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20화 (20/151)

20화

아이템으로 쌓은 산.

주위에 아무도 없다.

먼저 가서 잡으면 임자다.

유저들은 사력을 다해 뛰었다.

그간 손해만 봐서 저거라도 챙겨야 했다.

느닷없는 아이템 산이 수상쩍었지만,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남들도 다 뛰는데 나만 안 뛸 수는 없으니.

뒷일은 나중으로 미뤘다. 일단 하나라도 얻고 볼 일이다.

그러던 중, 후미의 누군가가 뒤돌아보았는데 강기찬이 보였다.

‘멈춰 있네?’

미로에서 나온 뒤로 전혀 안 움직였다.

달리 의심하진 않았다.

‘하긴, 저 몸으로…….’

진작 포기한 거라 여겼다. 저 몸으로는 속도경쟁에서 밀릴 테니.

‘그래, 저것도 좋지. 괜히 끼어들려다가 다치는 것보다는…….’

이내 고개를 돌려 달리기에 집중했다.

그때였다.

선두에서……,

퍼-퍼퍼퍼퍼퍽!

대참사가 일어났다.

“으어-허어업!”

“이-야! 물러서, 물러서라고!”

선두 대열에서 비명이 터졌다.

무언가에 부딪힌 것.

그러나 부딪칠 때까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뒤편의 유저들도 심각성을 인지했지만 늦었다. 이미 가속도가 붙었고 뭉쳐 있다 보니 재깍 멈출 수 없었다.

쿵- 쿠쿠쿵! 퍽!

충돌, 또 충돌의 연속이었다.

* * *

“정말이네요?”

노재민이 대뜸 말했다. 아이템 산 앞, 시체처럼 널브러진 유저들을 보고선.

“완전 아수라장이에요.”

깔고 깔려서 다치고 부러지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안 가길 잘했네…, 아저씨 고마워요.”

강기찬이 노재민에게 귓속말로 경고했었다.

가지 말라고.

“용케 안 갔네.”

강기찬의 말에 노재민이 웃었다.

“누구 말이라고 어기겠어요. 근데 저거 아저씨 짓이죠?”

“어, 인벤토리가 꽉 차서 저기 빼두었지.”

강기찬은 이동한계선 너머에다가 아이템을 쏟았었다.

대놓고 둬도 도둑 들지 못할 안전한 공간이니까.

“저게 다 … 미로에 있던 보물상자에서 나온 것들인가요?”

“어.”

“혹시 천장에서 뭘 떨어뜨려서 유저들 죽인 것도?”

“어.”

“그래서 저만 안 죽었군요.”

“아, 하. 맞네.”

노재민은 의아스러웠었다.

다들 천장 잔해에 맞아 죽은 경험이 있지 않나.

그런데 자신은 안 당했다.

처음엔 운이 좋은 줄 알았지만, 차츰 이상했다.

유독‘자신만’ 피해간다는 기분이랄까.

“이해가 되네요. 왜 저만 안 당했는지…….”

그 의문이 이제야 비로소 풀린 것이다.

“아!”

“또 뭐?”

“좀비 허수아비 학살도?”

강기찬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하…….”

노재민이 실소하던 그때였다.

“어이!”

경석이 이쪽을 향해 외쳤다.

빠르게 오더니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저런 차단 스킬은 어떻게 배운 거지?”

‘이동한계선 - 보이지 않는 벽’을 보고, 하는 소리다.

차단 스킬로 오해한 모양.

“저게 차단 스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벽이라 생각하진 않나?”

강기찬이 정답을 알려주었으나,

“그 말은 네가 보이지 않는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거냐?”

역시나…….

경석은 믿지 않았다.

‘하긴, 누가 믿겠어.’

강기찬은 이해했다.

경석만의 불신이 아니다.

다들 똑같은 반응일 것이다.

경석이 말했다.

“…저 아이템 산이 네가 한 짓인 걸 부정하진 않네?”

“어. 내가 한 짓이야.”

강기찬은 솔직했다.

‘이 정도는 알려줘도 되지. 어차피 저 아이템 다 가질 수도 없고 팔 거니까.’

대부분 아이템이 필요 없었다.

반면,

‘이 사람들한테는 필요하겠지.’

초보자들에겐 필요할 거다.

‘서로 윈윈이야, 안 팔 수가 있나.’

던전 안에선 수수료 & 세금 면제다.

게다가 시간도 절약될 터.

강기찬이나 저들이나 안 사고 안 팔 이유가 없다.

“용건부터 말해라.”

“아이템 산에 있는 것 중, 사고 싶은 게 있다.”

“팔라는 건가?”

“그렇…….”

강기찬이 경석의 말을 잘랐다.

“따라와라.”

무시였다.

경석은 불쾌했지만, 순순히 따랐다.

‘우선은 아이템 사는 게 급선무다…….’

느려진 성장을 만회하려면 저 아이템이 필수였다.

저 아이템들의 판매자는 강기찬이다.

원래 구매자가 왕이지만,

‘저 아이템들은 시중에선 구하기 힘들다.’

소량 한정 판매면 판매자가 왕이다.

* * *

저벅, 저벅.

위-이이이이이잉!

강기찬과 노재민, 경석과 부하들.

그들은 아이템 산 앞으로 갔다.

가까이 가니 몸져누운 이들이 보였다.

그 수는 상당히 많았다.

아이템 산으로 돌진한 후폭풍이었다.

이후로 미처 회복하지 못하는 중이리라.

‘하긴, 다리 부러지거나 하는 건 자연회복이 안 되지.’

이를 본 강기찬이…….

“아, 잠깐. 너한테 파는 건 조금 미루자.”

경석에게 양해를 구했다.

“뭐?”

“예약 손님이 있는 걸 깜빡했네. 좀 기다려줘. 금방 끝나.”

“뭐? 그게 무슨 소리…….”

경석은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강기찬이 이미 몇 발자국 더 앞섰기에.

“다들…….”

강기찬이 운을 뗐다.

“많이 힘드시죠?”

다친 자들을 보며 하는 소리다.

“뭐, 당연히 힘들죠.”

“에휴, 이게 무슨 꼴이람…….”

던전에선 다쳐도 아프지 않다.

다리가 부러져도 통증이 없는 것.

하지만, 다리가 부러지면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지금 저들이 처한 상황이 그러했다.

아프진 않은데 거동이 불편하다.

“보기만 해도 안타깝습니다.”

이목을 집중시킨 뒤, 강기찬이 이어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력 & 체력 & 부상 회복 물약 팝니다.”

* * *

반응? 안 좋다.

시선? 곱지 않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안 살 건가?

“사, 살게.”

“나도! 나한테도 팔아!”

한 사람이 시작을 끊으니 다 산다고 난리다.

그래, 걷지도 못하고 팔도 안 펴지는데 회복해야지.

“자, 줄 서세요!”

노재민이 장사를 도왔다.

그가 줄을 세우는 동안,

부- 우우웅.

강기찬이 물약을 수급했다.

물약도 아이템 산에 있다.

직접 가서 찾아오긴 번거롭고.

착.

강기찬이 손짓하자.

“어! 저기 봐!”

“아이템이 떠올랐어!”

아이템 산에서 물약만 떠오르는 게 아닌가.

다들 신기한 눈동자로 보고 있다.

이것이 미로 탈출 1등 보상이었다.

정확히는 아이템에서 비롯된 능력이었다.

《 염력의 반지 》

[분류] 아이템

[등급] 에픽

[설명] 미로 탈출 1등 보상

[제한] 착용 제한 없음.

[스탯] 지력 +50 / 마력 +500

[효과] 사물을 허공에 띄울 수 있다.

[조건] 소량의 집중력 + 마력 소모(사물의 무게에 비례)

[제약] 없음.

그 덕에 직접 가지 않고도 물약을 가져올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지만, 그 틈새로 빼내오면 되었다.

[생명력 회복 물약(x500)을 좌판대에 등록되었습니다.]

[체력 회복 물약(x500)을 좌판대에 등록되었습니다.]

[부상 회복 물약(x500)을 좌판대에 등록되었습니다.]

생명력 & 체력 & 부상 회복 물약을 좌판대에 올렸다.

실은 저 물약들은 전부 유저들에게서 턴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창조 경제였다.

[생명력 회복 물약(X5)이 판매되었습니다.]

[500,000원을 받았습니다.]

[생명력 회복 물약(X10)이 판매되었습니다.]

[1,000,000원을 받았습니다.]

[부상 회복 물약(X8)이 판매되었습니다.]

[800,000원을 받았습니다.]

.

.

[더 이상 판매할 물건이 없습니다.]

[판매할 물건을 등록해주십시오.]

순식간에 다 팔렸다.

종류와 무관하게 병당 10만 원.

착한 가격이었다. 평균 시세보다 쌌으니까.

그렇게 강기찬이 얻게 된 총수입은…….

[150,000,000원]

1억 5천만 원!

“우와, 아저씨…, 정말 대단하세요…….”

노재민이 감탄했다.

3억 5천여만 원을 번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놀라긴 일러.”

강기찬은 담담히 말했다.

사실상 지금까진 푼돈이었다. 수수료까지 떼니 더더욱.

이젠 아니다. 직거래는 수수료 안 떼니까.

금액도 더 커질 터.

“오래 기다렸지?”

경석 쪽으로 돌아섰다.

“뭘 살 건데?”

강기찬과 경석이 동시에 아이템 산을 보았다.

* * *

《 거래창 》

[올린 금액 : 3,400,000,000원]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강기찬은 경석에게만 34억 원어치를 팔았다.

‘당분간 돈 걱정은 없겠네.’

또한, 나머지 유저들에게서도 8억을.

총 45억여 원.

하루아침에 번 돈이다.

그뿐이랴, 코인이나 레벨, 공중부양 & 염력의 반지만 해도 기록할 만한 성과다.

만족했다.

동시에 불만족스러웠다.

‘레전드등급 보물상자…….’

레전드등급 보물상자를 얻지 못했다.

보물 허수아비의 정보를 공개한 건 레전드등급 보물상자 때문이었다. 사라지게 두는 것보단 나으니까. 나중에라도 챙길 수 있고.

보물 허수아비에서 나온 것들은‘천장 무너뜨리기’로 대부분 회수했다. 그때 레전드등급 보물상자에서 나온 것도 회수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조급하진 않았다.

[세 번째 이벤트는 내일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내일이 있으니까.

* * *

[오후 11시 58분]

[오후 11시 59분]

귀가한 강기찬은 시간을 보았다.

얼른 날이 넘어가길 고대하면서.

드디어…….

[오전 00시 00분]

‘됐다.’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접속이 가능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강기찬은 즉각 테스트 서버로 향했다.

슉!

강기찬이 사라진 직후.

드르륵.

창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복면인.

그가 살포시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러고선 침대를 보았다.

‘없잖아?’

다급히 다른 방도 갔다.

혹시나 해서 침대 밑도 보았다.

강기찬이 없었다.

‘어디 간 거야?’

희한했다.

분명 집 안에서 안 나왔다.

아니, 집 안에 있었다.

불과 10초 전까지도.

‘10초 전까지 기가 느껴졌었는데?’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놀래 진입한 거다.

‘화, 확인!’

서둘러 기감을 넓혔다.

100M

1KM

100km

‘없다고?’

반경 100km까지 기감을 넓혔으나 강기찬이 걸리지 않았다.

반경 100km까지 강기찬이 없다는 얘기.

‘뭐야?’

기감을 더 넓혔다.

1,000km…….

동, 구, 시, 도…….

한반도 전역을 추적했으나…….

‘없다.’

한국에 강기찬은 없었다.

이 이상은 꽤 힘이 들 테지만, 별수 없었다.

무리하게 기감을 넓혔다.

한국을 넘어 바다를 넘어 외국, 전 세계로!

그러나…….

‘이럴 리가.’

감시와 추적.

이 분야에선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

그런 그의 감시망을 벗어났다?

그것도 고작 999레벨 따위가?

때마침,

[경석] 무슨 일 있습니까? 보고 시간이 지났는데?

의뢰인으로부터 귓속말이 왔다.

‘시팔, 뭐라고 말해야 하지?’

복면인은 인상을 구겼다.

내일 아침까지 강기찬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그런 까닭에 일찍이 강기찬의 자택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었는데…….

[박창준] 그게…….

믿기 어렵겠지만, 솔직하게 답했다.

[박창준] …없어졌습니다.

[경석] 예? 어디로?

[박창준] 저도 모릅니다.

[경석] 예? 당신이 추적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까?

[박창준] 확실한 건, 강기찬은 지구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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