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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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하는 임소율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후에 버스를 태워 보냈다.

비틀.

걸어가다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앞에 있는 전봇대를 붙잡았다.

"와, 씨"

어제 밤새 했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걸을 때마다 팬티에 좆이 걸려서 뻐근하면서도 땡기는 느낌에 포경수술을 한것처럼 어기적 걸었다.

사람이 앞에 지나갈 때에는 최대한 아닌 척 했지만 말이다.

삑삑삑삑.

집에 돌아온 나는 소파에 몸을 날리듯 누워서 깊은 숨을 뱉었다.

"흐아아~ 와 시벌, 존나 힘든데?"

살짝 야한 생각만해도 커지려 하는데 그때마다 아픈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 뽑히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끄응"

시나리오가 끝나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은 시간.

"엄청 길었네. 이제 좀 쉴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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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율.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

10일.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처음엔 긴장한 탓에 시간이 길게 느껴졌지만 편안하게 대해주는 그 덕분에 같이 있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연애....."

절대 인연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 생각에 미소를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미소에 흠칫 놀라며 다시 정색했다.

웃는 얼굴을 스스로 본적이 거의 없다보니 어딘가 미소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혹시 선배도 그렇게 느끼진 않았을까.

자신이 질리진 않을까.

'더 잘해야지. 방해가 되지 않게.....'

머릿속에 떠올랐던 걱정들은 금방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시우가 채워나갔다.

"푸흣"

창문을 보다가 실소를 터뜨리며 행복함에 개운한 얼굴로 미소를 만들었다.

[#9scenario 10일 인턴교육]

[등급 : 걸작]

[영향력 : 127]

[명성 : 201]

[평]

[천천히 물들어가는 과정을 잘 풀어냄]

[새로운 배우를 다루는 기술이 명품]

[감독의 첫 장편]

[수채화처럼 조용하게 흐르는 느낌]

[point : 8]

[다음 작품에서 몰입도 +40%]

[다음 작품에서 위화감 -40%]

[대기시간 : 09d 8h 2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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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근한 느낌이 들었다.

"흐아암"

어제 하루 쉬었음에도 하품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었다.

10일 동안 거의 집에서만 있다보니 생체리듬이 흐트러진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품으로 인해 찔끔 나오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닦아냈다.

"걸작이라..."

솔직하게 걸작이란 생각은 안 했었다.

평작을 염두해 두고서 썼던 시나리오였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포인트가 8에 도달해 있었다.

"흠..."

포인트 1만 있어도 시나리오를 매우 수월하게 풀어갈수 있었다.

몰입도를 높이면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낼수 있었고,

위화감을 낮추면 괴상한 시나리오라도 이해를 시킬수 있었다.

"한동안은 좀 쉬어야지"

10일 동안 쉬었다가오니 생각보다 자잘한 일들이 쌓여있었다.

일들의 분배를 김우현과 원유찬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었었지만 이미 그들이 하고 있는 업무량도 많았기에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띠릭.

문이 열리고 웬일로 우다영이 제일 먼저 출근을 했다.

내가 손을 흔들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떳다가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인턴교육은 끝난거야?"

"응? 응응"

걸작인 덕분에 영향력이 제법 올라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기억의 편린으로 남은 듯 했다.

다만 그게 어떤 교육인지는 몰랐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시나리오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상식선에서 합리화 되어서 기억에 남는다.

무얼하든간에 재미가 쏠쏠했다.

뒤이어 김우현과 원유찬도 들어왔따.

원유찬의 손에는 여전히 아침 대용으로 먹을게 손에 들려있었다.

"유찬아, 너 어째 살이 더 찐것 같다?"

"네? 그렇습니까?"

원유찬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원래부터 커다랬던 몸이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바뀐거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는 얼굴이었다.

"아냐, 내가 착각했나봐"

어물쩡 넘기는데 그 뒤로 임소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아, 예, 교육은 잘 받으셨습니까?"

원유찬이 묻자 임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역시 저 무덤덤한 표정이 임소율 다웠다.

이제 시나리오가 끝났으니 다음 시나리오가 있기까지는 저 표정을 계속 보게 될것 같았다.

김우현이나 우다영에게도 같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 그녀가 자신의 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안녕하세요, 소율씨"

말 놓기로 한것도 잊었을테니 일단 존댓말을 하며 반응을 살폈다.

내 인사를 받은 임소율이 힐끔 나를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녕하세요"

걸작으로 영향력이 제법 올라가서 그래도 반응이 조금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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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율.

"안녕하세요, 소율씨"

하며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며 말로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타닥 타다닥.

일이 시작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임소율은 힐끔 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교육을 받긴 했는데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알몸이 기억 끝자락에서 떠오르긴 했지만 이상하단 느낌은 아니었다.

숨을 쉬듯 너무 자연스러운 생각들일 뿐이었다.

"소율씨, 이거 라인만 잡아주세요"

"아, 네"

아무래도 인턴이다보니 모든 편집을 할수는 없었다.

사수인 그가 지정해준 부분만 가편집을 해서 건네주면 마무리 짓는건 선배인 남시우의 일이었다.

편집하기 쉬운 일들을 주기에 한결 편안하게 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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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퇴근시간이 지나고 해가 저물었다.

이젠 완연한 가을이라 그런지 해가 금방 내리고 어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퇴근 안해?"

우다영의 말에 손을 저으며 말했다.

"밀린게 조금 많아서 거 다 처리하고 가려고"

"아이구~ 너두 고생 많다~"

우다영이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김우현과 함께 회사 밖으로 나섰다.

"쟤네는 사이가 너무 좋네"

지금 이 모습들이 진짜 현실이란것은 알았다.

이걸 얻고 2달동안 비현실적인 일들을 연달아 겪었으니 약간은 붕 뜨는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긴 했다.

"선배는 퇴근 안 하세요?"

옆에 앉은 임소율이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나? 응, 야근하려고"

"그럼 저도..."

"아냐, 됐어. 먼저 퇴근해"

안 가려고 버티는 임소율을 억지로 회사 밖으로 보내버렸다.

"더 즐기려면 일단 일은 해놔야하니까"

나는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북은 거짓의 삶을 보여줄 뿐이었다.

"스읍, 은행 터는걸 시나리오에 적어야 하나...?"

안 들키도록 시나리오를 짜면 어떨까.

물론 포인트를 전부 사용해야겠지만 제법 큰 돈을 만질 수는 잇을 것이다.

".....CCTV가 문제네"

사람들의 기억은 없겠지만 CCTV에는 기록이 전부 남을테니 괜히 골치 아픈짓을 할수는 없었다.

모든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적어야할게 너무 많았다.

다 적었다가는 내 손목이 남아나질 않을것 같았다.

"아니면 로또 1등이라던가....."

이거라면 한번쯤은 실험해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딱히 범죄도 아니고 합법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까지 찍었던 영상들을 돈 받고 파는것도 괜찮겠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한번 유통이 되면 금방 퍼져나갈테니 말이다.

찍힌 우다영이 직접 보게 된다면 딱히 할 핑계도 없었다.

"나중에 제대로 각 잡고 영화 쓰듯이 써볼까....."

생각했지만 벌써부터 손목이 시큰거렸다.

잡생각은 떨쳐내고서 일단 밀려 있던 일들을 처리햇다.

모든 능력을 알아내기 전까지 시나리오북은 그저 취미생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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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곤 한다.

한건 없는데 벌써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었다.

"어후"

아침 일찍 출근하는 길에는 두꺼운 외투가 없으면 나갈수가 없었다.

"벌써 겨울이 무서운데..."

베이지색의 니트 위에 검정색의 아우터를 걸쳐도 아침 찬바람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래도 점심에는 따듯하니 또 더워지니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버스에 올라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밖을 보는데 가로수길의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었다.

취익.

버스에서 내리니 다시 찬바람이 불었다.

최근엔 일부러 야근을 잡아놨다.

10일 동안 즐겼으니 빡세게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늘솜 스튜디오의 간판을 걸고 하는 채널도 구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번에 뜨는 기적은 일어나진 않았다.

개인으로 하는 일이었다면 쪽박이라고 말을 해도 다들 고개를 주억일 정도의 수준이었다.

다만 대학교 생활로 돌아간것처럼 재밌게 하고 있으니 그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틈틈이 앞으로 써나갈 시나리오들을 구상해서 메모를 하는것 말고는 특별한 일은 없었다.

"가을인데... 여자친구 안 만드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텀블러를 들고서 아침부터 내 속을 긁는 우다영을 쳐다봤다.

"여자친구? 그거 상상속의 동물 아니었냐"

"흐응~ 소율씨는 어때"

담배를 피러 간 탓에 자리에는 없었다.

"됐어"

"그래? 하긴 네 취향은 아니긴 해"

"네가 내 취향을 알아?"

파티션에 한쪽 팔을 걸친 우다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니 맨날 인스타 보잖아. 비키니 입은 사진들"

"...잘 아네. 그냥 여가생활이지 뭐"

"...으에. 그게 무슨 여가생활이야"

역겹다는 듯이 표정을 짓는데 시나리오 북의 사용이 급 마려웠다.

"그나저나....."

살짝 말을 흐린 나는 다가오는 김우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네 둘은 어디 안 놀러가냐?"

그 말에 김우현과 우다영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리 잡기 전까지는 그런거 없어"

"이 정도면 자리 잡은거 아니야?"

초반부터 프로젝트를 하나 성공했고 이제 안정적인 고객들까지 생긴 상태였다.

"그래도 이걸로는 월세내고 우러급까지 주면 남는게 거의 없어"

"그르냐"

경영쪽은 아에 몰랐으니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 달 말에 글램핑 가기로 햇어"

"읭? 진짜? 어디로?"

"인천쪽에 갈거야, 보여줄까?"

우다영은 핸드폰을 꺼내 관심도 없는 내게 자랑하듯 말했다.

"영흥도?"

"웅, 스파펜션 갈거야"

"그런 곳도 있었냐"

몇달동안 쉼 없이 일을 해왔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구래, 예쁘긴 하네. 잘 놀다와라"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우현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도 아직 쉰 적이 없잖아. 휴가 써도 될텐데"

10일동안 나는 철저하게 교육을 하고 온 사람으로 그들에게 인지되고 있었다.

"됐슈, 재밌게 놀다오십쇼"

이번달 말이니 2주 정도가 남아있었다.

"근데 너네 둘이 가는겨?"

"아닝, 언니네랑 같이 가"

"음? 아. 다희누나?"

우다희가 간다는 말에 파티션에 스륵 팔을 걸치고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왜? 부럽냐? 그러니까 너도 얼른 여자친구 만들어~"

"여친은 무슨"

지금은 여자친구보다 더 재밌는걸 발견했기 때문에 관심도 없었다.

"흐음... 실험해볼게 있긴한데..."

입꼬리가 씨익하고 올라가는데 우다영은 내 표정을 보고는 징그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개변태 같아 진짜로. 더러워"

"...아니, 슈발, 웃는것 가지고 그러면 어쩌자는겨"

"너무 변태같았잖아, 그치 우현아"

김우현은 그저 소리없이 웃으며 귀엽다는 듯이 우리 둘을 보고 있었다.

"1박으로 가는거?"

"아닝, 금욜부터 2박 3일! 예약도 다 해놨엉"

"...흐음. 그래그래, 재밌게 놀다와라"

둘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자리로 돌아와 담배갑과 라이터를 들고 1층으로 내려왔다.

"아, 선배"

"응? 다 폈어?"

"네, 기다릴까요?

담배를 다 핀 임소율을 위로 올려보니고 담배를 꼬나물었다.

치익.

"스읍, 후우. 하긴 집에만 너무 있긴 했어. 밖에서 환기할게 필요하긴 해"

안그래도 10일동안 집에만 쳐박혀서 섹스만 하다 보니 살짝 질린 상태였다.

그것 외에도 하고 싶은게 있었다.

"후우, 무얼하든간에 내가 쓰는대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두달동안 실험을 해본 결과였다.

만약 스케일이 커진다면 포인트를 사용하면 될일이었다.

평작이어도 좋고 수작이라도 나온다면 포인트 2개.

그 이상이라면 단계별로 포인트가 1씩 추가로 얻을수 있는것 같았다.

"그럴려면....."

우선 내가 갖고 있는 편협한 세계관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이런걸 알려주질 않았으니까.

"판타지나 공상과학 좀 읽어볼걸 그랬네"

꽁초만 남은 담배를 양철통에 버리고서 남은 쿨타임 시간 동안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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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율.

"....."

회사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데 자꾸 그녀의 신경은 옆에 앉은 남시우에게 가있었다.

10일. 10일 동안의 기억이 매우 흐릿했다.

기억나는건 단편적인 이미지와 기억들 뿐.

인턴 교육을 받았다는건 명확한데 정확하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가 흐릿했다.

흩어질 것 처럼 옅은 안개같은 느낌이었지만 도저히 걷어낼 수가 없었다.

다만 그 흐릿한 기억은 그다지 나쁜 색은 아닌 듯 했다.

"왜, 뭐 필요해?"

힐끔거리는게 느껴졌는지 남시우가 그녀를 쳐다봤다.

"아뇨, 가편집은 끝났어요"

"메일로 보내줄래?"

"네"

자연스럽게 대처를 하긴 했다. 그러면서도 그 흐릿한 기억이 뭔지 궁금했다.

다만 마음을 몽글거리게도 만드는 흐릿한 감정은 임소율을 생각의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내가 선배를 진짜 좋아하는건가.....'

호감은 있었다. 오래전부터.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자꾸 시선을 빼앗지는 않았었다.

"슬슬 퇴근합시다~"

매일같이 야근을 하던 그가 웬일로 먼저 일어났다.

"계속 야근하다가 웬일로?"

"밀린 일은 다 끝났으니까~. 오늘 들릴데도 있고"

"오~ 어디가는뎅~?"

우다영의 질문에 남시우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서점에 들리려고, 뭐 읽을거 없나 찾아보게"

"으에? 네가?"

"표정 뭐야, 표정관리하자"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에 뚜렷하게 특징은 못하겠지만 한켠에 시큰거리는 마음이 들었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라면 못하겠지만 조금은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너는 퇴근 안하냐?"

가방을 어깨에 걸쳐멘 그의 물음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갈거에여"

우다영이 보여준 모습처럼 친근하게 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온 성격상 그러기가 쉽지가 않았다.

"...선배,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웅? 서점을?"

"네"

"뭐 사고 싶은거 있어? 그려, 가자"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는 모습에 안도했다.

가끔 나오는 충청도 사투리가 귀여워서 내심 웃고는 그를 따라나섰다.

"어후~ 쌀쌀하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6시가 되기도 전인데 어둑해져서 가로등들이 켜져 있었다.

"소율아, 잠시만"

".....?"

뭔가 싶어서 가만히 멈춰서자 다가온 그의 손이 후드티를 만져주었다.

"후드티 모자가 뒤집어져 있어서"

"아. 감사합니다"

"구래"

아마 그는 가볍게 한 행동이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깊은 의미가 될수도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서점이었지만 딱히 고를건 없었다.

애시당초 그걸 위해서 온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무슨 책을 사시려고요?"

소설쪽을 거니는 그에게 물었다.

"아~ 별건 아니고. 좀 세계관을 확장해볼까 하고.

예를 들어서 바이러스라던가 갑자기 괴물이 나온다던가"

"......."

책을 읽는게 아니고 세계관을 넓힌다는 표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책을 고르는 그의 모습을 뒤에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 것도 제법 재밌었다.

"소율이는 어떤 책 사려고?"

"저요? 아... 그게..."

당황한 나머지 가판대에 놓여져 있는 무질서한 책들 중 아무거나 집어들었다.

"....."

"....."

책을 집어들고나서야 그 책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요리 배워보려고?"

"네"

주부100단이라고 쓰여져 있는 요리 책에 움찔했다.

"내가 사줄게, 줘"

"네? 아, 아뇨"

"동생들한테 해주려고 하는거잖아. 선배로서 이런것도 못해줄까봐. 줘봐"

"아....."

힘으로 빼았아든 책을 든 그가 자신이 읽고자 하는 책들까지 품에 안고서 계산을 했다.

핸드폰에 찍힌 금액을 본 남시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요리책 비싸구나....."

"죄송해요..... 돈 드릴게요"

"아, 아냐, 됐어. 나중에 동생들한테 해주고서 나한테도 뭐 하나 해주라. 책값 대신으로"

오늘 내내 당황해서 대답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엔 확신을 갖고 대답했다.

"네!"

서점을 나와 버스정류장에 선 둘은 찬바람에 옷깃을 여몄다.

"오, 저기 차온다. 얼른 들어가"

"네, 감사합니다"

"구랭~ 잘가랑~"

익살어린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준 그가 횡단보도를 건넜다.

버스에 올라타 시야에서 벗어날때까지 계속해서 쳐다봤다.

"히....."

선배가 사준 요리책을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품에 안은 그녀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집에 가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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