로 인해 건물이 붕괴하고 인명사고가 속출했습니다.]

[입게 된 피해를 복구하려면 장장 10년 아니 2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 * *

대한민국 서울, 청와대.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길드.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각 길드의 마스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거기엔 한국 대통령, 한국 유저협회 부회장도 함께였다.

“나병건 회장님은 연락이 안 되나 봅니다?”

대한민국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인원이 전부 모였다.

단, 한 명.

한국 유저협회 회장, 나병건 빼고.

“아시잖습니까, 나병건 회장 튜토리얼의 탑에 계신 거.”

“하, 도대체 몇 년을 거기 계신 겁니까. 이런 중차대한 위기에도 연락도 안 되고…….”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지 싶습니다.”

“예, 상황 보고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의 지시에 국방부 장관이 보고했다.

“해군은 인천부두 인근에 배치해두었습니다.”

“전진 배치하지 않고요?”

“예, 이게 참 상황이 모호한 게, 썬더버드가 아직 한반도로 오는 건 또 아닌지라, 괜히 군대를 동원했다가 썬더버드를 자극해서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명운이 걸린 만큼 국가에서 대동할 수 있는 전력이 총출동하였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목적은 썬더버드의 한반도 침입을 저지하는 것. 썬더버드가 한반도로 침입하지 않는데 선제공격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터. 최선은 전투하지 않고 끝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하는 거라고는 공허한 바다와 그 위를 떠도는 썬더버드의 동향을 멀찍이서 관망하는 것뿐.

“만일, 썬더버드와 전면전을 펼칠 시, 승산이 있습니까?”

대통령의 물음.

청룡길드의 길드마스터가 보고를 올렸다.

“승산…, 없습니다.”

대한민국 명실상부 1위 길드, 그곳의 길드마스터인 만큼 신뢰성이 있는 발언이었다.

대통령은 얼굴을 굳혔다.

“승산 없다니요? 왜, 왜 그렇습니까?”

“…썬더버드에게 다가가면 고압의 전력에 노출되어 감전사를 당하기 때문이지요.”

“그… 그럼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솔직히…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바다에 빠뜨리는 게 아닌 다음에야……. 하지만, 그런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고 전멸로 이어졌습니다.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작전이었지요. 그 외엔 달리 방법도 없습니다. 뭐라도 있었다면 진작 공략되었겠죠.”

절망적이었다.

다들 여기 모인 까닭은 해결책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최후의 저항이라도 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서울이 함락당하면 그걸로 한국은 끝이나 다름없기에.

“암울하군요… 면목이 없습니다.”

“대통령님 잘못도 아니잖습니까.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필 한국이라니… 그나저나 일본이나 미국 측은?”

“일본 측 협회 유저들은 보내 줄 9,000레벨 유저가 다 해외파견 갔답니다. 미국 측 협회 유저들은 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참… 해외파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또 시간이 걸리기는 뭐가 걸려. 요즘 시대에… 썬더버드라서 안 오는 거면서 핑계 대기는…….”

“…우리끼리 해결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때였다.

“어! 어어! 옵니다!”

어떤 길드원의 외침.

이에, 다들 긴장의 끈을 당겼다.

“썬더버드가 오고 있다…….”

썬더버드가 그야말로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빠, 빠르다……!”

“…….”

“…….”

일대에는 묵직한 침묵이 감돌았다.

속으로 각자 결의를 다지는 중이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설령 죽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가죠.”

비장한 각오를 품은 채…….

타닷, 타다다닷!

각자 땅에서 발걸음을 뗐다.

내 가족이 사는 한국 땅을 전쟁터로 만들 수는 없지 않나.

‘바다 위에서 끝장을 봐야지!’

파-아앙. 파앙- 팡! 파파파팟!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대 길드 마스터가 일제히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 뒤를 이은 100만 명의 길드원들도……!

[플라이]

100만 명의 길드원이 허공에 떠올랐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서포터 군단의 저력이었다.

저들을 하늘에 띄운 것도, 나는 데에 드는 마력도, 지상에 있는 수백의 정예 서포터들이 담당한다.

한편,

“후…….”

대통령은 눈을 감고 기도했다.

‘부디, 저분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2천만 명, 아니 대한민국의 명운이 저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 * *

100만 유저.

썬더버드의 진로를 틀어막기엔 충분한 인원이었다.

다만, 대열이 흐트러지기까지 1분을 넘기지 못했을 뿐.

지지, 지지지짓-- -- - -- ---- --- -

썬더버드가 내뿜는 전격의 다발이 허공을 수놓았다.

하늘이라 어느 방향이든 이동할 수 있음에도,

“으롸-아아악!”

피할 수 없었다.

유저들은 전신을 파르르 떨더니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했다. 전격 한 방에 수만 명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풍덩! 풍덩! 풍덩…….

그들은 로그아웃 당했고 일반인이 되었다.

그 덕분에 육체와 의식은 회복되었다.

그런데!

촤- 촤치치치칙!

그 위로 내리꽂히는 번개!

바다가 통째로 감전되었다.

썬더버드는 안 거다.

다년간 유저들을 사냥한 경험으로.

한 번 죽이는 건 진정한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두 번을 죽여야 끝이라고.

확인사살로 일반인이 된 유저들은 사망했다.

“허…….”

상공에서 이를 지켜본 이들은 허탈했다.

방금 당한 자들. 뇌 속성 저항력이 큰 방어구를 착용했다. 그런데도 효과가 무색하게 일말의‘저항’조차 하지 못한 거다.

더 충격인 것은…….

“현기현 마스터!”

현무길드의 길드마스터.

그 역시 방금 일격에 외상을 입었다는 거다.

아직 전류가 남아 온몸에 스파크가 튈 정도.

그건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그는 한국 최고의 탱커니까.

그런 그가 당했다는 건 그 누구도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무… 뭣들 하나!”

모두의 뇌리에 일갈이 퍼부어졌다.

목소리 주인은 현기현이었다.

“망자들의 자리를 메워라! 포위망이 느슨해져선 안 돼!”

온몸이 엉망진창이었지만, 목소리만은 힘 있었다.

그의 의지는 남은 유저들에게 또렷이 전달되었다.

“그래! 막아야 해!”

“부끄럽게 죽을 순 없어!”

“가자!”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상실할 뻔했던 전의가 재차 불타올랐다.

애초에 썬더버드를 처치하려고 온 게 아니지 않나.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수도권 내의 인구가 한창 빠져나가고 있을 터.

단 1분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주어야 했다.

그러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포위망이 느슨해져선 안 되었다.

100만 명이 다시 하늘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메웠다.

그러나…….

촤- 촤치치치칙!

방금 전격으로 또다시‘인간 거미줄’이 찢어졌다.

이제는 썬더버드도 더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틈새로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그 누구도 쫓아갈 수가 없었다.

“… 허어…….”

망연자실한 얼굴로 썬더버드의 뒤꽁무니만 쳐다보는 수밖에. 최악의 자연재해가 한반도로 진입 중이었다.

그때였다.

검은 실루엣이 허공에 나타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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