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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테스트서버-16화 (16/151)

16화

경석이 강기찬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 도대체 뭐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먼.’

경험치 10배 쿠폰은 선착순 1등만 사용할 수 있다.

즉 강기찬에겐 쓰레기다.

‘그 쓰레기를 내가 사주겠다는데, 10억이나 주고 말이지.’

강기찬이 돈이 필요 없다지만, 무려 10억이다.

아니, 백지수표를 던진 거나 마찬가지.

어차피 가지고 있어 봤자 쓸 수도 없는 거, 그냥 넘기고 10억이면 받으면 되지 않나? 그걸 마다하다니, 미친놈인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는 쓰지도 못할 건데, 가지고 있어서 얻다 쓰려고?”

강기찬이 말했다.

“난 쓸 수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선착순 1등…….”

“나도 선착순 1등이야.”

“뭐?”

경석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내가 선착순 1등인데 무슨 네가 선착순 1등이야?”

공동 1등도 아니다.

자신이 입장할 땐 혼자 입장했다.

명명백백한 단독 1등이다.

경석은 답답해하며 뭐라 말을 했으나 강기찬이 무시했다.

* * *

띠링!

[한 시간 지났습니다.]

그 알림에 유저들이 사냥을 멈추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고?”

사냥에 열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반면 강기찬은 아니었다.

조금 전 시간 가는 줄 알았다.

경험치 25만 6천 배로도 부족한 시기가 도래했기에.

‘다행이네. 시기적절했어.’

그래도 만족했다.

성장세가 더뎌질 때쯤 시간이 다 되었으니.

[현재 레벨 : 43 …▶ 50]

레벨이 7이나 올랐다.

[첫 번째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보물 허수아비 찾기]

[10만 마리의 허수아비 중, 100마리의 보물 허수아비가 존재합니다.]

[보물 허수아비에 접촉하면 보물상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보물상자에는 각 등급의 보상이 들어있습니다.]

[0.1%의 확률! 당신의 행운을 확인해보세요!]

[레전드 등급의 보물상자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허수아비가 소환됩니다.]

[제한시간 : 30분]

[제한시간이 지나면 첫 번째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슈, 슝슝슝슝!

허수아비 10만 마리가 소환되었다.

소환된 허수아비를 쭉 둘러보다가, 몇몇이 이를 갈았다.

“대체 뭐가 보물 허수아비인데?”

보물 허수아비만의 특색이 없었다.

허수아비들이 밀짚모자 색이 다 달랐지만, 그게 다였다.

“와…….”

“시간이 오래 걸리겠네.”

“온종일 이것만 하는 거 아니야?”

막막했다.

얻어걸리라는 식으로 다 건드려야 할 테니.

“잡고 보자.”

“그래, 가만히 있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그렇지만 별수 없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사이 남들은 움직인다.

우두커니 선 채 불만만 퍼붓던 유저들도 행동 개시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니! 이걸 어떻게 끝내라는 거야?”

포기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허수아비가 무분별하게 돌아다니는데 누굴 잡고 안 잡았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그런 자들을 둘러보다가,

“아저씨, 아저씨는 왜 안 잡아요?”

노재민이 참다못해 물었다.

강기찬은 허수아비를 보기만 할 뿐 만지지 않았다.

“만져야 보물 허수아비인지 아닌지 알잖아요.”

낮은 확률이라도 시도조차 안 해보다니?

[강기찬] 보물 허수아비가 아닌 걸 알면서도 굳이 잡을 거 있나?

[노재민]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기찬] 봤거든.

강기찬이 허수아비를 스-윽 지나치면서 답했다.

[노재민] 봤다니요?

[강기찬] 이벤트 시작 전에 내가 허수아비의 논밭 던전에 들어갔었잖아.

[노재민] 그랬죠.

노재민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했다.

그때 강기찬에게‘… 저긴 못 들어가요. 초보자만 들어갈 수 있거든요.’라고 말한 게 본인이었다.

[강기찬] 그때 봤어. 허수아비의 논밭 던전 안에서.

강기찬은 생각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 운영진들이 한창 보물 허수아비를 선별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줄 순 없지.’

강기찬이 보물 허수아비를 식별할 수 있는 까닭.

허수아비의 논밭 던전에 일찍 들어갔을 때, 운영진들이 한창 허수아비 100마리를 따로 빼놓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당시엔 저것들이 보물 허수아비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무언가 특별한 게 있구나, 하고 유심히 봤었다.

이에, 노재민이 물었다.

[노재민] 정말요?

[강기찬] 그렇다니까.

허수아비 논밭에 일찍 들어간 거랑 보물 허수아비를 아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나, 싶었지만 노재민은 따지지 않았다.

[노재민] 밀짚모자 색깔이 다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찾을 수 있어요?

허수아비 밀짚모자 색은 알록달록하다.

예컨대 초록색이어도 세세하게 달랐다.

짙은 초록색, 옅은 초록색 등등.

지금껏 본 초록색의 종류만 해도 열 가지는 넘어갔다.

미술 감각이 뛰어난 자도 어렵지 않을까?

[강기찬] 찾을 수 있냐고? 어.

강기찬은 장담했다.

인간의 기억력? 안 믿는다.

그러나.

[강기찬] 스샷 찍었거든.

스크린샷은 믿는다.

당시, 밀짚모자 색이 다 다른 걸 보고 혹시나 하고 스크린샷을 찍어두었었다.

[강기찬] 스샷 보냈어, 봐봐.

[노재민] 어? 다 똑같은 색의 밀짚모자네요?

[강기찬] 어.

[노재민] 이러면 찾기가 수월하겠는데요.

[강기찬] 그렇지, 당분간은 들키면 안 돼.

[노재민] 당분간? 아…, 네.

보물 허수아비의 밀짚모자 색은‘유광 흑색’이다.

누가‘유광 흑색의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를 만지고 보물 허수아비인 걸 알았다고 치자,

그리고 또 ‘유광 흑색의 밀짚모자를 쓴 허수아비’를 잡아서 보물 허수아비인 걸 알았다면?

확신한다.

모든 보물 허수아비는‘유광 흑색의 밀짚모자를 쓴 게 아닐까’하고.

그때부턴 일사천리다. 그 색만 찾으면 되니까.

그러니 누군가 그 법칙을 알아차리기 전에, 이쪽에서 최대한 빨리, 더 많이 잡아두어야 했다.

강기찬이 독식 않고 노재민에게 스크린샷을 준 이유다.

노재민은 자신에게 충성하고 있다. 허튼짓 않을 거다. 오늘만 일하고 말 게 아니고서야.

띠링!

[보물 허수아비를 찾았습니다.]

[레어 등급의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남은 보물 허수아비 (99/100)]

“와, 누구야?”

“개 부럽네.”

모두에게 뜨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익명이라 누가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재민] 차, 찾았어요!

저 시스템 메시지의 주인공이 노재민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척 들 떠 있었다.

다만, 무표정이었다.

티 내지 말라는 강기찬의 충고를 잘 들은 거다.

‘영민하네.’

강기찬은 노재민을 좋게 평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띠링!

[보물 허수아비를 찾았습니다.]

[매직 등급의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남은 보물 허수아비 (66/100)]

[제한시간 : 17분]

남은 시간은 17분.

반면 남은 보물 허수아비는 86마리나 되었다.

13분 동안 34마리 찾았다.

진도가 더디다.

[노재민] 아저씨, 이대로면 다 못 찾겠는데요?

[강기찬] 이제 정보를 풀 때가 됐네.

[노재민] 정보를 풀다니요?

[강기찬]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려주려고. 보물 허수아비에 대해서.

[노재민] 원래 그럴 생각이셨군요.

노재민은 강기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보물 허수아비 식별정보를‘당분간’ 들키면 안 된다고 했었다. 달리 말하면 좀 지나면 들켜도 된다는 뜻.

[노재민]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강기찬] 아직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는 안 떴어. 그걸 얻어야 해.

강기찬이 보물 허수아비에 대해 정보를 풀려는 이유.

바로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 때문이었다.

애초에 800레벨 사냥터를 포기하고 이곳에 있는 까닭은 이벤트 보상 때문이었다.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도 그 이유 중 하나에 속했고.

한데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를 얻지 못한다면 손실이다.

‘운에 기댈 수는 없지.’

남은 13분 동안 마냥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가 뜨길 기다릴 순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보물 허수아비를 전부 다 찾는 게 나았다.

시간이 지나 이벤트가 종료되면 보물 허수아비가 사라질 테니까. 그럼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를 얻고 싶어도 얻을 수 없게 될 터.

‘누군가는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를 가지는 게 낫지.’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가 영영 사라지는 것보다는 누군가 가지고 있는 게 나았다.

‘회수하면 되니까.’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가 존재하기만 하면 나중에 회수할 여지라도 있다. 어떻게 회수할지는 이미 대강의 스케치를 그려둔 상태다. 완성에 가깝게.

“자!”

강기찬이 고함을 지르자 유저들이 돌아보았다.

슝!

강기찬이 인벤토리를 깠다.

그 안엔 12개의 보물상자가 있었다.

“뭐야? 뭐 저렇게 많이 모았어?”

유저들이 궁금해했다.

현재 유저의 수중에 들어간 보물상자는 34개.

그중 12개가 한 사람의 수중에 있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볼까?

아니, 무언가 있다고 볼 거다.

강기찬이 제 인벤토리를 깐 이유?

“보물 허수아비의 밀짚모자 색은 유광 흑색입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잡읍시다!”

자신의 말에 신뢰를 더하기 위함이었다.

그 의도는 적중했다.

유저들은 강기찬이 왜 저러나 싶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움직였다.

* * *

띠링!

[남은 보물 허수아비 (0/100)]

[첫 번째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보물 허수아비를 다 찾았다.

이로써 레전드등급의 보물상자도 무사히 보존했고.

강기찬이 바라던 대로 되었다.

“다들 기뻐하는 걸 보니 내가 다 뿌듯하네. 나중에 뺏을 때 미안할 지경이야.”

“네? 뭐라고요?”

“아, 아니다.”

노재민에게 보물상자 다 뺏을 거라고 굳이 알릴 필요는 없었다.

“자 받아요.”

노재민이 거래신청을 했다.

《 거래창 》

[노재민이 올린 아이템]

- 매직등급 보물상자(x28)

- 레어등급 보물상자(x11)

- 에픽등급 보물상자(x1)

“이거…, 다 주려고?”

“예.”

“왜?”

“아저씨 아니었으면 애초에 얻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네 건 좀 챙기지? 아, 챙기고 주는 건가?”

“아뇨, 전 하나도 없어요.”

“야, 됐다.”

“저야말로 됐어요. 저 아저씨 덕분에 3억 5천 7백만 원 벌었어요. 이것만으로도 전 아저씨한테 큰 빚을 졌어요. 은혜도 갚기 전에 이 이상 빚을 지면…….”

“정 그렇다면 에픽 등급만 받을게.”

“정말, 그래도 돼요?”

“어. 에픽 등급이면 충분해.”

“절 배려하려고 짐이라고 하실 것까진 없어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고마워할 거 없어. 네가 받아야 마땅한 거니까. 아, 내가 얻은 매직, 레어 등급 너 줄게. 난 너처럼 운이 없어서 이것뿐이다.”

“예? 안 그러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 거래창 》

[노재민이 올린 아이템]

- 에픽등급 보물상자(x1)

[강기찬이 올린 아이템]

- 매직등급 보물상자(x10)

- 레어등급 보물상자(x2)

▶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둘이 거래를 마칠 즈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띠링!

[두 번째 이벤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이벤트 내용이 공개됩니다.]

[미로 탈출입니다.]

강기찬이 웃었다.

‘맵핵 쓰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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