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6/126)

§

우다희.

이제 나이가 29살이었다.

그러니 친구들을 만나도 대체로 결혼에 대한 얘기들 뿐이었다.

친구들 중 몇몇은 결혼을 했고 몇몇은 미래를 약속한 짝이 있고 몇몇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들이 하는 말은 대체로 공통점이 있었다.

[7년이나 만났는데 아직도 풋풋하네~.]

오랜시간 만났는데 아직도 설레고 처음처럼 풋풋한 사랑을 한다는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흐응."

자신도 친구들의 말에 공감했다. 나름 외모에 자신이 있었고 그래서 배우를 했었고 주변에서 많은 대시가 오긴 했었다.

하지만 남시우를 처음 본 순간 첫 눈에 반해 지금까지도 그 사랑이 식지 않고 있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건 아직도 남자친구가 자신을 똑같이 배려하고 사랑을 해준다는데에 있는 것 같았다.

"다희야, 이것도 살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딘가에서 샤인머스켓을 들고 쪼르르 들고와 묻는 모습에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거 다희가 좋아하잖아. 별로야? 오늘 안 땡겨?"

이런식으로 자신을 챙겨주는 모습이 변하지 않으니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시우가 사는거면 뭐든."

"그래?"

카트에 넣는 남시우의 팔에 자신의 팔을 꼈다.

"근데 자기야."

"응?"

"아직두 자기가 싼거 흘러나와……."

얼마나 안에 싸댔는지 밑에가 질척이는 느낌이었다.

괜히 한 번 약올리려다가 안에 가득 받은 느낌이었다.

"미안…."

"아냐아, 그래도 뭔가 기분은 좋다."

오랜만에 여행을 한 탓에 분위기를 타서 질내사정을 허락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안에 꾸물거리는게 행복을 받는 것 같았다.

"장은 이 정도면 되겠지? 이제 애들 데리러 가자, 거의 다 도착했데."

박스에 담고 차에 실었다.

차에 앉는데 아래가 질척여서 기분이 오묘했다.

불편한데 느낌이 야해서 자꾸 젖꼭지가 서는 기분이었다.

'요즘들어서 내가 너무 성욕이 강한가……?'

그를 볼 때마다 자꾸 하고 싶단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괜히 이상하게 볼까봐 조금 걱정되긴 했다.

물론 이걸 말하면 웃으며 넘길 그였지만 말이다.

§

치익.

정류장에 먼저 도착해서 잠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걸 본 우다희가 팔짱을 끼고 샐쭉였다.

"담배냄시~."

"아하하, 미안."

"아냐아, 괜찮아."

담배 피는 것도 사랑하는걸로 되어있으니 걱정없이 담배를 태울 수 있었다.

"후우."

"담배가 뭐가 좋다구."

그렇게 말을 하면서 옆으로 거리를 벌렸다.

나를 좋아하는 것과 담배를 좋아하는건 달랐다.

"……."

그나저나 불알이 땡기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걸을 때 순간순간 비틀거릴 때가 있었다.

"언니! 시우야~!"

담배를 거의 다 필 때 쯤 캐리어를 끌고 우다영이 터미널에서 나왔다.

그 뒤로 김우현도 웃으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 드디어 왔구만?"

담뱃불을 끄고서 우다희에게 손을 내밀었고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은 그녀와 함께 둘에게 향했다.

"오느라 고생했어."

우다희의 말에 동생인 우다영이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하고 바로 와서인지 회사에서 자주 입는 면으로 만들어진 청 자켓과 아래로 가면 퍼지는 청바지를 입고 왔다.

"장은 다 봤어? 장 보느라 고생했지~."

칭얼대며 자매끼리 딱 붙는게 역시 자매는 자매구나 싶었다.

한편 내게 다가온 김우현이 어깨를 토닥였다.

"오랜만이야. 시우야."

"그러니까."

오래된 친구는 맞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설정은 아니었다.

나는 전에 있던 회사에 여전히 잔류해 있다는 설정이었다.

"바로 숙소로 가자, 일하느라 힘들었을텐데."

해치백에 네 명이 타기엔 벅찼지만 그래도 어떻게 낑겨 타니 들어갈만했다.

부웅.

차를 타고가면서 조수석에 앉은 우다영은 신나서 떠들었다.

"많이 돌아다녔어?"

"음~, 조금?"

언니인 우다희는 느긋하게 동생의 말을 들으며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우다희의 뒤에 앉은 나는 레그룸이 좁아서 앞에 바짝 붙은 형태였다.

덕분에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옮겨도 안전벨트가 가슴에 파묻힌 우다영을 볼 수 있었다.

"내일 돌아다닐 곳도 많겠당. 헷, 사진도 많이 찍어야즤~."

우다영의 밝은 모습에 확실히 분위기가 업되기 시작했다.

"나랑 우현이랑 보드게임도 챙겨오긴 했는데에. 저녁 먹구 같이 하쟈."

뒤를 돌아 나에게 말을 건네는 우다영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우리도 몇 개 챙겨오긴 했는데 커플젠가 같은거라서."

"아, 진짜로? 재밌겠다. 그치 우현아."

들떠있는 우다영과 김우현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뭐야, 표정 뭐야."

내 표정을 본 우다영에게 고개를 저으며 둘러서 말했다.

"그냥 게임이 재밌을 것 같아서."

앞으로 남은 2박 3일이 꿀잼으로 흘러갈테니 벌써부터 흥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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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scenario 완벽한 부부

당연하게도 바로 게임을 할 수는 없었다.

일을 끝내고 온 둘을 데리고서 숙소로 돌아갔고 A호의 키를 받아 먼저 짐을 풀 수 있도록 했다.

"흐아암."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벌써부터 하품이 저절로 나왔다.

그걸 본 우다희가 다가와서는 내 목을 주물러주며 물었다.

"졸리지? 나두 조금 졸리당."

"아, 자기도 힘들겠다. 운전도 했으니까. 고생했어."

고생한 우다희를 안아서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찰진 엉덩이는 몇 번을 때리더라도 질리지가 않았다.

푹신한 우다영의 엉덩이와는 질감이 달랐다.

"우리 짐 다 풀었어~."

밖에서 들리는 우다영의 목소리에 우다희의 손을 잡고서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아직 이른 시간인데 하늘이 어둑어둑 해졌다.

"밥 부터 먹을래? 아니면 스파?"

내가 묻자 우다영과 김우현이 고민하는게 보였다.

우리야 스파를 즐겼으니 지금은 할 필요가 없었지만 둘의 생각이 다를 수 있었다.

"밥 부터 먹을래에. 배고파."

"나도…."

먼저 숯불을 신청하고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루프탑처럼 천막이 반 정도 가려져 있었고 주황색의 조그마한 무드등이 난간과 벽을 따라 쳐져 있었다.

"와, 진짜 이쁘다아."

"해 지면 더 이뻐질 것 같은데?"

둘은 신나서 루프탑에서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자기야, 우리도 한 장 찍을까?"

마중 가느라 다시 옷을 갖춰 입었기에 사진을 찍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영아! 우리도 찍어주라!"

나중에 다른 스토리에서 또 써먹을 수 있으니 사진은 찍어두는게 나았다.

지는 해를 뒤에 두고 역광을 이용해 마주보고 서서 사진을 찍었다.

SNS에 흔히 올라오는 커플의 그런 사진들이었다.

찰칵.

앉아서 다리를 꼬고 시선을 멀리에 두는 우다희.

사진을 몇 장 찍자마자 곧바로 머리를 쓸어넘기는 척 자세를 만들었다.

"이대로 찍어?"

"웅."

우수에 젖은 눈으로 노을을 쳐다보는 사진을 남겼다.

이어서 여러 사진을 찍고나서 확인을 하는데 키가 큰데 얼굴은 작다보니 연예인 같은 느낌이 물씬났다.

이런 여자를 데리고 별의별 짓을 다 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일루와."

나를 부르더니 이번엔 맞은편에 의자를 둬서 자세를 잡아줬다.

"손 줭."

그녀의 요구대로 손을 뻗자 내 손을 잡고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자기두 내 얼굴 봐야지."

"어어."

나중에 우다영이 찍어준 사진을 보는데 진짜 커플 사진 처럼 제대로 나온게 신기했다.

루프탑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니 금세 숯불이 준비되어 옥상으로 올라왔다.

"다 드신 후에 정리해서 아침에 퇴실할 때 내놓으시면 돼요."

"분리수거도 해야되나요?"

"어…, 따로 해주실 필요는 없고요, 술병만 따로 놔주시면 됩니다."

"넵."

곧바로 장을 봐온 것들을 세팅했다.

"고기 양이 적은거 아니야?"

우다영의 말에 나와 우다희가 고개를 저었다.

"대신에 새우랑 조개도 사 왔으니까 먹으면 됑."

넷이 먹기에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의 양이었지만 과일이나 과자도 사뒀으니 안주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치이익.

불에 고기를 올리니 루프탑 전체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고기를 굽는 내게 풀빌라에 있던 유리잔에 음료를 따라서 가져왔다.

"울 자기 고생하네."

"에이, 고생은 무슨."

내가 짜놓은 시나리오이긴 했지만 커플끼리 하는 더블 데이트였다.

"둘이 진짜 결혼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자리에 앉아서 턱을 괸 우다영의 목소리에 내가 씨익 웃었다.

"나도, 이렇게 이쁜 여자가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할 때 다단계인가 했었잖아."

"으구~."

칭얼대면서도 기분은 좋은지 우다희는 내 볼을 쓰다듬었다.

"으~, 뭐야, 팔불출 진짜아."

"그릇 줘봐, 고기줄게."

밥을 먹으며 나누는 얘기는 별것 아닌 일상의 대화였다.

일이 어땠느니 친구가 어땠느니 하는 것들이었다.

양이 적은만큼 금방 떨어져 갔지만 배는 딱 기분 좋을만큼 찬 상태였다.

"벌써 어둑어둑해졌네?"

우다희의 말처럼 노을도 사라졌고 남은건 루프탑에 켜진 무드등과 전등 그리고 밖에 산책로를 따라 켜진 불빛들 뿐이었다.

우리말고 손님들이 있긴 했지만 독채처럼 떨어져 있었기에 시끄럽게 떠들어도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이제 슬슬 들어갈까?"

"게임하쟈아~."

밥과 함께 술도 적당히 마셨으나 아직 취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였다.

양이 적으니 치우는 일도 쉬웠다. 먹은 것들만 정리를 하고서 설거지거리만 들고와 깨끗하게 씻은 후에 1층에 있는 바에 자리를 하나씩 잡았다.

"여기 가져왔어~."

우다영과 김우현이 보드게임을 들고왔다. 아예 가방 하나를 들고 올 정도면 이번에 진심으로 할 생각인 듯 싶었다.

"뭐야, 다 새거네?"

가방에서 꺼내는 보드게임들이 전부 포장도 뜯지 않은 것들이었다.

여행 며칠 전에 주문을 해놓고 이번에 가져온 듯 했다.

"이거 다 할 수 있나?"

말은 막상 그렇게 했지만 술을 기울이며 팀을 먹고 게임을 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헐…, 벌써 10시인거 뭐야."

내 말에 다들 쿡쿡대며 웃었다.

슬슬 질릴 타이밍에 우다희가 냉장고에서 보드카와 토닉워터 그리고 얼음을 꺼내왔다.

"그러면 이제……."

분위기를 잡는 우다희. 내가 넣은 대사였기에 바로 눈치를 챘고 한 걸음 물러서 다음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어른들끼리 모였으니까, 어른 답게 술게임 해볼까?"

다들 호기심에 찬 눈빛이었다. 그런 눈길을 즐기며 500cc 맥주잔을 꺼내들고는 가운데에 뒀다.

"벌칙주."

"이렇게 큰 거에요……?"

김우현이 놀라서 물었다. 다들 피곤한 상태에 술도 적당히 먹은 상태였다.

"지금 좀 알딸딸한데 이거까지 먹으면……."

걱정이 한가득 담긴 김우현의 말에 우다희가 능글맞은 미소로 보드카병을 쥐며 말했다.

"그러니까 하는거지. 오늘 아주 끝까지 가는거야. 내일 쉬니까. 다들 불만없지?"

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맞은편에 앉은 친구 커플도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됐든 게임은 시작될테니 나는 느긋하게 즐기면 됐다.

딸그랑.

얼음팩에서 얼음을 꺼내 맥주잔에 거의 가득 채웠다.

이어서 보드카를 쫄쫄 따르고는 토닉워터를 적당히 섞일 정도로 부었다.

새젓가락을 꺼내들고는 휘젓는 모습이 익숙해보였다.

"흐응~, 어때, 바텐더 같지?"

어딘가 들뜬 우다희의 모습에 아빠처럼 기특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첫 게임이니 맥주잔에 반도 채 차지 않은 양이었다.

얼음까지 있으니 그 양은 더 조금이었다.

"그래서 첫 게임은 뭔데?"

나름 합리적인 술의 양을 본 우다영은 안심을 하며 첫 게임이 뭔지 물었다.

우다희가 대리석 바에 팔을 걸치며 우리들을 스윽 쳐다봤다.

"아, 우선 불부터 바꾸자."

환하게 켜져 있던 불을 끄고 바에 달려 있는 무드등만을 켰다.

겨우 조명 하나일 뿐인데 톤이 다운되고 더 집중되도록 만들었다.

"음~, 그래서 첫 게임은요~."

우다희의 나긋한 목소리에 모두가 이끌렸다.

"진실게임 한 번 가야지."

"아…."

김우현의 탄식이 짧게 들렸다. 뭔가 맥 빠진 듯한 기분.

"뭘 생각한거야."

내가 하고자하는걸 우다희를 통해 빌드업을 해나갔다.

"돌린다?"

돌릴게 딱히 없었기에 아까 정리해둔 곳에서 소주병을 들고와 돌렸다.

타라락.

대리석에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돌다가 우다희의 앞에 멈춰섰다.

"바로 내가 걸리네~. 물어볼 거 많았는데~."

아쉬운듯 말을 하며 나와 애들을 쳐다봤다.

우다영이 번쩍 손을 들며 먼저 나섰다.

"언니! 내가 물어볼래, 어~. 얘 어디가 좋아서 만난거야? 뭐 첫 눈에 빠졌다 이런거 말구."

"으음~. 질문이 약해약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나를 쳐다봤다.

"처음 봤는데 그냥 첫 눈에 빠져서 뭐. 이후에는……."

갑자기 입꼬리를 올렸고 나는 대답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기대하는 눈빛을 만들었다.

"우리 시우가 섹스 엄청 잘하거든. 몰랐지?"

"아…."

"어…."

"와우."

일단 둘을 따라 놀라는 척 리액션을 했다.

"덕분에 푹 빠졌지. 자, 그럼 다시 돌린다?"

그러더니 소주병을 드는게 아니라 보드카병을 들었다.

"……?"

다들 의아해할 때 그녀가 500cc잔에 술을 더 따랐다.

"왜들 그래, 초보처럼~."

타라락.

다시 돌아가는 유리병. 질문과 대답은 정할 수 있어도 유리병은 내가 정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하고 첫 질문을 받는건 김우현이라고 했는데 랜덤성 때문에 우다희가 걸렸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넘겨야했다.

툭.

돌아가던 유리병이 멈춘 곳은 정확하게 김우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질문할 사람?"

턱을 슬며시 괸 우다희가 느긋하게 나와 우다영을 쳐다봤다.

나는 당연히 할 질문 따위는 없었다.

우다영도 눈치를 살폈지만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수위 센거 질문 해도 돼?"

"아, 네…. 네."

당황한 김우현의 대답과 동시에 우다희가 씨익 웃었다.

"가장 최근에 한 섹스가 언제야?"

바로 나오는 직설적인 대답에 김우현이 움찔하며 우다영의 눈치를 살폈다.

둘이 워낙 보수적인 애들이라 굳이 시나리오에 써놓지 않더라도 대답을 못할게 뻔했다.

"마, 마실게요."

두 손으로 번쩍 들고 술을 쭉 들이켰다.

"프으……."

소주도 아니고 보드카였기에 눈을 찡그린채 숨을 길게 뱉었다.

"후우으……."

과자를 하나 집어 먹고는 보드카를 집어들고 잔을 채웠다.

이어서 토닉워터까지 따르는데 양이 조금 적었다.

"다시 돌린다~?"

우다희 덕분에 질문들의 수위가 세져갔다.

"이번엔 내가 물어볼래. 다영아."

걸린 우다영이 움찔했다. 수위가 센 질문이 나올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 어. 야, 좀 봐주라."

"아직 질문 안 했어. 한다?"

"응."

"우현이가 입으로 거기를 빨아준 적이 있다? 없다?"

내 질문에 옆에 앉은 우다희가 더 신나하는게 느껴졌다.

이건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웃음을 터뜨리는 것 같았다.

"으흥흥."

음흉한 우다희의 웃음을 뒤로 우다영이 입을 옴짝달싹하다가 다시 잔을 집어들었다.

타라락.

이어서 걸린 나에게 우다영이 복수하겠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너는! 해준적이 있어, 없어."

"음, 할 때마다 해주지. 너무 쉬운데 질문이? 서로 한 번 씩 갈때까지 해주는데?"

이미 과부하가 왔는지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잔 따른다?"

이어지는 질문들 역시 수위가 높았고 김우현과 우다영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술을 마셨다.

보드카였기에 당연히 둘의 눈빛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뭐 물어보면 술만 마시니까 재미없다, 그치 다희야."

"그러니까아~. 내 동생이지만 너무 보수적이야~."

그러자 꼬인 혀로 대답하는 김우현.

"나도 입으로 해주고 싶다고……."

"……."

그의 대답에 나와 우다희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 풋 하고 웃었다.

"이건 진심이네."

"그러게."

더 이상 꽐라가 되면 뻗을 것 같았기에 이쯤에서 슬슬 물었다.

"진실게임은 좀 질렸으니까, 그거 어때? 왕게임 한 번 해볼래?"

"근데 얘들이 너무 반응이 노잼이야~."

옆에서 우다희가 살살 긁어주니 김우현이 눈썹을 모으며 말했다.

"할 슈 있어."

"와우……."

진짜 한 잔만 더 먹였으면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았다.

"에헤헷……."

그 옆에서 우다영은 의미 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3번까지 하고 왕…. 됐다."

젓가락에 숫자와 왕을 적고서 글자가 안보이도록 잡은 후에 내밀었다.

"골라."

스윽.

앞에 있는 김우현이 먼저 고르고 다음엔 우다영, 우다희 순으로 골랐다.

쥐었던 손을 풀고 젓가락을 확인했다.

"어, 내가 왕이네."

취한 애들 상대로 내가 왕을 고르는건 쉬운 일이었다.

"그럼 1번과……, 음…, 그래, 2번은 키스 가자. 누구야, 1번 2번."

자신의 숫자를 확인한 김우현과 우다영은 서로임을 확인하고는 안심과 동시에 민망한 얼굴을 했다.

"하기 싫은 사람은 술 마시면 돼."

"어욱…, 마시면 진짜 죽을 거 같아……."

김우현이 손을 저으며 거부를 하고는 앞에 있는 우다영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친구의 키스를 보니 기분이 오묘하긴 했다.

"됐어?"

"굳. 좋아."

다시 바로 이어지는 게임.

이번에 왕이 된건 우다희였다.

"흐응…, 갈수록 수위가 세지는건 알고 있지? 수위 낮춰달라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이 술 마시는거야~. 알았지?"

왕이 적힌 젓가락을 저으면서 우리를 한 번 스윽 보고는 말했다.

"2번 3번…. 음, 딥키스 가자. 왕이 됐다고 할 때까지."

나는 1번이었으니 이번에도 걸린건 저 둘이었다.

한 번이 어렵지 다음은 제법 쉬웠다.

"츕…."

"하아…."

둘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혀를 넣기 시작했다.

우다영도 처음엔 쑥쓰러워하다가도 몸이 풀린건지 눈을 감고 키스에 집중했다.

"쯉…."

둘의 키스를 보고있자니 아래가 커지는데 살짝 땡기는 느낌이 있었다.

"좋아, 됐어. 섞은 후에……."

우다희가 손을 내밀었고 김우현부터 차례로 하나씩 뽑았다.

"어, 제가 왕이네요."

왕이 걸린 김우현은 나와 우다희를 쳐다봤다.

"1번 2번……."

"아, 수위는 더 세져야 돼. 알았지?"

"넵."

잠시 생각을 마친 김우현이 나름 생각한 걸 말했다.

"1번 2번은……, 껴안고 딥키스 하자."

내가 1번이었기에 손을 들었고 옆에 있는 우다희를 쳐다봤으나 그녀는 3번이 적힌 젓가락을 흔들어보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어…."

그렇다면 나와 우다영인데 우다영은 당황한 눈빛을 했다.

옆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있냐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 술 더 마시면 진짜 죽을 것 같은데……. 한 번만 마셔주면 안 돼?"

"거절하면 두 배로 마셔야하는거 알지?"

"……."

"키스 하면 되잖아. 친구끼리 뭐 어때."

"치, 친구니까 이상한거지. 이 쉑끼야."

철저한 친구였기에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해도 되지?"

질문을 받은 김우현도 당황한듯 보였다.

"내, 내가 술 마시면……."

"거절하면 두 배."

명령을 따르거나 술을 마시거나. 단 두 개의 암시만이 있었다.

이 술자리를 끝낸다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 빨리 끝내자."

"아…, 응…."

막상 내 앞에 서니 우다영이 당황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대로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른 후에 꽉 당겼다.

"꺗…!"

놀란 우다영을 내려다보며 살짝 고개를 꺾어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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