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회의.
매일 하는 회의는 아니었지만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었다.
"이번에 이쪽 스트리머가 막말로 문제가 불거져시…. 여기 편집은 멈추고 다른 쪽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면 다른 분은 안 계셔요? 그쪽으로 옮겨가는게 나을 거 같은데요."
''그래그래, 한번알아볼게."
유찬이가 맡은 쪽이 인방 쪽이다보니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편집을 또 배워야겠네요……
각 채널마다 편집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전에 올라왔던 영상들을 체크를 해야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이 좋은 친구]와 홍보 영상을 전담으로 맡고 있어서 개인 문제로 틀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저기…. 얘들아〜.,’
그때 우다영이 손을 슬며시 들면서 우리를 쳐다봤다.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른게 아니라 예은이알지, 다들.,’
예은이란 이름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던가.
"우리 동기인데."
우다영의 뒷말에도 다시 머릿속을 헤집어야했다.
애시당초 학교 여자애들한테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기에 친한 애들도 몇 없었다.
그나마도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아예 연락이 뚝 끊긴 상태였지만.
"예은선배요?"
가장 먼저 유찬이가 되물었고 옆에 있던 우현이도 누군지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만 소율이는 우리가 말하는게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늘솜 스튜디오가 만들어지고서 들어온 소율이었기에 대학교 애들을 모르는건 너무나 당연했다.
"응응, 일도 늘어나고 해서 사람 하나 더 뽑으려고 했었잖아? 그래서 예은이가 딱 좋은거 같은데…. 나랑 음향팀으로."
나는 오든말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유찬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다.
"저는 무조건 찬성이요!"
"뭐여, 왜케 좋아하는겨."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서 물어보자 유찬이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착하잖아요. 예쁘시구."
"……뒷말이 진심인거 같은데."
수줍어하는 유찬이를 보면서 조금 열받았다.
"뭐지, 엄청 좋아하는거 같아서 열 받는데…?"
''에이, 그럴 수도 있죠. 학교 다닐 때 엄청 챙겨주셨었단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나하고 예은이하고는 아예 접점이 없었다.
다만 내가 사귀었던 친구의 친구라고만 알고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아예 친해질 껀덕지가 없긴 했었다. 말을 걸어도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내고는 했으니까.
소율이의 선천적인 표정이 고양이상에다가 과묵한 편이라 도도한 모습이었다면 반대로 진예은은 착하게 생긴 얼굴로 오직 나만 콕 집어서 혐오스럽게 쳐다봤던 기억이 있었다.
"근데 시우 형이랑 사이가……
''뭐 그닥 상관은 없어〜.,’
학교 다닐 때도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내가 해야할게 많아서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우현이는 어때? 어쨌든 우현이가 사장이니까."
다영이의 말에 우현이가 잠시 생각을 해보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영이가 추천할 정도면 뭐 괜찮은 것 같은데? 예은이가 전에 다니던 회사도 컸었지?"
으으 o’o’ •
''그럼 실력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네.',
이후에도 회의가 이어졌지만 평범하게 일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담배를 피러 내려가는데 나를 따라서 소율이가 쫑쫑 걸음으로 따라내려왔다.
"소율이도담배 피게?"
''아녀, 그냥 오빠 구경할려고요."
골목길에서 담배를 물다가 연기가 소율이에게 갈까봐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담배연기나."
"괜찮아요."
''소율이도담배 피지 않았어?,’
첫 만남 부터가 흡연이었던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물었다.
그러자 소율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담배 끊었어요, 동생들 보기에도 안 좋고…. 오빠도 싫어할거 같아서요."
''스으읍…, 후우. 그렇진 않은데. 나는 상관없어.,’
담배 피는거야 개인의 문제지 굳이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소율이가 담배를 피더라도 그렇게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아녜요. 공장 다닐 때 언니들이 펴서…, 그때 배웠던거라서요."
"그, 그랬어? 그건 몰랐네."
처음 봤을 때엔 얼굴에 표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양이처럼 나를 쳐다보는데 눈빛이 영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담배꽁초를 버 리고서 나를 보고 있는 소율이의 볼을 꾸욱 눌렀다.
"으에…."
"잘했어. 안 피는게 좋긴 하지. 뭐…, 나는 피고 있지만."
안 피는게 좋다는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내가 피는 마당에 누구보고 끊으라고 하기에는 양심에 가책이 걸렸다. 남의 여자로 즐기는 마당에 역시 그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그랬지만.
''오빠가 피는 담배 냄새 좋아요."
"에이, 그런게 어딨냐."
소율이의 귀를 만지작 거려주고는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다.
거진 1년이 다 되어가면서 회사분위기도 많이 안정이 되어 있었다.
우현이가 가끔 영업 때문에 자리를 비기는 하지만 그래도 멤버에 변화가 없었다.
다음 날.
어제 회의가 끝나고나서 아침에 진예은이 바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예은아〜, 여기〜."
우다영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진예은에게 손을 흔들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쾌활하고 밝아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니 금세 입꼬리가 내려갔다.
"네 자리여기야.’'
우다영이 신나서 어제 준비한 자리에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 아침회의 시간.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진예은의 시선은 소율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소율이가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어쨌든 여기에 있는 사장부터 직원들의 대학교 동기 이자 친구였으니 당연했다.
"유찬이도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아유, 그럼요.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유찬이의 시선은 예은이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내가 봤을 때 예은이를 좋아하는게 분명했다.
다만 모두와 인사를 하는데 나하고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관계를 알고 있는 우현이와 다영이, 유찬이는 어색하긴 해도 넘어갔지만 소율이는 나와 예은이를 번갈아보며 의아해했다.
''프로그램이랑 다 있어? 내가 해야할게 뭐야?',
회의가 끝나고 해야할 업무들을 알려주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서 소율이가 의자를 끌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오빠."
2”
''예은씨랑은 별로 안 친한건가요…?"
"응? 그치, 별로."
관심도 크게 없었다. 남의 신경을 쓰며 살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소율이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혹시…, 전에 만났던 분이세요……? 헤어져서……
그녀의 말에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그래요? 히…."
오히려 좋아하는 소율이의 모습엠 볼을 긁적였다.
"다행이네요."
"……그러냐. 뭐가."
"만약에 헤어지셨던거면 엄청 어색할 뻔 해서……
그런 소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처럼 내 손길에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건아니니까 걱정마.,’
"넵."
예은이에 대해 신경쓰기에는 이제 다음 시나리오의 완성이 눈 앞에 있었다.
퇴근을 하고나서 작업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시나리오 북을 열었다.
"예은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다희 누나."
그 늘씬하면서도 탄력있는 몸은 사람을 중독시키기에 충분했다.
입맛을 다시며 수기로 옮겨적기 시작했다.
해가 다 저물고 새벽이 오는 시간이 되어서야 마침표 하나만 남겨둔 상황.
''동선을한번더……
이번 시나리오는 겨우 하루짜리로 간단하게 인터뷰를 하는 느낌이었다.
예전 소율이에게 했던 것 처럼.
''카메라는 여기에 놓고••••••
내가 하는 인터뷰는 다른 곳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사적인 질문들로 가득해 있었다.
조만간에 프린터기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질문들을 적어놓은 종이를 따로 빼놨다.
탁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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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 어제 허리가 삐긋해서 병원가니까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이라네요 TTTT 인생 TTTT 지금 걷는데 너무 아픔미
우다희.
아마 작년쯤이었던걸로 기억했다.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따온 프로젝트.
시의 홍보영상을 계기로 친해진 동생이 있었다. 바로 여동생의 친구인 시우였다.
그때부터 친해지면서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됐는데 참 신기하게도 말이 잘 통했다.
자신은 배우를 꿈꿨었고 시우는 영화감독을 꿈 꿨었다.
그러다보니 취미에 공통점이 있고 얘기가 잘 통하니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누나, 누나가 비록 은퇴하긴 했어도 팬들이 있을텐데…, 팬들을 위해서라도 인터뷰 같은거 한 번 찍어보죠. 근황으로.]
그에게 받은 메세지에 우다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은퇴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접었던 꿈을 말할 때마다 아쉽다는 감정을 보여줬더니 그도 그걸 안타깝게 여긴 듯 했다.
사락
평일에는 시우가 일을 하니 할 수 없었고 주말을 이용해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자기야, 인터뷰 갈건데 뭐 입지…?,’
오늘은 일이 없어서 쉬고 있던 남편이 일어나 다가왔다.
자신에게 반해 졸졸 따라다녔던 남편이었고 지금도 충분하게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의 사랑 덕분에 은퇴를 했음에도 후회는 없었다.
''글쎄, 자기는 뭘 입어도 이뻐서.,'
항상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말을 해주는 남편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옷들을 꺼냈다.
''그래도 인터뷰니까…."
”흠, 깔끔하게 입고 가는게 가장 나을 것 같은데?"
남편의 말에 따라 흰색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와 데이지 색의 파라오 스커트를 입었다.
다행히 매일 운동을 하고 피부도 관리를 하고 있어서 허리에 딱 맞았다.
살색의 스타킹까지 신은 후에 남편에게 다가가 듬직한 그를 끌어안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럼 갔다올게〜."
''그래, 조심히 다녀오고, 시우가 찍어주는거지?" ”0 0 ”
수' o o •
워낙 깍듯한 성격탓에 남편도 그를 믿고 있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서 남편에게 손을 흔들어준 그녀는 구두를 신고서 밖으로 나왔다.
5월이라 얇은 블라우스를 입었음에도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인터뷰라…, 진짜 오랜만이네…."
가끔 부업으로 피팅모델을 하고 있기도 하고 잡지의 인터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잘 없었다. 이게 얼마만인지.
조연인데다 잊혀진 배우라는건 참 서글픈 일이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설 생각을 하니 설렘이 찾아왔다.
§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늦잠을 잔 덕에 아주 쌩쌩했다.
"하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거실로 나와 훑어봤다. 미리 세팅해둔 카메라와 조명들.
카메라는 우다희가 사준거고 나머지의 소품들은 값이 싼 것들이었다.
동선까지 마지 막으로 체크한 후에 씻고 나와 옷을 입었다.
"어디보자…."
옷을 입고서 질문지가 적힌 공책을 들고서 한 번 쭈욱 읽어봤다.
항상 시나리오를 할 때마다 독립영화를 찍듯이 혼자서 모든 시나리오, 소품까지 다 준비를 해야했다.
빡세게 준비를 한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띵동
클래식한 초인종소리가 울렸고 그대로 문을 열어주었다.
띠 리 릭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서 힘을 줘 화장을 한 우다희가 웃으며 서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우리의 관계.
나는 방긋 웃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누나, 어서와요. 멀리 있어서 오는데 힘들었죠?’,
"아냐아〜, 힘들기는오랜만에 엄청 설렜는데?,'
안으로 들어오며 구두를 벗는데 육감적인 몸매가 한 눈에 다 들어왔다.
몇 번을 봐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 좋은 몸매였다.
"어머, 이거 다준비한거야?"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에 인터뷰를 위해 설치된 카메라와 조명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럼요, 우리 배우님을 인터뷰하는데 허술하게 할 수는 없었슴다.,'
''흐흥〜, 아주 귀여워 죽겠어. 시우
그녀의 첫 시나리오였던 응애 나 아기 시우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상태였다.
우다희를 안으로 들이며 미리 준비해둔 시원한 음료수를 내밀었다.
"누나, 이거 마실거요."
"후훗, 고마워.,’
내게 잔을 받아들고는 소파에 앉았다.
"여기에 앉으면 돼?"
''넵, 일단 세팅은 다 해놨는데…. 잠시만요."
그때랑 비슷하게 진지한 얼굴로 준비에 임했다. 이런 모습을 본 우다희는 나를 기특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귀여운 동생. 그리고 그 동생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누나.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온 우다희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튼을 한 번 쳐볼게요. 생각보다 역광이 심해서.,’
촤악!
커튼을 치자 번짐이 사라졌다. 조명을 만져 제대로 세팅해둔 후에 우다희를 쳐다봤다.
"됐어요, 누나."
거실에서 의자를 하나 끌고와 카메라 앞에 두고 거기에 앉았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제대로네?,’
비록 카메라가 하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실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실력을 알고 있는 우다희도 나를 믿 고 있었다.
''그럼요, 제대로 찍어야죠. 오늘 엄청 예쁘게 하고 오셔서 진짜 놀랐어요. 제가 본 여자 중에 가장 이뻐요."
"어머, 그런 말하면 누나 설렌다
내 칭찬이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물론 칭찬은 진심이었다. TV가 아닌 실물로 본 여자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조연만을 맡아왔던 배우고 또 결혼을 했다지만 색기와 성숙한 느낌을 풍기는데 배우는 역시 배우였다.
''뭐 대본 같은건 없지?,’
''네네, 진짜 편안하게 하시면 돼요. 조금 짖궂은 질문들도 있는데 괜찮죠?"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어차피 진심으로 대답할거라는거.
''당연하지〜. 뭐든 물어봐봐 내가 도와줄게."
이제 준비는 끝났다. 우다희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의자에 앉아 질문지를 들었다.
''촬영 시작할게요."
버튼을 누르고서 박수로 슬레이트를 쳤다.
짝!
2초 정도 있다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다소곳하게 앉아서 부드러운 미소로 내 인사를 받았다.
''어머, 반가워요〜.,’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실거 같은데."
''정말요, 진짜 카메라 앞에 서는게 오랜만이라서 긴장이 조금? 되네요."
눈웃음을 짓는데 프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색기가 넘치는데 신기하게 지금은 그런 느낌이 일절 없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 처럼 다소곳하고 기품이 느껴지고 있었다.
특히나 길게 내려와 S자로 웨이브 진 긴머리는 단아하기까지 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음〜,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금은 은퇴했지만한때 배우였던 우다희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카메라를 보면서 나긋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근황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것 같아요. 그래서 제법 많은 질문을 준비했는데요〜. 그럼 바로 질문을 할까요?"
" 그럼요, 감독님."
인트로는 끝났고 바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배우로서 은퇴를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흐음〜, 첫 질문부터 마음이 아픈데요? 은퇴한 이유라…."
[진실만을 대답한다] 짧지만 확실한 설정에 우다희가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사실…, 생계 문제죠. 무명시간이 길다보니까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집에 계속 손을 벌릴 수는 없기도 했고 요. 그래서 알바도 많이 했었어요."
''알바요?'’
''카페에서 알바를 했었죠?"
이건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녀가 카페에서 알바를 한 줄은 몰랐다.
''그거 말고도 닭갈비집에서 서빙도 했었고…, 피팅모델도 했었고 아, 지금도 종종 하고 있기는 해요."
그러다가 최혁을 만나 결혼을 한 얘기까지 나왔다.
배우와 알바를 같이 하다보니 몸이 힘들었다는 대답에 나도 진심이 담긴 얼굴로 공감해주었다.
내가 배우는 아닌데 날이 갈수록 연기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럼 다음 질문인데요."
" 네에〜."
''아예 배우의 삶을 포기하신건가요?"
그러자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은 크죠. 극단에서도 연기를 했었고…. 그래도 지금은 남편의 사업이 더 중요하니까요. 최대한 서포트
를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의 질문들을 던졌다.
진지한 질문들에 우다희도 진심을 다해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몰입도 : 77%]
발 아래에 둔 시나리오 북을 여 니 몰입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자신의 얘기를 하다보니 몰입도가 빠르게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가벼운 질문이 아니라 진지한 질문들이다보니 위화감은 미동도 없었다.
몰입도가 80%를 넘어간 순간에 잠시 인터뷰를 끊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2부로는 우다희 배우님의 진짜 사적인 질문들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많 이 기대해주세요."
짝!
박수를 치고서 촬영을 한 번 끊었다.
1부 인터뷰가 끝나자 우다희가 감탄하는 얼굴을 하며 내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얘기 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요? 인터뷰 많이 하시지 않으셨어요?,’
''하긴 했었는데 대부분 패션이나 이쪽이라서……. 내 개인얘기를 할 시간이 얼마 없었지〜.,’
3자가 볼 땐 빛나는 사람일지라도 가슴 깊은 곳에 응어리 하나쯤은 있었다.
특히나 겉모습을 중요시하는 배우였기에 그걸 겉으로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그랬구나…. 저는 배우로서도 좋지만 사람으로서도 누나에 대한 얘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나의 진솔한 얘기에 우다희가 순간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은퇴하고나서 몇 년 동안 자신의 얘기를 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이 런 감정을 딸랑딸랑하게 건드려주니 더욱 감동으로 다가 온 것이다.
''흐흥〜, 정말. 우리 시우는 이뻐할 수 밖에 없다니까."
게다가 이어진 세계관이기에 나를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으로 여기고 있었다.
일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하다는 인식도 추가를 해놨었기에 더욱 듬직하게 느껴졌다.
''근데 2부는 진짜 사적인 얘기인데 괜찮아요?"
"어머, 그럼. 괜찮아. 그런 얘기도 좋아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우다희의 음료를 리필해 주었다.
"누나 더 필요한거 없어요? 갖다드릴게요."
"고마워-. 지금은 괜찮아-. 이걸로 충분한데?,'
잔에 차 있는 음료를 흔들어보였다.
나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을 연기해야했다.
''그럼 2부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아니면 더 쉬어도 괜찮아요."
"아냐아~. 바로 시작하자."
곧바로 2부를 시작하는 박수를 쳤다.
짝!
[몰입도 : 95%]
디테일한 설정들이 우다희를 더욱 집중케 만들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겨우 나와 우다희 둘 뿐이었기에 몰입도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n반갑습니다시 아까 인터뷰 1부를 찍었었는데요〜."
인사를 끝내고서 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2부 첫 번째 질문은 우다희 배우님도 자위를 하시나요?"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 모두 허리 조심하십셔, 허리디스크 이거 사람 죽이는 병입니 다 7T 운동 하다가 다친건데 죽을 것 같아유...TT
다음화보기
질문을 받은 우다희가 멈칫하더니 나를 쳐다봤다.
''후훗, 감독님〜. 처음부터 너무 사적인 얘기 같은데요?"
''아〜, 그런가요? 앞으로 더 사적인 질문들이 많은데…."
일부러 당황하는 척 연기를 하자 그녀가 턱을 괴고서 눈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자위는 따로 안 해요〜. 남편이 있잖아요?"
''하핫, 그렇네요. 두 번째 질문은…, 남편이랑할 때 만족 하시는 편인가요?,’
''어머, 진짜 사적인 질문이었네요?,’
놀란 척 말은 하고 있었지만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우다희가 짓는 저 표정을 나는 안다.
당황하는 나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남동생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우다희에게 있어서 나는 최고로 잘 맞는 남동생이었다.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의 일에는 열정적인 모습.
게다가 누나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모습.
남동생상을 나는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남편이랑 할 때 만족하는 편이에요〜."
두 번째 질문을 대답한 그녀는 여전히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는 나이차이가 그다지 나지는 않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한참이나 어린 동생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으음, 세 번째 질문 드릴게요. 성관계를 할시에 다양한 플레이를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담백하게 하는 편인가요?" ''글쎄요〜. 그 날 분위기에 따라서 다른거 같아요."
''다양한 플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계신건가요?"
''그럼요〜. 재밌잖아요? 무언가를 연기한다는게.,’
우다희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리는 우다영과는 전혀 반대되는 타입이었다.
자매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싶었다.
"그러면…, 성감대는 어디쪽이신가요?"
" 성감대라〜."
턱을 괸채 눈을 빙글 돌리며 생각을 하는 우다희.
여우 같은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는데 자꾸 시선이 갔다.
''아무래도 가슴? 조금 예민한 편이라서요."
"그렇군요."
대답들은 하나둘 카메라에 저장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가장 좋아하는 체위가 있을까요?"
"흐응~,정상위가가장 좋아요."
"어, 왜요?"
우다희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는데 조명 때문에 뒤쪽에 마치 아홉개의 꼬리가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혹적인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비밀을 알려주듯 속삭였다.
''나한테 흥분해서 애처럼 조급하게 구는 모습이 엄청 야하게 보이더라고요. 아〜, 이 남자가 나를 갖고 싶어하는구나 안달 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항상 주인공은 나였기에 우다희의 속마음에 대해 들을 껀덕지가 없었다.
알고지낸지도 얼마 안 됐고 이런 사적인 얘기를 아무리 친하다해도 하기는 어려우니까.
"와우."
그녀의 속삭임이 매우 끈적이게 들리는데 잘못하다가는 올가미에 걸린 멧토끼가 될 것 같았다.
''흐흥〜, 다음 질문은 뭔가요〜, 감독님."
"어…, 네네. 다음 질문은요."
질문지에서 다음 질문을 찾아서 물었다.
''입이나 가슴으로 애무를 해준적이 있나요?,’
''입으로는 해주는데 가슴으로는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어요〜. 조금 민망하잖아요?"
시나리오 안에서의 기억은 역시 삭제되어 있었고 우다희가 갖고 있는 기억은 전부 현실기준이었다.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려는데 갑자기 우다희가 카메라와 나를 한 번씩 번갈아보더니 속삭였다.
''작년에 시우한테 해준게 처음이었어."
"아...."
응애 나 아기 시우의 시나리오의 세계관이라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우다영도 '사이 좋은 친구,를 찍을 때 시리즈처럼 기억을 하고 있었다.
''항문으로 하자고 하면 할 수 있나요?,’
"에에?"
뜬금없는 질문에 우다희의 눈이 처음으로 동그랗게 떠졌다.
''아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왜요?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우다영의 후장을 한 번 딴적은 있지만 그렇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마 그때는 급하게 한 탓이겠지 만.
''아뇨오, 해봤을리가요…. 질문이 있어서 드렸어요.,’
''흐응〜, 우리 시우 해보고 싶은거 같은데."
한쪽 다리를 꼬면서 야릇한 눈빛을 만들었다.
''원하면 누나가 해줄텐데."
전 세계관이 이어지니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와 하는 섹스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점이었다.
내 성욕을 언제든지 풀어줄 수 있는 눈나.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신상을 파악하기 위한 인터뷰였고 시나리오의 시간도 겨우 몇 시간에 불과했다.
민망한 척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나, 나중에…."
"그러엄. 우리 시우가원하면 뭐든지 해줄 수 있지〜."
''앗…, 누나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거 인터뷰 끝내야죠. 다시 질문할게요.,’
1부에서 그녀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성향을 파악했다면 2부에서는 성적 취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이었다.
''다음 질문은 결혼을 하고나서 다른 남자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셨나요?"
''음〜, 한 번도 없었어요〜."
나와 하는건 부탁이었을 뿐이지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럼 스와핑을 해본 적도 없겠네요?"
''질문들이 생각보다 엄청 진하네요? 네에〜,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해보고 싶은 마음은요?"
"한번도."
진실만을 대답한다는 설정임에도 이렇게 대답을 한다면 진심이었다.
하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리가 없었다.
질문들을 계속 던지며 정보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로써 우다희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몇 시간만에 다 담을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희님."
''어머, 감독님도 고생하셨어요."
촬영을 끝내고서 정리를 하는데 우다희가 물었다.
''인터뷰 끝난거야?,’
''네에, 편집하는데 며칠 정도 걸리는거라완성되면 알려드릴게요."
뒷정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그녀가 물었다.
''이제는 여자친구가 생겼어?"
''네에, 같은 회사에 소율이라고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오〜, 시우도 이제 다 컸네?"
"저도 20대 후반입니다, 누나."
내 심드렁한 말에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카메라 박스에 정리를 한 후에 우다희를 쳐다봤다.
''그때 촬영하면서 느낀건데 누나도 엄청 예쁘고 연기 잘하는데 무명이라는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저랑 같은 마음을 가진 팬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인터뷰를 해봤어요. 남은 팬분들을 위해서요."
내 진지한 어투에 우다희가 말없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도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서 눈을 마주쳤다.
씨 익
턱을 괸채 눈웃음을 지은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 시우야. 나도 오랜만에 배우로서 인터뷰를 한 느낌이라 좋았어."
''아녜요. 그때도 이쁘지만 지금도 엄청 이쁘시잖아요. 그래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어요."
빈말은 아니었지만 시나리오 특성상 좀 더 진지하게 무게를 잡고 말을 하고 있었다.
''흐응〜, 그래. 뭐라도 먹을래? 누나가 사줄게."
''앗, 아뇨. 이거 바로 편집하고 싶어서요. 아참."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듯 추임새를 넣고서 주섬주섬 공책 하나를 꺼 냈다.
''제가 누나 만나고나서부터 만들던 시나리오인데요."
"나를 만나고?"
''네, 다희 누나를 주인공으로 해시 쓴다면 어떨까 해서요.,’
나의 말에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에? 뭔데에?"
궁금해하는 우다희에게 공책을 스윽 내밀었다.
세계관이나 시 나리오, 컨셉, 캐릭터를 짜던 낙서 공책이었다.
우다영을 섹파로 만드는 법, 소율이를 조교하는 법, 우다희가 나를 남편의 친동생으로 인식해 성욕을 해소해주는 컨셉.
다양하게 있었다. 하지만 우다희는 그걸 오로지 순수하게 내가 쓴 시 나리오로만 보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도 감독의 꿈이 있다보니 컨셉은 짜놓긴 하는데 현실적으로 무리 니까요."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의 앞에 내민 공책을 촤르륵 넘겼다.
그리고서 나온 우다희를 내 것으로 만드는 최종 시 나리오가 나왔다.
''누나를 주인공으로 꼭 찍어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혹시 다음 주부터 같이 시나리오를 짜는거 도와주실 수 있으세 요?"
시나리오를 읽으려던 그녀가 눈동자만 들어 나를 바라봤다.
''너 영화에진심이구나?"
그럴리가.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과 특성상 전부 다 배우긴 하지만 내 주전공은 아니었다.
''네…, 그런데 생각보다 괴물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꿈을 접긴 했지만……. 누나도 꿈을 접고 은퇴하고…. 그래서 비 슷한게 많은거 같아서 꼭 한 작품 써보고 싶어요.,’
몰입도가 끝까지 올라간 상태인지라 그녀의 표정에서도 진심이 보였다.
''그럼 시우가 쓴 시나리오 한 번 읽어볼까?,’
공책을 들고서 내가 쓴 세계관과 컨셉을 읽었다.
''아〜, 바이러스 때문에 남자들 정자에 문제가 생긴거야? 소수만 제외하고서?"
''네…,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긴 하지만. 세계가 망한건 아니니까요.,’
이미 시나리오는 다완성된 상태였다. 다만 나 혼자 시나리오를 짜다보니 설정 구멍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고 디테일한 설 정들이 부족한게 있었다.
''그래서 누나랑 같이 시나리오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우다희가 스스로 내 전용이 되는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참여한다. 이것만큼 꼴리는게 없었다.
진지하게 세계관과 시놉시스를 읽어내려가던 우다희가 공책을 탁 접으며 말했다.
''시나리오는 어느정도 완성된 상태야?"
''거의 다 되긴 했는데 디테일한 설정같은게 막혀서요. 거기에 누나가 주인공이니까 누나의 의견도 많이 넣을 예정이에요."
내 얼굴에 담긴 진심을 읽은 우다희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고민했다.
"후우…."
생각을 끝낸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도와줄게. 예산은?"
''사비로 할려고요. 독립영화로요."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