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0화 (10/151)

10화

‘갑자기 운영자가 왜?’

본 서버에서도 두문불출했던 운영자다.

설마 테스트서버, 그것도 버려진 세계의 끝에서 볼 줄이야.

훅.

운영자가 하늘에서 떨어져 순식간에 착지했다.

사뿐.

그 어떤 충격도 일으키지 않은 조용한 등장이었다.

“활약이 대단하던데?”

“감사합니다.”

강기찬을 쭉 지켜본 모양이다.

“너 그거 나주면 안 되냐?”

이동한계선 왕복권을 보고하는 소리다.

‘나한테 온 용건이 그거구먼. 어쩐담.’

강기찬은 고민했다.

상대는 운영자다. 거절했다가 무슨 불이익을 당하려고?

‘이동한계선 왕복권이야 1일 1매라 내일 또 생겨, 나한테는 쓸모도 없고.’

여러모로 운영자에게 안 줄 이유가 없었다.

손해 볼 게 없는, 아니, 이득 볼 장사다.

환심을 살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환심 사는 거 묻고, 더!’

강기찬은 그 이상을 바랐다.

더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싶었다.

그러므로,

‘그냥 줄 순 없지.’

이동한계선 왕복권으로‘거래’하고자 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뭘 줄까?”

“제 테스트서버 이용시간 좀 늘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안 돼. 그건 내 권한 밖이야.”

“만렙 찍게 해주십시오.”

“안 돼.”

“경험치 100배?”

“안 돼.”

“전설템 하나만.”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다 안 된단 말이야!”

운영자가 말했다.

“딴 거 없어? 하필 내가 들어줄 수 없는 것만 말하네.”

“음, 운영자의 권한은 어느 정도입니까?”

“실은…, 나도 상부에 결재받고 행하는 거라서. 내 마음대로 못 해!”

운영자보다 위의 존재?

있을 만하다.

현실의 운영자도 그랬다.

게임에서야 신이지만, 실질적으론 일개 사원이지 않나.

여기도 비슷한 듯했다.

“내 개인적인 일탈을 위해서 특정 용사에게만 특혜를 줬다는 게 알려지면 나 모가지 날라가…….”

강기찬이 짧게 생각하곤 말했다.

“저한테 이득이면서도 저한테만 이득이 아니면 되는 거죠?”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다수에게 이득인 업데이트를 하나 제안할까 하는데…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일단 들어나 보자.”

강기찬이 운영자에게 귓속말했다.

“… 이러면 어떨까요? 현실에다가…….”

잠시 후, 강기찬의 말을 들은 운영자는 기절초풍했다.

“뭐-어어어? 그, 그게 되려나? 10년간 이런 적은 없었거든.”

“안 될 이유도 없죠?”

“그렇지? 뭐… 근데 될지 모르겠다. 상부에서 재가가 떨어져야 하거든.”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캐시 상점이 왜 이러죠?”

이제 나갈 시간이다.

막간을 이용해 캐시 상점이나 구경하려 했다.

그런데,

[1,000레벨이 되어야 테스트서버 캐시 상점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1,000레벨이 아니라 캐시 상점을 방문할 수 없다.

“무슨 캐시 상점에 이용 조건이 있죠?”

“그야…, 엄청난 걸 파니까.”

“그냥 본서버보다 싸게 팔고 그런 거 아닌가요?”

“그것도 맞긴 하는데, 더 자세한 건 그건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예…….”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 말하길 귀찮아하는 것 같아서 관두었다. 여하튼 호기심에라도 빨리 1,000레벨을 찍고 싶었다.

“아, 저 이제 나갈 시간입니다. 나중에 봬요.”

강기찬이 작별인사를 고했다.

[이용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로그아웃합니다.]

강기찬은 현실로 왔고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적적한 분위기. 좀 전까지만 해도 활기차게 뛰어다녔던 그 세계가 벌써 그리워졌다.

‘괜찮아, 또 갈 수 있잖아.’

강기찬은 일어나면 좋은 결과가 나길 바라며 잠에 빠져들었다.

* * *

띠리링- 덜컥.

강기찬의 오피스텔 현관문이 열렸다.

“야, 너 왜 전화를 안 받- 야! 야 인마!”

김만수 전 매니저다.

강기찬의 프로게이머 선수 생활을 도와주었던.

강기찬은 김만수의 외침에 잠에서 막 깬 뒤였다.

“웬일이야? 이 시간에?”

오전 9시 2분.

아무리 친한 형이라도 상당히 이른 시각에 왔다.

“이제 일어났냐? 으휴! 오늘 같은 날!”

“무슨 일인데?”

“공지사항 떴어!”

“무슨 공지?”

김만수가 와서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하얀 창이 먼저 보였다. 상단에는 레전드스토리 공지사항이고. 그 내용은…….

《 공지사항 》

- 신규 유저를 모집합니다.

- 이제 일반인 여러분도‘유저’가 될 수 있습니다.

- 자세한 사항은…….

피씩.

강기찬이 운영자를 떠올리며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일이 잘 풀렸나 보네.”

“얜 뭔 소리래? 근데 너 왜 안 놀래? 지금 본 거 맞아?”

김만수는 강기찬이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안 놀라자 되레 자기가 놀랐다. 그러더니 흥분한 투로 조잘거렸다.

“와, 진짜 사람들이 운영자한테 그동안 얼마나 건의했었냐? 몬스터 수에 비해 유저가 너무 적다고! 신규 유저 좀 추가해달라고! 게시판에 그렇게 글을 싸질러도 거들떠보지도 않더구먼, 웬 바람이 불었더냐? 몇 년 만에 운영자가 일한다. 일해!”

김만수가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초기엔 유저들도‘유저 수’에 만족했다.

유저 수가 적을수록 몸값이 올라가니.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몬스터의 수는 늘고 강해지는데 유저의 수는 그대로, 아니 줄어들고 있으니.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버거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몸값이 중요하겠나.

그에 따라 신규 유저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서야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하, 그나저나 좀 걱정이네.”

김만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신규 유저가 추가되는 거야 기쁜 일이지만, 우린 당장 급한데… 어느 세월에 현장에 투입하냐…….”

경력직이 급한 회사에 인턴이 풀리는 격이다. 당장 실무를 진행해야 할 회사로선 답답한 것.

“형, 걱정하지마.”

“?”

“형이 생각한 만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까.”

“뭐?”

“신규 유저를 유치한다고 해놓고선 경험치 이벤트도 안 하겠어?”

“아! 그러려나?”

“어.”

오래된 게임일 경우, 신규 유저 유치를 위해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대폭 낮추고 경험치 몇 배, 이벤트를 여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기존 유저보다는 성장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근데 지금 그런 이벤트는 안 떴는데…….”

“곧 뜰 거야.”

무엇보다 강기찬이 확신하는 이유는.

‘내가 제안했거든.’

‘신규 유저 추가’가 확정된 걸 보면 경험치 이벤트도 곧 뜰 것이다.

그리고.

“야! 진짜다, 떴다, 떴어!”

“그거 봐, 내가 뭐랬어.”

경험치 이벤트가 떴다.

《 이벤트 》

- 1 ~ 1,000레벨의 던전에 경험치 10배가 적용됩니다.

- 허수아비의 논밭 던전에서 이벤트가 열립니다.

- 차례로 다음 레벨의 던전에서도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니 신규 유저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김만수가 글을 다 읽고선 말했다.

“이~야! 경험치 10배란다! 통 크게 쏘네. 우리가 게임할 때는 10주년 기념으로 경험치 2배도 겨우 해줬으면서!”

“10배라…, 경험치 개이득이네.”

“너, 되게 좋아한다-아? 마치 네 일인 것처럼.”

“그래 보여?”

“어.”

김만수의 물음에 강기찬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고선 속으로 대답했다.

‘어, 저 이벤트의 최대 수혜자는 내가 될 거라서.’

애초에 그러려고 운영자에게 제안한 것이다.

운영자는, 특정 용사에게만 특혜를 못 준다고 했다.

그래서 강기찬이 머리 썼다.

그럴싸한‘대의명분’을 덧붙여서.

‘1인에게 향하는 특혜가 안 되면, 만인에게 향하는 특혜에 1인으로 속하면 되지.’

엄밀히 강기찬은 저기 언급된‘신규 유저’는 아니다. 하지만, ‘신규 유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감쪽같네. 이걸 누가 나만 이익 본다고 하겠어. 또 운영자가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꾸민 일이라 보겠어.’

‘상부’에서도 이 제안이 일개 유저와 운영자가 각자의 이익을 챙기고자 공모한 거라고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이제 나도 렙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겠네.’

강기찬이 챙길 이득은, 현실에서의‘빠른’ 레벨업이다.

테스트서버 이용시간은 짧은데 늘릴 수도 없다니 현실로 눈을 돌린 것이다.

‘테스트서버에서 한 시간 다 쓰면 여기서 레벨을 올리면 되지. 현실은 이용시간 무제한이니까.’

여전히 테스트서버가 좋다.

하나, 이곳에서도 경험치만큼은 개선했다.

테스트서버도 경험치 10배 현실도 경험치 10배.

현실에서 사냥해도 테스트서버처럼 경험치 10배를 적용받는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한편,

“야 오늘 술 한잔할래?”

김만수가 인벤토리에서 소주를 꺼내며 물었다.

다 꺼내기도 전에 강기찬이 대답했다.

“아니, 갈 데가 있어서.”

“어디?”

“허수아비의 논밭.”

“거긴 왜?”

“이벤트 열리잖아.”

“아, 구경 가는 거야? 같이 갈까? 거기 인파로 붐벼서 혼자 가긴 좀 그럴 텐데?”

“아니, 어차피 형은 허수아비의 논밭 못 들어가잖아.”

“너도 못 들어가잖아!”

“난 돼. 초보자거든.”

김만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싫다면 그냥 싫다고 해! 뭔 되지도 않은 핑계를 대냐.”

“진짠데.”

“됐어, 망할 새끼. 나 간다.”

“형, 상태창 보고가! 진짜라니까!”

쾅!

현관문이 우렁차게 닫혔다.

‘보여줄 틈도 없이 나가네…….’

강기찬이 나가는 김만수를 뒤쫓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닌지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뭐, 오해는 다음에 풀기로 하고 가볼까.’

* * *

오전 9시 56분.

이벤트 공지가 올라가고 얼마 안 가…….

허수아비의 논밭은 사상 유례없는 인파로 북적였다. 과거, 레전드스토리 전성기 때의 인구밀집도와 비견될 정도로. 도떼기시장 같은 시끄러움은 덤이었다.

그 광경을 둘러보며 누군가 말했다.

“사람 많네.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냐?”

“없었지. 대격변 터지고서도 저레벨 유저들은 토끼굴을 갔지 여긴 안 왔어.”

“하긴, 허수아비는 경험치나 아이템도 안 주지?”

“어.”

“그나저나 얼마만의 이벤트냐?”

“고작 허수아비 잡았다고 유니크 등급 랜덤박스를 주고 또 뭐 프리 스탯 포인트 랜덤박스? 그런 것도 준다던데, 대박아니냐?!”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였다.

아직 이벤트 시작까진 6시간이 넘게 남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유저가 모인 까닭은?

바로 선착순 이벤트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미리 와서 대기 중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분위기는 급변했다.

선두에 서 있던 자가 무심결에 포탈에 발을 디뎠는데…….

그 순간.

띠딕!

예상치 못한 알림을 보게 되었기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입장 제한 : 초보자만 입장 가능]

“초보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이게 뭐야?”

“지금 장난쳐?”

“관계자 나와! 운영자 나오라고!”

“이럴 거면 미리 알려주던가.”

“저기요, 우리가 바보짓 한 겁니다.”

“허수아비의 논밭이니까 입장 제한이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맞네……. 신규 유저를 위한 이벤트잖아…….”

“하아……. 기존 유저 차별 오지네. 시바.”

그리고…….

선열의 유저들이 문득 뒤편을 돌아보았다.

이질적인 웅성거림을 느꼈기에.

“저기요. 좀 지나갑시다.”

저 말을 듣고 누가 비켜줄까.

말하는 사람이 특별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빽빽한 인파는 홍해의 기적처럼 쫙 갈렸다.

그리고 그 중심으로 유유히 등장하는 강기찬.

“어? 강기찬 아니야?”

“진짜네.”

유저들 중에 강기찬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다만,

“오랜만이네…….”

자그마치 10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것일 뿐.

“저기요, 온다고 고생하셨겠지만…….”

어느 한 팬이 강기찬에게 말을 걸었다.

“… 저긴 못 들어가요. 초보자만 들어갈 수 있거든요.”

강기찬의 직업과 레벨을 알았고, 늦게나마 헛수고 안 하게 일러주려 했다.

그런데,

쉬-이이익!

강기찬이 넘어가 버렸다.

포탈을 타고 허수아비의 논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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