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5/126)

 §

 우다영.

  

 일 때문에 같이 출장을 나온 상황에서 김우현이 우다영의 손을 잡았다.

 "그거 돈 시우랑 같이 번거지?"

 "어? 어, 어떻게 알았어?"

 우다영의 말에 김우현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시우랑 둘이 많이 바빠 보였으니까……."

 "그랬구나?"

 둘의 뇌리에는 몇 천만원이 오고간게 사실이 된 상태였다. 

 투자를 위해 돈을 받자마자 바로 빠져나갔지만 말이다. 

 "돈은 다 쓴거야?"

 "응, 투자하는데에 다 썼어."

 "으구~, 그랬어?"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해하는 김우현의 머리를 넘겨주며 활짝 웃었다.

 "나는 네 여자친구잖아~. 그러니까 걱정마~."

 "응응, 진짜로 고마워."

 그 큰 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입금 되었고 또 어디다가 사용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다만 둘은 이미 그 돈을 받았고 쓴 상태였다. 

 "이제 회사로 갈까?"

 "응~."

 회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다영이 창 밖을 쳐다봤다. 

 사이 좋은 친구 19버전.

 남시우에게 큰 돈을 받았고 덕분에 투자를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

 김우현과 우다영은 내게 돈을 받고 투자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다 자리 잡았겠네."

 "응? 뭐가?"

 "아뇨아뇨, 누나 이거 맛있죠?"

    

 초밥 하나를 집어서 우다희에게 건넸다. 

 내 옆자리에는 그녀가 사준 캠들이 들어있었다. 

 "덕분에 한시름 놨어요. 덕분에 사이 좋은 친구 찍을 때 도움 많이 되겠는데요?"

 내 말에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젓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6일 동안 진행될 스토리였기에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하나 든채로 그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도 이제 집에 들어가야돼죠?"

  

 어딘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 우다희. 

 나는 그런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는 차에서 내렸다.

 "조심히 가세요~."

 "흐응~, 그래에~."

 떠나는 우다희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남편이 돈을 잘 벌어서 다행이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사업이 큰 남편이었기에 돈 몇 십은 가벼운 돈이었다. 

 "최혁이었나, 그 사람도 캐릭터를 하나 쓰긴 써야하는데……."

 확실히 캐릭터를 잡아놓고 진행을 하니 연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삑삑삑삑.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캠들을 컴퓨터에 연결했다.

 "드라이브……, 이거 설치하고……."

 캠들을 연결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을 했다. 

 3분짜리 영상을 찍은 후에 업로드를 하니 확실히 화질이 일반 카메라에 비하면 떨어졌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네."

 방송용으로도 쓰는 캠이었기에 완전히 질이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서랍에서 실리콘 벽걸이를 꺼내 캠을 달 곳을 몰색했다.

 "방에 하나 두고……."

 안방과 거실 그리고 부엌과 화장실에 벽걸이를 설치했다. 

 캠을 연결한 후에 선을 따로 뽑아 위쪽으로 해서 걸리적 거리지 않도록 했다. 

 "오랜만에 선 작업 하려니까 힘들구만."

 캠은 연결만 해놓고 아직 달아놓지는 않았다. 

  

 "대충은 됐고…. 그럼 내일은 다영이만 기다리면 되겠네."

 안방으로 들어가며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

 우다영. 

 이젠 더 이상 사이 좋은 친구 19버전에 출연하지는 않았다.

 남시우 역시 그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이제 완전히 끝난거야?"

 믹스커피를 타고 있던 남시우에게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응? 뭐가?"

 "아니…, 그…. 사이 좋은 친구 있잖아."

 "그거? 하고 있잖아. 유찬이랑 너랑 하는거 아니었어?"

 물론 일반적인 버전이었다. 나름 호평을 받으며 느리지만 성장을 해나가고 있었다. 

 우다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거 말고 19금 버전."

 "아~. 그거? 다희 누나랑 하고 있는데?"

 "응? 언니랑? 왜?"

 "누나가 도와준다고 해서 시즌2로 하고 있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의 말에 왠지 서운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정수기에 팔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나 대신에 언니가 들어간거야?"

 "그렇지. 시즌 1때 나온 돈은 너한테 다 줬잖아."

 "아…, 그, 그렇지."

 몇 천 만원이나 받았을 때는 솔직히 놀랐었다. 겨우 10편의 영상인데 그게 잘 될 줄이야. 

 거기에 성교육 영상까지 괜찮은 호평을 받았기에 제법 수입이 쏠쏠 했었다.

 "너도 이제 안 찍는다고 하고…, 그래서 다희 누나랑 둘이 찍고 있지."

 "아~. 그렇구나…." 

 우다영은 힐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말했다. 

 "나랑 섹스한거는 절대 비밀인거다 알지?"

 "……에이, 그걸 말이라고."

 남시우가 고개를 숙여서 귓가에 속삭였다.

 "너랑나랑 사이좋은친구 그거 찍으면서 섹파된건 무조건 비밀로 해야지."

 남시우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서 우현이랑은 요새 좋아? 최근에 나랑 섹스 안 한지 오래 됐잖아."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만약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었다.

 우다영은 그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와, 완전 좋은데?"

 "……뭐래. 표정 보니까 불만족이구만. 언제든지 섹스하고 싶으면 찾아와. 무조건 비밀로 해줄테니까."

  

 남시우가 커피를 들고 자기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도 텀블러에 물을 가득 받고서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와 했었던 섹스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흘러지나갔다. 

 "아씨……. 괜히 해가지구……."

 덕분에 돈은 많이 벌었지만 자꾸 그와의 섹스가 생각났다. 

 §

  

 사이 좋은 친구를 통해 섹파가 된 사이.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설정이었다. 

 더 이상 내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게 하나씩 설정들을 추가해나가도 재밌을 것 같았다.

 물론 사랑이 아닌 몸 뿐인 관계였다. 

 사랑은 온전히 김우현에게 줄 수 있도록 설정을 짜놔야했다. 

 "흐음…. 너 너무 티난다야."

 퇴근하기 전에 우다영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뭐, 뭐가."

 "욕구불만인거."

 "뭐, 뭐래. 아닌데? 아니거든?"

 "……그래? 그럼 오늘 저녁에 울 집에서 맥주 한 잔 할래?"

 말을 하면서 검지와 중지를 보지에 넣고 위아래로 흔드는 시늉을 했다.

 얼굴이 붉어진 우다영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미, 미친놈아…! 미쳤나봐 진짜로……!"

 여전히 쑥맥이었기에 놀리는 맛이 상당했다. 섹스에 흥미는 있지만 제대로 표현을 못하고 있었다.

 "뭐 안 와도 되고. 올려면 오고. 여튼 난 퇴근한다~."

 어차피 올거라는걸 알았기에 나는 씨익 웃으며 가방을 멨다.

 "우현아, 유찬아~. 나 먼저 간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잘가 시우야~."

   

 계단을 내려와 골목길에서 담배를 물었다.

 치익.

 반쯤 담배가 타들어갔을 때 우다영이 슬금슬금 내려왔다. 

 "야…."

 "애들은 야근?"

 내게 다가오는 그녀에게 손을 휘저어 오지 못하게 했다.

 "담배 냄새 퍼져 오지마."

 "……애들은 야근한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내가 전에 말했던거 기억하냐. 나랑 섹스하면 절대 다른 사람이랑 섹스 못한다고."

  

 담배 꽁초를 버리고 그녀와 함께 골목길 반대편으로 걸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너랑 섹스는 안 하려고 했었던건데……. 우현이한테 미안하네……."

 힐끔 우다영을 쳐다보니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치자 흠칫 놀라는 그녀였다.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우린 그냥 섹스만 할 뿐이야. 나도 우현이한테서 너 뺏을 생각도 없고 내 취향도 아니여."

 "야씨!"

 취향이 아니라는 말에 그녀가 울컥해서 말했다.

 "나, 나도 너 취향 아니거든?!"

 "알아, 밑에만 취향이잖아. 좆맛 한 번 알면 원래 그래. 내가 만났던 여자들이 다 그랬었어."

 "……뭐야, 그 자신감. 재수없어."

 이제야 좀 우다영 같았다.

 내 등짝을 투닥이며 칭얼대는 우다영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와중에 힐끔 쳐다보니 그녀도 시선을 느끼고 나를 봤다.

 "뭘 봐."

 퉁명스런 그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이제는 어둠이 깔리고 있는 밖을 가리켰다.

 "해가 벌써 졌네."

  

 화제를 돌리자 피식 웃으며 나를 따라 창 밖을 봤다. 

 그저 섹스만 하는 친구.

 즉, 섹파라는 캐릭터를 만들긴 했지만 우다희에 비해서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 

 디테일이 부족한 부분은 포인트로 몰입도를 올림으로써 해결하긴 했지만 말이다.

 취익.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근처 편의점에서 할인하는 맥주 4캔을 샀다.

 "맥주는 왜? 나 술 안 마실거야~."

 담배까지 봉지에 넣고 나오는 나를 보며 칭얼댔다.

 "너 마시라고 산거 아니여."

 "그래에~."

  

 어차피 그녀는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거라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집으로 들어온 후에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뻘쭘한 그녀가 괜히 집을 둘러봤다.

 치익.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여기 들어가도 돼?"

 "응? 응응, 들어가봐."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 작업실로 들어간 그녀. 

 둘러보다가 곧 사이 좋은 친구 시즌2의 시놉시스를 발견할 테니 기다리면 됐다.

 "이거 뭐야?"

 아니나 다를까 내가 뽑아놓은 사연과 촬영 시놉시스를 들고선 나왔다.

 "아, 그거? 너네 언니랑 찍을거."

 "으음……. 그래?"

  

 들고온 그녀가 소파에 앉아 사연과 대본을 차례로 넘겨가며 읽었다.

 "언니는 괜찮대? 하겠데?"

 "응? 벌써 한 번 찍었는데?"

 "아~, 그래?"

  

 시즌1의 주인공이었던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서 언니가 차지하고 있었으니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후회 중?"

 "아닌데?"

 "다시는 안 찍는다면서."

 "……."

 우다영은 내 말을 무시하고서 사연을 쭉 읽고는 슬쩍 물어왔다.

 "이거 사연을 재연하는거지?"

 "응, 상황극처럼."

 반쯤 마신 맥주캔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계속 그녀를 살펴봤는데 연신 사연을 읽고 있었다. 

 "그럼…, 언니랑도 하는거야?"

 "응? 뭘?"

 "나한테 했을때 처럼."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너한테 내가 뭐 했나?"

 "아니이, 언니랑 촬영하면서 그……, 19금으로 하는거냐고~!"

 "아~. 당연하지. 우리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언니는 뭐래?"

 언니인 우다희의 생각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식탁에 우다희가 만들어둔 반찬들을 놓고서 우다영을 불렀다.

 "일로와, 저녁이나 먹어라야."

 사연을 들고서 식탁으로 다가오는 그녀. 

 그녀에게 수저를 건네주고서 맞은편에 앉은 후에 말했다.

 "당연히 다희 누나랑도 섹스 했지."

 "……언니는 뭐라는데."

 "뭘, 뭐래."

 "……너, 너랑 하면 다른 사람이랑 못한다면서……."

  

 시나리오 북에 적어놓은대로 내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누나한테는 말 안 했어."

 "……왜. 언니는 결혼했잖아. 그럼 그거는 섹파가 아니라 불륜 아니야……?"

 언니가 걱정되는 듯 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한 번 밖에 안 했으니까. 그나저나……."

 지긋이 우다영을 쳐다봤다. 그런 나의 시선에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우다영.

   

 "그렇게 우현이랑은 만족 못 하겠어? 나랑 섹파해도 되겠어?"

 넌지시 찔러보았고 당연하게도 우다영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었다.

 만약 포인트가 없었다면 위화감이 제법 올랐을 타이밍이었다. 

 "……."

 "우현이랑 나랑 너무 비교하지말어, 그게 내 재능인데 어떡하겠어. 그치?"

 "……너는 그런 말만 안 하면 좋을텐데."

  

 우다영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어째 꼬인 이 상황에 고개를 푹 숙였다.

 §

 우다영.

 섹파라는 단어를 모르지는 않았다. 오다가다 몇 번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삶에서 절대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하게도 너무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김우현이 있었고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

 문제는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던 사이 좋은 친구의 19버전. 

 시즌1이 끝나고나서 계속해서 남시우와 했던게 머릿속에 떠오르고는 했다. 

 "하아…."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남시우를 쳐다봤다.

 그가 전에 했었던 말들이 진짜가 된 것 같아서 얼굴이 붉어졌다. 

 동시에 겨우 섹스가 뭐라고 이렇게 자신을 달아오르게 하는지 이해가가지 않았다. 

 드륵.

  

 설거지를 끝내고 차를 들고온 남시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괜찮아, 상대가 나잖어?"

 "……그게 더 이상한거 알지? 너랑 우현이도 7년 친구잖아."

 "아아, 그렇지. 그래서 일부러 너를 안 건드린거야. 우현이를 생각해서."

 남시우의 표정을 보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 그가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내가 서울에서 나온 것도 그런거고. 자꾸 섹파하자고 난리였으니까~."

 "……그런 말을 너무 당연하게 말한다?"

 "뭐 어쩌겠어. 팩트잖어?"

 너무 뻔뻔해서 어이가 없긴 했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던 기억과 살짝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네가 계속 찍접대서 막 소문 이상하게 나고 그러지 않았어?"

 "응? 아~. 내가 그런게 아니라 여자들이 그런거지. 난 항상 가만히 있었어. 너도 내 성격알잖어."

 "……."

 7년을 알고 지냈고 가벼운 사람이란걸 알았지만 지금은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전에는 부서도 달랐고 학생 때에는 같이 공부나 과제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알 방법도 김우현에게 듣는걸 제외하면 없었다. 

 늘솜 스튜디오에서 같이 일하면서 생각보다 실력이 괜찮고 일에 열정적이라는거?

 그 정도가 전부였다. 

  

 "에효……."

 남시우가 이마를 긁적이며 자신의 옛날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하고 섹스도 하고 싶고 그렇지."

 "……응."

 "근데 그게 가장 처음에 하는 생각은 아니잖아? 나도 다른 커플 처럼 한강에서 걷기도 하고 어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데 같이 데이트도 하고 그런 소소한 데이트를 원한단 말이야."

 "……그랬어?"

 이런 속 얘기는 처음 듣는거라 우다영도 귀를 기울였다.

 항상 가벼운 말투와 농담으로 놀리기나 했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얘기를 먼저 꺼낼 줄은 몰랐다.

 "아~, 당연하지. 내가 무슨 섹스에 미친 놈인줄 아냐. 오히려 나랑 사귀면 여자들이 그런거보다 집에서 섹스하자고 계속 붙잡잖아."

 뭔가 내용이 이상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지. 나랑 섹스 하려고 만나는거냐고."

 "그랬더니?"

 "그건 또 아니래, 그래서 그럼 앞에 산책이라도 가자고 했더니 한 번만 더 하쟤. 내가 무슨 살아있는 자위기구도 아니고."

 말을 끝낸 남시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서 실망이 커서 그냥 헤어지자고 했거든. 그랬더니 또 소문이 그렇게 나서……. 나도 모든 여자들이 그렇지 않다고 믿어서 계속 내 여자친구를 찾았던거고. 섹스가 아니라 진짜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 있는 그런 여자친구."

 "아…."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옛날 얘기를 토로하는 그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런 얘기는 진짜 처음 들었다.

 "그래서 이젠 그런게 싫어서 일에만 집중하려고 우현이가 늘솜 창업할 때 따라온거고."

 "……그랬구나……."

 "너랑 19금 버전 할 때 내가 조심스러웠던게 이런거야. 나랑 한 번 하면 다른 남자하고는 만족 못하니까아."

 남시우의 깊은 배려를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기 전에 매번 자신의 의사를 물어왔었구나 싶었다. 

 이제야 남시우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그런 생각까지 할 줄은 몰랐네……."

 "우현이 착한 친구야. 꿈도 있고, 나보다 더 열정적이고 배울게 많은 친구야."

 "알아, 내 남자친구잖아."

 남시우는 찻 잔에 일렁이는 작은 물결을 보며 말했다.

 "우현이랑 할 때 부족한걸 느꼈었지?"

 "……."

 차마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남자친구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시우는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오늘도 네가 그런 말 꺼냈을 때 내가 얼마나 심쿵했는지 알어?"

 "……그, 그랬어?"

 "그치. 그래서 지금 확실하게 말할게."

  

 찻 잔만을 바라보던 남시우가 고개를 들어올리고 똑바로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다짐을 한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네가 욕구불만으로 하고 싶을 때 섹스 해줄게. 대신에 우현이한테는 비밀이야. 네가 우현이를 사랑하는것만큼 나도 우현이를 아끼니까."

  

 남시우의 진지한 모습을 처음 봤다. 

 그가 이렇게까지 김우현을 생각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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