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경석 살짝 불안해하면서 물었다.
“날 가두기 좋은 곳? 그게 어딘데?”
“테스트서버…….”
“테스트서버?”
경석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테스트서버는 그 누구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아니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미지의 서버이니까.
그러므로,
“…망상이 심하군.”
강기찬의 헛소리로 치부했다.
“충분히 이해해.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강기찬도 경석을 이해했고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기에.
슉!
우선 강기찬이 먼저 테스트서버로 들어갔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서 로그인했습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남은 시간] 00시 59분 58초.
[남은 시간] 00시 59분 57초.
[남은 시간] 00시 59분 56초.
[로그아웃할 시, 남은 시간이 정지됩니다.]
[오늘 안에 재접속 시, 남은 시간을 마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벤트 스킬, 소환을 사용합니다.]
[경석을 소환합니다.]
… 테스트서버로 경석을 소환했다.
5초 후.
[경석의 동의를 구했습니다.]
[경석이 소환을 거절했습니다.]
‘안 오네.’
경석이 부름을 받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겁줬는데 오면 바보지.’
당황하진 않았다.
여기까지도 예상했기에.
[로그아웃합니다.]
강기찬은 로그아웃해 다시금 경석의 앞에 섰다.
“왜 안 와?”
“미친놈… 날 가둔다는 데를 왜 가?”
경석은 속으로 안심했다.
‘강제로 소환할 수는 없나 보네… 다행이네…….’
그러면서 호기심이 커졌다.
“근데, 거기 정말 테스트서버 맞냐?”
“시스템 메시지가 거짓말하겠냐?”
“…….”
“정, 못 믿겠으면 또 소환 초대장 보낼 테니까, 승낙해.”
“…….”
경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호기심에 가기엔 너무 위험도가 높았다.
그때, 강기찬이 불길한 소리를 했다.
“안 오고는 못 배기게 해줄게.”
“…….”
경석은 불안했다. 강기찬이 허언할 것 같진 않아서.
그때였다.
쫘-악!
강기찬이 돌연 경석의 뺨을 후려쳤다.
“씨, 씨블름아! 뭐하는 짓이야아앗!”
경석이 황급히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미친놈이……!”
강기찬은 웃었다.
“자, 아프지? 왜 아플까?”
“뭐? 당연히 일반인이라…….”
경석은 말을 하다 말았다.
새삼 실감 났다.
자신이 일반인이 된 것을.
‘그러고 보니.’
강기찬이 자신을 허공에 띄웠다가 떨어뜨렸을 때, 손목이 꺾이며 상상도 못 할 고통이 엄습해왔었다.
그리고 탈출하고자 출구 포탈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뒤편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온몸이 저릿하지 않았나.
그땐 경황이 없어 미처 깨닫지 못했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를…….
던전은 완벽하게 게임 속과 같다.
그렇기에 유저는 던전에서만큼은 다쳐도 안 아프다.
단, 일반인은 아니다.
현실하고 다를 바 없이 아프다.
‘이거, 심각하다…….’
유저였을 때는 강기찬이 무슨 짓을 하든 무섭지 않았다. 맞아도 안 아프고 죽어도 부활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때리면 아프고 죽으면 실제로 죽는다.
던전임에도 일반인이기에 가능한 일.
반면 강기찬은 여전히 유저다.
일반인 따위 손가락 하나로 으깨버릴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유저와 단둘이 있다…….
그 심각성을 일깨우자마자.
부-우우우웅.
강기찬이 경석을 허공으로 띄웠다.
쭉- 수직상승 시켰다.
좀 전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게.
로켓에 탄 기분이랄까.
급격한 수직상승에 발끝이 시렸다.
“야! 야야 뭐, 뭐 하는 거야!”
경석은 겁을 먹었다.
고소공포증 없어도 겁먹을 높이였다.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그러고도 쭉 올라가다가 갑자기 멈췄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자이로드롭 최정상에서 잠깐 멈출 때?
이것과 비교하면 우습다.
자이로드롭 최정상보다 안 높다.
다만, 심리적인 위협이 너무 컸다.
지상에서 강기찬이 중얼거렸다.
“… 한 11미터는 되려나? 별로 안 높지? 일단은 그렇게 해두었어. 이 상태에서 너랑 얘기해야 말이 잘 들릴 테니까.”
“워, 원하는 게 뭐야!”
“네가 테스트서버에 갇히는 거.”
“그, 그것만은 안 돼! 다른 걸 말해. 뭐든 들어줄 테니까.”
“말에 모순이 심하네. 뭐든 들어준다며? 테스트서버에 갇히는 걸 원한다니까?”
“야,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
“내가 말로 하려다가 안 되어서 이러는 건데. 뭔 말로 해?”
“…….”
“너 그 높이에서 추락하면 어떻게 될까? 아까처럼 손목 골절로 끝이 날까, 아니면……?”
그 말을 끝으로,
부-우우웅.
강기찬은 경석을 더 높이 띄웠다.
“얼마나 다칠지 모호할 수도 있으니까, 확신하게 해줄게.”
12미터, 13미터, 14미터… 30미터…….
그 이상으로 고도가 고속 상승하고 있었다.
경석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볼 광경.
거꾸로 매달려 있기까지 하니 공포가 배가되는 수밖에.
이는 강기찬의 의도였다.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놀이기구가 괜히 회전하는 게 아니지 않나.
경석도 어떻게든 몸을 틀려고 했으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음에 이를 갈았다. 무슨 수를 써도 그의 머리는 아래로 향했고 얼굴은 지상을 내려다보게끔 고정되어있었다.
문득, 속도가 느려짐을 느끼고선 다시 눈을 떴다.
강기찬이 보였다.
개미처럼 작게.
그만큼 높이 올라왔다는 방증.
그때,
“*&^%^$$%&@*&^%^$$*^$$~**”
지상에 있던 강기찬이 무어라 말을 했다.
하나,
“아, 안 들려……!”
강기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무어라 외치는 거 같긴 한데…….
“내가 갈게.”
이내, 강기찬이 직접 몸을 띄우고선 하늘로 올라왔다. 경석과 눈높이가 맞는 고도까지.
“이젠 잘 들리겠지? 여긴 한 500미터 높이는 될 거야.”
경석은 귀에 담지도 않았다.
강기찬의 얘기가 잘 들릴 만큼 이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러든 말든 강기찬은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가 600미터인가? 뭐… 정확한 높이는 모르는데 하나는 확실하지.”
“…….”
“난 다시 테스트서버로 갈 거고 그러면 내 염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
“……!”
이건 진심이었다.
그도 염력을 건 채로 테스트서버로 가본 적은 없었다.
염력 유지되는지, 아니면 풀리는지.
하나, 은연중에 눈치를 준 거다.
염력이 풀리지 않을 거라는 장담은 못 한다고.
염력이 풀리면 어쩔 건가.
“내가 테스트서버에서 널 소환할 때 안 오면… 어떻게 되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으 으으으…….”
경석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입가로 침이 줄줄 새어 나왔지만 닦지도 못하고 그냥 흐르게 놔두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닦을 여력이 없었다.
“자…, 간다.”
강기찬이 나직이 읊조렸다.
찰나의 순간, 경석은 최고점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롤러코스터 맨 앞자리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슉!
강기찬이 550미터 상공에서 사라졌다.
테스트서버로 간 것.
그 즉시,
슈-우우우---------우 --
경석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서버 이동으로 염력이 풀리고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
눈 깜짝할 새에 시야가 훅훅 바뀐다. 굉장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 진심으로 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갈 것 같았다.
슬프게도…….
‘왜, 왴! 왜 안 떠어! 안 뜨냐고!’
이제는 기다려졌다.
얼른 강기찬이 자신을 소환해주기를.
‘이대로 추락사하기 전에… 어서!’
띠링!
[강기찬님이 당신을 테스트서버 - 버려진 세계 - 허수아비 논밭으로 소환하려 합니다.]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왔다!
‘드, 드드드디어-어어!’
기다렸다는 듯이,
“어! 어어어어어어!”
경석은 강기찬의 소환에 응했다.
[경석님이 강기찬님의 소환에 응했습니다.]
[테스트서버 - 버려진 세계 - 허수아비 논밭으로 소환됩니다.]
경석의 정수리가 지상까지 100미터 남은 시점이었다.
* * *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위치 : 버려진 세계 - 허수아비 논밭]
강기찬이 허공에 떠 있던 경석을 염력으로 안전하게 붙잡은 뒤, 천천히 내려주었다.
“후… 우우… 후우우…….”
경석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 불규칙하게 심호흡을 했다.
얼굴엔 식은땀이 한가득하였고 머리카락은 비를 맞은 듯 홀짝 젖어있었다.
그럴 수밖에.
죽음의 경계에서 막 돌아왔으니.
겨우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웠다.
완전히 풀린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 우우… 하아아…아아….”
서서히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강기찬이 그의 곁에 왔다.
“어때?”
“흐…….”
경석은 말대꾸할 여력도 남지 않은 듯했다.
아니, 저항 의지를 완벽히 상실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진득한 분노로 얼룩진 표정, 하나 차마 강기찬을 향해 표출할 수가 없었다. 테스트서버로 왔다 한들 그건 단순한 장소의 변경일 뿐, 강기찬이 자신을 해코지할 수 있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경석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년은 여기 갇힌 듯 초췌할 몰골이었다.
“저, 정말… 이곳이?”
믿기 어려운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서 와, 테스트서버는 처음이지?”
“다, 다를 게 없는데?”
유저는 위치정보가 뜨지만, 경석은 일반인이다. 일반인은 시스템 메시지가 안 뜬다.
그렇지만, 강기찬이 한 말과 초대 메시지를 봤으니 여기가 테스트서버인 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를 게 없어 보여? 원래 테스트서버가 다 그렇지 뭐. 오히려 여기 걸 본 서버, 아니 현실로 옮긴 거잖아.”
“그, 그렇군. 그나저나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이거? 허수아비 왕 처치 단독 보상.”
강기찬의 소환, 그것은 헬 난이도였던 허수아비 왕 처치로 받은 단독 보상이었다.
《 소환 》
[분류] 스킬
[등급] 이벤트
[설명] 허수아비의 논밭 - 허수아비 왕 처치(헬 난이도) 보상.
[효과] 어디에 있든 원하는 대상을 소환할 수 있다.
[조건]
- 사용자보다 레벨이 낮을 것.
- 상대의 동의를 구할 것.
* 단, 몬스터는 예외 적용.
- 사용자보다 레벨이‘낮을 시’, 동의 없이 소환 가능.
- 사용자보다 레벨이‘높을 시’, 동의하에 소환 가능.
[제약] 없음.
[기간] 30일.
경석이 반발했다.
“아니, 내가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어떻게 테스트서버로 오는 게 가능하냐는 거다!”
“설명하긴 귀찮고, 네가 알아야 할 건, 넌 여기서 평생 살게 될 거란 거다.”
경석은 흠칫 놀랐다.
“… 여기서 평생?”
“그래, 평생!”
경석이 곧바로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제발, 제발 나 좀 나가게 해주라. 네가 시키는 거 뭐든지 다 할게. 부탁한다…….”
눈치가 빨랐다.
이젠 진짜 탈출할 방법이 없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오직 강기찬만이 자신을 내보내 줄 수 있다는 것도.
그랬기에 자존심을 버린 것.
확실히 이전보단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평생 참회하면서 살아.”
강기찬은 경석의 손길을 뿌리쳤다.
경석은 평생 모를 것이다.
강기찬이 자신을 손잡고 강제로 테스트서버로 데려올 수 있음에도 굳이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소환을 썼다는 것을.
그때였다.
“왔어? 이건 뭐야?”
테스트서버 운영자, GM미르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