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일어난 나는 같이 잠에서 깬 임소율을 최대한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잘 잤어?"
"네에…."
그녀가 이불을 눈 밑까지 쭉 끌어올리고서 쑥쓰러운지 시선을 피했다.
서로 알몸이었기에 이불 안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따뜻한 살결이 느껴졌다.
촤악.
커튼을 치고 창문을 살짝 열자 밖에서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진짜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어, 정말요?"
담요처럼 이불을 돌돌 말아서 일어난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와섰다.
열린 창문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나와 임소율은 멍하니 내리는 눈을 쳐다봤다.
으, 춥다 •"
오빠, 여기요.'’
돌돌 말았던 이불을 펼쳐서 내게 건네줬다.
사이 좋게 나란히 어깨에 이불을 걸치고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쳐다봤다.
꼬르륵.
’’배고프지? 뭐라도 먹을까?" "앗, 네.’'
내리는 눈을 한 번 쳐다본 후에 창문을 닫았다.
보일러를 세게 틀어놓은 덕분에 알몸으로 방을 활보해도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소율이 일로와
이제는 완전히 적응을 한건지 내 말 한 마디에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와 찰싹 붙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가볍게 입을 맞추자 혀를 내밀어 반응해주었다.
’’어후, 소율이는 괜찮아? 나 걸을때마다허벅지 땡겨오는데.,’
H 저요? 저는 괜찮은거 같아요
그러면서 앞으로 걷는데 비틀거렸다.
” 푸흣.
아니네요.,’
어제 하고나서 씻지도 못한채라 비릿하면서도 꼴리는 냄새가 났다.
냉장고를 열어 달걀을 꺼내 가볍게 점심을 준비하고서 식사를 마쳤다.
쏴아아아.
설거지까지 끝낸 후에 같이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할 때 어제와는 다르게 그녀가 친근감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살살 두드리자 민망하면서도 싫지는 않은지 칫솔을 입에 문 채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밀고선 씨익 웃 었다.
알몸으로 같이 있다보니 다시 발기가 되어 화장실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를 bgm 삼아 한 발을 또 빼냈다.
"우으…."
보지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정액을 보며 그녀가 울상을 지었다.
"진짜 임신하면 어떡하죠?"
"걱정마책임질게."
안전일을 알고 있었기에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제 슬슬 나갈까?"
,,셍..,
옷을 챙겨입고서 그녀를 배웅해주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비틀.
허벅지에 자꾸 힘이 풀리는지 걸음을 하다말고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오빠."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을 하기에 몸을 낮췄다.
귓가에 다가와 누가 들을까 속삭였다.
"안에 느낌이 너무 이상해요."
"내가 너무 많이 쌌나?"
"네에…."
임소율의 배를 옷 위로 문질러주며 능글맞게 말했다.
"내가 계속 너랑 있다고 생각해, 그럼 좋을거야." ”n o ”
어이없다는 듯이 헛숨을 뱉다가도 시선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어댔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손을 꼭 잡은 그녀.
"오빠, 그럼 저희…. 회사에는……
"회사에 말해줘야지. 우리 연애한다고. 사내연애 금지는 아니니까."
"그래도 될까요?"
"응, 걱정말어."
그녀가 내 품에 포옥 안겨서 얼굴을 비볐다.
"오빠, 저랑 만나줘서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말을 해주는 임소율에게 미안한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나에게는 그저 유흥에 불과했지 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사랑 그 이상인 것 같았다.
임소율의 뒷머 리를 포옥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힘들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해줘, 알았지 소율아?"
"네. 스읍."
내 냄새를 기억하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당찬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럼 회사에서 봬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하면 카톡 줘."
"셍!"
사귀고 있는 애인에게만 보여주는 얼굴과 목소리였다.
짧은 단발을 찰랑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창문으로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다.
버스가 사라지 고나서 볼을 긁적 이 며 혼잣말을 했다.
"스읍, 너무 착한 애 건든건 아닌가 모르겠네.,'
이미 인턴교육이나 수우미양가에서 별의별걸 다 시켰었는데 그녀는 아예 모르고 있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 다.
"흐음……. 안전일이니까 뭐 임신은 안 하겠지.,’
편의점에서 담배와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이번 시나리오는 어떤 제목으로 나올까 궁금했기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 순애 끗 거 거 거 다음 에피소드는 상식개변 대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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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scenario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
[등급 : 수작]
[영향력: 251]
[명성: 288]
[평]
[: 추운 겨울날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스토리]
[첫 연애가 생각나는 날]
[연애의 정석]
[지금까지 시나리오에 비해 순한 맛]
[point ’ 8]
[다음 작품에서 몰입도+10%]
[다음 작품에 서 위화감 -10%]
[대기시간 : 04d 06h41m]
임소율이 메인인 시나리오 중 유일하게 수작인 작품이 나왔다.
"역시 시간 문제인가보네."
딱히 높은 점수를 바라고 했던 건 아니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었다. 우선은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주 흡족했다.
임소율의 입장에서는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임소율.
며칠 내내 내렸던 눈은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늘이 짙은 곳에는 아직도 눈이 뭉쳐 쌓여 있었기에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루에 하루를 더해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덧 한 해가 지나갔다.
벌써 1월이 지났고 스물 넷이 된 그녀지만 크게 바뀌는건 없었다.
아니, 바뀐게 있다면 감정이라고 말을 할 수 있었다.
꿈을 생생하게 꾼 것 처럼 자꾸 남시우에 대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화악.
그와 키스를 하고 알몸으로 누워 있는게 머릿속에 떠오르니 얼굴이 붉어졌다. 분명히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말이다.
스윽.
화장실에 앉아 팬티를 벗어보니 이상하게 젖어있었다.
옛날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왜이러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러는 이유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남시우를 떠올릴때마다 기분이 붕 뜨고 아래가 촉촉하게 젖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쏴아아.
손을 씻고 나와 자리에 앉아 일을 하려고 해도 자꾸 시선이 남시우에게로 향했다. 일을 하고 있는 모습에 집중하게 됐다.
"뭐 궁금한거라도 있어요?"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물어왔다.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마음과 다르게 단답이 나오는건 지금까지의 습관이었다.
"혹시라도 궁금한거 있으면 계속 물어봐요."
"……네."
남시우가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물었다.
"그러고보니 소율씨가 들어온지 벌써 두 달이 지났죠?" "아, 네."
대답을 듣자마자 몸을 일으켜서 사장인 김우현을 쳐다봤다.
"우현아〜."
일을 하고 있던 김우현이 시선을 이쪽으로 옮겼다.
"우리 상반기 채용은 할겨?,’
"응? 아직은 생각은 없는데. 왜?"
"아니, 채용올릴거면 그냥 소율씨를 정직원으로 하는게 낫지 않나 싶어서. 일도 다 가르쳤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임소율이 더 당황스러웠다.
지금 인턴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하게된 사무직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어려 운게 아니었다.
공장에 비한다면 말이다.
"음....아직 예정은 없긴한데••••••
"야〜, 시우야. 그런건 회의 시간에 말해야지."
우다영이 핀잔을 줬다. 남시우가 멋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그냥 그렇다는거지 뭐."
얘기를 듣고 있던 원유찬이 커피를 뽑아내다 말고 말했다.
"저도 소율씨라면 괜찮은거 같은데요. 편집 하시는거 보니까 깔끔하게 가편집도 하시고."
"내가 가르쳐서 그래."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하는 넷.
넷 다 대학교 친구이자 선후배라고 들었었다.
그러다보니 회사 분위기가 공장과 비교한다면 너무 훈훈하고 편안했다.
임소율도 겉으로는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내심 이 멤버에 제대로 동화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나중에 회의 때 얘기하자."
김우현의 중재에 일단락 되긴 했다. 다시 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소율도 일을 하면서 내심 남시우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정직원으로 채용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지금까지 빡세게 공부해온게 헛되진 않았구나 싶었다.
해가 저물 때쯤 퇴근시간이 되자 하나둘 일어났다.
"오늘도 고생요〜."
남시우가 가방을 메고서 손을 흔들며 나갔고 뒤이어 김우현과 우다영도 사이좋게 퇴근했다.
원유찬과 둘만 남은 회사.
생각해보니 원유찬하고는 얘기를 거의 안 해본 느낌이 들었다.
"저기…, 유찬씨는 퇴근 안하세요?"
나름 용기를 내 물었다. 뽑아온 커피를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원유찬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일까지 만들어야할게 있어서요. 음, 한 번 보실래요?"
일어나 원유찬의 자리로 향했다. 그의 책상에는 여러 책들과 과자들이 많이 놓여져 있었다.
"와…, 뭐에요?"
"개인 취미인데, 공모전이 있어서요."
아래에서 올려다본 도시의 전경이었다.
"도시 전경을 타임랩스로 찍는게 취미거든요."
"어...,아....엄청 예뻐요."
"괜찮죠? 소율씨도 영상 만드는걸 취미로 해보세요. 그럼 실력이 빠르게 늘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가 취미로 남길만한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데 남시우가 떠올랐다.
남시우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면 좋을까 하다가 너무 변태스러운 생각에 입을 앙 하고 다물었다.
"당장 안 하셔도 되고 천천히 찾으면 될거에요. 우선 가족들부터 찍는것도 좋아요."
"저기……
조심스럽게 원유찬에게 운을 띄웠다.
"혹시 선배님 취미가뭔지 알수 있을까요?,’
"응? 아, 시우형이요?"
"네…."
원유찬이 푸근하게 웃으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왜, 왜요?"
"일 하실 때도 계속 시우형님만 보시던데."
"제, 제가요?"
"예, 너무 티나는거아닌가요."
모든 속내를 제 3자에게 들킨 것 같아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괜찮습니다. 응원할게요.,’
..앗...
원유찬이 힘내라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말 한 번 걸었다가 민망함에 얼굴만 붉어졌다.
"가, 감사합니다……
끝말을 흐리며 꾸벅 인사했다. 굳이 인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뭐 라도 대답은 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망치듯 가방을 메고서 급하게 퇴근을 했다.
골목길에 들어가 담배를 물고서 수줍게 웃었다.
"히…, 티, 티 났나……
다행인 점은 아직 남시우 본인은 자신의 감정을 모른다는 것이다.
§
너무 티가 나서 문제였다.
"스읍, 영향력 문제인가."
우다영에게 영향력을 사용했었기에 잊고 있었다.
영향력은 바로 전에 썼던 시나리오에 영향을 받는다.
연인의 시나리오 였기에 그게 은연중에 임소율의 감정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어찌됐든 이쁜 애가 호감을 표시하면 그걸 싫어할 남자는 없었다.
"어디보자……
그건 그거고 요즘 퇴근을 하면 하는 일이 있었다.
연습장인 공책을 펼쳐놓고서 여러 시나리오들의 시놉시스를 짜는 일이었다.
평범한 스토리부터 내가 생각해도 와, 이건 너무 변태같은데? 같은 시나리오들이 있었다.
"세계관도 몇개 만들어놓고……
예를 들어 어딘가에서 바이러스가 유출 됐다던가 전쟁이 났다던가 하는 세계관부터 괴물이 나와서 내가 능력자가 되는 세 계관이라던가.
"이건 너무 무겁고, 이건 너무 애들 같고."
물론 그런 아포칼립스 같은 세계관만 있는건 아니었다.
"일부다처제도 있고 아니면 거짓말을 아예 못하는 세계관이라던가."
평범하게 일상을 뒤틀어 상식만을 바꾸는 그런 것도 몇 개를 만들어두었다.
거기에 더해서 캐릭터들도 하나씩 짜 놔야했다.
대충 수작이나 걸작을 만드는 방법은 감이 잡혔지 만 그 이상의 대작이 라던가 하는 등급을 만드는 조건을 몰랐다.
"수작이나 걸작은 개연성도 있고 시간도 이틀 정도만 되도 주는 것 같은데……. 대작은……
아마 세계관부터 캐릭터까지 디테일하게 설정을 해야할게 분명했다.
그 중에서 가장 꼴리는걸 택해서 상황극을 즐기면 됐다.
아예 새로운 여자들을 건드려볼까 하다가 지금까지 애들을 키워놓은게 아까워서 버리고 있질 못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아무것도 기억 못하고 있는게 꼴림의 포인트였다.
"몇 번을 생각해도 내가 변태는 맞긴 하네."
다음엔 어떤 시 나리오를 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여러 것들을 만들어두는데 초점을 뒀다.
§
평범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삶이었다.
신년이 되고나서 일들이 제법 많아진걸 빼면 말이다.
"1 월 되니까신년회 편집이 많네."
우리가 주로 하는 일이 유튜버나 스트리머 같은 방송인들의 편집을 외주 받아 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도 있지 만 대체로 그랬다.
그래서 일일 퀘스트처럼 해야하는게 거의 정해져 있었다.
다만 김우현의 발이 의외로 넓어서인지 다른 곳에서도 외주를 보내주고는 한다.
그것 중에 하나가 회사에서 보내오는 신년회 영상들이었다.
대기업이라면 따로 부서가 있기에 상관은 없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
덕분에 외근이 잦아졌기에 추운 겨울날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선배 이건 제가할게요."
외근을 나가면 무거운 장비 박스는 내가 들고 카메라와 케이스는 임소율이 들었다.
내가 든 것에 비해 가볍다는 것이지 카메라 역시 만만치 않게 무거웠다.
"반갑습니다, 과장님이 어떤 분이시죠?,’
과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사를 돌아다녔다.
"여기 입구에서부터 전체 조경이 한 번에 나왔으면 합니다. 가능하겠죠?"
신년회라고 마냥 사장이 나와 떠드는 것만 있는건 아니었다.
말만 신년회고 회사 홍보 영상을 찍는것도 많았다.
"네, 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신경써야할게 있을까요."
꼼꼼하게 수첩을 해나갔다. 중소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원하는 요구사항들이 많았기에 오전을 꼬박 사용해야했다. 답사가 끝나고나서 임소율이 지친 얼굴로 벤치에 앉아 다리를 주물렀다.
"힘들지?"
"괜찮아요, 버틸만해요.,’
그런 임소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가 흠칫해서 멈췄다.
"미안미안.’'
"아닌데, 괜찮은데
내가 금방 손을 떼어내자 아쉬운 얼굴로 입술을 오물거렸다.
"기다려봐, 아까 자판기 있더라, 따뜻한거 하나 뽑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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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에서 캔커피 두 개를 뽑아 바깥 벤치에 앉아있는 임소율에게 다가갔다.
툭.
볼에 따뜻한 캔커피를 갖다대자 임소율이 목을 웅크리며 나를 올려 다봤다.
귀엽게 올라보는 임소율을 보며 전 시나리오 때 귀여웠던 임소율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후훗."
”……왜요?"
"아니, 그냥 귀여워서요. 웃는건 할수 있잖어."
수줍게 볼에 갖다댄 캔커피를 받아들고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 임소율의 머리를 쓰다듬고서 옆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홀짝이 며 담배 한가치를 꺼 내물었다.
"우리 후배님도 담배 하나 피워."
"……선배."
"응?"
임소율이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담배 피는 여자는 조금 별로죠?"
"응? 왜? 요즘 시대에 그런게 어때서."
"선배는 상관없어요?,’
그녀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할 때에는 상관없지 않을까? 나도 담배피 니까."
"그럼 결혼할 때에는요?"
"으음, 그건 좀 그렇네. 결혼을 약속한다면 나도 끊지 않을까?"
나는 되고 상대는 안 되는 이중성이 나도 조금은 있었다.
볼을 긁적이며 다시 말했다.
"역시 상관없겠네, 나도 담배 피니까. 상대보고 끊으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구나……. 그래도 조금 별로라는거죠?"
’’응? 그렇게까지는 아니긴한데.’,
담배를 꼬나물고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올려 다봤다.
"왜? 소개받은 남자가 담배피는 여자는 싫데?"
"아, 아뇨. 그런건아닌데요."
그녀의 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임소율도 품에서 얇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립밤을 발라 촉촉한 붉은빛의 입술로 담배를 물고서 말 없이 담배연기를 뱉었다.
담뱃재를 다 털고나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으그그〜, 그럼 다시 일하러 가자.
답사를 마치고나서 바로 스케치를 따기 시작했다.
"소율아, 거기어때. 괜찮아?”
"네! 고정시켰어요! 와서 봐주세요!,’
"잠시만〜.’’
내 카메라를 확인을 한 후에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의 카메라를 체크했다.
구도는 좋다, 마이크는 오프로 해놔, 편집할 때 피크 뜨면 귀찮아지 니까.’, 너 ”
외부에서부터 내부까지 전부 카메라를 찍은 후에 마지막으로 드론을 띄워 전경을 찍었다. 요구사항대로 회사의 로고가 잘 나오는지 확인을 한 후에 촬영을 종료했다.
노을까지 찍어야했기에 공장 안에서 대기하다가 적당한 시간에 나와 아름답게 번지는 노을을 찍었다.
"이런건 유찬이가잘찍는데."
"정말요?"
"응, 걔 취미잖아."
임소율이 신기하게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아셨어요?"
"유찬이하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걔 도시 불빛 찍는거 좋아하잖아.,'
"아, 맞아요."
"너는 어떻게 알았어?"
임소율은 대답대신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가만보면 선배는 지인들을 엄청 잘 챙기시는것 같아요. 취미도 다 알고 계시고."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임소율에게 물었다.
"너는 찍는다면 뭘 찍고 싶은데? 카메라 다루는 방법도 알려주고 구도도 알려줬잖아. 편집도 알려주고."
’’음…, 우선가족들부터 찍고 싶어요.,'
"역시, 마음이 예쁘네.,’
갑작스런 칭찬에 임소율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이만가자."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한 후에 추후일정을 잡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김우현을 제외하고는 전부 퇴근한 상황.
H소율씨는 그대로 퇴근하십쇼〜."
그녀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내 자리에 올려놓고서 퇴근시켰다.
"저도도와……
’’아냐아냐, 고생했어, 아침부터 추운데 밖에서 고생했잖아. 나도 편집은 내일부터 할거라. 파일만 옮겨놓고 나도 퇴근할거 야.’'
"앗, 네. 고생하셨습니다."
다소곳하게 서서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뒤이어 김우현에게도 가볍게 목례를 한 후에 나가는 임소율.
’’소율씨는 일은 괜찮게 해?”
그녀가 나가자마자 김우현이 물었다.
나는 파티션에 한쪽 팔을 걸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열심히 하잖어. 근데 넌 왜 퇴근 안 했냐?',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는 이유를 물으니 그가 오라고 손짓했다.
그의 자리로 가니 어떤 시안이 있었다.
"뭐여, 이건.,’
"사원증. 이번에 도어락도 바꿀려고. 사원증을 찍고 들어올 수 있게."
HQ 호 H
알트탭을 눌러 다른 화면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 외주 맡긴 홈페이지 있잖아. 그것도 시안이 몇 개 나왔는데 뭐가 괜찮아?,’
내 기준에서 가장 괜찮은걸 골랐다.
"나는 깔끔한 이게 좋은거 같은데?"
"그렇지? 나도 추가사항만 하고 퇴근해야겠네."
사무실에 나와 김우현만 남아 남은 일들을 처리했다.
거의 비슷하게 일이 끝나 문을 닫고 나오는데 그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요새 외근이 많아서 힘들지?,’
"뭐여, 낯간지럽게."
"경비 준다고 했는데 거절하지말지."
"적자에서 이제 막 벗어났다며, 괜찮어.,’
이건 내게 남은 마지막 양심의 발로였다. 다영이랑 매번 노콘으로 하는데 약간의 미안함이 남아있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우다영을 건든게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은 회사에 헌신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빵꾸난 것들은 나중에 우다영과 우다희 자매에게 다른 형식으로 받을 수 있었으니 손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덤으로 김우현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을 수 있었으니 오히려 이득이라면 이득일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회사에 헌신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걱정말고 나중에 잘되면 다 받을겨."
"하핫! 알았어, 고생했어. 나 먼저 들어갈게."
"옹야, 잘 가라. 낼 보자."
나도 김우현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에 퇴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