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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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scenario 수우미양가]

[등급: 평작]

[영향력: 225]

[명성: 255]

[평]

[: 신선한 세계관]

[너무 짧은게 아쉬움]

[매력적인 세계관이나 너무 한정된 장소]

[감독의 명성에 비해 미진한 작품]

[point: 6]

[다음 작품에서 몰입도+0%]

[다음 작품에 서 위화감 -0%]

[대기시간 : Old 02h 25m]

아쉽게도 평작이상은 얻지 못했다.

"시간이 짧아서 그런가보네……

지금까지 평작을 보면 하나같이 짧은 시간이었다.

평을 보면 내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평이란게 조금씩 힌트를 주는건가……?"

벌써 시나리오북을 얻은지 세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래도 실험은 많이 했으니까."

한 작품 당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있었다.

공책에 알아낸 것들을 적어두고서 쭉 기지개를 켰다.

"하암. 피곤하긴 하네."

재밌는 일이긴 하지만 피곤한건 어쩔 수 없었다.

시나리오 안에서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야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배우가 된 것 처럼 말이다.

굳이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주연을 내세워 하나의 작품을 낼 수 있겠지만 그건 바라지 않았다.

"섹스가 아니면 이걸 왜 씀."

누가 알아봐주는 것도 아닌데 힘을 들여서 명작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저 섹스를 위해 등급을 높이고 싶은 것 뿐이었다.

거기에 좀 더 추가를 하자면 무료한 일상에 게임 같은 재미를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몇 개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뒤섞여있을 뿐이지 그렇게 복잡한 이유는 아니었다.

[배우의 특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설정하면 영구적으로 유지가 되오니 신중을 기하기 바랍니 다.]

새롭게 뭐가 생겼나 시나리오 북의 다음 장을 넘기자 [특성]이 떠올랐다.

이게 뭐지 싶다가 지난번 우다영이 5개의 작품을 완성 시켰을 때가 떠올랐다.

"아…."

뭔지 깨닫고서 다음 글을 읽었다.

[능력을 선택해주세요]

[몰입도 상승률 :+5%]

[위화감 감소율 : +5%]

[영향력 : 이

우다영에게도 똑같은 특성이 있던걸로 기억을 했다.

"이건고정인가보네."

턱을 괴고서 볼펜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렸다.

솔직하게 말해서 영향력은 아직도 그 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영향력이 있으면 시나리오가 끝나도 영향이 남아있다는건데……

영향력에 얼마나 투자를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도박이나 다를게 없었다. 인상을 구기다가 결국엔 몰입도를 클릭했다.

스윽.

[배우]

[우다희]

[몰입도 상승률 : 5%]

[대작 : 이

[명작 : 이

[걸작: 1]

[수작: 1]

[평작: 3]

[망작: 이

[네임밸류 : 8%]

여전히 설명이 불친절한 능력이었다.

"네임밸류라는걸 대체 어 디다 써먹는겨."

고민을 해봤지 만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에고, 한동안은 좀 쉬어야겠네."

세 달 동안 쉼 없이 달려오다보니 조금 지친 상태이기도 했다.

§

회사.

이젠 완전히 겨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침과 밤의 날씨가 너무 추웠다.

낮에 패딩을 입고 나가도 찬 바람이 얼굴을 시리게 만들었다.

"아직 롱패딩 꺼낼 날씨는 아니라 다행이네……

하늘엔 먹구름이 껴서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것 처럼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출근한 회사.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평범하게 일을 하는게 전부였다.

'사이 좋은 친구,는 여전히 찍고 있었고 느리지만 차분하게 구독자를 늘려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늘솜 스튜디오의 실력을 인정받아서 고정적으로 편집과 보정을 맡기는 이들이 생겨났다.

"소율씨도 이제 제법 잘 하는데요?"

벌써 인턴생활을 한지 한 달이 넘다보니 제대로 적응해가고 있었다.

평소에도 공부를 하는건지 파티션 너머로 본 그녀의 공책은 빽빽하게 공부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담담한 말투였다. 회사일이 아니라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살아온 삶이 순탄치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시우야아〜."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 니 우다영이 팩스에서 뽑은 서류를 들고 흔들고 있었다.

"뭔디."

책상에 놓인 머그컵을 들고 다가가니 우다영이 서류를 건넸다.

"이번에 대전에서 심포지엄 열린다는데 너가 갈래?"

"갑자기? 누가 보낸건데?'’

"이거 교수님이."

받은 종이를 읽으니 지난번 세미나에서 봤던 교수님이 있었다.

”0| 양반은 여전하구만. 이거 우리 말고도 다른 애들한테도 돌렸겠지?"

"아마 그럴걸? 으가면 또 교수님한테 끌려다녀야 되잖아."

"……너 귀찮은것만나 시킨다?"

귀찮은 얼굴을 하고 있는 우다영을 노려봤다.

"헤〜, 그래도 네가 가주면 좋긴 하지. 네가 교수님하고 친했잖아."

"가면 얼굴도장도 찍고 이후로도 일거리도 많이 주실거 같은데."

"그럼 네가 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마를 긁적이며 찬찬히 읽어봤다.

"대전이라고?"

"엉, 갈거야?"

"후우, 알았어. 이거 그냥 참가자로 가는거지? 참여가 아니라."

"엉. 가면 관전자로."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종이를 팔랑이며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가 시선에 그녀의 가슴이 들어왔다. 베이지색의 니트가디건으로 단추를 채우고 있는데도 가슴이 도드라져 있었다.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딱히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몸을 몇 번 섞다보니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뭐 묻었어?"

우다영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자신의 옷을 쳐다봤다.

"아니, 뭐 묻은 줄알았는데 아니네."

그녀는 섹스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었기에 나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했다.

"그나저나 나 혼자가는겨?"

"아닝,세 명 정도?"

곧바로 회사를 둘러봤지만 갈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럼 우현이랑 소율씨 데리고 갈게. 유찬이는 바쁘잖어."

우다영이 웃으면서 내 어깨를 터치했다.

"고마워〜, 여윽시, 내 친구당~!"

"네 남친도 같이 가는겨."

품평회에서는 그렇게 어색하고 초조해하고 민망해하더니 이런 때에는 참 해맑았다.

"그려, 알았어."

다 같이 모여서 스케쥴을 짜기 위해 간단하게 회의를 진행했다.

"아침 아홉시까지 서울역에서 만나는걸로 한다?"

가도 어차피 우리가 할게 거의 없긴 했다. 그저 경험삼아서 갈 뿐이기도 했고 교수님을 따라 인사를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

며칠 후.

서울역.

"더 늦으면 안되겠는데?"

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이미 지나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우현이 핸드폰을 들어 계속 전화를 해봤지만 연결이 되지가 않았다.

"소율씨가 지각을 하거나 하진 않을텐데……

항상 일찍 와서 준비를 하던 사람이었기에 김우현은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가 걱정을 했다.

"이미 예약한건 떠났잖아. 가자, 하나 더 놓치면 지각이여.’’

’»그그. ”

O

"내가 문자는 보내놓을게."

결국 출발을 한건 나와 김우현 둘 뿐이었다.

대전에 도착해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장소로 향했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긴 했지만 담배 하나 태울 시간이 없었 다.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예, 시우학생〜. 잘 지내셨지요〜."

"넵! 교수님은 건강하셨죠? 여기 우현이랑 같이 왔습니다."

인사를 하고서 지루한 회의에 참가해 들었다.

옆에 앉은 김우현에게 귓속말을 했다.

”••••••지루한데••••••

n

it

김우현도 비슷한 생각인지 멋쩍게 웃고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 끝나고나서 교수님이 우리를 찾았다.

"여기는 5학번 위에 선배님들이에요. 서로 인사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남시우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우현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작은 편이라 회장을 조금 돌아다니니 모두와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면 다 잊을 얼굴이지만 그래도 익혀두면 언젠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회사를 차리셨군요, 여기 제 명합입니다.,’

학교에 관련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명함을 주고받는건 익숙하게 보였다.

대부분이 김우현과 더 깊은 얘기를 나누긴 했다.

사장이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럼 식사하러 가시죠."

교수님과 선배님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식사를 마치고서 다시 서울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니 4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었다.

우웅.

겨우 자리에 앉아 짐을 푸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광고 메세지인가 싶어 확인을 하는데 임소율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죄송해요,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목소리도 안 나와서 전화를 못 드렸어요. 미리 연락 드렸어야했는데 죄송합니다.]

역시 사무적인 말투였다. 다만 원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이게 꾀병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괜찮습니다. 여기는 다 마무리 됐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답장을 보내고 다시 일을 하려다가 괜히 신경이 쓰였다.

"우현아."

자리에서 일어나 김우현을 불렀다. 그도 메세지를 받은건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독감이라도 걸린 모양인데?"

"……꾀병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

"에이."

"그렇지? 소율씨가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것보다 소율씨 주소 있음?"

그러면서 슬쩍 짐을 챙겼다.

"병문안 갔다가 바로 퇴근하게."

김우현이 피식 웃으면서 컴퓨터에 저장된 주소를 찾아 내게 알려주었다.

"그리고이거."

그러면서 내게 3만원을 쥐어주었다.

"할머니하고 어린 동생들하고 같이 산다며? 음료라도 하나 사들고 가."

"내가 사도 돼. 괜찮어."

"그래도 내가 사장인데."

강제로 내 손에 쥐어주는 모습에 사람 인성이 진짜 어떻게 모난 곳 없이 이럴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시나리오 없이 우다영을 빼앗아도 화를 안 내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했다가는 바로 뚝배기가 깨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려, 그럼 난 병문안 갔다가 바로 퇴근할게.,’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댓글 전부 감사합니다 O 추후에 다 스토리로 녹여내겠습니다. 다음 에피는 임소율이 주인공이기 때문 에 그 그 거 거 일단은 소율이부터 가보겠슴다 方 方

다음화보기

받은 3만원을 지갑에 넣고서 임소율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기 전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떤 날 보다 푸르고 맑은 하늘이었다.

§

임소율.

날이 추워지면서 집에서 옷을 덧대어 입었다.

보일러를 틀긴 하지만 워낙 오래되어 낡은지라 가끔 퍼질때가 있었다.

"으슬으슬하네……

좁은 집에 할머니와 동생들까지 한 이불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에 들었다.

조금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아니 나다를까 아침부터 열이 펄펄 끓었다.

"아…, 출근해야되는데……

오늘 심포지엄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해야하는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아침 10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잔뜩 있었지만 몸이 끓고 어지러워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o... "

말을 해도 목이 잠기고 말라서 쇳소리만 나는 느낌이었다.

동생들이 안 보이는걸 보니 할머니가 준비를 시켜서 등원을 한 것 같았다.

"하아…."

이불을 살짝 걷으니 오한이 든 것 처럼 몸이 으슬하니 파르르 떨렸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닦고서 약을 찾아 엉금엉금 서랍장으로 향했다.

겨우 약을 삼키고서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갔다.

보일러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추운 감각이었다.

눈을 감고 잠시 있으니 으f 기운 탓인지 금세 다시 잠이 들었다.

그녀가 깨어난 것은 유치원에서 돌아온 동생들 때문이었다.

"언니이〜.’,

어린 동생이 불렀지만 일어나서 반갑게 맞이해줄 수가 없었다.

"오늘은 회사 안가도 돼?"

동생의 말에 아, 싶어서 겨우 일어나 문자를 보냈다.

"언니가 아파서 오늘은 쉬어야 돼〜.',

"아파?"

여동생은 걱정 어린 눈으로 똘망똘망하게 쳐다보는데 남동생은 누나가 아픈 것도 모르고 신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응, 언니아파."

"내가 간호해줄게

한참 어린 동생에게 간호를 받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실소가 나왔다.

" 자〜, 배 들어보세요〜."

어디서 이상한 노끈을 들고와서는 병원에서 봤던 청진기 처럼 의사 행세를 하고 있었다.

"이제 언니 안 아프다〜. 울 동생 덕분이네

배를 걷으면 추우니 의사놀이를 하고 있는 동생을 끌어당겨 폭 안았다.

따뜻하고 꼬물거리는게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계속 안고 싶은 마음이 돋았다.

"우으〜, 언니 더워엉."

그것도 잠시 곧 쌍둥이 동생과 함께 신나서 마당으로 향했다.

If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그녀가 두 번째로 잠에서 깬건 마당쪽에서 시끌벅적하게 동생들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누구세여서"

"음...,너네 누나 직장동료."

"그게 뭐에여?"

"친구."

익숙한 목소리지만 설마했다.

끼익.

낡은 양철문이 열리면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눈을 질끈 감자 목소리가 들렸다.

"소율씨〜. 꾀병은 아니죠? 아니네."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본 그의 목소리.

"선배님…, 죄송해요……

여기까지 왔다는게 죄송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창피함이 느껴졌다. 이런 낡은 집에 남자가 그것도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말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문을 열어준 동생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아우, 좀 앉자."

그녀의 옆에 털썩 앉은 그가 투덜거렸다.

"아니, 무슨 집이 높은데에 있냐."

"……죄송해요……

"……그래서 몸은 괜찮습니까?,’

손등을 이마에 올려놓는데 밖에 있다와서 그런지 되게 차가웠다.

"진짜네요. 따뜻하니까 조금만 이러고 있겠습니다."

"네에…."

이마에 차가운게 닿으니 몸 전체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아, 참. 그리고이거."

그의 손에 하얀색 봉투와 선물용 음료 박스가 들려 있었다.

"우현이가 3만원 주더라고요. 그래서 약이랑 음료 사 왔습니다."

"괘, 괜찮은데……

말도 못 드리고 회사를 쉬었는데도 이렇게 챙겨주니 죄송함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일까지 쉬세요. 그냥 뭐 사수인 제 권한으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빨리 나아서 내일 모레 오십쇼."

더 죄송하게 느껴질 때 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두근.

그의 미소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도 이 감정을 알고는 있었다.

사랑에 빠졌다는 걸 모를리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그걸 표현한 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사랑이라는걸 의식한 순간부터 그녀의 심장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밥은 먹었어요?"

"••••••아, 아직••••••

"흐음……

그가 집을 둘러보는데 호감이 생겨서인가 더욱 창피함이 몰려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건 남녀를 떠 나 전부 똑같았다.

"혹시 몰라서 죽도 사오긴 했는데."

편의점에서 사온건지 작은 죽이 있었다.

"집에 전자레인지가없어서……

"그래보이네요. 냄비는 있죠?"

그가 일어나 싱크대 앞에 서서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 쯤 죽을 안에 넣었다.

"10분 정도 끓이면 따뜻해질거에요."

임소율은 이불을 슬며시 올려 코까지 가렸다.

쌩얼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다.

아프니 더 못 생겨 보일까봐서.

"누나 친구에여?"

언제 왔는지 쪼르르 남시우의 옆으로 온 동생이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가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엄~,누나 친구지

"정말여? 누나 친구 처음 봤어여!"

어떤 의도가 있었던건 아니겠지만 그것도 창피했다.

자신에게 친구가 없다는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그래? 그럼 내가 가장 처음 방문한 친구야?"

"셍!"

’’그럼 영광인데? 내가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거잖아? 나중에 너도 가장 소중한 친구 데리고 누나한테 소개시켜줘."

동생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소중하게 쳐다봤다.

"형! 축구 좋아해여?,'

’’그러엄〜. 좋아하지.’,

그러자 쪼르르 나가 어디서 주워왔는지 초록색의 탱탱볼을 가지고 왔다.

"저랑 놀아주면 안 돼여?,'

집에 남자가 없으니 항상 공놀이를 혼자 하곤 했었다.

"그럴까? 그럼 누나 죽만 먹고 같이 놀자.,'

"언제 다 먹어여?’'

"음30분?"

너무 긴 시간에 동생이 시무룩해졌다.

’’기다린만큼 더 재밌을거야〜. 자〜, 나가서 기다리자〜."

어린 애를 다루는 솜씨가 상당했다.

동생이 나가고 죽이 다 끓여지자 집게로 꺼내고는 뚜껑을 따서 그릇에 따로 옮겨주었다.

"따뜻할 때 묵자요, 소율씨."

반말을 하려다가 다시 존댓말로 바꾼게 웃겨서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뭐여, 왜 웃어요."

"히…. 그냥요. 감사합니다……

조심스럽게 그릇을 받아들고서 한 입 떠먹었다. 뱃속으로 따뜻한게 들어오니 온 몸이 낫는 기분이었다.

” 혀엉〜."

좀 더 그랑 있고 싶은데 부르는 남동생의 목소리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알았다〜. 소율씨 그럼 천천히 먹어요, 동생이랑 놀고 올게요. 그래도 되죠?" "……네."

그가 나가고 밖에서 신나서 떠드는 남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죽을 보며 미소가 계속 흘러나왔다.

"후룩."

임소율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죽을 먹었다.

다 먹고나니 몸에 열이 퍼졌다.

아파서 나는 열이 아니라 몸이 따뜻해지며 퍼지는 열이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뭐 해서 일어나 조끼를 걸쳤다.

거울을 보는데 왠지 할머니 같은 모습에 조끼를 다시 벗고 나름 아끼는 패딩을 챙겨입고서 마당으로 나갔다.

좁디좁은 3평 남짓의 마당이었지만 그 좁은데서도 동생은 넓은 마당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옳지. 이번엔 이쪽."

강아지를 훈련 시키듯 벽에 공을 튕기면 동생이 뛰어가 주워왔다.

축구라고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단순한 공놀이였지 만 쌍둥이 동생 둘 다 신나서 웃고 있었다.

"소율씨, 추운데 왜 나왔어요."

"……그래도 손님인데."

"그러다가 더 아프면 어떡하시려고."

"괘, 괜찮을거에요."

그 처럼 나긋하고 다정하게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몸에 배어버린 단답의 습관이 그걸 어렵게 만들었다.

달칵.

끼익.

낡은 철문이 열리며 안으로 할머니가 들어왔다.

"할머니이〜."

할머니를 보자마자 동생들이 앞다투어 뛰어가 할머니에게 안겼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율씨 직장 동료입니다.',

"아이구, 귀한 손님이오셨네〜.,’

할머니는 처음엔 놀란 눈치였지만 그의 말을 듣고서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우리 손주가 회사에서는 괜찮은가 모르겠네."

"소율씨가 일을 너무 잘해서 없으면 회사가 잘 안 돌아갑니다. 하하."

"에잉, 어린 애 하나 없다고 망할 회사면 진즉에 망했지〜.,’

할머 니의 말에 그가 뻘쭘한 얼굴을 했다.

"하, 할머니! 그, 그만해에시"

창피함에 빽하고 소리질렀다.

"할미 귀 안 먹었다. 곧 저녁인데 뭐라도 들고 가제〜."

"아닙니다. 저 녁에 또 일이 있어서요. 소율씨가 아프다고 해서 잠시 들렸습니다."

그가 꾸벅 인사를 하고선 이제 나갈 채비를 하는데 그녀는 다급하게 옆으로 다가갔다.

"배웅……,해드릴게요."

"안 그러셔도……

"아뇨, 해드릴게요."

단호하게 말을 하는 그녀.

"그래요? 그럼 밑까지만."

"네…. 할머니 갔다올게…요."

그러자 할머니가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픈거 나을 때까지 안 들어와도 돼."

남시우의 소매를 소극적으로 끌어당기며 급하게 집을 나섰다.

"죄송해요 할머니가……

"아뇨아뇨, 오히려 정겹고 좋은데요. 저도 외할머 니가 계시거든요."

"아…."

터벅터벅.

평소엔 그렇게 길게만느껴졌던 달동네의 계단이 왜 이리 오늘따라 짧은지.

말을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왜 또 주제가 생각이 안 나는지.

힐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다 온 거 같은데……

"아뇨, 버스정류장은 아래에요." "그, 그래요."

딱히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작은 두근거림의 기분이 좋았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서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올라가셔도 돼요. 그러다가감기 더 심하게 걸립니다.,’

"……손님으로 오셨는데 죄송해요."

"병문안이니까요. 나중에 놀러가면 그때 놀아주세요."

빈말이라는걸 알지만 진짜로 와줬으면 했다.

"5분 뒤에 도착이라네요. 응?"

남은 버스시간을 보던 그가 정류장 옆에 작은 포장마차를 발견하고는 임소율을 끌고 향했다.

"오, 12월이라 붕어빵이 나오는구나. 5천 원 어치만 주세요."

하얀색 종이봉투에 담겨지는 붕어빵.

"붕어빵 좋아하세요……?"

붕어빵이 가득 담기는걸 보면서 그가 좋아하는 음식인가 싶었다.

가득 담긴 봉투에서 붕어빵 한 개만 입에 물고는 그대로 임소율에게 건넸다.

"동생들 줘요. 할머니도 좋아하시려나 모르겠네." n I

임소율이 받아든 봉투를 다시 돌려주려고 했지만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냥 먹어요."

"매, 맨날 받기만 했는데……

"나중에 월급 받으면 그때 사줘요. 아, 버스 온다."

코너를 돌아오는 버스.

"선배님!"

H 리

"그, 그럼 그때 밥 사드려도 될까요……? 붕어빵 말고……

"음? 아, 그래요. 갑니다. 내일까지 쉬고 내일 모레 오세요〜."

급히 붕어빵을 입에 우겨넣고는 손을 흔들며 버스에 오르는 그.

남시우가 탄 버스가 떠나가는걸 한참이나 보고 있던 그녀가 빙글 도는데 포장마차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흐뭇하게 쳐다보 고 있었다.

화악

괜히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급히 총총 걸음으로 다시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확실히 길어……

내려올 땐 그렇게 짧더니 올라가려 니 산이라도 오르는 것 같았다.

화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 : 예이~ 순애도 좋아유〜 NTL도 좋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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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가 병문안을 와줬다는 사실에 감기에 걸린 것도 잊은채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는걸 알고 있음에도 괜히 설레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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