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좋은 건 같이 먹읍시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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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 프로라고 부르시는 거 보니 절 검사로 인정하시나 보군요. 하지만 뭐, 부장님께서 저를 검사로 보느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저한테 중요한 건 이거··· 계좌 번호로 대통령 까는 거··· 할까요? 말까요?”
“음···”
한재민은 자기도 모르게 새 나오는 신음 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듯했다. 아까까지 기세 좋게 거들먹거렸던 자세는 온데간데없다.
난 하는 김에 쭉 더 가보기로 했다.
“부장님께서 부담스러우시면 제가 혼자서 그냥 하겠습니다. 수사에 대한 전권을 저한테 주십시오. 부장님은 방해만 안 하시면 됩니다.”
말하면서 입꼬리를 씩 올려 비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놈의 머릿속에 박힌 ‘대한민국 최고 검사 에이스’라는 자부심에 생채기를 제대로 내주고 싶었다.
한재민이 상체를 뒤로 젖히고 등받이에 기대더니, 양쪽 손가락 끝을 각각 붙여 가슴팍에 갖다 댔다. 나를 한동안 빤히 쳐다본다.
“내가 방해할 일은 없을 거고···.”
오호라, 그래도 검사로서의 자존심은 있는 척하는군.
난 한껏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지 않았다. 한 번 더 씩 웃어줬다.
“조만간 원종태 부회장을 만날 생각입니다. 조사실에서가 아니라 딴 데서요.”
“딴 데서? 원종태를?”
“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대통령 계좌 속의 돈은 원종태와 관련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원종태를 조사실에서가 아니라 사적으로 만나서 대통령과의 연관을 캐내고 대통령 계좌를 까는 일에 딜을 걸어볼 생각···.”
“김필중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던 한재민이 한마디 툭 던졌다.
‘에이스 검사’ 한재민의 자부심을 박살 내보겠다고 직진하던 내 기세가 한재민이 툭 던진 이 한마디 때문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네?”
난 깜짝 놀랐다. 대통령 백영기와 원종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김필중을 거명한 것도 거명한 거지만, 한재민이 김필중을 호칭도 없이 그냥 이름만으로 저렇게 부르다니. 검사에게는 절대 권력자인 민정 수석 김필중을.
내가 놀라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한재민은 찬찬히 낮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거 최 프로 당신이 깐다고 까지겠어? 김필중이 어떤 인간인지 모르나? 선거 때 어땠었지? 이미 그때 대통령을 골로 보낼 수 있었는데 지켜낸 게 김필중이었다는 사실··· 더 중요한 건 그때 김필중은 일개 차장 검사였었고, 지금은 무려 민정 수석이라는 것.”
“음···”
이번엔 내 입에서 신음소리가 제법 크게 흘러나왔다.
“김필중 말하기 전에 나 하나 확인할 게 있는데···”
“···”
“유선진. 대통령의 제갈량 날린 거··· 그거 최 프로 당신 솜씨야?”
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재민 눈만 빤히 쳐다봤다.
“그렇군. 솜씨 좋았어. 하지만 김필중은 그런 것만으로는 못 날려. 유선진하고는 달라.”
난 한재민이 어디까지 갈지 알고 싶어졌다.
그런데,
“박수미.”
“네?”
이번엔 아까보다 더 놀랐다.
“최 프로 당신 방에 있었지? 권성훈하고 놀다가 쫓겨났고. 수사 자료 원종태하고 넘긴 것도 박수미고. 뭐 그게 박수미 그 여자가 해야할 일이긴 했지만.”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한재민은 권성훈과 박수미 일을 다 알고 있고, 게다가 그게 박수미의 ‘일’이었다고까지 말한다. 난 당황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도 없었다.
“만나봐, 박수미. 아마 먼저 연락이 갈 거야. 그쪽에서.”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부장님이 박수미를 어떻게···”
“만나보면 알아. 난 그럼 이만.”
한재민이 일어섰다.
난 따라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앉은 채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
한재민도 그런 나를 보고 뭐라 하지 않았다. 그냥 방을 나갔다.
***
‘쾅’
다음날, 나는 권성훈 검사실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선배님, 나 좀 보시죠.”
책상에 앉아 있던 권성훈은 물론이고, 권성훈 검사실의 수사 계장, 사무관 모두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개의치 않고 검사실 내실로 직행했다.
“야! 최용구. 너 이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권성훈은 금세 벌게진 얼굴이 돼서 내가 이미 들어와 앉아있는 내실로 들어왔다.
“이 새끼가 미쳤나?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니 맘대로 들어와 앉아? 내가 언제 니한테 여기 앉으랬어? 당장 발딱 안 일어나?”
권성훈은 내게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이번에 서울 중앙지검에 이동을 했으니, 처음 보는 수사 계장과 사무관들 앞에서 검사로서 체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일어서기는커녕 오히려 다리를 꼬아버렸다. 서 있는 권성훈을 꼬나보면서 말했다.
“선배님도 들어왔으면 앉으시죠. 아니면 제가··· 앉혀드릴까요?”
“뭐··· 뭣? 이 새끼가 진짜~ 최용구! 너 오늘 죽었어. 각오해.”
권성훈은 몸을 홱 돌려 내실 문을 쾅 닫았다. 내실 창문 블라인드도 모두 내려서 바깥에서 내실 안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파에 살포시 앉으면서 싱긋이 웃는다.
“흠흠. 최 프로~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때문에 그래? 내가 뭐··· 도울 거 있어? 말해 봐. 응? 말해 봐.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울 테니. 흐흐흐.”
사람 참 이렇게 순식간에 태도와 표정을 바꿀 수 있다니. 나는 권성훈의 표변에 사뭇 놀라기도 하면서 양복 안 주머니에서 A4 종이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 보시죠.”
조준호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 속의 사진 두 장을 프린터 한 거다. 박수미와 밥 먹는 사진, 어깨동무하고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
종이를 받아 든 권성훈의 표정이 일순간 확 굳는 것 같더니 금방 펴졌다.
권성훈도 검사다. 죄짓고 들어와서 시치미 뚝 떼는 용의자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권성훈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이거 뭐?”
권성훈은 오히려 눈을 치켜뜨고 나를 쎄게 꼬나본다.
“뭐 하셨어요? 박수미하고. 같이 호텔도 가고. 어깨동무하고.”
“뭐 했냐고? 밥 먹었지. 사진에 있는 대로.”
“밥을 왜 호텔에서 먹습니까?”
“호텔? 왜? 좀 즐겼다. 안 돼? 박수미는 싱글이고 나도 뭐··· 유부남이긴 하지만 아직 젊고··· 아니, 젊은 남녀끼리 서로 호감 있으면 만나고 자고 즐기고··· 자연스러운 거 아냐? 대한민국에 간통죄 있어? 내 와이프가 이 사진 들고 와서 따진다면 내가 변명을 하든 싹싹 빌든 해야겠지만, 최 프로 당신이 이걸 들고 와서 나한테 보여주면 뭐? 어쩌겠다는 건데? 당신이 박수미 아버지야? 남친이야?”
“박수미가 다 불고 나갔어요.”
“뭐? 뭘 불어?”
권성훈이 깜짝 놀란다.
권성훈은 박수미가 울고 불며 사무실을 뛰쳐나간 것, 김필중과 송대기가 이건 그냥 없던 일로 덮기로 하고 인사명령 낸 것, 아무것도 모른다.
“권 선배한테 ND 그룹 수사 자료 다 넘겼다고 박수미가 다 불고 나갔다구요. 크리스천 루부탱··· 권 선배 페이보릿이라는 거 밑창 빨간 구두 여러 개 사주면서 수사 자료 달라고 했다고.”
“뭐··· 뭐라고? 그··· 그걸 다 말했어?”
“수사 자료 다 받아서 어떻게 했어요? 원종태한테 넘겼죠?”
권성훈은 순간 당황했지만 머리를 팽팽 돌렸다. 전략을 바꾸기로 한다. 누군가 닥공이 최고의 수비라 했다. 닥공 모드다.
“야! 최용구. 너 이 새끼 선배를 지금 모함하는 거야? 그래 나 수사 자료 받았다. 그게 뭐? 검사가 후배 검사실에 있는 수사 자료 좀 받아서 본 게 그게 뭐? 내가 너한테 미리 말 안 하고 슬쩍한 거는 사과할게. 근데··· 그게 뭐? 천벌 받을 짓이야? 내가 그걸 원종태한테 넘겼다고? 너 그거 증거 있어? 너 사람 그렇게 모함하다가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엉?”
공격해놓고 눈치를 살피는데,
“선배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좋아요. 그럼 이건 또 뭡니까?”
이번엔 사진이 아니라 내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하나를 틀었다. 권성훈이 서초동 ND 그룹 본사 사옥으로 부리나케 들어가는 동영상이다.
그걸 보는 권성훈의 동공이 심하게 떨린다.
“이거 찍힌 날짜가 내가 원종태 부회장 소환장 쏜 바로 그날이에요. 기억 나시죠? 부서 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가다가 갑자기 전화받고 어디 간다고 했었죠. 그때 여기 갔던 거군요.”
“최용구, 너··· 이 새끼 스토커야? 이런 걸 왜 찍어?”
권성훈은 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럴 땐 도리어 화를 내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내가 찍은 게 아니라 스토커 기레기 시키가 찍어서 나한테 보낸 거예요.”
“뭐?”
“조준호라고 몰라요? 늘봄 신문에 있는 정의로운 기레기 새끼. 그 기레기가 이 동영상 찍어서 검사가 ND 그룹하고 유착했다고 터뜨리겠다고 나한테 보낸 거라고요.”
“조··· 조준호가···?”
“조준호 같은 기레기는 ND 그룹 사건 같은 거 터지면 본사 주변에서 자동으로 꼬미(작가 주: 잠복근무의 은어) 치는 거 몰랐어요? 조준호 그 새끼 우리 원래 수원지청 담당이라 맨날 여기서 죽 때리는데, ND 그룹 이슈 된 이후로는 여기서 코빼기도 안 보였어요. 그 기레기 시키 어디 가 있었겠어요?”
“······”
“근데 권 선배가 딱 걸린 거지. 사옥으로 들어가는 걸 봤으니 동영상 쫙 찍은 거다 이 말입니다. 조준호가 이거 찍고 뭘 했겠습니까? 껀수 하나 물었는데 가만있었겠어요? 며칠간 권 선배만 내내 미행하고 꼬미친 거죠. 박수미랑 밥 먹는 거, 호텔 들어가는 거, 다 그렇게 찍힌 거고요. 아시겠어요?”
“그··· 기레기가 뭐래? 기사로 쓴대?”
“나한테 지랄하길래, 권성훈 검사는 ND 그룹 수사하고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인데 무슨 놈의 유착이냐고 헛소리 하지 말라고 그랬죠. 기사 쓸 테면 써보라고 했어요. 아무리 기레기라도 그건 알아먹었는지 기사는 안 썼더군요.”
“그··· 그럼 넌 그 사진하고 동영상으로 뭘 할 건데? 내··· 내가 수사 자료 유출했다고 뭐··· 고발이라도 할 거야? 니··· 니가 들고 있는 그거··· 불법으로 미행해서 찍은 거야. 법원 가봐야 증거능력도 없어. 거··· 검사가 그 정도도 몰라!”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면서도 권성훈은 끝까지 단호한 어조로 큰소리쳤다.
“누가 법원 간답니까? 증거 능력이 거기서 왜 나옵니까?”
“뭐?”
“박수미와 같이 있는 사진은 송 부장하고 민정 수석한테까지 갔어요.”
“뭐? 너... 이 새끼···”
“내가 준 거 아니에요. 조준호가 문자를 나한테만 보냈겠어요? 그 시키 여기 부장들 번호 다 아는데. 송 부장한테도 당근 갔죠.”
“으··· 그··· 그럼···”
“이 동영상은 나만 갖고 있어요. 무슨 이유인지 나한테만 보냈더라구요.”
“아···”
권성훈 안색이 싹 변했다. 안도의 한숨까지.
“이게 지검장님이나 민정 수석한테 가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에 가봐야 유무죄 판단할 증거 능력 없는 건 맞아요. 근데 윗분들한테 가면 괘씸죄 판단할 증거 능력은 충분히 되겠죠? 선배님, 검사 동일체의 원칙 아시죠? 요즘은 없어졌다고 떠들어대지만, 그게 어디 사라집니까? 선배님, 그 원칙이 왜 만들어졌죠? 조폭 때려잡으려면 검찰이 조폭보다 더 악랄해야 하니까 만든 원칙이잖아요. 조폭이 조직 배반하고 바깥에 밀고한 조직원을 어떻게 처리하죠? 그럼 조폭보다 더 악랄해야 하는 우리 검찰은 조직 배반한 검사를 어떻게 하죠?”
권성훈의 닥공 모드는 여기서 끝났다.
“최 프로. 좀 봐주라. 응? 나... 처자식이 있는 몸이야. 나... 정말 짤리면 좆 돼.”
“처자식은 나도 있어요. 짤리면 좆되는 거야 아닌 사람 없고.”
권성훈은 털썩 무릎까지 꿇는다.
“최 프로, 나 아파트 융자금도... 갚을 게 산더미야. 강남 입성한 지 1년밖에 안 됐어.”
“아파트 융자금은 선배가 알아서 하실 일이고. 강남 안 되면 강북 가면 되고.”
“야, 최 프로··· 나··· 좀 봐주라. 강북에서 수원까지 어떻게 출퇴근하냐? 난 그렇다 치고, 내 마누라 회사가 드래곤 타워 서초동인데, 강북에서 어떻게 출퇴근하냐? 그러면 나 마누라한테 이혼당해··· 나 진짜 진짜 잘못했다. 응? 나 이렇게 싹싹 빈다. 빌어.”
권성훈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깨를 들썩들썩한다. 울고 있는 것 같다. 꼭 교무실에 불려 와 벌 받고 있는 중딩 같다. 이쯤에서 그만 두자 싶어서 한마디 툭 던졌다.
“원종태 부회장.”
권성훈이 고개를 쓰윽 든다. 울고 있는 줄 알았는데 눈물이 하나도 없다. 꿇어앉은 권성훈을 내려다보면서 한마디 더 던졌다.
“좋은 건 같이 먹읍시다.”
무슨 말인가 싶어 1~2초 정도 나를 올려다보고 있더니,
“아~ 새끼. 진작 말하지. 아~ 놔, 쫄았잖아. 이 새꺄~”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소파에 털썩 앉아 다리를 턱 꼰다.
“아~~ 이 독고다이 새끼. 그래, 뭐? 원종태 부회장, 너 만나고 싶어? 뭐 그거 어렵지 않지. 나야 뭐 만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거든. 근데 내가 너 원종태 만나게 해 주면 넌 뭐··· 뭐해줄 건데?”
난 대답 대신 동영상이 저장된 내 폰을 흔들었다.
“새~끼가··· 알았어, 알았어. 근데 박수미하고 내가 같이 있는 사진 보고 송 부장, 아니 민정 수석은 뭐래?”
“뭐래긴요. 권성훈이 새끼 여자는 잘 꼬시네. 이러고 말았죠. 박수미는 자료 유출했다는 죄로 이미 퇴직했으니 뭐··· 그렇게 유야무야 되는 거죠.”
“다행이다. 그럼 동영상은 정말 니 혼자만 갖고 있는 거 맞지?”
“의심 나면 직접 가서 물어보시든가요. 혹시 동영상 보신 적 있냐고.”
“아~ 이 새끼가 진짜. 그래, 뭐 재벌 장학생 욕해대더니 만나서 뭐 할 건데?”
“나라고 언제까지 돈 안 나오는 양아치 시키들 뒤만 캐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돈 있는 사람 옆에 있어야 돈이 붙지.”
“새끼~ 니도 이제 세상을 좀 아는구나.”
“지난번 소환 조사할 때 아주 공손하게 대해줬으니까 원종태 부회장도 나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선배처럼 드래곤 타워에서 만나지는 않을 겁니다. 기레기 시키덜한테 뭐한다고 먹거리를 던져줍니까?”
“그래, 알았어. 새꺄~”
“그럼 난 선배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난 벌떡 일어나 내실 문을 활짝 열었다. 계장과 사무관이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벌떡 일어났다. 모두 놀란다. 들어갈 땐 무슨 일이 크게 벌어질 것 같았는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걸 보고 놀란 거다.
권성훈이 그걸 보고 스프링 튀듯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야! 최용구. 너 이 새끼, 앞으로 한 번만 더 버르장머리 없이 굴어봐. 가만 안 둬. 이 새끼가 말이야, 너 오늘은 이 정도로 넘어가는데 다음엔 정말 다리를 분질러버린다. 알았어?”
검사실을 가로질러 나가던 내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아직 내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권성훈을 돌아보고 한마디 툭 던졌다.
“선배님. 크리스찬 루부탱. 고맙습니다. 우리 사무관한테 그런 거까지 챙겨주셔서.”
“뭐··· 뭐···”
계장과 사무관의 시선이 권성훈에게 집중됐다. 권성훈 얼굴이 흙빛이 됐다.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권성훈. 시킨 일이나 잘해놔. 내 상대는 니가 아니라 원종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