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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인 검사에 빙의했다-1화 (프롤로그) (1/70)

〈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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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끝이 안 보이는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지어 올려진 지구 상 최고의 환락 도시.

‘쿵’

나는 그 환락 도시가 아니라 모래 바람 황량한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쓰러졌다.

“으···”

손은 등 뒤로 묶였고, 머리에는 냄새나는 천주머니까지 뒤집어쓴 채다.

누가 언제 어떻게 나에게 이랬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클클클···”

누군가가 내 앞에 서서 웃고 있다.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웃음소리이긴 한데 모르겠다.

“후아유? 왓스 롱 위드유?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미국이지만 혹시 몰라 한국말로도 소리 질렀다.

“이재훈 씨··· 많이 아프나?”

역시 한국 사람이었다.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다.

“쥐 버릇 개 못 준다고··· 후후후, 왜 여자를 그리 밝혀 밝히길···.”

여자라···.

아, 맞다.

얼마 전까지 난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에 있었다.

바카라 테이블에서 큰돈을 벌고 있었고,

내 앞에 쌓인 색색의 칩들을 보고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난 그중에 한 명을 골랐다.

어깨를 드러낸 스카이 블루 컬러의 씨스루 블라우스.

길고 쭉 뻗은 다리가 돋보이는 그레이 톤 레깅스.

잘록한 발목과 맨발을 살짝 가리는 레드 스트립 구두.

짙은 흑발에 대조되는 하얀 피부의 동양 여자.

난 그 여자를 데리고 내 호텔방으로 갔고 침대 위에서 딥키스를 나눴다.

그녀가 얇은 블라우스를 머리 위로 벗었고, 블라우스에 쓸려 올라갔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에서 상큼한 사과 향이 날렸다.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깨 보니 이렇게 사막 한가운데다.

“돈만 밝혀도 제 명에 죽기 어렵게 됐는데, 여자까지 밝혀주는 덕분에 저승길을 더 앞당기게 된 거잖아. 하하하.”

아! 저 목소리. 이제 기억이 났고 모든 게 명확해졌다.

저 남자.

대한민국 검사 최용구다.

인육을 먹은 조폭도 한 칼에 때려잡았다는 강력부 최고 검사.

그보다 더 강력한 권력욕으로 똘똘 뭉친 검사.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냉혈과 열혈을 모두 가진 검사.

모든 걸 깨닫는 순간, 난 이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거··· 검사님. 저··· 저는··· 대통령 님과 관련해서 어떤 것도 누설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풉!”

최용구의 비웃음 소리. 내가 지금 아무 소득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검사님··· 전 아예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기로 대통령님께 맹세했었고··· 그래서 여기 라스베가스까지 와서 조용히 살기로···”

“풉”

“검사님··· 돈··· 돈을 드리겠습니다. 살려주시면 돈을··· 아시다시피 저 돈 많습니다. 돈 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가진 재산의 절반··· 아니 더 많게라도 드리겠습니다.”

“이봐! 이재훈.”

“네, 검사님.”

“당신 지금 나한테 돈을 주겠다고 싹싹 빌고 있지? 살려달라면서 말이야. 이게 바로 돈이란 건 아무리 많아봐야 소용없다는 증거야. 권력이 돈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지금 당신이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단 말이야. 돈? 그거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 후후후.”

“검사님··· 전 대통령님의 재산을··· 그것도 아주 일부를 잠시 맡아서 관리해 드렸을 뿐입니다. 물론 크게 불려 드렸었구요. 그뿐입니다.”

“풉,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도 제가 조용히 살기만 하라고 하셨고···”

“하하하, 이 인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네. 이봐, 이재훈, 당신이 조용히 살고 안 살고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냐. 지금 대한민국에는 말이야, 당신을 찾아내서 모든 걸 까발리려고 하는 인간들이 넘쳐나거든.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여기 와서 돈을 내밀면 당신, 조용히 살겠다고 한 그 약속, 그 맹세 지킬 수 있어?”

“지··· 지키겠습니다. 맹세코···”

“풉! 돈이라면 부모도 버리는 이재훈이?”

“아···”

부모라는 말에 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돈을 위해 부모와도 등 돌리고 살았던 내 과거···.

“그리고 말이야. 당신을 처리하라고 한 사람도 다름 아닌 각하셔. 각하시라고.”

“아···”

더 이상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울기는 사내자식이. 여하튼 뭐 죽기 좋은 날씨네. 뜨거운 태양,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후후후. 금융 천재 이재훈. 월 스트리트도 아까워한다는 그 아까운 재능을 괜히 엄한 데 써서 이렇게 된 거니 다 당신 잘못이야. 내 탓은 하지 말라고.”

최용구는 이렇게 말하고 홱 돌아서 떠났다.

머리에 천주머니를 뒤집어쓰고 손을 뒤로 묶인 채 뜨거운 사막에 혼자 남겨진 나는 그렇게 죽어갔다.

입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고, 전갈인지 바퀴인지 모를 뭔가가 몸 구석구석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면서 부드러운 살갗을 물어뜯었다.

40년밖에 살지 못한 내 인생, 이렇게 마감하다니.

검사 최용구. 그가 충성하는 대통령 백영기.

날 죽인 자들.

억울하고 원통했다.

복수하고 싶었다.

꼭!

어떻게 해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

‘딩동댕~’

“승객 여러분, 본 비행기는 곧 인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내 방송에 잠이 깼다.

웬 비행기?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네바다 사막 한 복판에서 죽어가고 있었는데···.

어리둥절해하는 나와 눈이 마주친 기내 승무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검사님, 벌써 깨셨네요. 아까 깨워달라고 하셔서 안 그래도 깨워드리려고 했었는데.”

검사님? 이건 또 무슨 소리?

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닫고 거울을 본 순간,

“헉!”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최용구.

나를 네바다 사막 한 복판에 죽으라고 버려두고 떠난 검사 최용구였다.

내가···.

나 이재훈이···.

나를 죽인 검사 최용구의 몸에···.

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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