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다희.
"요즘에 진짜로 이상하단 말이야…?,'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자꾸 기억이 흐릿한 느낌을 받았다.
그 흐릿한 기억을 되새김질 하며 되찾아보려해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기억들이 그녀를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 었다.
''요새 자꾸 배도 아린거 같구."
그렇다고 기억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평범하게 남편의 일을 도와주거나 운동을 하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혹은 피팅을 해주는 정도에 그쳤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안정적인 삶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무명배우에서 벗어나진 못했다지만 지금의 삶도 나쁘진 않았다.
''흐응, 모르겠네 진짜로…."
만약 보통 상황이라면 기억에 없는 정액이 보인다면 바로 병원에 가보고 경찰을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흘러들어온 기억들은 자연스럽게 그녀로 하여금 합리화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아〜,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좀비처럼 축 늘어진 걸음으로 침대로 가 누웠다.
§
''다영아〜, 이거 음향 보정 오늘까지 해줘야 돼. 마감이 오늘이야."
저 멀리 앉아있는 우다영에게 말하자 그녀가 미안한 얼굴을 했다.
" 미안, 병원에 다녀오느라구."
"••••••흐음."
임신을 해서 산부인과에 다녀왔다는데 차마 뭐라고 하기가 그랬다.
우다영의 배에 내 아이가 있으니 볼만 긁적였다.
우다영 본인은 비록 내가 임신시키기는 했지만 우현이와의 아이로 키울 생각이었다.
그렇게 기억이 조작이 된 상태였다.
"야, 너 너무한거아니야?"
갑자기 옆에 있던 진예은이 일어나서 나를 퉁명스럽게 쳐다보며 한소리했다.
"내가…? 뭐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벙찐 얼굴로 진예은을 쳐다봤다.
"아까 갔다와서 한다고 말도 했었잖아. 근데 왜 다영이가 미안해 해야 돼?"
"……으응? 아니, 그냥 오늘까지 해줘야한다고 했는데?,’
지 할 말만 하고서 앉아버리는 진예은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건너편에 있던 원유찬이 뻘쭘한 얼굴로 보고 있길래 넌지시 물었다.
"……유찬아, 내가 잘못한거냐?"
''네? 아하하……
유찬이가 쟤를 좋아하는건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도 알고 있었기에 굳이 싸움으로 끌고 가고 싶진 않았다.
''오빠….''
기!
다만 주변에서 보는 눈이 있었고 눈치가 있기에 소율이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예은씨랑 사이 별로 안 좋죠…?"
''응? 아아, 응. 그냥 뭐…, 그렇지."
굳이 여자친구에게 전에 만났던 여자들을 얘기할 필요는 없었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내게 다가온 소율이가 조막만한 손으로 내 손목을 잡더니 굳은 의지가 담긴 눈으로 말했다.
"전 언제나오빠 편이에요."
"어? 고, 고마워."
왜 갑자기 내 편이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귀엽게 말해주는 소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우다영.
화장실에 들른 우다영이 이마를 짚었다.
"……예은이괜히 부른거 같아……
사이가 안 좋은것도 알고 있었고 이렇게 될 거라는 것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철저하게 자신과 시우의 거리를 벌리게 만들려고 애를 쓰는게 보이는게 문제였다.
"하아…, 하고 싶어."
거울을 보는데 욕구불만으로 가득찬 얼굴이 보였다.
쉐어하우스에서 나온 이후로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많았다.
성욕이 쌓이면 점심을 이용해 몰래 빠져나와 대실을 하고서 해소했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예은이가,
[다영아, 앞에 카페 새로 생겼다는게 가보자!]
퇴근을 하고나면 임신을 했으니 술집은 가지 못하더라도,
[다영아, 옷 보러 가자〜. 이제 임산부니까 임산부 옷도 알아봐야되잖아아〜.]
너무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였다. 활발하고 활달해서 주변 사람을 끔찍하게 챙겨주는 착한 친구라는건 절대 부정하지 못했다.
유찬이에게도 누나처럼 뭔가 챙겨주려고 하고 소율씨와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다만,
[에…? 카, 카페가 처음이라고요?]
[네, 오빠가 데려가준 게 전부에요.]
[조심해요, 소율씨, 순진하면 당하기 마련이에요.]
[오빠한테 조심하라고 해야겠어요.]
대화가 가끔 엇나갈 때가 있긴 하지 만 소통은 되 니 다행이었다.
''하고 싶다아…."
사랑하는 우현이와 할 때도 있지 만 그것과는 별개로 차오르는 성욕이란게 있었다.
해답을 몰라도 문제지만 해답을 아는데 하지 못하는 것 또한 다른 골칫거리였다.
''점심시간은 글렀고……. 저녁도……
임신을 한 탓에 집에 들어가면 이제 나오기도 힘들었다.
부모님이 극성으로 보살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견례 자리에서 조만간 전세로 들어가기로 얘기가 된 상태였다.
그렇게되면 새벽에 몰래 나오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면대를 붙잡고서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진짜 밑에 거미줄 친다는게 무슨 뜻인지 이제는 알 것 같네……
자신의 넘치는 성욕을 8년 동안 받아준 시우의 대단함과 희생정신을 깨달았다.
우현이한테는 너무 변태스럽고 가벼워보일까봐서 더 하자는 말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o... ”
눈 앞에 시우의 자지가 아른 거렸고 그럴 때마다 보지가 축축하게 젖었다.
"시우랑 둘이 있는건 두 눈 뜨고 못 보는 예은인데…, 진짜 어떡하지 나…?"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자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색기 넘치는 얼굴이 보였다.
§
5월이 가기 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해야했다.
퇴근을 하고 소율이와 데이트를 하고 난 뒤에 돌아오면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열중이었다.
"소품이랑…. 장소도……
시나리오 내에서 중요한 장소는 미리 예약을 해둬야했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품은 다행히 내가 준비할건 별로 없었다.
"흐음…, 설정도 이 정도면 충분하고……
우다영에 비한다면 몇 배나 많은 설정들이었다.
아주 작은 디테일들까지도 설정으로 넣었다.
''바이러스 설정이 참….,’
너무 디테일한 세계관 설정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거의 단편소설을 하나 만들어낼 정도의 디테일함이었다.
"임신여행 부분은 조금 애드립으로 가야겠다."
그렇다고 너무 타이트하게 대사를 넣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우다희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외우느라 죽을테니까.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살려서 중요한 곳은 디테일한 대사들을 넣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애드립으로 설정만 잡아주었다.
사라라락
완성이 된 캐릭터, 설정, 시나리오를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적기만하면 되는데……
컴퓨터에 있는 내용을 시나리오 북에 옮겨 적어야했다.
"……괜히 시작했나……?"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하루이틀로는 적을 수도 없었다.
한숨을 푹 쉬며 펜을 집어들었다. 어찌됐든 6월이 시작되기 전에 다 적어야했기에 1초라도 빨리 시작을 해야했다.
§
낮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시나리오를 적는 일을 하다보니 눈밑이 퀭했다.
스윽
그런 나를 보고서 녹차를 내미는 소율이.
"오빠, 이거 다크서클에 좋대요."
"으응? 내가 그렇게 심했나…?,'
"네, 심해요."
표정은 몽글몽글하게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여전히 말투는 짧고 단호했다.
차가운 말투와 그렇지 않은 표정의 갭 차이를 보면서 볼을 긁적였다.
"고마워, 소율아. 역시 우리 소율이 밖에 없네~?"
손가락으로 말랑한 볼살을 만져주자 햄스터마냥 내 손에 볼을 기댔다.
최대한 표현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혹시 저랑 데이트 하느라 쉴 시간이 부족한건 아니죠?"
n
따지는 듯한 말투와 걱정이 서린 표정.
가끔 어느 장단에 맞춰야하나 조심스럽긴 했다.
"그럴리가, 소율이랑 같이 있는게 힐링인데
벌써 사귄지도 몇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 키스 이상은 하지 않았다. 밈으로써 존재하는 ’지켜줄게,의 표본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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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율이가 걱정할 정도로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다는걸 알았다.
볼을 긁적이며 걱정으로 가득 찬 소율이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금방 괜찮아질거야."
"네에…."
내가 괜찮다고 하니 걱정이 되긴해도 믿어주는 눈치였다.
이번 주가 지나면 이제 6월이라 시나리오를 시작하려면 조금은 빡세게 할 필요가 있었다.
주말이 되기 전에 마무리는 짓고나서 주말 동안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우야, 소율씨. 잠시 회의 가능할까요?"
일을 하고 있는데 우현이가 다가와 물었다.
"우리 둘만?"
"응응, 이번에 외주로 하나 따온게 있어서."
따로 회의실이 라고 할 것도 없이 넓은 테이블 하나 달랑 있었다.
화이트 보드를 끌고온 우현이가 프린트한 자료들을 붙였다.
''유찬이는 편집 일거리만 해도 가득 차서…, 지금도 소율씨가 많이 도와주고 있죠?,’
"네."
나 같은 경우에는 '사이 좋은 친구, 같은 자체 제작하는 상품을 편집하고 있었다.
소율이도 내 팀 소속이라 같이 하고는 있지만 여유가 있을 때 유찬이의 편집을 도와주는 편이었다.
''이번에는 연구소에서 들어온게 있어서."
"그래?"
"응, 아직 확정된건 아니야."
설명을 들어보니 연구소에서 홍보관을 만드는데 그곳에서 사용할 영상제작을 맡겼다.
''다른 스튜디오나 팀에서도 제작을 하나봐."
''근데 왜 우리처럼 작은 팀에도 발주를 넣었대?"
"값이 좀 싸."
우현이의 한 마디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큰 프로그램도 아니고, 배경을 찍는데 큰 팀을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가 받아올 일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나는 금방 스케치를 시작했다.
스윽, 스윽
빠르게 볼펜으로 가이드를 그리는걸 보고서 옆에 있던 소율이가 신기하게 쳐다봤다.
"만약에 하게되면 6월 동안 준비하고서 7월에 시작할 예정이야.,'
"흐음…."
6월은 다희 누나의 시나리오가 있어서 바쁠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한다는건 아니었다.
시나리오 내에 넣으면 됐다.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를 그린 노트를 내밀었다.
''이런식으로 하면 되나?,'
''엉, 여름을 넣을거라서. 내년 3월에 오픈이라 그때까지만 기한을 맞추면 돼. 가능해?"
잠시 듣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년 3월에 너 네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우현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낳고 좀 쉬는 시간도 필요해서."
"오케이, 이해했으. 그럼 확정되면 알려줘."
짧은 회의가 끝나고 짐을 정리하는데 우현이가 내게 다가왔다.
"고맙다, 시우야. 일정이 되겠어?"
"어떻게든 하면 될겨."
"요새 너무 피곤해보여서 그러지.',
우현이도 내 피곤을 걱정하고 있었다. 피곤한 이유에 다영이도 어느정도 포함이 되어 있었기에 나는 손을 저었다.
''후우, 우현아, 넌 사장이니까 나를 더 굴려도 돼.'’
그래야 양심의 가책이 없어지지. 물론 지금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회의가 끝나고나서 소율이가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주며 물었다.
''회의 중간에 바로바로 그리시던데 어떻게 하시는거에요?"
''응? 아, 그것도 다 족보가 있어서. 어차피 중간중간에 회의도 많이 해야 돼.',
"……나중에 저도 알려주세요."
그녀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눈을 보는데 정말로 배우고 싶어하는 의지가 보였다.
''당연하지, 궁금한거 있으면은 언제든지 물어봐, 소율이가 알고 싶으면 다 알려줄게."
이 말은 진심이었다. 후배가 일을 잘해야 내가훨씬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 여자친구이니 최대한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성욕이 해결이 되니 더욱 순수하게 여자친구를 대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성격인가.
나의 성격에 커피가 든 종이컵을 입에 문채로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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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미소를 짓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소율이.
"그냥 보는데 소율이가 너무 이뻐서."
"아…."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얼굴을 화악하고 붉히 더니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서 내게 바짝 붙더니 까치발을 들고서 속삭였다.
"오빠도 이뻐요."
"……이쁘다는 말은 첨 듣는데. 고마워, 소율아.',
어린 나이에 마음의 문이 닫혀있었지만 또 반대로 어린만큼 감정의 문이 열리는 속도 역시 빨랐다.
퇴근.
일이 끝나고 나오며 하늘을 올려 다보는데 이젠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다는걸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와…, 아직 해가 안 졌네.’'
시간을 보니 6시 15분이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칠흑 처럼 어두웠는데 말이다.
"얼른가야지."
5월의 하늘이 밝아도 이번 주 안에 해결해야할게 있었기에 곧장 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향했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옷을 벗고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채로 작업실로 향했다. 집에 오면서 사온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서 시나리오 북을 넘겼다.
"이제 거의 다 썼네."
눈이 퀭해질 정도로 미친듯이 해댔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와…, 시발…, 진짜 존나 힘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절대 없었다. 우다영의 공략을 할 때에도 힘들긴 했지만 애초에 설정 자체가 단순했다.
디테일한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기존의 현대 세계관이었기에 그나마 괜찮았다.
지금도 현대 세계관이긴 하지만.
"후아…. 다시 시작해야지."
다 먹은 샌드위치의 포장지를 구겨 옆에 툭 던져놓고서 시나리오를 적어나갔다.
스윽, 스윽
바쁘게 움직이는 손. 초등학생 이후에 공책에 깜지로 뭔가를 적어본 적이 없었다.
우웅! 우웅!
열심히 적고 있는데 핸드폰이 거실쪽에서 울려댔다.
”아, 집중하고 있는데….'’
볼을 벅벅 긁으며 나가 아까 벗어 던져둔 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우다영.
예은이와 퇴근을 하는데 저기 버스를 타는 시우가 보였다.
"다영아, 쟤 좀 많이 바뀐거 같다…?"
예은이의 말에 우다영의 눈이 초롱하게 빛났다.
"그치? 많이 바꼈지?"
우다영에게 있어서 시우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자신의 가장 큰 문제인 성욕을 받아주고 있는 친구였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친구들이 안 좋은 시선으로 봤을 때에도 그녀만큼은 그를 끝까지 믿어주었다.
원래는 괜찮고 착한 친구라는걸 아니까.
"으응, 그래도 소율씨가 아깝긴 해.,'
여전히 학교에서의 악감정이 남아있는 예은이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었다.
다만 조금씩 시선이 바뀌어간다는건 아주 좋은 징조였다.
"소율씨한테 엄청 열심히 하더라고.’'
"그래...?"
회사에서 둘이 항상 붙어다녔으니까.
"그럼 다영아, 나 먼저가볼게."
"아, 응응, 조심히가〜."
가는 길이 달라서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섰다.
VI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확실히 여름이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이제는 몸으로 느낄 정도로 해가 많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
조용히 읊조리는 그녀.
[메소드]로 인해 그녀의 신체는 조금 바뀌어 있었다.
조금만 야한 생각을 하더라도 밑이 푹 젖어버렸다.
임신을 하고 일과 스케쥴이 바쁜데다가 주변에서 과할 정도로 보호를 해주니 시우와 단 둘이 있을 시간이 부족했다. 예은이가 오기 전에는 그래도 점심을 이용해서 대실도 자주 했었는데…….
부우웅
저 멀리 버스가 오는게 보였다. 오늘도 이렇게 집에 가는구나 싶은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 결제할 준비를 했다.
[빈 차]
속도를 줄이는 버스 옆으로 나오는 택시.
아주 찰나. 짧은 시간에 몸이 먼저 움직여 손을 들었다.
택시 안에 탄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고 택시가 곧장 멈춰섰다.
"여기로 가주세요."
주소를 불러주고나서 흠칫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민망함에 얼굴을 가렸다.
몸이 먼저 움직이다니…….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리자 너무나도 익숙한 쉐어하우스이자 이제는 시우의 전셋집이 된 아파트가 보였다.
[우현아, 나 살 거 있어서 집에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아.]
카톡!
[알았어~,도착하면 연락해줘!]
자신을 무한하게 신뢰해주는 우현이를 보면서 죄책감에 가슴이 빨리 뛰었다.
동시에 죄책감 사이로 들어오는 배덕감이란 감정은 빨리 뛰는 심장을 설렘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아…, 나 진짜……. 왜 이러지…. 변태인가봐……
성욕이란게 얼마나 추잡스러운지 알기에 조신한 척 연기를 해왔다.
가장 사랑하는 우현이가 이걸 듣는다면 얼마나 충격을 먹을까.
''무조건 비밀로……
그녀의 이런 생각조차 누군가에 의해 바뀌었다는 건 죽을 때까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엘레베이터 앞.
그녀는 시우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