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28화 (28/151)

28화

* * *

[논란! 허수아비의 논밭!]

[누구를 위한 이벤트인가?]

[세 번째 이벤트, 허수아비 왕 처치 대거 탈락!]

강기찬이 허수아비 논밭에 있는 사이, 바깥은 소란스러웠다. 1천여 명의 유저 중 998명이나 탈락하고 나왔으니.

그뿐이랴,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허수아비의 논밭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벤트가 종료되었다.

단 한 국가만 빼고.

바로 한국.

강기찬이 속한 1-1구역.

여기도 사실상 끝난 분위기였다.

딱 한 명만 살아남았으니까.

오히려 그래서일까?

기대감도 생겼다.

하필 그 한 명이 강기찬이라서.

그런 까닭에 전 세계에서 이곳만 탈락한 유저들이 남아 있었다. 하릴없이 기다리긴 적적했는지 채팅 치면서.

- 희망이 있는 거겠지?

- 아직 실패했다고 안 나오는 걸 보면…….

- 그냥 시간만 뻐기고 있는 거 아님?

- 하긴, 강기찬은 이동한계선 넘을 수 있잖아.

- … 그럴 수도.

- 마!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시다!

강기찬은 비호감이었다. 이벤트를 독식해서.

하나, 지금은 모두가 강기찬을 응원한다.

이것 때문에.

[허수아비 왕 처치 시, 처치한 구역 인원, 전원 보상!]

세 번째 이벤트가 시작하면서 떴던 시스템 메시지다.

허수아비 왕을 처치하면 강기찬뿐만 아니라 이 구역 전원이 보상받는다. 헬난이도 보상인 만큼 기대 중이었다.

- 시간만 뻐기고 있는 거 아닐 텐데?

- 행복회로 오지게 돌리네.

- 아니, 바보야! 최후의 1인이 되는 게 목표도 아니고 허수아비 왕 처치가 목푠데, 본인이 아니다 싶으면 벌써 나왔겠지. 쓸데없이 시간 다 보내는 것도 시간 낭비잖아.

- 그럼 지금 종료까지 10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때까지 안 나오는 건 뭐 때문이라고 봄?

- 그래서 가능성이 있는 거지. 진도가 나가니까, 안 나오는 거 아니겠음?

- 얼마나 남았음?

- 7분? 8분? 할튼 그쯤 남음.

- 다 됐네.

- 진짜 해내면, 이때까지 잘못을 다 용서해준다..

- 용서 ㅇㅈㄹ

- 누가 누굴 용서? ㅋㅋㅋㅋ

- 어! 어, 뭐가 떴다!

- 시스템 메시지 뜸!

띠링!

[허수아비 왕이 사망했습니다.]

[강기찬 용사님이 허수아비 왕을 처치했습니다.]

[허수아비 왕을 처치한 용사, 강기찬 용사님에게는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벤트 스킬, 소환을 얻었습니다.]

‘소환’은 강기찬 단독 보상.

그리고…….

[허수아비 왕을 처치하였으므로 처치한 구역인 1-1구역 인원 전원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 허수아비 왕 처치 - 전원 보상 》

[아이템 드랍율 2배 쿠폰(일주일)]

[경험치 2배 쿠폰(일주일)]

이건 강기찬이 속한 1-1구역 전원에게 주어지는 보상.

- 보상 이거 뭐냐거!

- 보상 미춌다! 미춌따고!

- 어?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으아! 으아아아아아!!!!!!!!!!!!!

- ㅁㅊ ㅁㅊㅁㅊㅁㅊ

- 강기찬님을 향해 절하자!

- 고맙스빈다 흑흑흑.

- 이때까지 욕해서 죄송했습니다!

- 살앙해요!

채팅창이 폭발했다.

* * *

“…바깥이 시끄럽네.”

허수아비의 논밭 안.

경석이 다가오는 강기찬을 향해 말했다.

1-1구역의 채팅창을 따로 꺼두지는 않았기에 자연스레 본 것이다.

“네 얘기가 한창이다.”

“그래? 보상이 꽤 좋은 게 떴긴 하니까.”

경석이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계정 줄게.”

계정을 주고 이동한계선을 넘고자 했다.

“잘 생각했다. 아이디부터 말해.”

“아이디는… 이고 1차 비밀번호는…, 2차 비밀번호는 …이다.”

강기찬은 2차 비밀번호부터 변경했다.

언제든지 1차 비밀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된 것.

이로써 경석의 계정은 온전히 강기찬의 것이 되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

경석은 허탈했다.

‘불과 이틀 만에 유저로서의 삶이 끝날 줄이야.’

어제 낮에 신규 유저 등록을 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이젠 현실이 되었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로그아웃만 기다릴 뿐이었다. 강기찬이 자신을 로그인 상태로 놔두지 않을 터.

띠링!

[로그아웃합니다.]

역시나 로그아웃 당했다.

경석은 일반인이 되었다.

상태창도 스탯도 사라졌다.

겉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힘을 잃었다.

강기찬은 경석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 로그아웃했는데, 안 튕기네?’

원래 던전 안에선 로그아웃하면 던전 밖으로 튕긴다.

당연히 경석이 튕겨 나갈 줄 알았는데…….

‘버려진 세계라서 안 되는 건가 보네…….’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예외가 적용된 거라 보았다.

“나, 갈게.”

강기찬은 작별인사한 뒤, 돌아서서 이동한계선으로 향했다.

“무-무어-어엇?!”

경석이 화들짝 놀라며 강기찬의 앞을 막아섰다.

“자, 잠깐! 나는? 약속했잖아! 계정을 넘기면 날 내보내 준다고!”

“아…, 아아 그렇지.”

강기찬이 해맑게 웃었다.

한데 하는 말은 냉소적이었다.

“근데, 여기서 나가 봤자일 텐데?”

“뭐라는 거야! 빨리!”

강기찬의 뼈있는 말, 경석이 그 의미를 알게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면 돼.”

강기찬이 경석을 유인했다.

끊어진 이동한계선이 있는 곳으로.

그 앞에 선 채 경석에게 손짓했다.

“이쪽으로 해서 걸어서 넘어가면 돼.”

“뭐?”

경석에겐 끊어진 이동한계선이 보이지 않는다.

강기찬의 말이 단박에 이해되지 않을 수밖에.

“그냥, 걸어가면 돼?”

“어, 일직선으로…….”

경석은 떨떠름해서 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손끝으로 허공에 대고 또 댔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힐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터.

그렇게 더듬거리다가 마침내 보이지 않는 벽에 닿았다.

손바닥을 벽에 딱 붙인 채, 의지하고선 한 걸음씩 속도를 내며 내디뎠다. 왼쪽 벽을 만지고, 또 오른쪽 벽을 만지다가 몇 미터쯤 가고선 깨우쳤다.

‘이거 통로? 통로인가?’

좌우에 벽이 있고.

그 중간에서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구조.

통로임이 틀림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과 벽 사이에 통로라…….’

그러자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휙-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강기찬과 눈이 마주쳤다.

“혹시 여기… 원래부터 뚫려 있었…….”

“어.”

강기찬의 깔끔한 대답에,

“하… 컥, 커커컥!”

경석이 목에 사레가 들렸는지 연신 캑캑댔다.

“너… 너 왜 말 안 했어!”

“응?”

강기찬이 순진한 척했다.

“뭐를?”

“여기 원래부터 뚫려 있었다고, 왜 말 안 했냐고!”

경석은 강기찬을 통해서만 이동한계선을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이 통로를 지나치기만 하면 되었다니?

이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정을 안 넘겨도 나갈 수 있었단 거니까.

그 사실에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강기찬이 태연히 말했다.

“원래부터 뚫려 있었다고 왜 말 안 했냐고? 그걸 어떻게 말해?”

“왜 말을 못 해?”

“말하면 계정 안 줬을 거잖아.”

“당연한 소릴……!”

“그래서 말 못 한 거야.”

“으…으으으으으으! 이 거래 무효야! 무효라고! 사기꾼 새끼!”

강기찬이 싱긋 웃었다.

“사기꾼이라니? 약속대로 너 탈출시켜줬잖아.”

“웃기지 마! 내 계정 내놔! 내놓으라고!”

경석이 강기찬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 전에,

부-우우우우우웅!

강기찬이 경석을 허공으로 띄운 채 나직이 말했다.

“계정이야 돌려줄 수 있다지만, 너는? 난 너한테 탈출 이상의 정보를 준 거야. 전 세계에서 단둘, 나랑 너만 아는. 그런데 인제 와서 무효로 하자고? 이미 네가 내 정보를 알았는데? 무슨 수로? 기억이라도 지울 수 있나? 땡강 부리지 마. 이젠 돌이킬 수 없어.”

경석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윽박질렀다.

“날 내려놔! 내놓으라고”

“그래.”

훅! 퍽!

강기찬이 염력을 거두자 경석이 땅에 곤두박질쳤다. 높이 띄우지 않아 가벼운 충격. 그런데도 올바른 자세를 잡지 못해 손목이 꺾였다.

“끄-허업-으아-아업! 내 손모-오오옥!”

강기찬은 이를 하찮게 보았다.

“등신.”

“너, 너 내가 가만 안 둬! 죽여버릴 거…….”

경석은 욕을 하다 말고 다른 데에 시선이 갔다.

바로 포탈.

‘저 포탈을 타면 나갈 수 있다…….’

다행히 포탈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

일어나서 전속력으로 달리면 10초?

‘기습적으로 내달리면 저 자식이 대응하기도 전에 나갈 수 있을 테지…….’

경석은 벌떡 일어나 뛰었다.

순식간에 출구 포탈에 다다랐다.

‘빙신, 못 쫓아오는 거 봐라…….’

뒤에서 뜀박질 소리가 안 들렸다.

강기찬이 자신을 쫓아오지도 않는 것.

‘얼마나 당황했으면, 크크큭!’

그렇게 출구 포탈을 지나…-

‘출구 포탈을 지났다고?’

이상했다.

출구 포탈에 몸을 맡기고 나가야 하거늘, 지나쳤다니?

그때쯤엔 가속도로 인해 멈출 수도 없었고…….

빡!

출구 포탈 뒤편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고…….

‘뭐, 뭐야?’

어안이 벙벙했다.

‘왜 포탈이 안 타져?’

어느샌가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경고! 》

[일반인 보호 조치가 발동 중입니다.]

[일반인은 포탈을 탈 수 없습니다.]

‘뭐, 포탈을 탈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사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상식’이니까.

일반인은 던전에 들어갈 수 없다.

포탈을 탈 수 없으니까.

그 점이 반대로 적용된 것이다.

‘설마 일반인으로 던전 안에서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길 줄이야…….’

들어올 때는 유저였지만, 나갈 때는 일반인이다.

일반인이라서 포탈 못 탄 거다.

일반인 보호 조치가 역으로 일반인을 보호 못 하게 만든 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네…….”

돌발변수였다.

‘저게…, 이럴 줄 알고 날 쫓아오지 않았던 거였어…….’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기습적으로 내달려서 강기찬이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게 아니다. 애초에 자신이 포탈을 타지 못할 줄 알고 놔두었던 거다.

‘괘, 괜찮아,’

그래도 침착했다.

‘나중에 애들 올 거고, 게네들 통해 귀환서 넘겨받으면 나갈 수 있어…….’

외부의 조력이 있으면 나갈 수 있다.

일반인이라도 귀환서는 쓸 수 있으니까.

“… 라고 생각했지?”

강기찬이 그 생각을 읽었고 경석이 까무러치게 놀랐다.

“어, 어떻게……!”

‘미, 미친… 저 자식은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거야!’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 안에 갇혔다는 걸 자각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강기찬이 짠 판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그래서? 그래서 어쩔 건데!”

경석은 강기찬을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보았다.

“내가 기껏 너 무기 징역 때렸는데 탈옥할 방법이 있으면 어떡하냐? 그것도 막아야지!”

경석은 기가 찼다.

“하! 무슨 수로? 무슨 수로 내가 나가는 걸 막겠다는 거지? 날 죽이기라도 하게?”

강기찬이 답했다.

“너한테 죽음은 너무 후하지.”

“날 안 죽이고 어떻게 가두겠다는 거지?”

“널 가두기 좋은 곳이 있거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