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126)

 §

 우다희. 

 그녀가 일어난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다. 

 "하아암…."

 알몸으로 침대에 앉아 멍하니 고개를 숙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그녀의 머리 앞으로 흘러내렸다.

 사악.

 손으로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던 그녀가 시간을 확인했다.

 [AM 11:47]

 "점심이네……."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내려오려고 하는데 아래가 역시 뻐근했다.

 화장실로 들어가니 보지가 부어있었다. 

 "에궁…."

 아직 남시우의 물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엔 너무 버거웠다. 

 툭.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화장실 벽을 짚었다.

 "아웅…."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는데 살짝 아픈 느낌이 들었다. 

 하긴 어제 하루종일 해댔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쪼르르.

 소변을 보고 가볍게 샤워를 마친 그녀가 수건으로 머리를 감아올린채 나와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화장대가 없었지 참……."

 챙겨온 가방에서 간단한 화장품들을 바르고서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나중에 오면 화장대도 하나 설치하라구 해야겠다."

 아무래도 남자 혼자 살다보니 여자용품은 커녕 너무 단촐했다. 

 팬티만 입고 노브라로 작은방을 열었다.

 작업실인지 컴퓨터와 뒤쪽 책장에는 전공책들이 있었다.

 "이건 졸업하구 잘 안 보나보네……?"

 책 위에 쌓여있는 먼지를 보며 웃었다. 

 남시우의 모든 흔적들이 귀엽게만 보였다.

 "누나로서 좀 도와줘야겠네."

 안방에서 남시우의 펑퍼짐한 옷을 걸치고서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 대신에 청소포가 있는 밀대로 바닥을 훔쳤다. 

 쏴아아.

 이어 화장실까지 청소를 마친 그녀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흐뭇하게 쳐다봤다. 

 "얘 화장실에서 담배두 피네에."

 수건이 들어있는 찬장 구석에 라이터 몇 개와 담배 한 보루가 뜯어진채 놓여져 있었다.

 "아주 그냥 못 된 것만 배워가지구."

 그래도 자기 앞에서는 담배도 잘 피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환기를 위해 열었던 창문으로 가 팔을 걸치고 밖을 보는데 하늘이 정말 청명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정도로 푸르렀다.

  

 "배고픈데……."

 꼬륵 거리는 배를 두드리며 그녀가 해뒀던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근처로 나가 장을 봐왔다.

 동생을 위해 새로운 반찬들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미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 받았던 돈이 제법 있었기에 이 정도의 지출은 괜찮았다. 

 §

 회사에서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조용히 오늘 리뷰할 것들을 편집해나갔다.

 옆에서 원유찬이 볼까 싶어서 화면을 작게 해놓고 필요없는 컷들만 잘라내고 다시 붙였다. 

 "10분짜리니까……."

 섹스하는 영상도 다 잘라냈다. 

 하루 종일 찍어서인지 영상의 길이가 제법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음향이나 색은 전혀 건들지 않아도 됐기에 아주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응? 왔어?"

 안으로 들어가니 내가 자주 입던 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넘긴채로 간을 보고 있던 우다희가 나를 향해 웃는데 진짜 결혼한 부부 느낌이었다. 

 "예이~, 누나 일찍 왔네요?"

 "응? 나 안 갔지. 봐봐, 누나가 한거."

 "음식이요?"

 그녀가 내 손을 붙잡고 방을 둘러보게 했다.

 "어때 깨끗하지?"

 "어…, 처, 청소 하신거에요?"

 나는 깨끗해진 집을 보며 깜짝놀랐다.

 귀찮아서 버리지 않아던 쓰레기 봉투도 싹 다 사라져 있었다.

 "에이~, 누나…. 감동이에요."

 정말 감동 먹은 얼굴로 말을 하자 우다희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노력을 하는 상대방에게 다른걸 해줄 필요는 없었다.

 진심이 담긴 표정연기면 충분했다. 

 내가 청소하기 귀찮아서 그녀에게 맡겼던 것이니까. 

 집에 가정부 하나가 있어야한다면 임신을 시켜도 부담없는 유부녀 정도가 괜찮지 않을까 해서 추가를 했는데 역시 내 생각이 옳았다. 

 나는 우다희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진짜 진심 감동이에요…, 누나…. 너무 고마워요. 이런거 생각도 해본 적 없는데…."

 "으구~, 울먹이지말구~."

 "누나는 저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데 저는 해주는게 없어서……."

 내가 생각해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연기는 잘 해낸 것 같았다. 

 우다희는 내 울먹이는 그리고 진심이 담긴 연기에 되려 감동을 먹은 얼굴을 했다. 

 나와의 관계가 더 밀착되는 느낌이 들것이다.

 나를 꼬옥 안아주고는 내 가슴팍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고는 말했다.

 "시우가 혼자 사니까아 이렇게 누나가 해주는거야~, 여자친구 생기면 이제 네가 해야지~."

 "그럼요……. 그래도…. 감동이라…."

 "그랬어? 나는 시우가 이렇게 감동할 줄은 몰랐는데?"

   

 오히려 이렇게까지 감동먹을 줄은 몰랐는지 어색하면서도 당황한 눈치였다.

 유부녀이기에 쓸 수 있는 감동먹은 연기였다.

 집에서 가사를 보는게 평범한 일상이기에 남편도 매일 이런 표현을 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정말 고마워요, 누나. 누나 말 더 잘들을게요."

 착실한 동생역할을 하는 나에게 우다희가 내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며 말했다.

 "일하느라 배고팠지? 누나가 밥 해놨어, 밥 먹자~. 알았지? 눈물 뚝~."

 "안 울었어요~."

 "오구오구, 그랬어?"

 이렇게 한 번 연기를 해주니 그녀는 나를 더 애틋하게 쳐다봤다. 

 이쯤 노력하면 상대방은 이 정도로 감동을 해주는구나라고 인식을 시키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나도 동생 키우는 맛이 있네."

 잘 먹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는 그녀. 

 "고마워요, 누나. 밥도 맛있구, 보지도 맛있구……."

 "으구~, 이제 좀 나아지니까 또 장난치는것봐 아주~."

 그럼에도 그녀의 손은 내 머리를 자꾸 쓰다듬으며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포인트 하나 없이 이 정도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아, 누나. 회사에서 편집을 해서 갖고 오긴 했는데."

 "그랬어? 다 먹구 같이 리뷰할까?"

 "넵."

 밥을 다 먹으니 밝았던 하늘도 이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쏴아아.

 설거지를 하고 있는 그녀의 뒤에 가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나에 대한 애틋함과 소중함이 배가 되고 있는 우다희였다. 

 쪽.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서 물었다.

 "남편은 뭐래요?"

 "오늘 리뷰만 끝내구 간다구 했지. 동생 밥도 좀 먹이구~."

 "남편이 괜찮대요?"

 "응? 으응~, 투덜대긴 했는데, 그래두 울 시우 밥은 먹이구 해야지~."

 모성애를 자극하고 몸을 섞어 몸정을 만들며 감동적인 연기와 연출로 애틋함을 늘렸다. 

 이미 그녀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건 일반적인 관계 그 이상이었다.

 "그럼 이제 리뷰 시작해볼까?"

 손에 물기를 닦아낸 그녀가 빙글 돌아 싱크대에 엉덩이를 기대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가볍게 코를 비비며 말했다.

 "그럴까요?"

 씨익 웃으며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거실로 향했다.

 윙.

 촬영이 시작되며 내가 먼저 멘트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돌아온 시즌2! 사이 좋은 친구의 남시우!"

 "섹시한 눈나~. 우다희에요~. 반가워요~!"

 [#6scenario 꿈꾸던 부부의 생활]

 [등급 : 평작]

 [영향력 : 250]

 [명성 : 108]

 [평]

 [: 배우의 연기는 출중]

 [시리즈물을 만드는 능력이 성장하는 감독]

 [외길을 걸으나 수준은 미달]

 [짧은게 너무 흠]

 [point : 5]

  

 [다음 작품에서 몰입도 +0%]

 [다음 작품에서 위화감 -0%]

 [대기시간 : 1d 23h 22m]

 예상했던 것 처럼 평작이었다. 그걸 노리기도 했었고 말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만 본다면 대체로 짧은 기간도 등급을 매기는데 영향을 제법 주는 것 같았다.

 사각.

 시나리오 북 옆에 따로 펼친 공책에 새롭게 알아낸 것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캐릭터를 정해놓고서 시나리오를 쓰니 몰입도가 빨리 올라가네."

 우다희의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의 모든 설정들을 잡아놓고 진행하니 더 수월했다. 

 "다영이도 얼른 설정이랑 캐릭터를 잡아야겠네."

 우다영의 같은 경우는 대충 막 휘갈겼기 때문에 이렇다할 컨셉도 없었다.

 "뭐든지 다 해주는 누나. 밥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보지도 잘 벌려주고. 얼마나 좋아?"

 섹파 같은 느낌이 아닌 아끼는 동생을 위해 뭐든 해주는 누나. 

 생각만 해도 꼴렸다.

 "그럼 다영이는……."

 다영이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갖고 놀고 싶었다. 

 "걔가 뭐든 해준다고 하면 뭐랄까……."

 너무 오래 알고 지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다희처럼 뭐든 다 해준다고 했을 때 캐릭터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우선 내가 감당 못하고 자꾸 웃음보가 터질 수도 있었다. 

 "역시 얘는 친한 친구 같은 느낌으로 가야겠네."

 점차 윤곽이 잡혀가는 우다영이었다. 

 "친군데……. 섹스 친구인거지……."

 디테일한 부분은 추가해야겠지만 섹스 프렌드로 점차 가닥이 잡혀갔다. 

 "그냥 평범하게 섹스만 하는거면 개연성이 없으니 위화감이 올라갈테고……."

 우다희의 경우는 평소 남동생을 갖고 싶다는 이유를 넣었었다. 그 감정을 이용해 뭐든 해주는 누나로 설정을 잡을 수 있었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밖을 쳐다봤다.

    

 밤이지만 길가에 질서정연하게 펼쳐져 있는 별같은 가로등은 길거리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따라 커다란 보름달은 굉장히 밝았다. 

 "최근에 비가 계속 와서 구름이 한 점도 없네."

 시즌2 첫 촬영, 꿈꾸던 부부의 생활이 끝난지도 하루가 지난 상태였기에 체력도 어느정도 회복이 된 상태였다. 

 "하암."

 짧게 하품을 하며 다시 우다영의 컨셉을 잡기 위해 공책을 봤지만 딱히 잡히는 느낌이 없었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옆으로 치워놓고 켜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봤다.

 "편집부터 제대로 해야겠네."

 퇴근하고나서 쉬는 시간에 우다영과 우다희. 자매의 영상들을 하나씩 손 보기 시작했다. 

 탁탁.

 일의 연장선이었지만 힘들진 않았다.

 "와, 씨. 젠가 존나 꼴렸었는데."

 아직 능력에 대해 잘 몰랐었을때라 그런가 엉성한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편집한 영상들을 외장하드에 따로 백업을 해두었다. 

 "클라우드에 해놨다가는 좆될 거 같으니까……."

 우다영의 영상은 4개. 

 우다희의 영상은 2개.

 "한 달 넘게 찍어서 6개면……. 존나 많이 찍었네."

 영상을 편집한다고 해도 음향의 피크도 보정도 하나 없어서 날 것 그대로였다.

 대학교 학생시절보다도 편집이 나쁘다고 스스로 판단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게 더 꼴리니까. 흠. 좋아."

 대충 편집을 끝낸 후에 이번엔 다음 소품을 준비했다. 

 이미 계획하고 있던 시나리오가 있었기에 소품 먼저 준비할 생각이었다.

 포토샵을 열어 포스터와 가짜 사이트 사진들을 만들었다. 

 "쓰리썸인데 자매……. 시발 개 꼴리는데."

 작품등급은 평작만 나오면 됐다. 수작이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상관은 없었다. 

 "스읍, 그 이상이 궁금하긴 한데……."

 솔직하게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뛰어난 스토리를 쓸 정도로 내 머리가 뛰어나지는 않았다.

 글재주도 없었고 그저 평범하게 영상에 대해 공부를 했던 학생이었다.

 회사에서는 편집만 주구장창 했었고 가끔 출사를 나갔을 뿐이었다. 

 "흠…, 좋아. 이 정도면 됐고……. 다음은 시나리오인데……."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동안에 계속 아래가 커져 있었다. 

 다 좋은데 그게 문제였다.

 내가 원하는 상황과 캐릭터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보니 자꾸 발기된채로 있었다.

 문제는 이게 딸을 쳐도 해소가 안 된다는 점이었다.

 "아~. 이러면 일상생활 불가능한디, 좆됐네."

 한탄을 하면서도 시나리오를 짜는 내 얼굴엔 미소만 맺혀져 있었다.

 §

 다음날 회의. 

 "가편집은 끝났거든? 한 번 보자."

 우다희와 찍었던 홍보영상 1차 가편집을 틀었다.

 볼펜을 뒤집어 들고 영상을 가리켰다.

 "여기에 문구 같은거 인스타 감성으로 추가 했음 좋겠고. 그리고 보정도 조금 화사하게 할 생각이야. 어플 쓴 것 처럼."

 길게 찍었던 영상을 3분으로 줄이는 작업은 제법 힘들었다. 

 "괜찮은데? 이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아."

 내 설명을 들은 김우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어? 이 정도면 되겠어?"

 내가 다시 물어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효과만 추가하면 딱인거 같은데? 젊은 감성 원한다고 했으니까는."

 "그렇구만. 옼히. 그럼 이대로 진행한다?"

 내 얘기가 끝나고나니 원유찬이 다음으로 얘기를 꺼냈다.

 "선배님. 마감 칠려면 이번 주로는 힘들 것 같은데요."

 "흐음…. 그치?"

 나를 제외하고는 깍듯하게 선배님이란 호칭을 붙이고 있는 원유찬이었다. 

  

 "지금 면접 까지 다 보고 있으니까……."

 "근데 인턴 뽑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저 일 가르치면서 못 할 것 같습니다 선배님. 속도가 안 날걸요."

 맞는 얘기였다. 일은 쌓여있는데 새로운 인턴을 가르치면서 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나는 남 얘기 듣듯이 턱을 괴고 듣고 있는데 김우현이 나를 쳐다봤다.

 "시우야."

 "응?"  

 "가편집 그대로 갈거지? 후편집도 네가 할거잖아. 가이드 따로 수정 안 할거지?"

 뭔가 불안함에 굈던 턱을 풀고 물었다.

 "인턴 나한테 붙인다고? 아니지? 네 여자친구도 있잖어. 다영이가 가르치는건 기똥차게 잘하드라."

 모두의 시선이 우다영에게 향했다. 

 우다영은 쓰고 있던 모자를 손으로 무 뽑듯 들고는 휘저었다.

 펄럭이는 모자. 

 "난 안 돼~. 나도 지금 계속 유찬이랑 편집 하잖아. 시간도 없어. 요즘에 왜 이렇게 대형 프로젝트가 많아?"

 "……?"

 "솔직하게 피크는 현장에서 잡아서 줘야하는거 아니냐~. 왜 다 밖에서 찍고 그래에~. 진짜루…. 사운드에 삑사리 나는거 진짜 많아……."

 집에서 게임이나 혹은 토크방송은 이미 어느정도 잡혀 있어서 괜찮지만 요즘들어 밖에서 촬영을 하는 개인 스트리머들이 많아짐에 따라 음향 편집팀에서 할 것도 많아졌다. 

 "시우~. 너 그거 음향 편집도 내가해야되잖아아~."

 "흐음…, 그렇지."

 "그럼 네가 가르쳐~."

 하기 싫다는 말이 목 끝까지 나왔지만 얘네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랬다가는 뭇매를 맞을 것 같았다. 

 "우리 사장님은 힘들지?"

 "……나도 힘들지. 내가 일을 너무 많이 받았나봐."

 "아니면 경력자를 뽑지."

 여기 앉은 모든 이들의 마음이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았다.

 "조금 있음 너네 월급 주면 적자라서……."

 현실이 녹록치가 않았다. 그나마 우리도 친구이기도 하고 사정을 알기에 투자 개념으로 연봉을 삭감해서 받고 있는 상태였음에도 그랬다.

 "무경력에 무전공자 뽑아도 솔직하게 말하면 주긴 힘들어."

 선금을 주는 곳도 있지만 후불로 주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 스튜디오가 많아지면서 단가가 낮아지는 상황도 있었다.

 "끙…. 알았어. 내가 가르칠게. 뽑을 때 그래도 최대한 군필 남자로 뽑아주라."

 "알았어. 미안하다 시우야."

 "아유, 됐슈, 걍 힘들때 돕고 사는거지. 회사 크면 진짜 우리한테 성과금 뿌려야된다."

  

 모아놓은 돈도 있었고 다행히 이미 전셋집까지 있는 상태라 지금 당장 큰 돈이 들어갈 곳도 없었다. 

 거기에 김우현에게는 매번 도움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의 여자친구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말이다. 

  

 §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회사로 모여들었다.

 "아우. 주말 출근이라니~."

 내 말에 다들 피식 웃었다. 

 모자를 뒤로 눌러쓰고 목장갑을 꼈다. 작업을 위해 다들 편한 옷을 입은 상태였다.

 "면접보는 애들은 알까? 우리가 면접을 위해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주는걸."

 "큭큭."

 우다영이 웃으며 어깨로 내 옆을 쳤다.

 "걔들은 절대 모르지. 이게 선배의 마음 아닐까."

 "스읍, 이런 선배가 없긴 해."

 "그치."

 아마추어라 김우현이 불러온 전문가 지인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가볍 그렇게 세우면 안 돼요~. 반대편에서 잡아주세요. 그렇죠, 굿, 좋습니다~."

 "전문가는 다르구만?"

 전문가의 오더를 필두로 가벽을 세우고 공간을 나누기 시작했다. 

 워낙에 평수가 넓다보니 넷이 앉아 쓰기엔 워낙 넓기도 했다.

 휑한 느낌이 많이 들 정도로 넓은 평수였기에 가벽을 세우고 어느정도 작업을 해놓으니 제법 그럴싸했다.

 "그래도 넓긴하다 사무실이."

 "하핫…."

 서울에는 이 평수의 반이 지금 쓰고 있는 사무실보다 비쌌기에 이쪽으로 온 것도 있었다.

 물론 김우현의 집안 건물이기에 거기에서 더 할인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기를 미팅룸으로 쓰면 되겠다."

 "……저 끝에서 맨날 아침마다 걸어와? 동선낭비여."

 "그런가?"

 "여긴 걍 사이 좋은 친구 스튜디오로 쓰자. 그게 낫지 않겄어?"

 아직 용도도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점차 회사에 물건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었다. 

 "좀 쉬자~."

 "네~." 

 "유찬쓰~. 가자."

 원유찬과 함께 밑에 내려와 담배를 꼬나물었다. 

 전문가 지인도 담배를 피는지 같이 내려와 불을 빌렸다.

 "여깄습니다."

 "어유, 예."

 셋이 담배를 피는데 전문가는 초면이다보니 어색한듯 어색하지 않은 그런 기류가 흐르긴 했다.

 담배를 다 피고 올라가려고 하는데 익숙한 얼굴이 인도에서 보였다.

 "……?"

 눈살을 찌푸리고 쳐다보니 우다희가 흰색 티셔츠 위에 멜빵 청반바지를 입고서 총총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를 긴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리고 오는데 처음에는 그녀가 아닌 줄 알았었다.

 "어머~, 시우야~. 안녕~."

 시나리오가 끝났는데도 내게 어색함 없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아닌 상태에서 만난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데도 말이다.

 내가 꾸벅 인사하자 우다희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인사 다시~."

 "안녕하세요."

 "다시~."

 "안녕하십니까~."

 "구랭."

 그제야 우다희가 그 붉은색의 입으로 시원하게 웃으며 다가와 내게 팔짱을 꼈다.

 올라가려던 원유찬과 김우현의 지인이 힐끔 그녀를 쳐다봤다.

 그들을 본 우다희가 꾸벅 인사를 하자 덩달아 계단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둘도 인사를 받았다.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원유찬의 표정과 지금의 내 표정이 그닥 다르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올라가쟝."

 그녀가 에코백을 어깨에 척하니 걸치고는 나를 잡은 팔을 당겼다.

 왜 온건지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촬영도 끝났고 시나리오도 아니었다. 

 열어둔 문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고 곧 언니를 발견한 우다영과 김우현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언니가 여긴 왜 왔어?"

 그 말에 우다희가 손을 풀고서 에코백을 내려놓았다.

 "너네 오늘 가벽 한다구 나한테 뭐라구 했잖니?"

 "근데?"

 그러게 그게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다희는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구경하려궁."

 "……응?"

 "쿡쿡, 농담이구~. 우리 동생들 고생하는데 뭐라도 먹여야할 것 같아서~. 시우야~. 일루와보렴."

  

 내가 다가가자 아무렇지 않게 내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시우 힘든건 없지?"

 "……."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금방 식을 정도로 깨달은게 있었다. 

 작품의 영향력. 

 그게 생각보다 강하다라는걸 알았다. 

 힐끔 우다영을 보는데 그녀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 같았다.

  

 전작에만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았다.

 "흠…. 그, 그렇죠."

 "너네 더울 거 같아서 마실것도 좀 가져왔지."

 보온병에 담아온 시원한 커피를 흔들며 방긋 웃는 우다희는 금세 초면인 전문가와도 친해져 커피를 따르기 시작했다. 

 "근데 시우랑은 언제 친해진거야?"

 우다영은 언니가 건네준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우다희는 내 팔을 스윽 가져가 자신의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촬영 여러번 하면서 많이 친해졌지. 애가 귀여운거 있지?"

 "어, 흐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시나리오 상황이 아니다보니 발가벗고 있는 느낌이었다. 

 헛기침 후 눈썹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나랑 누나랑 베프임. 거의 뭐 서로 다 들어주는 사이임."

 결국 예정에 없던 연기를 시작해야했다. 

  

 신기한건 그걸 들은 김우현과 우다영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영향력은 아닌 것 같았고 평소 내 성격을 알기에 그런 것 같았다. 

 "시우가 워낙 친화력이 좋아서 금방 친해졌나보네요."

 김우현도 대수롭지 않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분에 나 역시 친한척 하며 자연스럽게 얘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누나, 근데 그냥 커피만 주러 온거에요?"

 "흐응~, 우리 시우 보러왔지."

 "와우."

 우다희의 성격도 아는 이들이었기에 그냥 웃어보이기만 했다. 

 "그럼 쉬는 시간도 끝~. 일 합시다."

 커피를 마시고 곧바로 남은 작업에 착수했다. 

 오늘 안에 끝내려면 하루종일 붙잡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온 김에 누나도 도와줘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

 깨끗한 옷을 입고 온 우다희였기에 먼지가 많이 묻는 일은 시킬 수 없었고 간단하게 쓰레기만 주워서 모으는 작업만 시켰다. 

 뚝딱뚝딱

 평소엔 몰랐는데 망치질 소리를 왜 뚝딱이라고 표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위이잉.

 이어 전동드릴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신나는 어딨어? 페인트랑 섞어야하는디?"

 "그거 아직 안 뜯었어."

 오랜만에 대학교 때 친구들끼리 봉사활동 갔을 때 했던 페인트질이 생각났다. 

 "이렇게 하니까 진짜 대학교 생각나네."

 "아, 그때 고아원 봉사활동?"

 "엉."

 친구들끼리 뭉쳐서 하나씩 해나가는거라 그런지 실수를 해도 다들 웃고 넘겼다. 

 스윽.

 이어 페인트까지 칠하고나니 제법 그럴싸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중간에 점심으로 짜장면까지 시켜서 먹고나니 이사하는 느낌도 조금 나긴 했다. 

 "이거 안에 창문은 열어놓고 가야겠네. 냄새 심하긴 혀."

 "응, 주말동안은 열어놓으려고. 비는 안 오겠지?"

 장마가 끝나고 며칠 동안은 화창한 하늘이라는 예보를 본 기억이 났다.

 "괜찮을겨. 비 오면 내가 와서 닫을게."

 "그럼 힘들잖아."

 "……그렇다고 문 닫아놓을 수도 없으니까."

 일이 다 마무리가 되었을 때에는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노을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보랏빛의 하늘이 덮어가고 있을 때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의자에 앉았다.

 "어후, 힘들어."

 땀도 땀이지만 계속 움직였더니 몸이 노곤했다. 

 "이럴 때 사우나 한 번 조져야되는디."

 내가 지친 얼굴로 말하자 김우현이 피식 웃으며 밖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하나 먹어."

 "읭, 땡큐."

 둘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만들어낸 스튜디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씩 생기긴 하네."

 "그러니까."

  

 목장갑을 무릎에 얹어놓고 아이스크림을 문채 말했다.

 "청소 어떡하냐, 이거."

  

 널브러진 자재들과 쓰레기들이 제법 많아서 볼을 긁적였다. 

 김우현은 그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시우야."

 "응?"

 쓰레기를 어떻게 치우나 고민을 하는데 진지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는 그를 올려다봤다.

 "고마워."

 "……너 요새 고맙다는 말 존나 많이하는디? 뭐여. 보증 필요하냐."

 "아하핫! 그런건 아니고. 그냥. 내 얘기만 듣고 잘 다니던 회사 나와서 같이 창업했잖아."

 "……같이 창업은 무슨. 그럼 나도 공동사장으로 만들어주든가."

 오글거리는 진지한 칭찬이 아직 어색해서그런지 장난스런 말투가 나왔다.

 그도 나를 잘 알기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뭐야, 그 미소. 불편해~. 해명하세요."

 "아니, 그냥. 너 고민 일도 없이 나 따라서 나왔으니까."

 "전에 있던 회사가 그냥 싫어서 나온겨. 신경쓰지마."

 더 이상 그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의 막대를 휘적거리며 일어났다.

 "그렇게 고마우면 저녁에 밥이나 사. 먼지 많이 마셨더니 목에 기름칠 해야뎌~."

 "푸핫, 그래. 알았어. 안 그래도 회식 하려고 했어."

 그렇게 몸에 묻은 먼지들을 탁탁 털어내고서 뒷정리를 시작했다.

 인원이 여섯명이니 그래도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자재는 월욜날에 폐기물 불러서 버려야되니까 구석에만 모아놔."

 김우현의 말에 따라 쓰레기들을 분리하고서 바닥에 물을 뿌려 밀대로 싹 밀어버렸다. 

 "밥 먹으러 가자 얘들아~."

 김우현이 일일히 애들에게 고맙다며 말 하는걸 보면서 사람이 동갑이지만 어른스럽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글거리네라는 생각도 같이 들긴 했다.

 치이익.

 불판에 올려진 고기가 익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찰졌다. 

 "오늘 모두 고생했어, 도와줘서 고마워~. 지환이도."

 전문가의 친구 이름이 지환이라는걸 알았다. 

 "자~, 건배~!"

 술이 계속 쌓여갈수록 옆에 앉은 우다희가 은근슬쩍 말했다.

 "오늘 남편 출장갔는데 너네 집에서 잘까?"

 "……그거 불륜이야 언니."

 얼굴에 취기가 오른 우다희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그 자리를 꿰찬 우다영. 

 "누나가 많이 마셨나보네. 네가 잘 태워서 보내라야."

 "오늘 본가 데리고 갈려고."

 사람만 없었어도 데리고 갔을텐데 아쉽게도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러진 못할 것 같았다.

 술집에서 헌팅이었다면 뭐 그래도 상관없을테지만 일단 가족이 있는데 데리고 갔다가는 본능적으로 좆될거라는걸 인지하고 있었다.

 새삼 시나리오 북의 능력이 개쩌는구나하고 느끼고 있었다. 

  

 "흐응~, 아쉽네에."

 우다희도 완전히 취한게 아니기에 사리분별은 할 줄 알았다. 

 씨익 웃으며 반대편에 앉은 원유찬에게 말을 걸었다.

 "유찬이가 대신 누나랑 놀아주라."

 "앗, 넵."

 "지환씨도 같이 마셔요."

 어느덧 3:3으로 나뉘어 앉게 됐다. 

 내 맞은편에는 김우현이 붉어진 얼굴로 술 잔을 따르고 있었다.

 "너는 술도 못 마시는 놈이 왜 지 잔에 술 따르는겨."

 "오늘 기분 좋대에~."

 우다영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감성적이더라니.

 "그려, 아오~. 배불러. 난 다 먹었다."

 "응? 더 먹지. 더 시켜도 돼."

 "아녀, 더 먹었다간 진짜 배 터져. 담배나 피고올게."

 "으~, 담배냄새."

 놀리는 우다영의 머리를 톡톡 쳐주고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꼬나물었다. 

 타들어가는 담뱃불과 폐 깊숙히 들어오는 퀘퀘묵은 담배의 맛을 느낀 후 또다시 길게 뱉었다.

 "후우."

 하늘엔 구름 없이 깨끗한 밤의 색이 보였고 점점이 별들이 박혀 있었다. 

 툭.

 꽁초를 버리고 발로 비벼끈 후에 다시 안으로 들어가니 김우현은 푹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며 물었다.

 "쟤가 계산한다면서 뻗으면 어카냐."

 "걱정마, 안 떼먹어. 내가 계산할거야."

 "아유~, 아주 사모님이셔."

 내가 놀리자 우다영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도 어쨌든 이 회사에 지분이 있으니까~."

 "에고, 그려그려. 근데 너네 결혼은 안 하냐."

 자리에 앉아 물을 따라 마시며 묻자 우다영이 턱을 괴고는 엎어져있는 김우현을 쳐다봤다.

 "할거야."

 "응? 언제?"

 "이거 회사 다 자리잡으면. 좀 여유도 생기고 하면."

 "……스읍, 다음 생에 한다는 얘기여?"

 "뒤질래?"

 우다영이 테이블 밑으로 내 허벅지를 때렸다.

 그래도 결혼을 한다고 확신하는거 보면 둘이서 따로 얘기가 된 듯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혼 축하의 말을 미리 꺼냈다.

 "미리 결혼 축하드립니다."

 "헷."

 "뭐야, 그 웃음. 좀 별론데?"

 "뭐래~."

 둘이 결혼을 해야 개미의 발가락 떼만큼 있는 내 죄책감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음."

 김우현과 우다영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간히 빌려쓰기만 할게."

 "……?" 

 이해를 못하는 우다영. 나도 굳이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저쪽도 다 먹은거 같은데 이제 일어나자."

 "아, 응." 

 술자리를 파하고 전부 택시를 태웠다. 

 "다영아, 잘 데리고 가라. 누나도 조심히 가세요~."

 자매와 김우현을 한 택시에 태워서 보냈다. 

 성을 모르고 이름만 아는 지환이라는 사람도 인사를 꾸벅하며 택시에 올랐다.

 나와 원유찬만 남았을 때 담배를 문 그가 물어왔다.

 "형님, 근데 선배님들 따로 살지 않아요?"

 "아아~, 오늘 자기네 집에서 같이 잘거래."

 "에, 그, 그래도 돼요? 부모님도 계신데?"

 "이미 결혼약속도 하고 가족들도 많이 봤댜."

 7년이나 만났고 부모님이 김우현을 좋게 보고 있어서인지 종종 같이 여행도 갔던 모양이었다. 

 어차피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었기에 담배를 다 핀 원유찬의 등을 밀어보냈다.

 "너도 얼른 타 인마. 너네 다 가는거 보고 들어갈라니까."

 "아이구,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먼저 들어가볼게요."

 "그래~."

 마지막으로 원유찬을 보내고 나도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아 올랐다.

 뒷좌석에 앉으니 그제야 술기운이 확하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끅, 아니, 딸꾹질 나네. 야발. 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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