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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9화 (19/151)

19화

* * *

양민학살은 간단했다.

1. 유저들이 모인 곳으로 향한다.

2. 2층 천장을 무너뜨린다.

3. 1층 유저를 깔려 죽게 한다.

2층 바닥과 1층 천장이 뚫려있어 가능한 작전이었다.

‘이러면 일일이 조준하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편해.’

효율적이었다.

하나씩 저격하지 않아도 되었다.

천장을 무너뜨리는 것 자체가 광역기다.

1층은 어둡고 초보자들은 감각이 무디다.

거기에 불시에 일어나는 참사라 피할 수도 없다.

공격이 오는지도 모르고 죽는 게 다반사다.

설령 눈치채도 늦었다.

아는 것과 피하는 건 별개의 얘기. 천장 면적의 공격이 쏟아지는데 무슨 수로 피하겠는가. 이동기나 도주기가 없는데.

두두- 두두두둑!

“아, 아니! 씨블, 이거 뭐야! 함정이다!”

“꺄-아아악!”

“살려줘!”

누가 공격했는지도 몰랐다. 1층 천장은 멀쩡히 막혀 있었으니까. 그저 허공에서 생겨난 함정으로 볼 수밖에.

강기찬이 2층 천장을 보았다.

건드린 부분만 금이 가고 파헤쳐져 있다.

‘천장 전체가 무너지진 않네.’

혹여나 천장 전체가 무너지진 않을까 싶었다.

한데 그건 아니었다.

‘나로선 그게 좋지.’

호재였다.

이 일을 벌인 게 학살을 즐겨서가 아니니까.

유저가 떨어뜨린 아이템을 줍기 위함이었다.

천장 전체보단 특정 천장만 무너지는 게 낫다. 천여 개의 아이템을 동시에 수거할 순 없으니까.

부-우우웅.

1층으로 내려가 천장 잔해를 치웠다.

시신은 사라진 뒤, 남은 건 아이템뿐.

그것들을 챙기고 있을 무렵.

“야!”

어디선가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강기찬은 무시하고 천장 잔해를 뒤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벌써 시간이 다 된 건가.’

저 목소리의 주인, 누군지 뻔하다.

방금 죽은 유저 중 한 명일 터.

이제 막 부활한 모양.

‘하긴 금방 부활하지…….’

이번이 유독가스에 이은 두 번째 사망일 터.

사망할 때마다 부활 대기 시간은 1분씩 늘어난다.

첫 사망 시, 1분, 지금은 2분 만에 부활한 거다.

다만, 자신이 강기찬인 걸 모를 거다.

워낙 어두워서.

강기찬이 마지막 아이템 하나를 수거하며 상대에게 단검을 투척했다.

푹.

띠링!

[정찬식을 처치했습니다.]

[131경험치를 얻었습니다.]

[3,200코인을 얻었습니다.]

[불꽃의 허리띠를 얻었습니다.]

‘어? 아이템을 또 들고 있었나…….’

인원수에 맞게 아이템을 전부 수거했다.

그리고 지금, 이 아이템.

여기서 얻은 걸 거다.

초보자가 40레벨 착용 장비를 밖에서 들고 오진 않았을 테니까.

이로써 확실해졌다.

지금 죽은 저 유저도 다른 누군가를 죽였다는 걸.

그렇게 얻게 된 걸, 강기찬이 다시 빼앗은 거다.

‘돌고 도는구먼.’

* * *

천장 무너뜨리기를 몇십, 몇백 번을 반복했을까.

띠링!

때마침 울린 시스템 메시지.

「 경고! 」

[인벤토리 용량이 초과했습니다.]

[인벤토리를 비워주십시오.]

[이동속도가 90% 느려집니다.]

‘이런… 나름 넉넉하게 비워왔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하구나…….’

강기찬은 많이 챙겨갈 계획으로 인벤토리도 넉넉히 비워두었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 독식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계획보다 더 많이, 아니 독식하게 생겼다.

미로 보물상자 - 1,102개.

보물 허수아비 – 유저 아이템 100개 가까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인벤토리가 꽉 찰 수밖에.

‘뭐, 좋은 게 좋은 거니.’

강기찬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미로 밖으로 나갔다.

인벤토리를 비우기 위해.

이동속도 제약을 풀렸고.

그리고…….

띠링!

[좀비 허수아비 1차 웨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가 몰려옵니다.]

[주의하십시오!]

좀비 허수아비 1차 웨이브가 시작됨을 알렸다.

‘어디서 나오려나?’

좀비 허수아비 무리의 출현 지점이 궁금했다.

거기서 대기하면 몰이 사냥이 가능할 테니.

우선 입구로 향했다.

‘예상적중.’

미로 입구에서 좀비 허수아비가 리젠되었다.

좀비 허수아비가 안쪽으로 진격하려는데.

두둑, 두두두두!

강기찬이 천장을 무너뜨려 버렸다.

입구를 봉쇄해 진로를 막은 것이다.

그 위로 돌조각이 떨어졌고 단체로 깔아뭉개기!

[좀비 허수아비가 사망했습니다.]

[130코인을 얻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 가죽을 얻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가 사망했습니다.]

[130코인을 얻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 가죽을 얻었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50 …▶ 51]

‘나이스’

띠링!

[좀비 허수아비 1차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 2차 웨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가 몰려옵니다.]

[주의하십시오!]

또 좀비 허수아비 무리가 리젠되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막혔다.

‘입구가 막혀서 더 나가질 못하니, 이거 본의 아니게 독점 사냥하게 생겼는데…….’

몰이 사냥하러 왔는데 독점 사냥하게 생겼다.

‘내 잘못이 아니지, 이걸 이따위로 만든 운영자들이 잘못이야.’

또다시 폭풍 레벨업을 할 때다.

* * *

미로 안, 유저들이 이상함을 느꼈다.

던전 시스템 메시지로 인해서.

띠링!

[좀비 허수아비 2차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좀비 허수아비 3차 웨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가 몰려옵니다.]

[주의하십시오!]

.

[좀비 허수아비 3차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좀비 허수아비 4차 웨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가 몰려옵니다.]

[주의하십시오!]

[좀비 허수아비 4차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좀비 허수아비 5차 웨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

.

.

던전 채팅창은 시끄러워졌다.

[김희지] 뭔 웨이브가 시작하자마자 종료되는 거야?

[박순희] 좀비 허수아비가 리젠이 되긴 된 거야?

[김영수] 좀비 허수아비 구경도 못 했네…….

[박순희] 어디서 오는 건데?

[김진식] 입구 쪽에서 오는 거 아닌가?

[김진식] 출구 쪽에서 오면 그림이 좀 그러니까.

[나철구] 입구 쪽에 리젠 될 때마다 누가 다 잡는 거 아닌가?

[나철구] 그래서 여기까지 안 오는 거일 수도…….

[윤민빈] 대체 입구에선 무슨 일이 생겼기에…….

[윤민빈] 안 그래도 갑자기 천장에서 돌 떨어져서 죽어서 그걸로 잃은 경험치라도 메꾸려고 했건만, 몬스터마저 안 오네……. 어쩌라는 건지…….

처음엔 장난치는 건가 싶었다.

좀비 허수아비 N차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되었다고 하니까.

나중엔 궁금했다.

좀비 허수아비가 리젠이 되긴 된 건지.

아니면 시스템 메시지가 오류가 난 건지.

하나, 그 누구도 원인을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려면 입구로 돌아가야 하는데 누가 가겠나?

돌아가는 길도 모를뿐더러 돌아가더라도 현 위치까지 되돌아오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럴 바엔 그깟 원인 모르면 되고, 좀비 허수아비 안 잡는 게 나았다.

그 덕에 강기찬은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편안하게 좀비 허수아비를 몰살할 수 있었다.

[좀비 허수아비가 사망했습니다.]

[좀비 허수아비가 사망했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53 …▶ 54]

좀비 허수아비로 총 4레벨이나 올렸다.

이후로도 웨이브는 일어났으나.

‘이젠 끝내야 할 때네.’

끝내기로 했다.

마침 성장세도 더뎌졌고.

제한시간도 13분 남짓.

무엇보다,

‘다 와 가네.’

맵핵을 보니 몇몇 유저가 출구에 다 와 가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1등 뺏길 터.

‘가볼까.’

1등은 임자가 있다.

* * *

띠링!

[강기찬 용사님이 1등으로 미로를 탈출했습니다!]

던전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이에 유저들이 아우성을 쳤다.

[윤민빈] 아, 아씨! 뭐야? 강기찬이 어떻게 1등이야?

[박강준] 말도 안 돼!

[신보리] 뭐가 말도 안 되는데?

미로란 앞서 나간다고 1등이 될 수 없다.

뒤처진다고 꼴등도 아니고.

그렇지만,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기에 강기찬이 1등인 게 이상했다.

[윤민빈] 강기찬이 제일 늦게 출발했다고!

소문이 났다.

강기찬이 제일 늦게 출발했다고.

아무래도 주의할 인물이기에.

[윤민빈] 꼴등이 1등으로 탈출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박강준] 누구 강기찬 본 사람?

아무도 강기찬을 본 적 없다.

어두워서 얼굴을 못 볼 수는 있으나.

전동 휠체어라 소리를 숨길 수도 없지 않나.

[김근태] 난 입구에서 좀비 잡는 줄 알았는데,

[진보라] 나도. 저렇게 빨리 웨이브 끝낼 수 있는 게 강기찬 뿐이니까.

[강기식] 근데, 1등으로 미로를 탈출했다네.

또 누군가는 이런 의문도 제기했다.

[김영수] 누가 천장에서 돌 떨어뜨려서 우리 죽이고 템 훔쳐 갔잖아, 그게 강기찬이 한 짓 아니었나?

[신보리] 강기찬 맞음? 얼굴 못 봤음.

[박강준] 아니, 내가 사망자 시점으로 봤을 땐 용의자는 서 있었음.

[최설구] 그럼 강기찬은 아니네.

여러모로 의문이었다.

그러나 풀릴 수 없는 의문이었기에 이내 주제가 바뀌었다.

서로 이번 이벤트에 대해 불평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김진식] 하, 이게 무슨 이벤트야, 다 잃었는데.

[김명진] 위와 같음……. 무슨 무소유도 아니고!

누군가는 보물 허수아비를 잡고 얻은 아이템을 털렸고, 또 누군가는 경험치 2배 쿠폰을 잃었다.

그뿐이랴, 경험치도 잃었으며 사망으로 인해 부활 대기 시간만 잔뜩 늘어난 이도 있었다.

[최주신] 미로에서 얻은 보물상자에 아무것도 안 들어있었던 건 말할 것도 없지.

[이나희] 맞네. 누가 다 털어간 건 아닐까?

[김진식] 누가?

[이나희] 강기찬.

[김진식] 또 강기찬이냐. 만물 강기찬설이네.

[차주철] 아니, 근데 이게 진짜 개소리인 게, 지금 의혹들이 다 강기찬이 했을 리가 없잖음. 몸이 하난데 하는 일이 이렇게 많다고?

[강기식]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네.

그러는 동안, 2등, 3등, 4등… 10등까지 나왔고.

[두 번째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미로 탈출 순위에 따라 차등 보상이 지급됩니다.]

[미로가 소멸합니다.]

미로 탈출 이벤트가 종료되었다.

미로가 사라지고 유저들은 바깥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어?!”

선두 대열의 누군가 외쳤다.

뒤이어 또 다른 이가 소리쳤다.

“어! 어어어!”

“으-아아아!”

딱히 말이 필요 없었다.

직접 보았기에.

그리고,

다다, 다다다다다!

단체로 뛰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아이템이 있었기에.

그것도 어찌나 많은지 아이템으로 산을 이루고 있었다.

“꺼져, 저거 내 거야!”

“뒤지기 싫으면 멈추라고!”

야생마처럼 전력 질주하는 유저들을 보며…….

“에휴.”

강기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뛰어가면 다칠 텐데.”

유저들 중에서 강기찬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 아이템은‘이동한계선 - 보이지 않는 벽 너머’에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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