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테스트서버-1화 (1/151)

1화

어느 날, 지구에 던전이 생기고 몬스터가 나타났다.

인류는 절망에 빠졌고 멸망까지 갈 기세였다.

그때, 몬스터를 해치우는 무리가 생겨났다.

베테랑처럼 신속 정확했다.

그 결과, 첫날에 등장한 보스몬스터는 전멸했다.

기자가 그들 중, 한 학생을 인터뷰했다.

[Q. 저 괴물을 어떻게 잡을 생각을 다 했죠?]

A. 잡아봐서, 어렵지 않았어요.

[Q. 잡아봤다고요?]

A. 레전드 스토리라고, 그 게임에 나오던 애들이에요.

[Q. 그럼, 그 막 불덩어리를 발사하는 건…….]

A. 아, 그거? 파이어볼? 스킬인데요?

[Q. 어떻게 한 겁니까?]

A. 몰라요. 그냥 되던데.

[Q. 그냥 된다고요? ]

A. 음, 실은, 제가 마법사였거든요. 아! 레전드 스토리에서요.

[Q. 게임 직업이 마법사라서 불덩어리를 발사했다, 이건가요?]

A. 마력 소모량이나 쿨타임 보니까, 빼박 레전드스토리의 파이어볼이에요. 지금 제 레벨도 21인데, 이것도 레전드스토리에서 제 레벨이고요. 이 지팡이도 보세요. 이거, 제가 레전드스토리에서 착용했던 거예요.

정부는 발표했다.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고.

놀라운 건, 유저들이 게임에서 이룬 것이 고스란히 현실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99레벨 마법사면, 현실에서도 99레벨 마법사다.

* * *

게임의 현실화. 이른바 대격변.

그로 인해 유저의 삶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몬스터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에 마법까지 쓰니까.

예외도 있었다.

레전드 스토리 한국 랭킹 1위, 강기찬이 그랬다.

그는 하반신 마비 환자였다.

그래서 문제였다. 직업이 암살자니까. 걷기는커녕 서 있을 수조차 없는데 어떻게 몬스터를 암살하겠나.

참 역설적이었다. 게임에서 그를 가장 빛나게 해주었던 직업이 현실의 그를 유독 어둡게 만들었으니까.

* * *

세월이 흐르고 세상은 그를 잊었다.

대격변이 터진 지 10년이 지났다.

딸깍.

하루의 시작은 늘 같았다.

레전드스토리 홈페이지 접속.

딸깍. 딸깍. 딸깍.

반사적인 마우스 클릭.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르륵.

잔뜩 기대감이 찌든 눈빛은 언제나 실망으로 마무리했다.

“오늘도… 없구나…….”

찾는 게 없다.

- 레전드 스토리 업데이트 노트(ver.132)

여기서 찾는 건, ‘신체 회복’ 아이템 출시였다.

“하긴 있을 리가 없지.”

신체 회복 아이템이 생길 리 없었다.

당연했다.

게임을 현실로 옮겨온 것이다.

MMORPG게임에 암 완치 약은 없지 않나.

하물며,

“하반신 마비 고치는 약이 있을 리가…….”

하반신 마비 고치는 약도 없었다.

억울했다.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부활 없는 게임은 없으니까.

한데 그보다 현실적인 게 오히려 안 된다니…….

* * *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원래대로 돌아간 거지.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였는지도 몰라.’

피씩.

씁쓸하게 웃었다.

남들이 타인의‘비범함’을 부러워할 때.

강기찬은 타인의‘평범함’을 부러워했었다.

단지 일어서고 걸을 수 있는.

도움을 받지 않아도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그런 아주 평범한 삶…….

‘그래, 다시, 평범함을 부러워하게 되었을 뿐이야…….‘

그저, 원점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그렇게 위안으로 삼았다. 단지 그걸 인정하는 데 10년이나 걸린 거고…….

깨어나고 싶지 않았던 꿈, 그 꿈에서 깨어났다. 이제 현실의 꿈을 꿀 시간이었다.

눈을 감고 의식에 몸을 맡겼다. 점차 몽롱해지는 기운에 취하는데…….

띠링!

[오늘로 레전드 스토리 지구서버 오픈 10주년입니다!]

[강기찬님은 레벨업 지원 프로모션에 당첨되셨습니다!]

‘레벨업 지원 프로모션?’

그런 건 응모한 적 없었다.

당첨될 리도 없어야 하는…….

금방 당첨원인을 알 수 있었다.

[10년간, 유일하게 레벨 변동이 없습니다.]

세상이 게임처럼 변한 뒤, 레전드스토리 유저들은 던전으로 향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더 잘 나가기 위해. 레벨을 올리고 성장해 나갔다.

그 와중에 강기찬만 집에 박혀 있었다. 레벨 변동이 없을 만했다.

[강기찬님에게 첫 번째 특전이 주어집니다.]

[회귀의 시계를 얻었습니다.]

‘회귀의 시계?’

《 회귀의 시계 》

[분류] 아이템

[등급] 유일

[설명] 10년간, 유일하게 레벨 변동이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전.

[효과]

(1) 원하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2) 현 상태를 유지한 채로 회귀할 수 있다.

* 단, 나이가 어려집니다.

[조건] 1만 레벨 이상.

[제약] 없음.

“미친…….”

상상을 초월한 아이템이었다.

“원하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니, 그것도 이룬 것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시간 회귀야… 소설, 영화에서 많이 봤었다.

단, 여태껏 이룬 걸 다 놓고선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현 상태를 유지한 채로 회귀할 수 있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는 있겠네.’

급작스러운 시간 회귀가 아니다.

준비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시간 회귀.

사용 조건, 1만 레벨 이상.

현 유저 중에도 아직 1만 레벨이 없다.

그걸 999레벨보고 하라니?

‘뭐, 레벨업 지원 프로모션이라고 했으니 무언가 레벨업 할 기회를 줄 것 같기는 한데…….’

말이 씨가 되었다.

[강기찬님에게 두 번째 특전이 주어집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 입장권을 얻었습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하시겠습니까?]

테스트 서버.

본 서버에 출시하기 전 온갖 테스트를 하는 곳.

하나, 테스트 서버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 누구도 방문하지 못한…….

‘그곳에 들어갈 수가 있다고? 그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거… 맞지? 진짜지?’

테스트서버는 게임 속일 확률이 높았다.

즉 걸을 수 있다는 거다.

얼른 확인해보고 싶었다.

띠링!

[강기찬님에게 세 번째 특전이 주어집니다.]

[소원권을 얻었습니다.]

‘소, 소원권?’

《 소원권 》

[분류] 아이템

[등급] 유일

[설명] 10년간, 유일하게 레벨 변동이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전.

[효과] 어떠한 소원이든 딱 하나만을 이루어준다.

[조건] 1만 레벨 이상.

[제약] 없음.

이 역시 사용 조건은 1만 레벨 이상.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게 중요했다.

가장 먼저 다리가 떠올랐다.

1만 레벨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 입장권을 사용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로 로그인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레전드스토리 테스트 서버는 경험치 10배, 아이템 드랍율 10배를 적용받습니다.]

[접속 가능한 시간은 매일 한 시간입니다.]

눈을 뜨니 보이는 논밭.

시선을 내리니 보이는 초보자 전용 누더기 복장… 이 아니다?

‘뭐지?’

현실에서 입었던‘잠옷.’

그리고‘잡고 있던’ 이불까지 같이 딸려왔다.

‘현실 것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구나…….’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땅을 딛고 서 있었는 다리!

10년 만에 다시 일어선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 발짝 발을 내디뎠다.

그때였다.

띠링!

[강기찬님에게 소정의 특전이 주어집니다.]

[네 번째 특전입니다.]

[NPC 방송 중계권을 얻었습니다.]

시야 구석에 알림창이 떴다.

‘뭐? NPC 방송 중계권? 그게 뭐…….’

띠링!

난데없이 채팅창이 떴다.

– 오? 이거 뭐죠? 초대가 와서 켰는데.

– 저기, 포탈 앞에 용사님이 계신데요?

- 오! 진짜구먼, 허허허.

.

.

어안이 벙벙했다.

뜬금없이 켜진 방송, 갱신되는 채팅, 시청자들…, 다 아는 이름이었다.

그럴 만했다. 이 게임 NPC들이니까.

‘장로스톤’님이 「10,000코인」후원!

[이보게, 젊은 용사여! 자기소개부터 하게나!]

우선 강기찬은 자기소개를 하고 할 말을 했다.

“당신들은 누구죠?”

- 우리? 나이주 마을 주민인데?

- 태초의 산 터지기라네.

- 늘푸른 밤의 산장주인입니다.

강기찬은 얼떨떨했다.

NPC가 방송으로 유저를 엿보다니?

말도 안 되었다.

하지만,

‘NPC 방송 중계권이라고 하니 안 믿을 수도 없고.’

- 왜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거죠?

“저… 그게 얼떨떨해서 그럽니다. 정말, 당신들이 레전드 대륙 주민인지, 긴가민가하고…….”

- 못 믿겠어요?

“…….”

무언의 긍정이었다.

- 아, 이 용사님, 속고만 사셨나?

- 이거, 증거를 보여드려야겠네. 여러분! 다 같이 보여드립시다!

- 좋아요!

- 간다!

- 우릴 의심하다니!

- 혼내줍시다!

- 다들 준비됐죠?

- 예!

- 준비하시고!

- 쏘세요!

‘증거? 뭘 준비하고 쏘라는 거지?’

강기찬이 의아해하는 한편.

띠링!

[산딸기 채집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강제로 산딸기 채집 퀘스트를 받았다.

시작의 마을, 나이주에서 주던 퀘스트였다.

“아! 퀘스트를……?”

‘퀘스트를 줬네?’

한발 늦게 저들이 말한 증거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바로 퀘스트다.

NPC는 퀘스트를 줄 수 있다.

“여러분 정말로 NPC가 맞…….”

띠링! 띠링! 띠링!

“뭐, 뭐야?”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알람이 막 울린다.

정신 사나울 정도로.

뭔가 해서 열어보니…….

[산책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편지 전달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콩 할머니 약 제조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

.

저들이 퀘스트를 주고 있었다.

쉴새 없이 불어나는 퀘스트 요청.

‘렉이… 미쳤잖아!’

렉이 걸린다.

막대한 정보량으로 인해.

“그, 그만! 그만, 알았으니까!”

다급한 요청으로 알람이 잦아들었고.

[현재 진행 중인 퀘스트 : 112개]

퀘스트가 112개나 쌓였다.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잠잠했던 알람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

설마 또 퀘스트를 무더기로 던지는 건가 싶었는데…….

[산책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편지 전달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콩 할머니 약 제조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

.

퀘스트를 클리어하지도 않았는데 클리어했다.

아니, 클리어 당한 거다.

다 클리어하려면 며칠은 넘어갈 양을 단박에…….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

.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보상도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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