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1화 (11/151)

11화

* * *

[허수아비의 논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기찬이 허수아비의 논밭에 입장했다.

띠링!

[허수아비의 논밭 이벤트 선착순 1등 하셨습니다.]

‘어? 아직 이벤트 시작하려면 멀었는데……?’

이벤트 시작 6시간이나 남았다.

상식적으론 이벤트 시작하고부터 선착순이지 않나?

‘뭐, 어쩌겠어. 시스템이 선착순 1등이라는데.’

복잡하게 생각지 않기로 했다. 시스템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허수아비의 논밭 이벤트 선착순 1등 보상이 지급됩니다.]

[경험치 10배 쿠폰이 지급되었습니다.]

《 경험치 10배 쿠폰 》

[분류] 아이템

[등급] 레전드

[설명] 허수아비의 논밭 선착순 1등 보상

[효과] 기존의 경험치 10배를 더 얹어준다.

[조건] 소지하고 있으면 자동 적용.

[제약] 허수아비의 논밭 한정.

* 타 경험치 혜택과 중복 적용 가능.

‘미쳤네,’

지금도 신규 유저 환영 이벤트로 경험치 10배 적용 중이다. 거기에 이 쿠폰으로 경험치 10배를 더 얹으면?

[현재 경험치 적용 : 100배.]

경험치 100배!

‘이러면 테스트서버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네.’

테스트서버의 경험치는 10배다.

그에 반해 지금 경험치 100배…….

물론 이건 일시적인 거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지.’

그런데,

‘왜 두 번이나 뜨지?’

이상했다.

[허수아비의 논밭 이벤트 선착순 1등 보상이 지급됩니다.]

[경험치 10배 쿠폰이 지급되었습니다.]

이 문구가 또 떴다.

오류?

자세한 건 인벤토리 보면 알게 될 터.

그렇게 봤는데,

[경험치 10배 쿠폰]

[경험치 10배 쿠폰]

‘두 개잖아?’

인벤토리에 경험치 10배 쿠폰이 두 개다.

정확히는 두 인벤토리에 각각 하나씩.

‘이건, 공동 1등이라는 의미인가 보네.’

두 명이면 동시에 방문했다 느껴도 0.00001초라도 시차가 생기는 법.

그러나 1인 2계정인지라 정말‘동시 방문’한 게 되었다.

‘나중에 회수해 가겠네.’

공동 1등 버그를 떠나서 애초에 선착순 1등이 된 게 말이 안 되었다. 그러니 따로 오류 신고하지 않아도 운영자가 어련히 알아서 회수해 갈 것이다.

‘그럼, 난 그 전에 혜택 누릴 거 다 누려야겠는데?’

이건 게임사의 실수다.

이쪽이 경험치 혜택 누린다고 불이익을 받진 않을 터.

‘와, 그럼 내가 적용받는 경험치가 얼마나…….’

‘경험치 적용’을 확인했다.

[현재 경험치 적용 : 1,000배.]

비록 이 경험치 버프는 허수아비의 논밭 전용이지만, 그래도 이득이다.

‘어쩌면 레벨 40이 허수아비 잡고 레벨업할지도…….’

그러려면,

‘부디, 최대한 늦게 알아라.’

운영자가 늦게 아는 게 중요했다.

그것도 잠시, 저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내는 소리가…….

‘누구지?’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존재는 초보자뿐이지만…….

‘상식적’으로 초보자가 현존할 리 없다.

10년 전에 다 전직했을 테니까.

만에 하나 있을 순 있어도 수십 명이나?

무엇보다 저들은 비슷한 정장 차림이었다.

마치 하나의 조직인 것처럼.

또한, 분주히 일하고 있다.

“야, 거기 허수아비 모자 떨어졌어, 씌워!”

“허수아비 셋이 모자라는데? 백업해둔 거 있어?”

“아, 예. 백과장님.”

“여유분은 얼마나 남았어?”

“800만 마리 남았습니다!”

“물량 더 뽑자, 혹시 모르잖아? ”

“예!”

상황 파악부터 하기로 했다.

강기찬은 수풀 뒤에 숨었다.

‘이게 다 무슨……?’

지켜보다 보니 저들의 정체가 짐작이 갔다.

‘운영자나 개발자, 어쩌면 둘 다일지도…….’

그들이 일하고 있는 곳 허공에 투명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허수아비의 논밭 리뉴얼 - 사전 점검 중…….]

‘아, 사전 점검 중이었구나.’

강기찬이 호기심이 해소되었다.

운영자와 개발진이 왜 일하고 있나 했는데…….

‘근데 직접 일하네?’

보통 게임 점검은 컴퓨터 작업이지 않나.

차이가 있다면,

‘염력을 쓰는구나…….’

염력으로 허수아비 운반하고 떨어진 허수아비 모자를 씌웠다.

‘그나저나, 테스트서버 운영자도 그렇고 저들도 그렇고 너무 평범한 사람 같잖아.’

물론 저들의‘행동’은 평범하진 않지만.

‘뭘 어떻게 리뉴얼 하는지 엿보자.’

강기찬이 이벤트 시작 시각 6시간 전에 여기 온 이유?

정보 습득을 위해서다.

허수아비의 논밭 리뉴얼.

그에 따라 지형지물과 허수아비 종류와 배치, 기타 등등.

많이 바뀔 거다.

그리고 이벤트 중 타인과 경쟁하는 콘텐츠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하나라도 더 아는 게 유리할 터.

즉, 사전 탐사를 하러 온 것이다.

설마 개발자가 작업 중인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 * *

강기찬이 허수아비의 논밭에서 나오자마자 느낀 건,

‘많이 줄어들었네.’

사람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썰물 빠지듯 다 빠져나간 것이다.

‘하긴, 초보자만 입장 가능하니 남아서 뭘 하겠어.’

초보자만 입장 가능하단 게 공식적으로 확인된 뒤라서 그랬다. 더 있어봤자 챙길 게 없으니 일찌감치 퇴장한 것일 터. 애초에 오지 않는 게 최선이긴 했으나,

‘이해는 가네, 공지에 정확히 알려준 것도 아니고 레벨 제한이 있는지 알 길도 없지.’

이곳에 온 기존 유저들이 아주 멍청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른 던전이면 모를까, 허수아비의 논밭은 튜토리얼이다. 시작하면 자연스레 맞닥뜨리고 넘어가게 되는 구간.

그러니 애초에 입장 제한이 걸려있을 거라, 생각 못 했을 수도 있었다. 눈치 빠른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만, 오해의 소지는 있었던 것. 공지사항에 따로 기재되어있지도 않았으니, 얻어걸리란 심정으로 왔을 수도 있고.

저벅, 저벅.

몇몇 유저들이 강기찬에게 다가왔다. 궁금할 테지. 암살자인 네가 초보자 던전에 어떻게 들어갔느냐고.

그런데 어쩌나…….

그 누구도 입만 뻥긋거릴 뿐 말을 하지 못했다.

참 이상한 상황.

강기찬만이 이해했다.

[레전드 칭호, 상급자의 침묵을 사용 중입니다.]

[효과] 사용자로부터 반경 10미터 이내의 상대에게‘침묵’ 적용.

[조건] 사용자보다 레벨이 높을 시, 적용 가능.

시끄럽게 굴 거 같아서 진작 음소거 처리했다.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명쾌한 대답을 해줄 처지가 아니다.

제대로 하려면 테스트서버에 대해 밝혀야 하니.

그렇다고 적당히 거짓말하기에도 번거롭고.

반대로 모르쇠로 일관할 거면 입만 아플 터.

그럴 바엔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강기찬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지?’

말을 건다는 건 일단 기존 유저는 아니다.

그보다 레벨이 낮은 유저는 몇 없을 테니.

일반인이리라.

강기찬이 뒤돌아보자 한 아줌마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요, 아저씨. 뒤로 가서 서지요? 여기 사람들 줄 서 있는 거 안 보여요?”

“예?”

강기찬의 뒤로‘3명’이 줄 서있다. 선착순 이벤트가 있는 만큼 예민할 수밖에.

“아까 나타나자마자 불쑥 들어가 버려서 미처 제지를 못 했는데,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줬으면 해요.”

“아 죄송합니다.”

강기찬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이다.

단 3명뿐인 줄이기도 했고, 줄만 있던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군데 뒤섞여서 줄이 있었다는 것조차 인지 못 했으니.

그런데 이젠‘거품’이 빠지다 보니 훤히 드러나게 된 것.

그러던 와중, 한 가지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

‘줄 자체가 있을 수 없지 않나? 아직 신규유저 등록 시간이 벌었는데…….’

신규유저 등록 & 이벤트 오픈 시각.

똑같은 시간에 시작한다.

즉, 지금은 신규유저가 있을 리 없다.

신규유저가 되어야 이벤트를 참가할 수 있는데 신규유저 등록도 전에 미리 줄을 서진 않을 것 아닌가.

금세 눈치챘다.

‘대리네.’

‘신규유저’가 될 사람 대신 줄을 서주고 있는 것일 터.

‘신규유저가 될 사람의 가족이거나 지인이겠지…….’

어젯밤부터 대기하고 있던 건지 저편에 텐트까지 쳐놓은 게 보였다. 어쩐지 얼굴이 다 초췌하더니만…….

‘이해는 한다만…….’

오직 3명에게만 주는 보상이다. 안 봐도 특별할 터. 저러는 게 이해가 갔다. 방송을 탄 맛집도 전날 줄 서서 기다린다는데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특별 보상을 가질 수 있는데 오죽하겠는가.

다만, 역설적이었다.

신규유저를 위한 이벤트인데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정작 일반인뿐이라니.

그때였다.

“저기, 아저씨.”

방금 말을 건 2등, 아니 이젠 1등이 된 아줌마가 말을 걸었다.

“유저인 거 같은데 자리 살래?”

“네?”

강기찬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리를 파신다고요?”

“그래, 어차피 지금 3명 줄 다 서서 우리한테 자리 사는 거 말고는 선착순 보상받을 길 없어.”

“하…….”

강기찬은 자신이 너무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이들을 단순히 ‘신규유저’가 될 사람의 가족이거나 지인으로 착각한 것을.

‘장사꾼일 줄이야.’

대신 줄 서주는 아르바이트생을 넘어선‘자리’를 팔려는 장사꾼이었다.

“…….”

강기찬이 고민하는 거로 보였을까, 아줌마가 말을 걸었다.

“안 살 거야?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도 투자 못 해? 뭐 말던가. 아저씨 아니라도 사겠다는 유저는 널렸을 거니까.”

“얼만데요?”

대체 얼마에 파는 걸까?

“10억.”

아무리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너무하다 싶었다.

웃기는 건 이렇게 해도 자리를 살 유저가 있을 거란 점이다.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특히 그 보상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리고 더 웃긴 상황이 드러났다.

“자리 둘이나 셋 다 사면 묶어서 10% 할인도 해줘. 우리 다 가족이라서.”

그러니까, 아줌마 뒤에 사람 두 명, 가족이다.

가족 장사꾼인 것이다.

“됐습니다.”

강기찬이 실소를 터트리며 자리 구매를 사양했다.

‘안 하고 말지.’

그때였다.

외제차 한 대와 봉고차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딱 봐도 귀한 집 도련님 한 명과 그 뒤를 따르는 몇몇 무리. 그중 하나가 가족 장사꾼에게 갔다. 그러고 몇 초간 대화를 주고받더니,

스슥, 스스슥.

가족 장사꾼이 짐을 싸고 간다.

거래 완료의 의미.

특이점은 가족 장사꾼 세 명 다 갔다는 거다.

‘와…….’

강기찬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러니까, 세 자리를 다 샀다는 거잖아.’

우스운 말이겠지만, 과연 10% 할인을 해서 샀을까, 하는 생각도 날 정도다.

이내, 부잣집 도련님이 1등 자리에, 그의 부하로 보이는 자 둘이 2등, 3등 자리에 섰다.

강기찬은 새치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4등 자리에 섰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띠링!

[첫 번째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선착순 세 명까지, 보상이 주어집니다.]

부잣집 도련님이 1등으로 입장했다.

그런 그를 반긴 건…….

[축하합니다!]

[두 번째로 입장하셨습니다.]

그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생겨났다.

1등으로 들어갔는데 2등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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