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126)

 

 §

 맴~! 맴~!

 아침부터 시끄럽게 떠드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 우다희는 오지 않은 상태였다.

 "네 언니는 언제 오냐."

 묻자 우다영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고 있대."

  

 그녀를 기다리는 사이에 배낭에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카메라에 필요한 장비와 노트북, 콘티까지 챙기고 잠시 기다리니 우다희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내가 꾸벅 인사하자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정말 여행을 가듯 챙이 넓은 왕골모자를 쓰고 하늘거리는 하얀색의 셔츠와 청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촬영가자아~."

 은퇴를 한지 오래됐다고 했으니 당연히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올라왔다. 

 "시우씨~, 출발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묵직한 배낭을 메고서 이들에게 인사했다.

 "며칠 뒤에 봅시다."

 김우현과 우다영, 원유찬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앞장서서 내려가는 우다희를 힐끔 쳐다봤다. 

 하늘하늘한 셔츠를 입고 있다지만 육감적인 몸매가 가려지는건 아니었다. 

 "이쪽으로 와요."

 "아, 네."

 건물의 뒤편에 있는 갓길에는 그녀가 타는 작은 쿠페가 있었다. 

 외제차를 보며 연예인 걱정은 역시 하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녀의 차 뒤에 짐을 싣는데 힘을 줘 밀어넣어야 겨우 닫혔다. 

 텅.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는데 그녀가 물었다.

 "어디부터 가면 되나요?"

 그녀가 모자를 벗으며 나를 쳐다봤다. 옅은 화장을 했음에도 내가 봤던 웬만한 여자들보다 훨씬 활기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어…, 제가 주소 불러드릴게요."

 먼저 향한 곳은 고택이었다.

 첫 날이니 만큼 아직은 빌드업에 불과했다.

 포인트를 쓴 만큼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평가를 위해 빌드업을 나름 넣어주었다.

 부웅.

  

 주소를 찍고 가는데 심심했던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남시우죠?"

 "네, 맞습니다. 우다희씨 맞죠?"

 아직은 어색한 관계를 유지해야했기에 이런 실없는 질문들도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서른인데 나이가……?"

 "저는 스물일곱입니다."

 "아~, 맞다~. 동생이랑 같은 나이죠? 애기네~."

 이십대 후반에 애기라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답사를 왔을 때는 버스에서 내려 한참이나 걸어왔던 곳이지만 차량이 있으니 안쪽 주차장까지 손쉽게 도착했다.

 텅.

 차에서 내려 바로 촬영 준비를 했다.

 빌드업을 위해 우선은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차에 기대 선 그녀가 흥미롭게 쳐다봤다.

 "혼자 하는데 힘들지는 않아요?"

 "아, 괜찮습니다."

 "어머~, 너무 딱딱하시네~."

 원래도 활기찬 성격인지 쉬지 않고 얘기를 했다.

 "전에 봤던 남편 잘생겼죠?"

 "네, 맞아요."

 성의 없는 대답에도 우다희는 쉴새없이 옆에서 조잘대고 있었고 나는 묵묵히 카메라를 세팅한 후에 드론을 띄웠다.

 "보내준 콘티는 다 외우셨죠? 한 번더 설명 드릴게요."

 고저가 없는 목소리. 오로지 일로 만난 사이처럼 딱딱하게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그녀는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 리모콘 잡으시고……. 네, 올리면서 같이 시선도요. 컨셉이 배낭 여행이라서 알다시피 차량은 나오면 안 돼요."

 설명을 들은 그녀는 금방 촬영에 집중했다. 

 우우웅! 

   

 드론이 찍는 영상은 바로 노트북으로 보내져 실시간으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한 번만 더 찍을게요. 음, 카메라 보면서 웃는거 좋은데, 살짝 이렇게 콩콩 뛰어줄 수 있나요? 더 신나게."

 "네~, 감독님~."

 다시 촬영을 하니 내가 요구했던대로 그대로 표현을 해주었다.

 군더더기 없는 실력이었다.

 "……엄청 잘하시는데요?"

 내가 감탄을 하자 그녀가 바람에 날리는 모자를 잡으며 웃었다.

 "흐응~, 당연하죠~. 배우랍니다."

 "앗, 네. 그럼 바로 다음으로 가시죠."

 다음 콘티를 훑으니 그녀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칭찬 더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감독님~."

 "음! 좋았어요! 역시 배우는 다르네요."

 영혼 없는 모습에 그녀가 입을 샐쭉였다.

 "재미없다는 얘기 많이 듣죠?"

 "아닐걸요."

 "풋, 정말요?"

 다시 말을 걸려는 그녀에게 고택을 가리켰다.

 "가방을 메고 여기서부터 걸어가는 것까지 먼저 찍을게요." 

 우다희는 나를 힐끔 보고는 흥미를 잃었다는 듯 촬영에 집중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서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따라갔다. 

 고택의 문을 양 손으로 열면서 촬영을 끝냈다.

 "네, 다음이요."

 "……이대로 끝? 너무 야매 아닌가요?"

 "야매라는 단어 오랜만에 듣네요. 괜찮아요, 잘 해주셔서 금방 끝나겠는데요."

 작은 고택이었지만 찍어둘게 많았다.

 한 시간 정도 더 찍은 후에 따로 드론을 띄워 전체적인 뷰를 담았다.

 "다음으로 가시죠."

 다시 조수석에 올라타는 나를 보며 우다희가 어이없이 쳐다봤다.

 그녀는 모자를 벗으며 피식 웃었다.

 "당돌하네?"

 §

 우다희. 

 오랜만에 하는 촬영. 겨우 감독 하나만 붙은 독립영화보다도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부우웅.

 운전을 하며 옆을 보는데 찍은 영상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동생이 말했던 것 처럼 일을 하는데에 만큼은 확실히 열정이 있는 것 같았다.

 이래놓고 작업물이 별로 안 좋으면 어떻게 화를 낼까 고민을 하는 그녀. 

 "벽화마을에서는요."

 산에 지어진 마을, 좁은 골목길에 쉼없이 펼쳐진 벽화는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유명하지 않으니 카페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들어가시면 돼요."

 짧지만 명확한 오더에 따라 금방금방 영상을 찍어댔다.

 과연 이렇게 해서 잘 나오나 싶었다.

 천재거나 아니면 말 뿐인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땀 한 번 닦고 가실게요."

 찍으며 정상을 올라오니 당연히 땀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남시우가 메고온 가방에서 작은 수건을 꺼내 건넸다.

 "이런 것도 챙겼어요?"

 의외의 준비성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네, 배우시잖아요. 매니저도 없으시고……. 여기에 스타일리스트도 없고 하니까 제가 다 챙겨야죠."

 무덤덤하게 말을 하며 촬영준비를 위해 홀로 분주히 움직이는 그를 보는 우다희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무뚝뚝하지만 의외로 귀염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끔.

 구도를 잡는 남시우를 쳐다봤다.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꾸 장난을 치고 싶었다.

 "저기요~, 감독님!"

 "네? 왜요. 뭐 필요하세요?"

 그가 난간에 서서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 있느라 시선도 주지 않은채 대답을 해왔다.

 "끝나고 뭐해요."

 "집에 가서 편집해야죠."

 "흐응~."

 생긴건 놀 것 처럼 생겨서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 같았다.

 "첫 촬영인데 그래도 회식은 해야죠."

 "우현이가 괜찮대요?"

 "아뇨! 둘이서요~!"

 일반인 중에 자신을 보고도 동요가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기에 흥미가 당겼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야한 드립을 치면 다들 당황하는게 보였는데 그 만큼은 그런게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골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희씨, 여기에 서 있다가 천천히 뒤돌아서 카메라를 올려다보면 돼요."

 "네에~."

 난간에 살짝 기댄 후에 밑에 도시 전경을 바라보다가 스윽 돌았다.

 돌 위에 서서 카메라를 서서히 올렸고 그녀도 렌즈를 쫓아 고개를 들어올렸다.

 3초.

 정적이 지나고 그가 카메라를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한 번만 해볼게요."

 노트북으로 전송된 영상을 체크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읍, 한 번만 더 찍을게요. 아,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서 손 흔들어주세요, 드론 보는 것 처럼요."

 "네에~."

 재촬영을 두 번 더 한 후에야 벽화마을의 촬영이 끝났다.

 "움직이죠."

 §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일부러 이런 컨셉을 유지했다. 

 호수공원에서의 촬영 역시 별다를 것 없었다. 

 "네, 좋습니다."

 "흐응~, 좋다구만 하네."

 다만 빌드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고 아침보다는 확실히 편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끝나고 한 잔 하자고요?"

 촬영을 끝내고 짐을 정리하면서 물었고 그녀는 그대로 떡밥을 물었다.

 "그래요~, 다영이랑 우현이랑 친구니까. 저도 친해지면 좋잖아요?"

 본 시간은 짧았지만 대충 그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고 내가 추가한 캐릭터 설정에 그녀는 높은 몰입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PM 04:36]

 아직 술집에 가기에는 오픈도 하지 않은 상황.  

 "시간이 너무 이른데……. 아니면 저희 집에 가서 드셔도 되고요. 아, 음. 아니에요."

 너무 무리수였다고 연기하면서 손을 저으니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동생의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해놓은것도 한 몫을 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보수적이신거 같은데 안 건드리겠죠? 게다가 유부녀고~."

 대사를 친 그녀가 순간 움찔했다. 몰입도가 높아도 위화감 때문에 중간중간 움찔하는 부분이 있긴 있었다.

  

 "네, 그럼 화장실좀 갔다가 사들고 가죠."

 화장실로 향한 나는 시나리오북을 확인했다.

 [몰입도 : 99%]

 [위화감 : 17%]

 다행이 아직 위화감은 한참 아래에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차에 시동을 걸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조수석에 앉으며 물으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막걸리 땡기지 않아요?"

 [술은 그녀가 좋아하는 걸로]적어놓았는데 막걸리 얘기를 꺼냈다. 

 솔직하게 말하면 와인이나 샴페인을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음, 네. 저는 상관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서 포장해서 가요. 거기 막걸리도 직접 담그거든요~."

 우다희가 원하는대로 좋아하는 곳에서 먹을걸 포장한 우리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저희 집에 가는거 남편분이 아세요?"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묻자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흐응~,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죠~."

 그 상태로 집에 들어와 한 번더 시나리오북을 확인하니 위화감이 제법 올라가 있었다.

 [위화감 : 34%]

 남편에 대한 얘기를 꺼내니 위화감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다영이는 우현이고 이 분은 남편이네."

 위화감을 올리는 키워드를 파악한 나는 입조심을 다짐하며 거실로 향했다.

 "전세?"

 "네, 2년 계약했어요."

 아직 해가 저물지도 않았는데 해물파전과 김치말이국수를 놓은채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꼴꼴꼴.

 막걸리를 따른 그녀는 사온 사이다를 탔다.

 "원래 막걸리 좋아하세요?"

 "조금? 말 놓아도 되나요, 시우씨?"

 "네네, 편하게 하세요. 친구의 누나인데 괜찮습니다."

 누나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정말? 나 누나라고 불러줄거니?" 

 "네에? 아…, 예…."

 "그럼 한 잔 하자~."

 가득 따른 술을 쭉 들이켰다.

 그녀는 마시면서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사실 옛날부터 진짜 남동생을 갖고 싶었거든~."

 얼핏 들었던 얘기였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우현이 같은 귀여운 남동생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을 자주 했거든. 얘들이 글쎄 스무살때 만나서 지금까지 계속 만날 줄은 몰랐지 뭐니."

 푼수끼가 확실히 있었다. 우다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푼수끼였다. 

 "그래요? 그럼 성공하신거 아니에요? 우현이 얻으셨잖아요."

 그 말에 우다희가 턱을 괴고 볼에 바람을 채웠다.

 "피유~."

 휘파람 비슷한 소리로 바람을 불며 시큰둥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긴 한데~. 뭐랄까. 우현이는 너무 선을 긋는다고 해야하나? 섭섭할 때가 있어~."

 하긴 김우현의 성격상 충분히 그럴 것 같았다.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하는 놈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우야, 너도 너무 무뚝뚝하고. 일만 그렇게 하면 재미 없지 않아?"

 그녀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한 잔 더 하죠."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잔을 부딪히며 그녀에게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나를 아예 이성으로 보질 않으니 술을 먹는데 경계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막걸리를 몇 잔 먹으니 나도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술을 그렇게 잘 마시는 편이 아니다보니 나름 조절을 해나갔지만 취기가 오르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은퇴한 이유가 뭐에요?"

 우선 우다희에 대한 얘기를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동생인 우다영은 고우나미우나 어쨌든 7년 동안이나 같이 있었기에 나름 잘 알지만 그녀는 달랐다.

 "은퇴?"

 술기운도 올랐겠다 원체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겠다 우다희는 턱을 괴고서 막걸리를 홀짝이며 자신의 속마음을 꺼냈다.

 "사실 은퇴하고 싶진 않았거든?"

 "흐음, 그런데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했다. 

  

 "그 전에 솔직하게 물어볼게. 너 tv나 영화에서 내 얼굴 본 적 있어?"

 우다희의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본 적이 있다고 말은 해주고 싶은데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 표정을 본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조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렇지? 대부분 단역이기도 했고……. 아침드라마다 보니까……. 기억 해주는 사람도 없고 영화에 출연 했어도 눈에 띄는 역할도 아니었거든~. 후우~."

 술냄새가 달짝지근하게 풍기는 깊은 숨을 뱉으며 조용히 자신의 막걸리 잔을 내려다봤다.

 하기사 자신이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그것이 잘 안 풀리면 얼마나 자괴감이 들까 싶었다.

 "왜요, 아까 촬영할 때 보니까 누나 연기 잘하던데."

 "어머~, 정말?"

 나를 보며 미소를 짙는데 미소에 힘이 없었다.

 "고맙네~. 우리 동생."

 우다희가 잔을 내밀었고 나는 두 손으로 부딪혀 주었다.

 "프흐~."

 술을 쭉 들이킨 그녀가 괸 턱을 풀고서 속 깊은 얘기를 더 꺼냈다.

 "드라마도 계속 찍어보려고 했는데 단역은 돈 얼마 안 되는거 알아?"

 "저는 그 쪽은 잘 몰라서……."

 "매일 찍을 수 있으면 한 달은 충분히 월급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은 주는데……. 일주일에 한 편 혹은 두 편 정도니까."

 이름이 알려진 배역이 아니라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느정도 알려진게 있으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현역에서 뛰던 사람에게 들으니 받아들이는 무게가 살짝 달랐다.

 "내가 하는 작품들이 평작이라도 됐으면 좋겠는데……. 쪽박을 겨우 면하는게 전부였었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졌군요?"

 "응~, 맞아아~. 자괴감까지 들고 우울증까지 오더라고……. 내가 이 정도였나 싶기도 하고."

  

 푼수끼는 사라지고 진심으로 소회를 풀었다. 

 "그러다가 만난게 지금 남편이고. 업체로 출장 나왔다가 만났는데 내 자존심을 엄청 올려주고 항상 옆에 있어줬거든."

 알 것 같았다. 남편인 최혁의 표정을 보니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졌었다. 

 항상 손을 잡고 놓을 생각도 없는걸 봐서는 아저 애처가인게 분명했다.

 "지금은 어떤데요?"

 "음~. 지금? 지금은 괜찮아.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으니까. 지금 삶도 만족해."

 "작품 못하는거 아쉽지 않으세요?"

 그녀의 아쉬운 점을 공략했다. 우다희는 회상에 잠긴 얼굴을 잠깐 하고는 곧 털어낸 얼굴을 했다.

 "아니, 괜찮아. 그래도 동생 덕분에 이렇게 카메라 앞에 오랜만에 섰으니까."

 "흐음……."

 "감독님이 한 번 찍어주실려고요?"

 "……."

 장난스럽게 묻는 그녀를 향해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러자 우다희가 손을 저었다.

 "어머~, 그러다가 진짜 찍어준다고 하겠네~. 됐어요~."

 "아뇨, 그게……. 아니면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나중에 제가 하는 예능에 나와주실래요?"

 "응? 그게 뭔데?"

 "사이 좋은 친구라는 예능 비슷한건데, 약간 성인용이라서. 아, 야한건 아니고. 그냥 남녀가 서로를 모르잖아요? 그런 내용을 재밌게 풀어가는거에요."

 그녀에게 사이 좋은 친구의 얘기를 꺼냈다. 당장 찍는다는건 아니고 일단 인식이라도 시켜놓을 생각이었다.

 "원래 다영이랑 했었는데 이제 안 한다고 해서요."

 "그래? 재밌어 보이는데. 나두 이제 서른이잖니? 그런 얘기 하는거 좋아하는데~."

 다시 푼수 같은 모습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자 우다희가 손을 뻗어 내 볼을 잡아당겼다.

 "으아…?" 

 놀라서 제대로 된 반응을 못했다. 우다희를 보는데 술 기운에 얼굴이 많이 붉어져 있었다.

 "아유~, 귀여워라."

 "우, 우현이가 귀엽다면서요. 제가 아니라."

 "너 같은 동생도 귀엽지~."

 술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다.

 적당히 정신은 있으면서 흐트러진 상태.

  

 "그, 그래요?"

 "그러엄~. 너 놀리구 싶게 생긴거 알아?"

 "처, 처음 듣는건데요."

  

 우다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을 치고 싶은 걸 얼굴에 다 드러내고 있었다.

 "사이 좋은 친구? 그거면 어떤 얘기하는거야? 막 그런거?"

 "네? 네…, 조, 조금 비슷하긴 한데……. 누, 누나……. 취하신거 아니에요?"

 당황한 척 하며 내 볼을 잡은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아닌데? 그럼 다영이랑은 그런 얘기 자주하는 편이야?"

 "평소에는 안 하고 촬영할 때만요. 비즈니스로."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는 우다희에게 은근슬쩍 말을 흘렸다.

 "서, 성인용품 리뷰하거나……. 요즘에 그런게 많으니까……."

 "어머~! 진짜? 그런걸 하는거야?"

 "네? 네에…. 근데 이제 컨텐츠를 다 썼고 다영이도 그만둔다고 해서……. 저도 그만하려고 했어요."

 눈을 반짝이며 내 얘기를 듣는 그녀.

 "만약에 내가 하면 그런거 하는거야?"

 "아뇨아뇨, 만약에 누나가 하면 해보고 싶은 컨텐츠가 있긴한데."

  

 뜸을 들이며 우다희의 표정을 봤다. 어서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커다란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볼을 긁적이면서 생각했던 컨텐츠를 말했다.

 "어느정도 채널이 이름은 알려졌으니까 특이한 사연 같은걸 받아서 재연한 다음에 리뷰하는 식으로 해볼려고 했거든요."

 "오~. 특히하다 얘."

 "그쵸?"

 이쯤에서 나는 그녀의 리액션에 신난 아이처럼 계획을 쭉 늘어놓았다.

 "누나가 해주면 배우니까 뭔가 몰입도 잘 될것 같고요! 댓글에 종종 사연을 적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내가 떠들자 그녀는 처음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다가 이내 귀엽다는 듯이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원하는대로 우다희의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었다.

 "어때요?"

 설명을 끝내고나니 우다희가 활짝 웃었다. 환하게 미소를 짓는데 하얀 이빨이 매우 가지런했다. 

 그저 이빨이 가지런할 뿐인데 매력적이구나 싶었다.

 "너는 진짜 일 얘기할 때 엄청 애 처럼 변하는구나?"

 "제, 제가요?"

 "응."

  

 기특한 듯 엄마미소를 지어주는 그녀를 똑바로 못보고 고개를 돌렸다. 

 "풋, 왜? 누나가 너무 매력적이라 똑바로 못 보겠어?"

 "……네."

 "어머, 진짜로? 아까는 안 그러더니……?"

 "제 얘기를 잘 들어주셔서……."

 말끝을 흐리며 쑥쓰러운 모습을 보이자 우다희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

 입술을 꽉 깨물던 우다희가 손을 뻗었다.

 "으구~, 그랬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시나리오 대로라면 그녀는 나에게 강한 보호본능겸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다른 애들은 안 들어줬어?"

 최대한 표정을 숨기면서 말을 하는 우다희에게 어색하게 웃어주며 말했다.

 "말했는데……. 아무래도 19금이라서 그런지……. 아! 제가 원래 그런걸 좋아하는건 아니구요! 그래도 틈새시장이니까 일단 이걸로 능력을 입증한 다음에……."

 "오구오구, 그랬구나. 그럼 누나가 처음 제대로 들어주는거네?"

 "네, 그렇죠……. 고마워요, 누나."

 배우가 아니다보니 감사한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 지 몰라서 일단 웃었다. 

 "하핫! 조금 유치하죠?"

 "아니이? 그게 왜 유치해, 꿈을 꾸는거잖아? 흐응~. 다른 애들은 유치하다고 해도 누나는 그러지 않아."

 우다희가 슬쩍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만 겨우 얹은채로 쓰다듬어주는 그녀에게 부끄러운 미소를 최대한 만들어보였다.

 "나도 배우를 꿈꿨었잖아. 꿈이 있는게 나쁜건 아니야. 오히려 나는 기특한데?" 

 "하하…, 칭찬 받은게 처음이라 조금 민망하네요……."

 볼을 긁적이며 연약한 척을 했다. 

 "누나……. 술도 마신 김에 부탁 한 번만 해도 돼요?"

 "으응? 뭔데에?"

 "그…, 아…, 그러니까……."

 말을 할듯 말듯 하자 우다희는 나긋하게 나를 보듬어 주었다.

 "누나한테는 다 말해도 돼에~."

 "……제대로 칭찬을 받고 싶어서요……. 안겨서……. 저, 절대 이상한게 아니라……."

 말을 뱉고나서도 무리수라고 생각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옴짝 거리는 입술로 나를 바라보는 우다희에게 말했다.

 "여, 역시 그렇죠? 죄송해요……. 술 더 드실래요……?"

 내가 막걸리를 들자 우다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도 남동생 있으면 아마 그렇게 해줬을거야. 한 번 안겨볼래?"

 우다희가 웃으면서 제안을 했고 나는 대답대신에 고개를 조그맣게 끄덕였다.

 "으구~, 우현이는 너무 철들어서 이런 말 못하는데……. 일루와, 누나가 안아줄게."

 오라면서 우다희가 내 옆 소파에 앉았다.

 나도 그녀를 따라 소파에 앉은 후에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

 역시 가슴팍에 느껴지는 커다란 존재감의 젖가슴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안고 있었기에 어차피 내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시우~. 오구오구, 꿈을 가진다는건 절대 창피한게 아니야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옆으로 안는 모양새라 자세가 어색했지만 처음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다희는 진심으로 나를 안고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이, 이제 그만 하셔도……."

 "아니야~, 나도 남동생 생기면 이렇게 해주고……, 읏…. 싶었어."

 우다희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위화감이 올라갔다는 뜻이었다.

 몰입도가 높았기에 끊기는 순간이 매우 짧았다.

 "고마워요, 누나."

 포옹을 풀고서 나는 그녀에게 다시 술을 건넸다. 

 "으구~, 귀여워라. 나는 처음에 네가 너무 무뚝뚝하길래~. 진짜 재미없겠다 싶었거든. 이렇게 귀여울 줄은 몰랐네?"

 "아, 안 귀여워요."

 "그래에?"

 시선을 피하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내 밑에서 나를 올려다봤다. 

 "동생아, 한 잔 하자~."

 "아, 네."

 공손하게 두 손으로 잔을 부딪혔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기에 위화감을 충분히 내린 후에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

 "칭찬 받는 느낌은 처음이라서……. 고마워요, 누나."

 "어머, 고마워라. 언제든지 칭찬 해줄게."

  

 점차 나는 그녀에게 귀여운 동생으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누나는 연기를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동생이 할 법한 얘기들을 꺼냈다.

 "오…, 와…. 진짜 멋있는것 같아요. 연기하는 분을 보면, 아, 누, 누나라서 더 멋있기도 하고……."

 슬쩍슬쩍 부끄러운 티를 내주니 우다희가 계속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디테일하게 적어놓은게 이렇게 효과를 높여주고 있었다.

 "아, 술 떨어졌네……."

 내가 빈 병을 흔들어보이자 우다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누나…, 더 마실래요?"

 "흐응~, 그럴까? 나 취하면 어떡하려고~?"

 당연히 덮치겠지만 일단은 민망해하며 부정했다.

 "제, 제가 뭘해요! 유, 유부녀시잖아요……."

 "유부녀가 아니면?"

 "어, 엄청 예쁜 누나요."

 "풋! 진짜아? 누나가 그렇게 예뻐?"

 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차 거리가 좁아졌다. 

 어느덧 소파 위에 다리 한 쪽을 내리고서 서로를 마주보는 형태가 됐다. 

 "누나…, 술 더 마실래요?" 

 "으음~, 그럴까?"

 "냉장고에 더 있긴한데." 

 우다영을 취하게 만들 때 사용했던 술이 남아있었다. 

 그때 제법 많이 사뒀기에 다 마시지도 못했다.

 잔과 함께 소주를 들고왔다. 

   

 "제가 외동이라 누나가 있었으면 했거든요."

 "나도 그래, 여동생 뿐이라서, 남동생 있으면 참 좋았을텐데……."

 "음…, 남동생 있으면 뭐 하려고 했었어요?"

 잔을 부딪히며 묻자 그녀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 해달라는거 전부 해주지 않을까? 남동생 너무 귀엽잖아?"  

 이번 시나리오가 끝나도 영향력이 남아있다면 그녀는 나를 아끼는 동생으로 착각할 것이다. 

 이미 우다영을 통해 영향력에 대해 일부분은 깨달은 상황.

 "저도 다희 누나 같은 누나가 있으면 좋겠네요."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은근슬쩍 그녀의 아끼는 동생이 되기 위한 밑밥이었다.

 챙.

 잔을 부딪혀 안주와 함께 쭉 들이켰다. 

 "내가 누나 해줄게~."

 "정말요? 그래도……. 남편 분이……."

 "대신에 우리 둘만 알고 있어야지~."

 비밀을 만들어나갔다. 아주 조금씩. 

 안주가 아직 남았지만 소주를 많이 마셔 더 이상 마셨다가는 진짜로 필름이 끊길 것 같았다.

 어느덧 밖에도 해가 저물어가며 노을이 지고 있었다.

 "누나, 집에는 어떻게 갈거에요?"

 말을 하는데 혀가 꼬이는게 느껴졌다. 

 "음~, 글쎄에."

 우다희도 술냄새를 풍기며 어떡할까 고민을 했다.

 "집에 남편분 없으세요?"

 "응, 출장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갔거든."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처음 들은 것 처럼 아하~그렇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아니면 여기서 자고 갈래요?"

 "내가?"

 "네, 조, 조금 그런가요? 동생으로서 누나한테 토닥여지면서 자는게 소원이었던 적도 있어서요……."

 지어낸 소원이었지만 술기운에 우다희는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으유~, 귀여웡, 그게 소원이야?"

 "어, 어릴 때 소원이었어요. 아녜요, 됐어요."

 "풋, 괜찮아. 그럼 오늘 누나랑 같이 잘까?"

 "……그, 그래도 돼요? 저희 다 성인이기도 하고……."

 일부러 현실에 대한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다희의 몸짓이 잠깐 멈췄지만 높은 몰입도는 시나리오를 강제로 진행하게 했다.

 "에이~, 그래도 동생이랑 자는건데. 남편도 이해해줄거야. 대신에 비밀로 하구서."

 잔다는게 섹스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순수하게 그저 같은 자리에서 잠을 자는 것 뿐. 

 달그락.

 "그, 그럼 치울까요?"

 쑥맥인 것 처럼 연기를 하는 것도 고역이긴 했지만 우다희의 반응이 재밌고 웃겨서 할만했다. 

 우다희와 같이 테이블을 치우고 간단하게 설거지를 할 때 그녀가 두리번 거리면서 물었다.

 "내 짐은 다 차에 있는데. 집에 혹시 입을만한거 있어?"

 "네네, 있어요. 여자 옷이 하나 있긴한데……."

 손에 묻은 물을 행주에 닦아내고 안방으로 들어가 서랍장을 열었다.

 우다영도 입었던 하얀색의 크롭탑. 

 "이거 있긴한데……."

 "이게 왜 있어?" 

 역시 남자 집에 여자의 옷이 있으니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도 성인이에요, 누나아~. 전에 만났던 친구 옷이에요."

  

 이런 말에도 그녀는 나빠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특한 눈으로 나를 봤다. 

 이제 다 컸구나 하는 듯한 분위기.

 그녀가 크롭탑을 들고서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우리 시우도 성인이었구나~. 내가 너무 애 취급했나~?"

 "그럼요……, 저도 성인인데요……."

 스킨쉽에 부끄러워하니 나를 너무 귀엽게 보고 있었다. 이런 눈빛을 받은게 처음이라 시나리오여도 당황스럽긴 했다.

 "갈아입고 올게~. 누나 훔쳐보면 안 된다~."

 "아, 안 봐요!" 

 "으구~, 귀여워."

 입에 귀엽다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많이 사용했다. 

 작은방으로 가 갈아입는 동안에 나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달칵.

 오늘 입었던 옷을 세탁기에 넣을 때 작은 방에서 그녀가 나왔다.

 쫙 달라붙는 크롭탑과 돌핀팬츠.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이 출렁였다.

 다만 자기관리를 잘해서인지 몸매가 매우 탄탄했다.  

 우다희는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잘 어울리니?"

 "네, 엄청요."

 내가 엄지를 들어보이자 우다희가 피식 웃었다.

 "근데 옷이 좀 작다 얘."

 "그래요?"

 우다영이 늘씬한 스타일이라면 그녀는 잘 빠진 슬랜더 같은 느낌이었다.

 보이는 배에는 선명하진 않지만 11자로 복근이 살짝살짝 보였고 벌어진 골반과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는 주먹이 하나 정도 들어갈 것 같았다. 

 왜 이런 사람이 연예인으로 성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흐응~."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그녀가 흐뭇한 미소로 내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누나가 민망하잖니?"

 "죄, 죄송해요."

 "아냐~, 너두 성인이구~, 남자니까 그럴 수 있어요~."

 나긋한 목소리는 여유가 있었다. 이성으로 보질 않았고 또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좀 더 편한 리액션이 나오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좋았다.

 "아…, 맞다. 누나 안 씻어도 돼요?"

 "아참."

 나는 또 다시 뻘쭘하게 웃으며 말도 안되는 부탁을 전했다.

 "누나…, 소원이 더 있긴한데 조금 민망해서……."

 "뭔데에~. 누나가 된 김에 다 들어줄게~."

 술 때문에 그녀가 잠깐 비틀거렸다. 나는 어색하게 볼을 긁으며 말했다.

 "어릴 때 누나랑 같이 씻는것도 로망이었거든요……."

 이젠 무리수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같이 씻으면 안 될까요? 동생 부탁인데……."

 부탁이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진 그녀가 내 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주 응큼하네 진짜루~."

 "……한 번만……."

  

 애처롭게 쳐다보자 그녀가 내 두 볼을 잡아당겼다.

 "오구오구~, 동생이 그런 눈빛을 하면 누나가 마음이 아파지잖니! 그렇게 하고 싶었어?"

 "네에……."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그저 동생이 하는 부탁에 불과했다. 불순하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는 그녀. 

 "알았어, 같이 씻자."

 "앗, 정말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신나하며 눈을 크게 뜨고 꾸벅 인사를 하자 우다희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쿡쿡, 그렇게 좋아?"

 "네!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어머~, 그래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다희는 그저 아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누나가 된 김에 원하는거 다 들어줄게에. 뭐든 말하렴."

 "이 정도만 해도 만족할 수 있어요."

 아직은 어리숙하고 쑥맥인듯 연기를 해야했기에 이걸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다희는 착한 나를 보며 그저 미소를 지었다.

 "옷 버, 벗을까요?"

 "왜 이렇게 긴장했니~. 일루와, 누나가 벗겨줄게."

  

 평소 그녀가 원했던 남동생에 디테일을 더 했다. 그러다보니 겨우 3살 차이임에도 아주 어린 동생을 대하듯 했다. 

 "자, 만세에~."

 유치원 선생님처럼 말을 했고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손을 들었다.

 사락.

 옷을 벗고나서 부끄러운 척 손으로 가슴을 가리자 우다희가 내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누난데 왜 부끄러워 해. 자~."

 우다희가 무릎을 꿇고서 어린 동생을 씻기기 위해 바지를 잡았다.

 "이제 바지도 벗자~."

 반바지와 팬티를 잡고 쓰윽 벗긴 후에 곱게 개다가 눈 앞에 그림자가 지자 고개를 들었다.

 "어머……?"

 아직 발기하진 않았지만 뭉툭한 물건에 우다희가 움찔했다. 

 당황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남편의 물건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놀란 것을 보아 대충 가늠이 됐다.

 "너, 너무 작죠……."

 민망함에 손으로 고간을 가렸고 정신을 차린 우다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그…."

 처음으로 여유가 사라지고서 나를 올려다봤다.

 "그…, 이게…."

 우다희가 말을 더듬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 이 정도……?"

 "크면 더 커지긴 하는데……. 그래도 작은게 컴플렉스라서……."

 "아니야~. 이 정도면……."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누, 누나. 누나도 벗으셔야……."

 "아, 참……."

 아직 충격에서 못 벗어났는지 당황한게 눈에 보였다. 

 비틀.

 크롭탑을 벗고 돌핀팬츠를 벗는데 중심을 잃고 옆으로 기울었다.

 시나리오에 없었지만 술 기운에 아마 그런 것 같았다.

 덥썩.

 그녀의 얇으면서도 탄력있는 허리를 안았다.

 "어머…."

  

 내게 안긴 그녀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면서 급히 일어났다. 

 "미안하다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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