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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scenario 완벽한 부부
넘어오느라 식었던 몸은 금세 달아올라 우다영의 머리를 하얗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흐아읏! 아앗! 하…!"
보지에서부터 시작된 혀의 감촉과 스멀스멀 올라와 손 끝으로 예민해진 옆구리와 허벅지의 살갗을 간지럽히는데 순간 펑하고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짧은 탄성과 함께 허리를 활처럼 휜다는 그런 고전적인 문구처럼 허리를 위로 튕겨 올리며 몸을 떨었다.
부르르!
발가락까지 오므라들고 허벅지에는 힘이 들어갔다.
촤악!
소변이 원치 않아도 나오는데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우다영의 모든 신경은 오롯이 그의 혀와 손에 집중되어 있었다.
강한 쾌락에 몸을 떨면서 계속 소변 같은 조수를 뿜어댔다.
주륵.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 영원이 지난 것 처럼 느껴졌다.
겨우 눈을 뜨고 천장을 보는데 2층의 높디높은 천장에 보이는 작은 무드등이 들어왔다.
"아…, 흐으응…."
우다영은 멍하니 축 늘어져서 나른한 쾌감을 즐겼다.
이대로 이 느낌을 계속해서 간직하고 싶었다.
"……."
"……."
반면에 남시우는 고개를 들어 우다희를 쳐다봤다.
"완전히 가버렸는데……?"
우다희가 귀엽다는듯이 다가와서는 동생인 우다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마 처음 오르가즘을 느낀거야?"
"흐아으응…. 으응…."
새로운 세계였다.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어렴풋이 기억 끝자락에서 이랬던 경험들이 스쳐지나가긴 했지만 그건 지금 쾌락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단정지었다.
그녀의 기억속에서 이런 쾌감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럼 이번엔 내가 뽑아야겠네?"
우다희가 피식 웃으며 젠가를 집어들었다.
멍한 감각에 계속 누워있는 우다영의 귓가로 저 둘이 신음소리를 내는게 들렸다.
"……."
정말 이런 감각을 매일 느낀다면 언니인 우다희가 홀딱 반한게 이해가 갔다.
나른해서인지 시간감각이 사라졌다.
눈을 감고 잠시 순을 고르다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
§
우다영.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위에 있었다.
"아…."
설마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봤지만 다행히 옆에는 김우현이 있었다.
어젯밤이 한낱 꿈 같았다.
"……."
정말 꿈인가 싶어 몸을 돌아보는데 팬티가 뒤집어져서 입혀져 있었다.
"……진짜였네."
이마를 짚고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제 술에 취해서 하필이면 언니와 친구와 그런 일을 하다니.
"일어났어?"
마침 잠에서 깬 김우현이 손을 더듬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편안한 품에 그녀는 안겼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건 어제 있었던 일들이었다.
"지금 몇 시야……?"
김우현의 물음에 몸을 일으켜 옆에 놓여진 핸드폰을 들었다.
"아직 열 시야."
"아, 진짜로……?"
다행히 숙취는 없는지 머리가 생각보다 시원했다.
쏴아아.
평범하게 씻고 나와 외출준비를 했다.
점심이 다 되어서 각 호실 사이에서 만난 둘.
"흐아암~. 잘 잤어?"
어딘지 다크서클이 내린 남시우와 팩이라도 한건지 쌩쌩한 우다희가 손을 흔들며 나왔다.
"우리 남편 장어라도 먹여야겠네~."
그녀의 말에 대충 알아챈 김우현과 우다영이 얼굴을 붉혔다.
"우현이는 잘 잤어?"
"아, 네, 누나도 잘 잤어요?"
"우현이 덕분이지~."
언니의 차를 타고서 넷이 밥을 먹으러 숙소를 나왔다.
옆으로 펼쳐진 서해의 바다는 햇살에 부딪혀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었다.
"하암."
"많이 졸린가봐?"
조수석에 앉은 남시우가 하품을 하자 물어봤다.
"엉, 별로 잠을 못 잤어."
"……."
그 뜻을 알기에 우다영은 더 물어보기를 멈췄다.
해장도 할겸 해물칼국수 집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테이블 중 반 정도는 차 있었다.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바다낚시터였다.
"나 낚시 처음 해보는데."
"미투."
우다영의 말에 옆에서 남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커플끼리 찢어져서 몇 마리 잡는지 내기 고?"
평소와 다를 거 없는 장난스런 말투에 안심을 한 우다영이 바로 동의했다.
"구래, 내기 고고."
"저녁 장 보는거 내기다?"
"알았으."
그렇게 2:2로 나뉘어 낚시를 하는데 우다영의 시선은 자꾸 힐끔 거리며 저 둘을 보게 됐다.
"둘이 죽이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우다영의 말에 낚시에 집중을 하고 있던 김우현이 슬쩍 쳐다봤다.
남시우와 우다희. 확실히 부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찌를 던져놓고 담소를 나누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마치 둘이 놀러온 듯이.
"흐음~."
턱을 괴고서 쳐다보던 그녀는 누가봐도 완벽한 부부 같은 모습에 김우현을 쳐다봤다.
"우리도 결혼할까……?"
둘 역시 7년 동안 연애를 해왔기에 말의 무게가 달랐다.
"당연히 결혼할거야. 회사 자리만 잡고 바로 결혼하자."
김우현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안도할 수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은 그저 게임이었을 뿐이었고 자신과 가장 잘 맞는건 오직 김우현 하나 뿐이었다.
§
아마 지금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우현과 우다영을 보는데 아니나다를까 자꾸 이쪽을 힐끔 보는게 보였다.
"다희야."
"……?"
"다영이가 자꾸 여기 보는데?"
"푸흣,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인가봐. 나는 상관없는데~."
어차피 사랑을 주는건 자신 하나 뿐이라는 자신감과 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야 편하게 마음대로 해나갈 수 있었다.
"어제 뻗은 다영이 데려다주느라 고생했네……."
내 말에 우다희가 다가와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으구~, 그랬져? 다영이가 무겁긴 하지?"
"가슴이랑 엉덩이가 커서 그런가……."
가슴 사이에 내 좆을 다 박을 수 있는건 우다영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다희 조차도 박으면 가슴 위쪽으로 귀두가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곤 했다.
"가슴 큰게 좋아?"
"크면 당연히 좋지."
"어머~, 얘 좀 봐~. 나두 큰데에~."
양 팔을 X자로 교차하며 가슴을 모으는데 숏패딩을 입고 있어서 딱히 보이진 않았다.
"조금 있다가 보여줘."
"푸흣, 알았어."
낚시가 끝났고 내기는 우리가 졌다.
"스읍…, 물고기가 우리 쪽만 안 오는거 같은데……."
"에이~, 비겁한 핑계입니다~."
우다영의 놀림에 어깨를 으쓱했다.
여튼 잡은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줬기에 그대로 포장해 숙소로 돌아왔다.
"장 보고 와서 스파 한 다음에 저녁 먹을까? 너네는 먼저 스파하고 있어."
우다희와 단 둘이 나와 어제 갔던 마트로 차를 타고 향했다.
§
우다영.
뜨겁게 차오르는 물을 보다가 김우현을 찾았다.
"우현아~! 옷 갈아입고 오자."
옷을 갈아입고 아직은 반 정도만 차오른 스파 안에서 찰싹 달라붙은채 사진을 남겼다.
"그…, 언니랑 시우 오기 전에 하고 싶은데……."
사진을 찍으며 김우현을 보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제 했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었다.
"크흠…."
수영복을 입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보며 헛기침을 한 김우현이 못 이기는 척 말했다.
"빠, 빠르게 하면 되지 않을까……?"
수영복에 담요만 걸친채로 나와서 바로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어젯밤 남시우가 했던 것 처럼 그런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맺혔다.
분명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니 남시우가 했던 것 보다 더 짜릿할 거라고 확신을 했다.
"사랑해."
"나두 사랑해에~."
둘이 가볍게 입을 맞추며 발기된 그의 물건에 콘돔을 꼈다.
"넣을게……."
"으응…."
서로가 서로에게 달콤하게 속삭이며 콘돔을 낀 물건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읏…."
삽입 전에 자신도 입으로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굉장히 민망했다.
지난 7년 동안 그랬던 적이 없었으니 지금 와서 말할 수 없었다.
찌걱.
찌걱.
다만 그럼에도 그의 물건이 자신의 안을 채울 때 행복함을 느꼈다.
§
돌아오니 이미 둘이 들어가서 놀고 있었다.
"튜브는 어디 있었어?"
"우리 숙소에 바람 빠진채 있던뎅?"
장본 걸 다 풀자마자 우리도 어제 입었던 수영복을 다시 입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
뒤따라 들어오는 우다희를 안아주었다.
"쪽, 고마워~."
내 볼에 입을 맞추는 그녀의 엉덩이를 자연스럽게 잡고 주물렀다.
"야~. 우리도 있는데 너무하네 진짜아~."
그걸 본 우다영이 얼굴을 붉히며 핀잔을 줬다.
"뭐 어때 부분데?"
우다희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서 손에 닿는 가슴을 주물렀다.
우다영과 김우현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새로운 상식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부부 사이에 스킨쉽은 당연하다.]
[그 중에서 남시우와 우다희는 좀 더 유별날 뿐이다.]
부부끼리 스킨쉽을 하는건 당연한 상식이었다. 다만 상식의 폭을 좀 더 늘렸을 뿐이었다.
"건물 안에서 만지는건데 뭘. 커플끼리는 안 되도 부부는 가능하즤~."
"그, 그래도."
아직 상식이 전부 스며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었다.
"아웅~. 그렇게 만지니까 또 하구 싶어지는뎅……."
우다희의 직설적인 화법에 김우현과 우다영만 흠칫할 뿐이었다.
"음, 아니면 저녁 먹으면서 어제 했던 겜 또 할까? 재밌었지?"
손에 물을 흠뻑 적셔서 머리를 넘기며 물었다.
"……."
"……."
어제에 보여줬던 민망했던 리액션과는 다르게 이번엔 부끄러워하면서도 우리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너네 둘 너무 바르게만 살았네."
"바, 바르게 산게 왜."
"드립드립~."
어느덧 가슴 밑까지 차오른 물을 가로지르며 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좀 따 괜찮지? 게임이니까, 솔직히 너네도 재밌었잖아~."
"……."
아니라고 말을 못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상식을 개변한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아주 조금씩 상식을 바꾸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당황하면서 수긍하는 모습들이 웃겼다.
"우리 사진 좀 찍어주라."
더 놀리고 싶은 마음에 우다희에게 다시 돌아가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움켜잡았다.
"흐응~."
저 둘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상식이 변경된 우다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을 느끼며 가슴을 만지기 좋도록 내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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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scenario 완벽한 부부
김우현과 우다영, 둘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우다희 역시도 나를 완벽하게 자신의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래가 반응이 오는걸 보니 아무래도 시나리오 북 때문에 전혀 관심도 없던 취향에 눈이 뜬 것 같았다.
찰칵.
우다희의 가슴을 대놓고 주무르고 있는 사진이 찍히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끝나면 모두 잊혀질 것들이지만 분명한 것은 자료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찍은 사진, 영상들이 남아있었으니 지금 찍히고 있는 것들도 똑같을 것이다.
첨벙.
"이제 너네도 찍어줄게."
둘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들었다.
둘은 수줍게 서로 손을 잡은채로 핸드폰에 시선을 두었다.
원래라면 더 자연스러웠겠지만 아무래도 나와 우다희를 보고나서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너무 굳었어, 더 자연스럽게 있어봐."
"자, 자연스러운데?"
"……너네 7년차 커플 아닌거 같어."
오히려 내가 해준 말들이 더 어색해지게 만든 것 같았다.
첨벙.
내 뒤에서 어깨에 손을 올린 우다희가 씨익 웃었다.
"아니면 우현이도 다영이 가슴 잡아줘. 그럼 편할 수도 있잖아."
"아, 아니."
김우현이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반응이 웃겨서 실소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냥 평소에 하던대로 하면 돼. 아니면 조금 놀다가 찍어줄게."
결국 사진 찍는건 잠시 후로 미룬 후에 가져온 튜브를 타고서 넓은 스파를 돌아다녔다.
넷이서 놀기에는 장소의 넓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 잘 놀았다~."
어린애들 처럼 놀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일차 저녁은 어제와 크게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어젯밤에 쌓였던 피로가 오늘 온 것 처럼 이제 겨우 해가 저물었을 뿐인데 녹초가 되었다.
"어후……."
보드게임을 하는데 곳곳에서 하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나부터도 하품이 흘러나왔다.
어제 마신 알코올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술 한 잔을 더 마시니 그렇게 되는게 당연했다.
"아직 저녁인데……."
오후 8시도 안 된 시간에 저녁까지 먹고 보일러까지 빵빵하게 틀어놓으니 하품이 안 나오는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저기…, 나 너무 졸려서 그런데……."
김우현이 하품을 막으려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새어나오는 강한 졸음은 우리가 다 느낄 수 있었다.
"아니면 조금 자고서 와. 우린 더 마실 거 같은데?"
우다영의 다정한 걱정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나와 우다희가 있으니 안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한 시간만 자고서 올게."
나가면서까지 하품을 하는 김우현을 보면서 진짜 피곤하긴 한가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너네도 근데 신기하다. 7년 만났으면 결혼도 할 법 한데."
나는 진심을 담아서 물었다. 우다희야 지금 내 시나리오에 걸려서 이렇다지만 저 둘은 진짜였으니까.
우다영은 좋으면서도 부끄러운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회사, 자리 잡으면 결혼한다고 했었어."
"……."
그거야 나도 이골이 나도록 들었던 얘기였다.
"아마 1년이나 2년 정도 있으면 되지 않을까?"
우다영은 결혼의 시기를 그쯤으로 잡고 있었다.
"한 사람하고 연애하는거 조금 질리지 않아?"
"응? 너도 언니 한 명하고만 연애 해봤잖아."
"……아, 그런 설정이었냐?"
"뭔 개소리야?"
우다영이 어이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우다희도 턱을 괴고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봤다.
"그래서~, 나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우다희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니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어제 보니까 다영이랑 우현이랑 너무 담백한 연애만 하는것 같아서."
담백한 연애가 절대 나쁜건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가 그런 연애를 꿈꾸고 있었고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제 너 처음으로 오르가즘 느꼈잖아."
"으~. 또 얘기가 그쪽으로 빠지는거야?"
우다영이 징글징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네 머릿속엔 그것 밖에 없는거야?"
"응? 아니, 뭐. 그런건 아닌데."
그리고 이쯤에서 우다희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경험해보면 되잖아."
"바, 바람을 피라고? 언니 미쳤어? 술 너무 많이 마신거 아니야?"
평소 우다영이 보여주는 그런 리액션이었다.
"아니이~, 내 남편이니까, 나도 믿고 맡길 수 있다는거지."
술을 가볍게 홀짝인 우다희가 씨익 웃으며 우다영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다영아, 나도 내 동생이니까 믿을 수 있고 여기도 내 남편이니까 믿을 수 있고."
"……."
"그리고……."
우다희의 입꼬리는 장난기가 가득한 채로 올라갔다.
"게임으로 치부하면 되지 않을까?"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세뇌가 드디어 빛을 발했다.
"……게, 게임으로?"
포인트를 쓴 마당에 굳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런걸 다 생략하면 분명히 망작 아니면 기껏해야 평작 수준 밖에 받지를 못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뒷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희 말이 맞긴 해, 그리고 우리 둘이 친구잖아. 그러니까 뭐 한 번 믿어봐."
"……그,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우다영은 뭔가에 낚인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
옅은 한숨을 뱉은 우다영은 손으로 한 쪽 눈을 지긋이 짚으면서 둘을 쳐다봤다.
"……우현이한테는 비밀이야……."
예상했던 대답에 나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내게 시나리오 북은 최고의 물건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 상식을 바꿀 수 있다는게 말이다.
"당연하지. 대신에 우리한테 배운거 우현이한테도 해줘. 그러라고 하는거니까."
"……그, 그걸 어떻게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게 한 번쯤은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얼굴 표정만큼은 알기가 쉬운 친구였다.
"올라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