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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21화 (21/151)

21화

* * *

슉!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기찬은 좀 전의 일을 떠올렸다.

‘아까 그 친구는 뭐지?’

테스트서버로 오면서 불현듯, 맵핵을 보았다.

누군가 순식간에 방 창문까지 온 게 아닌가.

‘벌써 날파리가 꼬인 건가?’

허수아비의 논밭에 진입할 때부터 짐작했다.

그렇기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단지,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뿐.

‘내 집에 침입할 것까지 있나? 내가 뭐라고?’

왜 저러는지는 모르지만,

‘선을 넘네.’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나가진 않았다.

재미난 걸 찾아서.

‘흠, 이런 것도 되는구나.’

문득 맵핵에 시선이 갔는데,

‘현실과도 연동이 되는구나.’

테스트서버로 넘어왔음에도 맵핵으로 제 방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침입자도 보였다.

‘박창준’

침입자가 지금도 움직이고 있었다.

방 구석구석을 뒤지는 걸까.

‘날 찾고 있는 거네.’

아슬아슬하게 시기가 엇갈렸다.

‘하마터면 마주칠 뻔했네.’

침입자를 나타내는 점을 눌렀다.

띠링!

[이름] 박창준

[성별] 남자

[나이] 41

[레벨] 1,100

[직업] 암살자

맵핵엔 대상의 이름과 레벨, 직업 등의 대략적인 정보가 떴다. 그것을 통해 침입자의 정보를 보았고 확신이 섰다.

‘한 번 붙어봄 직한데?’

단편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정보였다.

대략 가늠해볼 수는 있다.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레벨은 높지만, 위협은 되지 않는다.’

박창준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레벨 차이가 100이나 났음에도.

왜냐하면,

‘어디 내 레벨이 순수하게 999여야지.’

이쪽이 너무 많은 변수를 쥐었다.

프리 스탯 포인트 하나만으로도 그렇고.

그 외에도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다.

‘좋아.’

판단은 빨랐다.

‘로그아웃.’

로그아웃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남은 시간] 00시 59분 58초.

[로그아웃할 시, 남은 시간이 정지됩니다.]

[오늘 안에 재접속 시, 남은 시간을 마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실로 나가 있는 동안, 테스트서버에서의 남은 시간은 안 흐르는구나. 뭐, 좋네.’

안도하며 로그아웃할 수 있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테스트서버에서 현실로 나오면서,

슝-

냅다 표창을 날렸다.

【 쉐도우 토네이도 】

시야가 제대로 돌아오기도 전이었다.

테스트서버는 밝았고 현실은 어두웠기에.

적을 채 보지도 못한 저격인 셈.

그런데도,

푹!

적중했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사전 계획 덕분이었다.

테스트서버에 나가기 전, 나간 뒤를 미리 그렸었다.

현실로 나갔을 때, 본인의 위치 & 적의 위치.

둘 사이의 간격, 공격 방향, 스킬 종류.

그 모든 걸 계산했다.

마지막으로…….

테스트서버에서 미리 적 방향으로 서 있기까지.

그대로 나감으로써 그 방향으로 안 돌아서도 되었고, 스킬 사전 동작을 하면서 나갔기에 스킬 사용 시간도 단축했다.

그러니 기습이 실패할 리가.

적은 무척 당황했다.

유효타로 자세도 어긋났고.

‘지금이다!’

여세를 몰아 연속으로 표창을 날렸다.

슉! 슉! 슉! 슉! 슉!

쏘는 족족,

푹! 푹! 푹! 푹! 푹!

백발백중.

적의 양 손목, 양 발목에 정확히 표창이 꽂혔다.

물론, 적도 만만치는 않았다.

당하는 와중에도 반격 시도까지.

【 윈드붐! 】

팡!

사방의 공기가 터졌다.

강기찬의 판단은 빨랐다.

슝!

모습이 사라졌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해 회피한 것.

그런 다음,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지구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거, 도주기로도 쓸만하잖아.’

흡족했다.

테스트서버의 재발견이랄까.

한편,

“!”

박창준은 제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가 있지……!’

주변으로 피한 게 아니다.

사라졌다가 나타난 거다.

경험상, 평범한 공간이동이 아니다.

지구에서 벗어났다가 돌아온 것일 터.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저게 스킬이 아니라고?’

지구에서 벗어났다가 돌아오는 묘기.

스킬이 아닐 거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스킬명을 외치지 않았어.’

스킬이라면 스킬명을 외치는 게 정상.

물론, 고레벨엔 스킬명을 외치지 않기도 하지만.

저 레벨에 스킬명도 외치지 않고 쓸 수 있는 스킬?

단언컨대 없다.

그러니, 스킬이 아니라고 볼 수밖에.

물론, 그 이상의 추정은 불가능했다.

‘내가 아는 것 외의 무언가가 있구나!’

‘허수아비의 논밭에 진입하는 것부터 범상치 않다는 건 느꼈지만, 설마 그게 끝이 아닐 줄이야…….’

30여 년간 쌓였던 상식이 하루아침에 부서졌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나.

혼란스러웠다.

그 사이, 강기찬이 거리를 좁혀왔다.

박창준은 상념을 던졌다.

대비해야 했다.

그러다가,

“!”

또 한 번 놀랐다.

‘왜? 왜?! 말이 안 나와?’

목소리가 안 나온다.

‘큰일이다!’

스킬 못 쓰면 손발이 묶이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레벨이 100이 높아도.

‘망할!’

훅!

강기찬이 박창준의 목에 단도를 겨누었다.

턱 끝을 살짝 찌르자 핏방울이 새어 나왔다.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레전드 칭호, 상급자의 침묵을 해제했습니다.]

상급자의 침묵을 해제했다.

“이제 말해.”

“여, 어어어? 마, 말이 나온…….”

“스킬명 외치면 바로 죽인다. 알았으면 눈을 두 번 깜빡여라.”

깜빡, 깜빡.

박창준은 시키는 대로 했다.

스킬 쓸 틈은 없다.

스킬명을 외치는 것도 그렇지만, 스킬 사전 동작도 취해야 하지 않나. 그 전에 목이 베일 것이다.

그러면 진짜 죽은 목숨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던전 안

▶ 사망 시, 유체이탈 - 사망자의 시점 돌입.

▶ 사망 횟수에 비례, 「부활」 대기 시간 증가.

던전 밖

▶ 사망 시, 로그아웃 – 일반인 상태.

▶ 사망 횟수에 비례, 「로그인」 대기 시간 증가.

던전 밖에서 죽으면‘로그아웃’당한다.

로그아웃되면 유저가 아닌 일반인으로 전락하고.

다시 유저가 되려면‘로그인’해야 하는데 곧바로 로그인할 수 없다.

사망할 때마다, 로그인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데, 박창준은 7번이나 사망했었다.

이번에 죽으면 8번, 로그인 대기 시간이 8분이다.

유저가 유저를, 아니 일반인을 죽이는 데는 1분이면 족하다.

사실상, 박창준의 목줄은 강기찬이 쥐고 있는 셈.

그렇지만,

‘고민되는군.’

박창준에게도 최후의 일격은 남아 있었다.

‘살기 한 방이면 강기찬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거 같은데.’

레벨이 100이나 차이 난다.

살기를 뿜으면 강기찬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터.

진작 쓰지 못한 건 갑작스러운 등장과 기습으로 경황이 없어서다. 살기 방출 또한 시간이 소요되니까.

‘이걸로 반격의 발판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가까운 만큼 급소를 노린다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좋다, 하자.’

다행히도 살기 방출은 스킬명을 외치지 않고 쓸 수 있다.

후-아아아악!

[살기를 방출합니다.]

박창준이 살기를 방출했다.

그러나.

“!”

강기찬이 무반응이다.

‘어째서? 무릎 꿇고 쓰러져야 하는데…….’

예상했던 반응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나, 어리바리하지 않았다.

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살기를 방출합니다.]

[살기 강도를 올립니다.]

[살기 강도 : 2단계]

곧바로 살기 강도를 올렸다.

‘이래도? 이래도 끄떡없을까-아아?!’

[살기를 방출합니다.]

[살기 강도를 올립니다.]

[살기 강도 : 3단계]

‘시, 시팔. 왜 아무렇지 않냐고! 왜- 왜-에에에에!’

[살기를 방출합니다.]

[살기 강도를 올립니다.]

[살기 강도 : 4단계]

[살기 강도 : 5단계]

[살기 강도 : 6단계]

「 경고! 」

[더 이상 살기 강도를 올릴 수 없습니다.]

[현재의 살기 강도를 장기간 유지 시, 사용자의 심신이 미약해집니다.]

박창준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그만하지? 안 통하는 걸 알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툭.

강기찬이 그의 목을 쳤다.

기절하지 않을 만큼만.

흐름을 끊을 정도로.

[살기 방출이 중단되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살기 방출이 멈췄다.

강기찬이 자세를 낮춰 박창준과 눈을 맞췄다.

“누가 시킨 거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박창준의 눈가가 바들바들 떨렸다.

공포에 질린 것이다.

그런데도 의외로…….

“입이 무거운 편이군.”

푹.

강기찬이 박창준의 급소를 찔렀다.

100레벨 차라도 급소는 취약한 법이라.

[사망하셨습니다.]

[강제 로그아웃합니다.]

[사망 횟수 : 8번]

[로그인 대기 시간 : 8분]

박창준을 죽일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죽진 않았다.

박창준은 로그인 상태의‘유저’였기에

그러나, 이젠 로그아웃했기에‘일반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부턴 진짜 죽는 거 알지?”

이제부터는 죽을 수 있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의미.

고로, 박창준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런 그에게 강기찬이 말했다.

“네가 하려던 게 이거지?”

[살기를 방출합니다.]

현재 박창준은 일반인.

그랬기에 강기찬의 살기가 통했다.

그래서일까?

“마, 말할 테니, 사, 살기는 거두어…….”

살기를 뿜자마자 항복 선언했다.

[살기를 거두어들였습니다.]

강기찬이 살기를 거두며 재촉했다.

“말해.”

박창준이 술술 불었다.

“겨, 경석이라는 놈이 시켰다.”

“뭘?”

“널 처치하라고.”

“왜?”

“네가 앞으로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치워버리고 싶다고 하더군…….”

강기찬이 어이가 없었다.

‘내가 밉상 짓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암살자를 보낼 줄이야…….’

가진 자들의 생각은 다 이럴까?

심히 유감이었다.

‘좀 심하네.’

정도가 심했다.

그러니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선을 넘은 자에게 자비란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것 이상을 돌려줘야지.

‘날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자체적으로 정산을 시작했다.

경석에게 어떤‘형벌’을 가할지.

“하지만, 내가 약했다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었겠지.”

강기찬은 순전히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이 세상에서 그는 약자다.

생존에는 운도 따라주었다.

박창준이 1,100레벨이 아니었다면?

그보다 훨씬 더 높았다면?

히든 스킬이 있었다면?

결과는 또 모를 일이지 않나.

확실한 건 지금보단 어렵게 일을 처리했을 거란 점이다.

‘그래, 이거구나.’

강기찬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적절한 형법을 찾았다.

‘살인교사와 살인미수를 적용하자.’

경석은 살인교사와 살인미수를 한 것이다.

살인교사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살인미수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깔끔하게 무기 징역으로 가자.’

강기찬은 경석의 집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도 경석은 몰랐다.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있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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