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2화 (2/151)

2화

강기찬의 방송을 보는 자들?

NPC가 맞다 퀘스트 주고 클리어까지 해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놀라운 건 이거다.

‘퀘스트 조건을 불 충족인데 충족된 거로 쳐주다니.’

퀘스트 조건 충족 시, 퀘스트 클리어는 상식이다.

그 상식이 깨졌다.

퀘스트 클리어 처리는 NPC의 마음이라 이거다.

‘뭐,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물론, NPC가 퀘스트도 내고 보상도 주기에 제 꼴리는 대로 못 할 것 없다.

다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어 왔다, 이거지. 이번에는 이유가 있었고.’

- 어때요? 이래도 우리가 나이주 주민 아니에요?

- 예? 말해봐요!

“어,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럴 때는 빠르게 사과하는 게 최고다.

* * *

NPC들에게 받은 보상을 확인해볼 시간이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초보자 마을 NPC들이다. 뭐 좋은 걸 주겠나.

아니, 뭘 주는지도 다 알았다.

《 보상 목록 》

(1) 소량의 경험치

(2) 소량의 코인

(3) 체력 회복 물약(x100)

(4) 생명력 회복 물약(x100)

(5) 편안한 부츠

(6) 초보자의 반지

.

.

.

역시 별거 없다.

딱, 초보자 마을 NPC가 줄법한 것들.

‘어?’

뒤늦게 보상이 하나 더 있음을 알았다.

‘이런 건 받은 기억이 없는데?’

게임 시작할 때면 약 20년 전이다.

하지만 단언했다.

저건 받은 적 없다고.

그런 강기찬을 의식했는지 NPC들이 말해주었다.

- 히든 퀘스트 보상이에요. 그냥 보상으로는 성의가 없을 거 같아서 좀 더 넣어드렸어요.

“아…….”

초보자 마을에도 히든 퀘스트가 있는 법.

히든 퀘스트 보상도 챙겨준 것이다.

“고맙습니다.”

강기찬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히든 퀘스트 보상을 보았다.

《 초보자의 무지(無知) 》

[분류] 칭호

[등급] 레전드

[설명]

- 초보자는 아는 게 없다. 고로, 무서울 것도 없다.

[효과]

- 강자에 대한 공포 면역

공포에 걸리면 각종 스탯이 하락하고 상태이상에 걸린다.

그걸 없애준단다.

‘당장 보스몬스터 만나도 기절할 일은 없겠네.’

앞으로 만나는 것들은 죄다 본인보다 강할 터. 그들의 장기인‘공포’를 배제한 채 대적할 수 있다니. 강점이었다.

‘이걸, 20년 전에 얻었으면 얼마나 더 강해졌을까… 확실한 건,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아차, 난 이걸 들고 과거로 갈 수가 있지?’

새삼‘초보자의 무지(無知)’를 유지한 채 20년 전으로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깐, 아닌가?’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테스트서버다.

‘테스트서버에서 얻은 건 어떻게 되는 거지?’

과연 테스트서버에서 얻은 것도 현실에서 써질까?

그래야 과거로 돌아가는 게 의미가 있다.

‘현실에서 못 쓰면 의미가 없는데…….’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했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로그아웃할 시, 남은 시간이 정지됩니다.]

[남은 시간] 00시 56분 6초.

[오늘 안에 재접속 시, 남은 시간을 마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그아웃!”

[로그아웃하셨습니다.]

사위가 잠깐 깜깜해졌다가 밝아졌다.

문득 내려다보니 침대가 보였다.

현실로 돌아왔다.

“상태창!”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와… 상태창이 두 개라니?!”

암살자(Lv.999)와 초보자(Lv.10)의 상태창, 상태창이 두 개다.

이로써 새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새 계정으로 원거리 딜러, 궁수나 힐러, 마법사 같은 게 되면……!’

원거리 딜러라면, 현실에서도 사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원권을 통해 다리를 회복하기 전까진 어느 정도 페널티를 상당량 메꿀 수 있는 셈.

“하…….”

감격의 눈물이 나왔다.

사실, 그동안 다른 유저들이 부러웠다.

부와 명예, 권력을 쥐어서?

아니, 현실의 육체로는 하지 못할 행동을 할 수 있어서. 기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고, 비행기보다 높게 날 수 있다.

그런 데서 오는 쾌감은 죽여주었다.

암살자를 고른 이유 또한 그러했다. 담과 지붕을 넘나들며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아져 적을 급습하는 것.

현실에선 절대 할 수 없었으니까.

그나마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해왔던 삶이었다.

하지만, 대격변으로 인해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레전드스토리가 서비스 종료를 했기에.

나름대로 잊고 산다고 했지만, 늘 가슴 한구석은 씁쓸했다. 그렇게 죽는 날까지 한으로 맺고 끝나지 싶었는데… 이젠 아니게 되었다.

꼭 1만 레벨이 아니더라도 그전에도‘유저’로서의 삶을 영위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1만 레벨까지 가는 게, 마냥 힘들지만은 않지 싶었다.

‘기다려라… 1만 레벨…….’

1만 레벨만 되면 멀쩡한 두 다리를 가진 채, 원하는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선.

더 좋은 환경에서 다시 태어나는 거나 진배없었다.

물론, 1만 레벨은 아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경지다.

결코, 쉬운 길이 아니리라.

그렇지만,

‘난 할 수 있다.’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과거에 정상을 찍었을 때도 지금과 비슷했으니까.

그 흔한 현질도 안 했다.

레전드스토리가 오픈하자마자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늦게 시작한 편이다.

대신 그만큼 더 치열했다. 끼니를 거르고 잠을 줄였다. 코피를 안 쏟는 날이 없었다.

남들이 꺼리는 것만 골라서 했다. 쉬운 길도 좋은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테스트서버가 있지 않나.

경험치 10배, 아이템 드랍율 10배,

NPC들의 전폭적인 지원.

단독 사냥터와 각종 최초 칭호, 기타 등등.

테스트서버라면 늦은 만큼 빠르게 성장시켜주리라 믿었다.

20년 전, 레전드스토리에 미쳤던 그 시절,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단,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었다.

테스트서버라는 낯선 환경과 두 계정…, 이 외에도 많은 요소가 변했을 테니.

‘계정이 두 개라는 건, 계정에 따라오는 다른 요소들도 다 두 개가 되었다는 거겠지.’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인벤토리.”

인벤토리는 아이템을 보관하는 아공간이다.

‘역시 인벤토리가 두 개가 되었네.’

인벤토리가 둘이라는 건 상당한 이점이었다.

유저는 사냥터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이득이다.

그걸 방해하는 게 인벤토리다.

인벤토리 용량 한계.

그로 인해 사냥하다가 아이템이 너무 많아져, 이를 처분하기 위해 마을로 귀환하고, 다시 돌아오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자리를 다른 이에게 뺏길 수도 있기에.

그 외에도 물약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인벤토리가 두 개라는 건 호재였다.

인벤토리 보관용량이 늘어났기에.

단, 보관용량이 두 배가 된 건 아니다. 힘 스탯에 비례해 보관용량이 늘어나고 암살자나 초보자는 힘 스탯이 현저히 낮아서.

그렇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다. 인벤토리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건데 하나 더 생겼으니.

‘아쉬운 건, 테스트서버에선 암살자 인벤토리는 못 쓴다는 거지.’

현실에선 본서버, 테스트서버 계정이 동시 로그인이 되어있다.

그러나 테스트서버에선 오직 테스트서버 계정만 로그인이 되어있어 인벤토리를 하나만 써야 했다.

그 점이 아쉽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잠깐, 혹시 인벤토리에 현실 물건 넣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게임에서도 꺼낼 수 있으려나?’

강기찬은 현실 물건 몇 가지를 인벤토리에 넣어보았다.

* * *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돌아오자마자 NPC들이 아우성이다.

- 허, 용사님!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 용사님의 세계에 다녀오신 듯.

- 다시 안 오실 줄 알고 얼마나 놀랐게요.

- 제발, 떠나지 마세요.

- 용사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 저희가 힘닿는 대로 도와드릴게요!

- 보상도 팡팡 쏴줄게요!

“예, 예…….”

강기찬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보상으로 받은 무기와 방어구를 다 착용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스펙이다.

무엇보다 예사롭지 않은 건,

‘되는구나.’

인벤토리를 열고 검증을 끝마쳤다.

현실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딸기 우유를 꺼내 들고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될 것 같았지.’

게임 아이템을 현실에서 쓰는데 그 반대가 안 될 게 뭐란 말인가.

- 그게 뭐예요?

- 뻘건 걸 보니 생명력 물약인가?

강기찬이 딸기 우유를 꺼낸 걸 본 NPC들이 궁금해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수입니다.”

- 우리도 마시고 싶습니다!

- 어떤 효과가 있나요?

“그냥… 맛있습니다.”

- 와…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다른 효과는 없는 걸까!

다른 게임이 그렇듯, 레전드스토리에서도 음식은 다 효과가 있다. 포만감 외의 마력을 올라준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 마시는 거 보고 싶어요!

‘장로스톤’님이 「10,000코인」후원!

[이 늙은이, 다 마실 때까지 숨 참겠네! 후-우우웁!]

강기찬은 딸기 우유를 입에 대려다가 뗐다.

“그러고 보니까, 배부르네. 못 마시겠다.”

- 이, 이이인성……!

“농담입니다.”

안 그래도 딸기 우유를 마셔볼 참이었다.

후루루룩.

띠링!

[생명력이 1 올랐습니다.]

‘재미있어지겠네.’

게임에서 현실 물건을 쓸 수 있다?

그리고 효과도 있다?

요긴하게 쓰일 데가 많으리라.

강기찬은 초보자의 목검을 쥔 채.

“슬슬 진도를 빼보겠습니다.”

허수아비의 논밭 중앙을 향했다.

그곳엔 NPC 허수아비 교관, 알렉스가 서 있었다.

“하.”

NPC알렉스를 보자마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과거, 그가 내주었던 퀘스트가 떠올랐기에.

세월이 지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노가다 퀘스트, 허수아비 100대 때리기.

‘무조건’ 해야 했다.

더 짜증 나는 건 제대로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초기화 당한다.

그만큼 깐깐하고 지루한 퀘스트다.

NPC알렉스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때였다.

‘알렉스(허수아비 교관)’님이 「1,000코인」 후원!

[잠깐!]

[제가 왜 저기 있죠?]

“네?”

저게 무슨 소리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뇌리를 스친 무언가.

그러고 보니 미처 생각 못 했다.

시청자들의 서버가 어딘지를.

본서버? 테스트서버?

정황상 유추가 가능했다.

‘제가 왜 저기 있죠?’라니…….

둘이 동일인이라면 저런 말을 하지 않을 터.

둘의 서버는 다르다.

즉, NPC알렉스, 아니 시청자들의 서버는 본서버일 것이다.

강기찬은 간략하게‘평행세계’에 대해서 설명했고 NPC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판타지 세계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서 오히려 현대인들보다 이해가 빠른 편이었다.

다시 한번 알렉스가 말을 걸어왔다.

《 알렉스(허수아비 교관) 》

[이 부분은 제가 맡겠습니다.]

[분명히 제가 허수아비 100대 때리라고 할 겁니다.]

[1대만 때리고 가만히 있어 보십시오.]

[전 그런 용사는 혐오하거든요.]

[그냥 가라고 할 겁니다.]

귀찮은 거?

프리패스 시켜준단다.

당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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