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2화 (95/126)

§

의심을 받는 삶이란건 힘든 법이었다.

"왜 의심을 하는겨."

볼을 긁적이며 옆에 앉은 소율이를 쳐다봤다.

노잼이긴 해도 좋으니까 사귀었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애시당초 거절을 했을 일이었다.

아무런 경험도 없는 소율이었기에 노잼이라 할지라도 순백의 도화지에 내 색으로 물들일 생각이었다.

성욕이야 우다희, 우다영 자매가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뽑아주니 급함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시나리오하고 소품 준비해야하는데……

그동안 우현이와 다영이가 갔던 데이트 장소들과 그때쯤 시기를 파악하는게 중요했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옛날 사진들이 있었고 날짜 역시 적혀 있었다.

사각사각

그것들을 공책에 일일이 옮겨 적으며 하나의 타임랩스를 만들었다.

"시작이 가장 중요한데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공책을 펼쳐도 어떻게 써내려가야할지 막막하긴 했다.

"시점은 그럼 개강 전으로 해서. 룸메로……

인터넷을 켜 쉐어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고서 새롭게 재창조를 해내고 디테일을 위해 장소에 대한 컨셉까지 다 적어 내기 시작했다.

"다음엔……

이후엔 SNS에 올라온 날짜들을 토대로 사귄 시기와 이벤트, 여행 역시 따로 저장했다.

우다영 머릿속의 모든 기억과 추억 속에 나라는 존재가 치밀하고 완벽하게 침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많은 정보와 소품들을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 다영이 다음에는 소율이 공략? 다희눈나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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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지금까지 찍은 우다영의 영상들을 편집 하는 일이었다.

#lscenario 연인

#2scenario 프리미엄

#3scenario 친구랑 젠가한 SSUL

#4scenario 포트폴리오

#4.5scenario 성인지 감수성

#7scenario 한 지붕 한 자매

#llscenario 수우미양가

#14scenario 지정배우자

나열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나리오였다.

"여덟개."

#1 같은 경우에는 능력도 모르고 사용한지라 망작이라는 오점이 남아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그때 대충이라도 써보지 않았다면 절대 이 능력을 알지 못했을테니.

"흐음……

하나의 시나리오 마다 찍어놓은 영상의 분량은 제각기 달랐다.

"데이트 하는 사진들이랑……

지금까지 찍어뒀던 모든 영상들을 앞으로의 시나리오에 녹여넣을 생각이었다.

달칵, 달칵.

편집을 하는 소리만이 조용하게 들려왔다.

엄청난 양의 영상들을 편집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퇴근할 때마다 짬짬이 편집을 하는데도 2월을 지나 3월이 다가왔다.

§

임소율.

3월 2일.

어린 동생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이었다.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가방을 맨 동생들의 손을 한 쪽마다 잡고서 버스에 올랐다.

"오늘 형도 오는거야?"

남동생의 물음에 시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노는거야?"

반대편에 있던 여동생도 물었다. 몇 번 봐서 그런지 아니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워낙 없어서인지 시우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맛있는 밥도 사주고 선물까지 선물을 주니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VI

항상 시우 오빠에게 받은 기억 밖에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자신처럼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심지어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모델처럼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연예인처럼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자신과 만나고 또 가족까지 배려해주는 모습에 감동과 감사의 연속이었다.

"내리자 이제."

동생들의 손을 꼭 붙잡고서 버스에서 내리니 앞에 시우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임소율이 꾸벅 인사하자 다가와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녕〜. 애기들도 안녕. 이건 우리 애기들 입학 선물이야〜.,'

손에 들린 쇼핑백에서 목도리 두 개를 꺼냈다.

남동생이 좋아하는 빨강색과 여동생이 좋아하는 노랑색이었다.

"자, 형이 해줄게. 목내밀어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아 목도리를 걸어주고는 일어나 쇼핑백에서 목도리 하나를 더 꺼냈다. 베이지색의 목도리로 시우가 쓰고 있는것과 같은 색과 모양이었다.

"저도……?”

"당연하지. 애들거 사다가보니까 이거 소율이가 하면 참 이쁘겠다 싶드라, 그렇게 비싼건 아니라 미안해." "앗…, 괜찮아요."

목에 걸어주는데 시우의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났다. 그렇다고 싫은게 아니었다.

그녀도 담배를 피었던 만큼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그만의 냄새 같아서 더 포근한 느낌이었다.

"그럼 가볼까?,'

한 손으로 남동생을 번쩍 들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임소율의 손을 잡아주었다.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꽉 잡고서 따라 걸었다.

"와, 사람 많네?"

운동장을 주차장처럼 사용하는지 수 많은 차량들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그곳을 지나 강당에 도착하니 수 많은 학부모들이 있었다.

누가봐도 어린 자신과 시우를 힐끔힐끔 보는게 느껴졌다.

"소율아."

"네…?"

"이러니까 신혼부부 같지?,'

"아…."

그의 말에 그제야 그런 것 같아서 얼굴이 붉어지며 기분이 좋았다.

시우와 함께 결혼을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생각에 수줍게 지어진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후, 후, 마이크 테스트, 하나둘하나둘.]

아직 시간이 안 되어서인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자리가 거의 다 차고 시간이 되자 입학식을 시작했다.

"소율아."

"넵."

"입학식 끝나고 앞에 분식집 갈래?"

"좋아요."

시우와 함께하는거라면 뭐든 좋았다.

그저 같은 시간, 같은 시선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학부모님들은 선생님들을 따라 반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이동하는데 보이는 책상과 의자들이 매우 작았다.

"오……,이렇게 작았었나?"

시우의 진심이 담긴 반응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쿡쿡하며 웃었다.

''오빠.''

 기!

"애기들 귀엽지 않아요?"

책상을 만지고 있던 시우가 고개를 들어 아이들을 쳐다봤다.

자그마한게 쫑쫑 거리며 부모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게 그럴법도 했다.

"응, 귀엽지〜. 애기들 좋아."

그의 반응에 씨익 웃으며 쫑쫑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 시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도 좋아요."

겨우 만난지 한 달 뿐이지만 시우와 닮은 아기를 갖고 싶었다.

"그래?"

시우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반대로 고개를 숙여 임소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우리 아기 가질까?,’

"네, 좋아요."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대답을 했다. 한 번도 성경험을 해본 적 없지만 그라면 다 가져가도 좋았다.

"애기는 손잡고 자면 생기지?"

장난기가 가득 담긴 표정의 시우였다.

"학이 물어다준데요."

시우나 임소율이나 서로 이 악물고 모르는 척 하는데 그게 서로 웃겨서 숨 죽여 웃음을 흘렸다.

''학부모님들〜, 여기 가정 통신문입니다. 담임선생님 번호는 꼭 저장해주셔야 돼요.,’

각 반을 돌아다니며 추가로 설명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이후에 간단한 설명을 듣고서 입학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밖에 나온 임소율이 교문 앞에 서서 동생들의 손을 잡았다.

''얘들아, 앞으로 여기가 너네가 다닐 학교야, 알았지? 버스 안 타도 걸어서 30분이니까 올 수 있지?,’

H O H =

n o n o’ •

또랑하게 대답하는 동생들을 보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걸어서 30분이면……

반면에 시우는 약간 걱정이 담긴 눈으로 애들을 쳐다봤다.

"괜찮아요, 데려다주고 회사 출근할게요." ''아하…….힘들겠는데."

그러고는 시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래서 하체가 쫄깃했던거구나……

 기!

워낙 작은 소리 라 듣지 못한 임소율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냐아냐〜. 자 떡볶이 무러 가자〜." 어깨를 토닥이 며 앞에 있는 분식 집으로 향했다.

§

입학식에서 소율이, 동생들과 찍었던 사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애기들 귀엽긴 하네."

요새 곁에 항상 시나리오를 두고 살아서 그런지 가끔 소율이와 있으면 시 나리오인가 하고 헷갈릴 때가 있었다.

사진을 보던 핸드폰을 내려놓고서 다시 소품을 준비하는데 집중했다.

겨우 편집을 끝내고서 다음엔 직접 사용할 소품들을 준비해야했다. 새롭게 구매한 성인용품들과 옷들이었다.

기존에 구매한 것들도 있었지만 우다영에 맞는걸 사야했다. " 소품도 이제 끝."

모든 준비가 끝났다.

캐릭터, 소품.

이제 남은건 시나리오를 수기로 직접 옮겨 적는 것 뿐이었다.

"아쉽긴하네, 이제 원래 다영이를 못 보는게."

말과는 다르게 입가에는 너무나 비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人. 으、으 —— “I — “I •

시나리오의 분량 역시 상당했기에 며칠 내내 적어야했다.

그리고 그런 내 계획에 작은 차질이 생겼다.

회사. \\ \\

파티션에 팔을 걸치고서 왼손을 들어보이는 우다영을 보며 눈만 꿈뻑였다. "놀랐지?" "살쪘냐?"

"아〜, 뭐래에, 이거 안 보이냐고오〜.,’

우다영이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흔들며 자랑했다.

"응? 아, 응. 그래, 반지네?"

둘이 8년 동안 만났으니 커플링 정도야 있겠지 싶어서 왜 저렇게 과민반응인가 싶었다.

"그래, 반지네? 반지네에〜? 아니, 야, 프로포즈 받았다고오〜." "오, 이제 한거야?"

''그래에. 받았다고 우현아아〜. 얘가 못 알아봐〜."

옆에 있던 원유찬도 다가와 축하를 해주었다.

"오, 선배님들 드디어 결혼 하는겁니까."

"흐응〜, 유찬아, 봐봐라. 이쁘지?"

기분이 좋은지 입이 찢어질 것 처럼 올라가 있었다.

"뭐, 축하합니다."

"와, 영혼 1도 없어 진짜."

그녀의 반응에 두 손을 번쩍 들고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구서 우리 다영씨 드디어 결혼을 하시는구나〜, 사랑의 결실을 맺으시다니 정말로 감축 드립니다, 선생님!"

"죽여 진짜."

분노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에이, 진짜로 축하하지."

우현이한테도 다가가 축하를 하다가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게 있었다.

내가 짜놓았던 시나리오의 후반부.

''아……,대폭 수정해야되네……

아직 중반만 옮겨 적었기에 다행이었지 만약 끝까지 썼었다면 클날 뻔했다.

왜냐하면 프로포즈는 내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 자지에 대한 프로포즈라면 있긴 하지만.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퇴근을 하자마자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시나리오의 후반부를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 5편은 나올 줄 알았는데 다음 편이 마지막 브릿지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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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이르는 목표는 같았다.

그저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는 섹파의 느낌이면 됐다.

굳이 우다영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가진다하더라도 다른 세계관, 상식들을 바꿔야할게 많았기 때문이다.

"귀찮잖아, 그런건."

내가 가진다한들 김우현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기는 힘들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가끔 외식 같은 느낌으로 맛만 보는게 속 편했다.

''프로포즈를 받았으니까……. 마지막을……

반 년을 붙잡고 살았더니 이제 제법 손때가 탄 공책을 열고서 마지막의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추가하기를 반복했다.

자리를 잡으려면 1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벌써 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이미 둘은 결혼까지 약속을 했었고 할 수만 있다면 빨리 하고 싶다고 우현이가 종종 말을 하곤 했었다. 다만 그 타이밍이 지금일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

공책 위로 펜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미 회사에서부터 어떻게 수정을 할지 정해놨기 때문이다.

''다영이가 이런거 관련해서는 좀 쑥맥이니까……

원래의 성격을 전부 바꿀 생각은 없었다. 모든건 나에 맞춰서, 내 취향, 내 입맛에 맞춰서 그 부분들만 바꾸었다.

그렇게 수정이 끝난 시나리오를 며칠에 걸쳐 검수에 착수했다.

다 쓰고나서 다음 날 보면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들고 또 시간이 흐르고 보면 이게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시 나리오는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앞으로 현실에서도 적용이 되야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설정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됐다.

시나리오 내에서는 어떻게든 고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정도면……

며칠이 지나고 수정이 다끝난 후에 다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 한 작품을 쓰는데만 벌써 보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회사에 가면 프로포즈를 받은 우다영은 항상 웃음을 달고 사는데 친구로서 보는 나도 기뻐질 정도였다.

"기쁨을 조금만 나누자."

라는 마인드로 적어놓은 시나리오를 북에 옮겨적기 시작했다.

"어우, 시바, 팔아파……

쓰다가 팔이 아프면 탈탈 털고 몇 번 주무르기도 하면서 시나리오의 끝을 향해 다가갔다.

이제 마지막 순간에 멈춰서서 한 번 더 검수를 시작했다.

바스락.

미리 준비한 소품들을 열어 체크했다.

여러 복장들과 도구들.

장소와 시간, 시나리오에 맞게 쓰기 위해 몇 개의 가방에 나눴다.

이어서 카메라 세팅 역시 꼼꼼하게 체크했다. 시나리오를 시작하면 바꾸기 힘드니 지금 해놔야했다.

''다음엔……

편집해놨던 영상들도 시나리오에 맞게 USB나 핸드폰에 담아 철저하게 준비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겐 똑같이 보이겠지만 나에게만 다른 모습을 보일 우다영을 생각하니 아래가 뻐근했다.

8년 여사친을 아무런 책임 없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다는 생각은 나를 꼴리고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 뿐만이 아니 라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면 똑같지 않을까.

이제 남은건 시작하는 날이었고 그건 내일 주말이 시작하는 날로 정했다.

§

우다영.

프로포즈를 받은 날 부터 매일매일이 행복한 나날이었다.

어머, 진짜? 우현이가 드디어 고백한거야?" 부럽다아〜. 프로포즈는 어떻게 받았어?,’

받은 프로포즈를 설명하자 둘을 알고 있던 친구들이 웃었다.

"우현이 답다〜."

모두가 대학 친구들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근데 너네 회사에 시우도 같이 있다면서?"

"으? O 으 ” o • -O •

걔는 여전해?"

...?”

여전하다는 말에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학교에서 맨날 여미새였잖아.,’

''아〜. 지금은 그렇진 않아〜."

한 번 이미지가 잡히면 그게 줄곧 이어지고 바꾸기가 쉽지 않았기에 옛날 기억만 갖고 있는 대학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우다영도 아직 의심이 한가득 있었지만 그래도 소율씨를 만나고나서부터는 많이 바뀐 것 같았다.

''요즘엔 지극정성이야."

''또 누구 만나?"

"같은 회사분."

"걔는 여전하네."

워낙 가벼운 모습을 자주 보여준 탓에 다른 여자친구들에게 좋은 기억은 몇 개 없다고 봐야했다.

''아, 맞다. 이번에 예은이 알지?,’

”……걔가 왜?,’

''회사에서 트러블 생겨서 나왔데."

"어떤거? 연락 안해봤는데."

학교에서는 자주 놀았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진 친구 중에 하나였다.

가끔 만나긴 했었지만 학교에서처럼은 아니었다.

''예은이가 프로젝트 기획까지 다 짜서 다 만들어놨는데 위에 상사가 그대로 가져갔대. 그래서 막 따지고 싸우고 난리 났었 다는데……

자초지종을 들으니 결국 짤린건 위에 가져간 놈이 아닌 그녀였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지금 취준한다는데 너네 우현이가 하잖아. 자리 남으면 한 번 연락해봐.,’

''시우가 있는데 올까?"

"……그렇긴 한데……

같은 학교 친구들에겐 시우라는 이름이 조금 걸림돌이긴 했다.

우다영 자신은 우현이 덕분에 무뎌진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알았어, 한번 연락해볼게.,’

카페에 앉아 몇 시간을 더 수다를 떨다가 집에 돌아온 후에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

[진예은]

오랜만에 본 친구의 프로필 사진은 전부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내일 한번 연락해봐야겠네……

학창시절에 예은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준 것도 예은이었다.

그 외에 도움을 받은걸 나열하자면 끝이 없긴 했다.

"이씨, 시우가 문젠데……

밝고 쾌활한데다가 억울하거나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따지면서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었기에 가끔은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행동하는 시우를 보면 항상 띠꺼워하고 불 같이 화를 냈던 적도 많았다.

그걸 들어 쳐먹을 놈이 아니었다는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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