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88/126)

§

임소율.

저녁.

"고마워요."

"또또."

고맙다는 말에 선배가 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콕하고 찍었다.

"뭐가 그렇게 고마웠는데〜."

’’오늘 동생들하고 놀아줘서요. 안 오실 수도 있었는데.,’ n =三

그가 눈을 굴리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볼을 쓰다듬었다.

손이 너무 따뜻해서 그녀도 모르게 기대게 됐다.

"소율이가 좋으니까 해준거지."

"햇."

그의 말에는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이런게 연인인가 싶었다. 편안하고 듬직했으며 기대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카페에 들려 차를 마시는데 갑자기 하품이 나왔다.

"하암~.아…, 죄, 죄송해요.,’

자신의 부탁으로 나왔는데 그 앞에서 하품이라니.

"아냐, 아침부터 그렇게 움직였는데 당연히 피곤하지. 나도 그렇기도 하고."

해가 뜬 시점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밖에 있어서인지 피곤이 몰려왔다.

"그러면이제집에 들어갈까?"

그의 말에 임소율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더요."

"흐음, 그래?"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그냥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네. 선배랑 더 있고 싶어요."

"그러면……,조금 쉬다 갈래?'’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쉬고 있는거 아닌가요?"

"끙…. 그래. 그렇지."

그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임소율은 그의 손을 양 손으로 잡았다.

주변 카페에서 들리는 적당한 소음이 BGM이 되어 들렸다.

둘이 헤어진건 9시 쯤이 되어서였다.

n

집 아래 정류장에 같이 내린 그를 보는데 헤어지기가 싫었다. 반면에 몸은 피곤해서인지 눈이 감길 것 같았다.

” 자."

그가 두 팔을 벌렸다.

"가기 전에 안아줘. 뽀뽀도 해주고."

선배의 말에 임소율이 입꼬리를 올리며 쪼르르 달려갔다.

"o|."

폭.

그의 품에 폭하고 안겼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이마의 머리카락을 걷어서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자, 뽀뽀."

꼭 껴안은채로 그가 볼을 내밀었다.

키가 작은 그녀가 까치발을 들고서 볼에 입을 맞췄다.

"얼른들어가. 춥다."

"네, 선배."

선배의 따뜻한 품에서 나오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임소율이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서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사랑해~라고 하면 돼. 남친이잖아."

"……사랑해요."

"쿡쿡. 그래."

사랑한다는 말에 웃는 그를 보며 놀림을 당했구나 깨달았다. 그런데도 그게 싫지가 않았다.

심장이 몽글거 리고 설레는게 기분 좋은 놀림이었다.

"가볼게요."

가면서도 힐끔힐끔 뒤를 돌아 그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집으로 올라가는 달동네의 계단이 오늘은 매우 가볍게 느껴졌다. 추운 겨울의 공기 역시 상쾌해서 그녀를 붕 뜨게 만들었다.

이….

그를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와 행복한 얼굴을 만들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이미 잠들어 있는 동생들의 옆에 누웠는데 그를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 몸을 파닥였다.

If If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계속 떠오르자 뒤척이며 핸드폰을 찾아 꺼냈다.

핸드폰으로 찍은 그와의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보다가 잠에 들었다.

§

다음 날, 일요일.

나도 아침부터 움직이느라 피곤했는지 씻자마자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나서 바로 시작한건 시나리오의 설계였다.

I! IV

일단 핸드폰을 확인해봤는데 소율이한테 온 메세지는 없었다.

"원래 연락을 잘 안했으니까 뭐."

핸드폰을 두고서 우다영에 대해 설계를 짜기 시작했다.

"시간대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 실험도 해야되고. 소품도 준비해야되고."

이미 실험으로 사용할 시나리오는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

’’나라에서 정해주는 배우자로 하고, 초반엔 그렇게 하다가 중간에 2년을 훌쩍 넘겨봐야겠네."

시간을 넘긴다면 과연 실제 핸드폰의 시간도 바뀌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아마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

사각사각

공책에 컨셉과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를 적는 소리만이 울렸다.

실험용인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몇 장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이었다.

"됐다."

시나리오를 완성 시킨 후에 곧바로 소품을 준비했다.

몰입도를 올리기 위해 나라 공인 서류를 직접 만들어야했다.

이걸로 뭔가를 한다면 범죄에 해당하겠지만 볼 사람은 어차피 몇 없었다.

"디테일이 중요하니까."

이후에는 시간대가 넘어가는걸 연출하기 위해 집 안에 여러 장치들을 해놓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나리오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로딩 중: 1%]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우다영 공략 시작합니당

다음화보기

[상식을 바꿀수 있는가]

[세계관을 바꿀수 있는가] [신체를 바꿀 수 있는가]

지금까지 해온 실험들이었다. 위 세 개는 전부 실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을 해놓은 것들이었다.

"그럼 이번엔……

[시간대를 바꿀수 있는가]

임의로 바꿀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폭이 대폭 증가한다.

물론 실험으로 안 되는 것도 있었다.

[지리를 바꿀수 있는가]

[물건을 생성할수 있는가]

둘 다 안 되는 것들이었다. 그랬다면 굳이 소품을 만들거나 시나리오의 대부분을 아파트나 고립된 장소에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준비한 소품들을 쳐다봤다.

이번에 쓸 것들도 있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다음 시나리오에서 쓸 것들도 제법 있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시나리오 북을 다쓰기 전에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공략.

그 첫 번째는 7년 아니 이제는 햇수로 8년간 알고 지낸 우다영이었다.

§

우다영.

살아온 일생을 뒤돌아본다면 아마 평범함 그 자체일 것이다.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평범하게 시험을 쳤고 평범하게 대학교에 입학해 평범하게 친구들을 사귀고 남자친구를 만났 다.

그 평범함들이 모여 추억과 기억이 되고 쌓인 것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특별하게 바뀐다.

남자친구인 김우현과의 관계가 그러했다.

평범이란건 언제나 작고 사소한걸로 단숨에 뒤바뀌고는 한다.

회사 앞으로 날아온 쪽지 두 통.

"형님 이름으로 뭐 날라왔는데요. 다영 선배 이름 앞으로도 하나 왔어요."

일을 하는 평범한 일상속 날라온 편지 두 통은 그동안의 삶을 한 번에 바꾸어버렸다.

[지정배우자]

[대한민국 정부]

[우체국 발송]

그걸 보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정말?"

그녀는 시우를 쳐다봤다.

"남자친구 있는데 왜……

"원래 28살까지 신청 안 하면 나오잖아요."

원유찬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 아차 싶었다.

"맞다…….깜빡하고…….아……

불안한 눈빛으로 김우현을 쳐다봤다.

김우현도 자신의 실수에 아차 싶었다.

연인으로 등록을 한다면 쪽지가 날아오진 않는다. 하지만 헤어졌을 경우 평생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법이 제정된건 00년대 말 저출산으로 인해 생겨난 법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법에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저출산으로 벌어진 문제점들 때문에 국가 존속을 위해 강제로 실행이 되었다.

후로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확실히 효과도 있었다.

출산률 상승과 경제회복.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이 법은 아예 고정이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누구려나."

남시우는 흥미가 돋는 얼굴로 쪽지를 뜯었다.

"야아〜. 함부로 열면 어떡해! 너는 괜찮아? 모르는 사람하고 짝이 된다는게?,’

우다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이, 뭐 어때. 여자친구도 없는데."

그래, 시우는 그런 애였다.

"대가리가 꽃밭이냐, 진짜루."

우다영의 핀잔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존나 예쁜애였음 한다. 존나 기도중."

시우가 쪽지를 펼치기 전에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했다.

유전자를 통해 가장 잘 맞는 사람으로 이어준다는데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잠만, 나부터."

글을 읽으려는 시우를 말리고서 우다영이 먼저 쪽지를 펼쳤다.

[반갑습니다.]

가볍게 인사로 시작한 글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다영은 신경질적으로 한 장을 넘기고 본론이 적힌 페이지를 찾았다.

"여깄다."

배우자로 지정된 이름을 찾아 눈알을 굴렸다.

[지정된 배우자는]

[남시우] [28 세]

신상정보가 쭉 나왔다.

"아……

우다영이 이마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하필 쟤랑……

친구이긴 하지만 여자관계를 알기에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다.

"왜, 뭔데?"

아직 읽지 않은 시우는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사락.

글을 읽은 시우 역시 눈썹을 찌푸렸다.

"왜 너랑!"

"내 말이!"

친하게 지내오긴 했지만 말 그대로 친구였다.

이성적인 감정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와 갑자기 배우자가 되라니. 부부가 되라니 말이 안 됐다.

그건 시우도 마찬가지인지 미간을 찌푸렸다.

"하아."

"나도 한숨 쉬고 싶거든."

그의 한숨에 울컥했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자신이 아까운데 말이다.

그때 잠자코 지켜보던 김우현이 말했다.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어. 중간평가때 안 맞는다고 헤어지면……

김우현의 말에 우다영이 환하게 웃었다.

"맞아! 그 방법이 있었지."

"잠만잠만. 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어."

시우가 손을 저으면서 부정했다.

"아니, 너네 말대로 헤어진다고 쳐. 그럼 다영이는 우현이랑 다시 결혼하면 되잖아. 근데 나는. 알다시피 지정배우자 평가 에서 헤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그의 말에 아차 싶었다.

"그, 그래도 둘이 같이 살 수는 없잖아!,’

"나라에서 정한건데 어떡하냐 그럼. 난 평생 살라고? 헤어지면 나는 그럼 여친을 못 사귀는데. 취업도 힘들고. 결혼할 때까 지 세금도 두 배로 내야되는데.,’

시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헤어지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불이익은 전부 그가 받았다.

"아니, 그리고 작년에 연인신청 왜 안 했어. 그거 했으면 이럴 일도 없잖아.,’

"차, 창업하고 나서……. 바빠서 그랬지.,’

시우가 한숨을 내쉬면서 이마를 짚었다.

"하아, 내가 미친다미쳐. 너네 진짜 왜 그르냐."

한숨에서 진심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어쨌든 잘못을 한건 둘이었기에 죄인처럼 가만히 있었다.

"중간평가때 헤어져 줄게. 그럼 되잖아.,’

"저, 정말?"

"그래에. 어쨌든 나는 너네 둘이 결혼하는걸 기대했으니까."

"정말? 오〜."

그렇게 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

"아니, 친구는 친구잖아. 우현이랑 너랑 둘이 8년을 사귀었는데 당연하지. 대신에 희생할테니까 월급 잘 챙겨라 짜르지 말 고.,’

시우의 말에 김우현이 감동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지. 고맙다 시우야."

"으휴, 작년에 그러게 뭐했어 진짜. 나만 매장되게 생겼네."

안쓰럽긴 해도 그래도 잘 해결이 된 것 같았다.

"쯧, 그냥 인생 즐기다가 가야겠네."

가볍게 장난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불이익은 알고 있었다.

사아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불이익에 대한 생각들이 들어와 떠올랐다.

세금, 취업, 연애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불이익이 있었다.

심지어 입장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처음엔 반발도 있었지만 그만큼 혜택도 있었고 또 유전자를 베이스로 하다보니 의외로 잘 맞는 부부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세계관을 믿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지정배우자라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사이비 종교라면 몰라도 말이다.

"뭘긴장을 해."

퇴근을 하고 지정된 집으로 나와 우다영은 향했다. 긴장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어깨를 토닥였다.

"어차피 다연기잖아."

" 그, 그래도."

나에게는 계속 살아온 집이지만 그녀에게는 낯선 장소로 보이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나체로 이 집에서 섹스를 해댔음에도 말이다.

피식 웃으며 편지에 동봉된 종이를 들어 비밀번호를 치는 척 했다.

"됐다, 들어가자."

안에 들어가니 거실 테이블 위에 내가 미리 세팅해둔 쪽지가 있었다. 그 외에도 방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들.

"의외로 진짜 집 같네? 누가 오래 살았던거 같아."

긴장하던 우다영도 집을 보며 의외라는 듯이 둘러봤다.

"그러게."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소파로 다가가 쪽지를 들었다.

이미 내가 세팅해둔 내용이었다.

[중간평가는 1년 뒤 입니다.]

[1 년 동안 모든 상황은 카메라로 녹화가 되며 미션을 수행을 해야합니다.]

이미 상식처럼 우다영의 머릿속에 박힌 내용이었다.

"그렇다는데?"

"으응."

쪽지를 읽은 그녀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도 지정배우자랑 결혼해서 내용은 알아……. 하루에 세 번 씩 미션이 온다는데에……

우다영이 입을 삐죽 내밀며 나를 쳐다봤다.

"뭣 보다 너랑 하는건 솔직히 인간적으로 무리야.',

"뭐래, 내생각은 안하냐."

"뭐래, 너야말로 내 생각 좀 해라아. 맨날 섹드립만 치잖아."

"요즘엔 친적 없어 인마."

투닥거리면서 첫 번째 미션이 담긴 봉투를 열었다.

[입주를 하신걸 축하합니다.]

[첫번째 미션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3분간 키스하기.]

첫 번째 부터 직설적이었다.

"으에, 너랑 키스?,'

진심으로 혐오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약간은 마음의 상처를 입긴 입었다.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뭐래.,’

”..즈조 ”

<스 •

이마를 긁적이며 우다영을 쳐다봤다.

검정색의 긴 생머리와 언니인 우다희와는 다르게 청순하게 생긴 눈동자 그리고 하얀색의 피부와 아래로 셔츠를 입었음에 도 도드라진 가슴의 굴곡.

늘씬한 그녀의 몸매를 이미 여러번 봐 왔기에 저절로 상상이 됐다.

"뭐, 뭘 그렇게 봐?"

이번 실험에서는 그녀의 성격을 바꾸진 않았다.

세계관과 상식 그리고 시간만 건드렸을 뿐.

"어쨌든 하라잖아. 미션을 성실하게 한 후에 중간평가때 따져야지. 미션 제대로 안 하면 연장되잖아." "아…. 맞네…….하아〜. 진짜 너랑……

극혐하는 여사친에게 키스를 하는건 일품이었다.

얼굴을 찡그리고서 눈을 감는 우다영의 턱을 붙잡고서 서서히 다가갔다.

"자, 잠깐 아, 안 돼. 역시 인간적으로 무리야."

"……뒤질? 그럼 어떡하자고."

"후아후아. 기다려봐."

심호흡을 하는데 가슴이 출렁이며 춤을 췄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너 가슴 존나 크구나."

"뭐래, 변태새까."

"그냥 그렇다고. 준비됐냐."

"응, 후우, 됐어."

우다영이 머리를 뒤로 넘긴 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벌칙으로 벌레를 먹듯 후딱 끝내라는 신호였다.

그런 우다영의 턱을 붙잡고서 입을 맞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내일 연참 조지겠슴다 거 그 거 거

다음화보기

”o... ”

우다영의 입에서 질색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 본연의 성격은 바꾸지 않았으니 지금 당장은 그저 남사친 정도로만 느껴지고 있을 것이다.

턱을 잡은 손을 부드럽게 펼쳐 그녀의 하얀 볼을 감싸안았다.

"츕 •••."

혀를 내밀자 흠칫 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쳐다봤다.

누가봐도 지금 뭐하는 짓이냐는 그런 눈빛이었다.

나는 고갯짓으로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가리켰다.

설치된 카메라를 본 우다영이 체념한채로 들어오는 혀를 받아들였다.

"츄릅 •••."

말랑한 입술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입술 안의 맛을 체크했다.

"츕 •••."

들어간 혀를 어찌할 수 없으니 우다영 역시 부드러운 혀로 내 혀를 감쌌다.

"쯉•••."

점차 야해지는 소리.

'하아…, 츕•••."

다른 건 일절 없이 오로지 키스 뿐이었다.

소파에 앉아 카메라 앞에서 하는 키스.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는건 그녀의 얼굴을 보면 알았다.

찐득하게 그녀의 입술을 혀로 핥거나 내 입술로 물고 빨았다.

볼에는 홍조를 붉히며 눈을 감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썹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점차 무게를 기울였다.

"아…."

풀석.

무게에 소파에 무너지듯 누워 내가 위로 향하는 형태가 됐다.

그대로 쉬지 않고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 * * *, ’ •

계속되는 키스에 그녀는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소파를 붙잡았다.

"츄릅…, 하아…, 쯉…. 하읍…, 움…."

거칠어진 숨소리와 풀어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건 건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체만큼은 예민하게 바꾸었기에 키스만으로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미 아래쪽도 푹 젖어들어갔겠지만 이쯤에서 키스를 멈췄다.

"쯉 •••."

마지 막으로 입술을 빨고는 일어 나며 말했다.

"너 키스 진짜 못하네. 우현이가 뭐라 안 하냐."

"뭐, 뭐래."

얼굴을 붉힌채 억울한 듯 촉촉해진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런 우다영의 이마를 콕하고 찌르자 두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쌌다.

"왜 때려. 맞을래?"

"네가 때려도 아프겠냐. 여튼 키스도 이쯤이면 되겠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났지 만 아래가 불룩해져 있었다.

그걸 발견한 우다영이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이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나에게 드립을 쳤다.

"흐응~,변태 맞네."

아주 잠깐이지 만 우다영에게서 언니인 우다희의 그런 눈빛을 보았다.

어쨌든 자매니 비슷한 부분이 있겠지만 의외였다.

"생리현상이야. 그리고 너도 아래 젖었을거 아니야."

"뭐, 뭐래. 아니거든? 내가 넌 줄아냐.,’

우다영의 반박에 피식 웃었다.

H그래? 그럼 말고. 이제 지정배우자 됐으니까 섹스도 너랑 밖에 못하는데 하, 벌써 암울하네."

대놓고 섹스라는 단어를 꺼내자 우다영이 놀라며 외쳤다.

"저, 절대 너랑 안 할거야!"

"……진심이냐. 다 찍히고 있어 인마.,’

지정배우자.

당연히 하루에 할당된 섹스 횟수가 있었다.

미션에 따라서 진행되는 관계.

아차 싶었는지 우다영이 어깨를 떨었다.

"왜 하필 너랑……. 난 우현이랑……

"……이게 내 잘못이냐. 너네가 작년에 연인신청을 했어야지. 그리고 너만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하지마. 나도 피해자니 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그녀에게 일침을 가했다.

"중간평가까지 그럼 가만히 있을겨?"

내 말에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중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후에 그럼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배 우 취소 신청을 해야했다.

우다영이 입술을 앙하고 다물었다.

"……중간평가까지만이야……

"그래, 그때까지만 연기하면 되는거야."

애초에 시나리오가 거기까지기도 했다. 실험을 하기 위한 용도였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