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다영.
첨벙.
넓은 욕조로 발을 넣었다.
"얼른와."
"……왜 같이 씻는거야아."
"연인인데 이런거 해보고 싶었어."
남시우의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와 같이 일하는 동안에 남자친구와 해본 적도 없는걸 많이 알게된 시간이었다.
그녀는 긴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후에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
그가 손을 뻗어 잡아당겼고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대는 모양이 됐다.
"아~, 좋다."
남시우의 말에 우다영은 샐쭉이며 말했다.
"너두 그러니까 얼른 여자친구 사겨."
"지금 여자친구랑 하고 있잖아."
"……으씨. 딱 연기 할 때까지만이야."
"그럼그럼."
그의 품에 안기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처음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몇 번이고 몸을 섞으면서 많이 익숙해진 탓이었다.
촤악.
물을 가르고 온 손이 그녀의 손을 맞잡아 깍지를 꼈다.
"밑에 또 커졌는데……? 너만 이런거지…?"
"응? 글쎄다 다른 남자꺼 볼 일이 없으니까."
"……."
남시우의 정력은 끝이 날 생각을 안 했다.
그가 손을 내려 음부를 건드리니 찌릿하면서 아파왔다.
"아파, 부엇나봐."
"스읍, 러브젤 쓸걸 그랬다."
"왜 그렇게 되는건데."
남시우가 어깨에 얼굴을 이며 귓볼을 살짝 깨물었다.
"앙!"
예민해진 탓에 교성이 터져나왔다.
"남자친구랑 보낸 하루는 어땠나요, 다영씨."
"또 카메라로 찍고 있지?"
"당연하지."
카메라가 물에 젖을까 물이 안 닿은 위 쪽 찬장에 두긴 했지만 소리나 영상은 그대로 담기고 있었다.
"에효~."
한숨과 함께 몸에 힘을 풀고 그에게 온전히 기댔다.
"그랫 어땠냐구."
"좋았다구~. 뭘 자꾸 물어~."
"그래에? 다행이구만."
"……."
우다영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여자친구 진짜 안 만들거야?"
"아는 여자가 있어야 만나지. 여소좀 해주라."
"……여소 몇 번 해줬냐 내가. 응? 아주 그냥 너 그것만 하고 자꾸 헤어지는데 쓰레기라고 소문이 났어요, 이 양반아."
질책아닌 질책에 그가 말했다.
"너도 알잖아. 내꺼 웬만한 여자 아니면 감당을 못해요."
"……."
그의 말이 맞았다. 전에는 그저 한 번만 하고 버리는 쓰레기 같은 애라고 어느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라서 만나고 있는거였지 만약 제 3자였다면 자신도 그를 욕했을 것 같았다.
"처음엔 감당 못한다고 헤어졌다가 나중에는 다시 연락오드라……. 이미 까놓고 다시 만나야 될 이유가 없잖아."
"……그, 그렇지."
어느샌가 그의 말에 동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섹스가 아니라 진짜 사랑을 하고 싶다고. 꽁냥거리고 그런거."
"……네가?"
"대체 너한테 나는 어떤 이미지였던겨."
"……좀 나빴지."
남시우가 지긋이 눈을 감고서 볼을 문댔다.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밑에가 그냥 클 뿐이지…. 그래서 너네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해."
"……그래?"
"응, 그래서 너네 커플이 끝까지 결혼에 골인 했음 좋겠다야."
알몸으로 서로 붙은 상태로 진지한 얘기를 했다.
"너네 커플은 나한테 자랑이야. 진짜로."
"그,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이야. 근데 걱정되는게……."
남시우가 속삭이는데 귓가가 간지러웠다.
"나랑하고나면 이제 평범한 섹스는 못할텐데……."
"뭐래. 아니야."
"그래? 그럼 진짜 다행이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를 보면서 우다영은 움찔했다.
차마 전에 김우현과 했었던 일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만 더 할까?"
"아프다구~."
"아~, 한 번만."
"……."
그의 요구에 우다영은 뾰로통하게 그를 봤다.
"한 번 뿐이다……?"
아래가 아프긴 하지만 그와 할 때면 온 몸에 힘이 풀리고 나른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기대하며 남시우를 쳐다봤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딱 한 번이면 돼."
§
다음 날.
아침 햇살을 맞으며 두 손을 잡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며 우다영이 말했다.
"한 번이라매! 한 번이라매!"
그녀가 반대편 손으로 찰싹 때렸다.
"……그러게."
핸드폰으로 얼굴을 확인했는데 퀭했다.
불알은 뽑힐듯이 아팠다. 진짜 텅텅 비게 짜낸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으씨……."
그녀는 모르고 있었지만 회사로 가는 길 내내 계속해서 손을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서 인지 슬쩍슬쩍 허리를 잡아도 굳이 제제를 가하지는 않았다.
취익.
버스에서 내려 회사 앞에선 나는 손을 풀며 말했다.
"아무리 잡고 싶어도 우현이한테 보이면 안 되니까."
"아! 그, 그래……."
"다영아, 그래도 답사 하는 동안에 도와줘서 고맙다야. 오늘 포트폴리오 써서 제출해볼게."
"으응……."
앞장서서 회사 위로 올라가는데 뒤를 보니 어딘가 아쉬운 느낌으로 자신의 손을 보고 있는 우다영이 보였다.
이제 시나리오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김우현과 원유찬이 있었다.
"시우야, 다영아, 고생했어. 힘들었지?"
"노놉, 힘들진 않았어."
"……그런거 치고는 네 얼굴 봐라."
김우현의 걱정에 거울을 보니 확실히 기운이 다 빨려 있는 상태였다.
반면에 우다영의 얼굴은 탱글한게 정기를 빨아먹는 구미호가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튼,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일단 답사 가서 자료들 가져온거 취합해서 보내줄게."
"아, 고마워. 고생했어."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할 타이밍이었다.
자리에 앉아 아직도 뻐근한 불알을 한 차례 쥠으로써 자세를 고쳐잡았다.
"음…."
백업한 자료들을 정리한 후에 구도까지 콘티를 짜서 브리핑 자료를 만들었다.
점심까지 먹고 오후까지 일을 하고나서야 만들 수 있었다.
짝짝!
회의를 위해 박수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헤이헤이, 모여봐봐, 회의하자."
중앙에 마련한 길다란 테이블에 하나둘 앉았다.
드르륵.
화이트보드 게시판을 끌고온 후에 취합한 자료들을 하나씩 붙인 후에 브리핑을 시작했다.
"전부 다 가보긴 했는데, 우선은 거기서 요구한게 요즘 젊은 감성이라매. 그래서 보정을 조금 진하게 줄 생각이야."
김우현은 메모까지 해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비율은 이런식으로 짤건데 어떻게 생각해."
"음…. 괜찮은거 같아. 한 번 물어볼게."
"오키, 그럼 다음에는 문구를 만들건데, 편집 다 끝난 다음에 하려고. 구도는 이런식으로."
길어지는 회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메모해두었다.
"찍는 기간은 얼마 정도 걸릴 것 같아?"
"음…, 못해도 일주일은 걸리지 않을까? 그리고 나 혼자 가야된다며."
우다영이라도 데려가고 싶었지만 회사 요건상 힘들었다.
김우현과 원유찬 둘이서 하기에는 들어오는 일의 무게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가능하겠어?"
"차라리 잘 된거 같여. 핸드로 찍는게 여행 느낌도 나고 훨씬 좋지."
회의를 끝내고 곧장 퇴근 준비를 했다.
"우현아, 먼저 퇴근할게, 오늘 너무 피곤해서 일 더 못하겠네."
"아, 그래그래. 고생했어."
김우현이 직접 일어나 나를 배웅까지 해주었다.
툭.
1층 계단에서 그의 어깨를 툭하고 쳐주며 말했다.
"우현아, 믿어줘서 고맙다."
"에이, 오히려 열심히 해주니까 내가 더 고맙지. 힘들텐데 이번만 지나면 직원을 더 뽑아볼게."
"그랴그랴."
오글거리는 말이기에 둘만 있을 때 일부러 꺼냈다.
김우현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받아둘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추후에 진행될 다른 에피소드에서 쌓아놓은 신뢰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럼 간다~."
손을 저어 인사를 해주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
하루는 푹 쉴 필요가 있었다.
"아~, 진짜 2박 3일동안 개빡시네."
빨래를 돌려놓고 잠시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잠에 들었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차 싶어서 돌렸던 빨래를 널고 찬장에서 컵라면을 꺼내 뜨거운물을 부었다.
"흐아암."
피곤이 가시질 않아서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해야만 했다.
"하암."
연달아 하품을 하고는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컵라면을 들고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킨 후에 노트북에 백업해놓은 영상들을 옮겼다.
"후룩."
유튜브를 보며 라면을 비운 사이에 업로드가 끝난 영상들을 하나씩 살폈다.
따로 슬레이트를 치지 않아 음향이 들쭉날쭉이었다.
편집점을 찾는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하긴 해야지……."
딜도 플레이, 야외 노출 플레이, 그리고 연인인척 한것까지.
따로 잘라서 편집을 시작했다.
편집이 끝나가니 어느덧 해가 떠올라 있었다.
"이건 나중에 요긴하게 쓰고……."
편집한 파일들을 따로 저장했다.
[우다영]
파일에 들어가 동영상을 정리한 후 뽑아놓은 다른 자료들을 챙겼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영상]
내가 봐도 그럴듯하게 내려온 공문 같았다.
그걸 소중하게 가방에 챙긴 후에 출근을 위해 나섰다.
오늘 목요일 아침은 제법 그럴싸하게 화창한 날이었다.
하늘에 흰 구름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지만 날은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인듯 했다.
점심쯤이 되면 다시 찌는듯 더울테지만.
취익.
버스에서 내려 회사에 도착하니 나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암. 아오, 졸리네."
대충 씻고 나오긴 했는데도 피곤했다.
자리에 앉아 어제 지적을 받은 부분들을 수정하고 있으니 하나둘 출근해 자리를 채웠다.
"유찬아, 담배 하나 빨자."
"옙."
먹을걸 잔뜩 사들고 온 원유찬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가 담배를 물었다.
담배 하나 피고 올라와 원유찬이 사온 음식 몇 개를 주워 먹으니 배가 좀 차는 듯 했다.
"시우야."
파티션 옆으로 온 김우현이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뭐여?"
"이거 이번에 대여한 거 목록들."
드론뿐만 아니라 카메라나 마이크까지 장비가 제법 있었다.
"아, 땡큐."
점심시간이 지나니 대여한 목록이 퀵으로 배달이 왔다.
촤악.
포장을 뜯어 장비를 하나하나 체크해본 후에 컴퓨터와 연결해 내 취향에 맞게 밸런스 조정을 끝냈다.
겨우 네 명 밖에 없는 회사였지만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래도 쉬는 시간이 있었기에 그 새에 우다영에게 다가갔다.
음향 편집을 하고 있던 우다영의 파티션에 팔을 기대고서 말했다.
"헤이. 담배 하나 피자."
"……뭐래, 나 담배 안 피는거 알자네."
"성인지 감수성."
그 단어에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봤다.
"벌써 결과가 떴어?"
"어, 그쪽도 급했나봐. 관계자 말 들어보니까 실적을 빨리 내야한다고 하던데."
"정말?"
나랏돈으로 운영하는데 겨우 하루만에 결과가 뜰리가 없었다. 하지만 낮은 위화감 덕에 별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그것때문에 얘기를 하려고."
"아, 응. 뭔데."
계단을 올라 옥상문을 열었다.
3층은 임대를 내놨기에 지금 아무도 없었고 옥상 역시 버려진 물건들만이 있었다.
담배를 일단 하나 물고서 말했다.
"일단 합격하긴 했거든. 그거 봐봐."
건네준 자료를 읽는 우다영.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었데. 만약에 너가 괜찮으면 오늘 찍어서 내일 보내려고 하는데."
"……하루만에 가능해?"
"응, 혹시 몰라서 콘티 다 짜놓긴 했어."
"……."
우다영은 팔짱을 낀채로 고민했다.
"하루만에 할 수 있지?"
"할 수야 있지. 후우."
담배 연기를 보던 우다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믿고 해볼게. 포트폴리오까지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
"응? 뭐 네가 싫다고 하면 안 찍을 생각이었어, 강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우다영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 수줍게 말했다.
"그래도 고마워. 너 일하는거 보니까 알겠드라."
"……뭘?"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 늘솜 스튜디오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게 너랑 우현이잖아."
그녀에게 박아넣은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물론 시나리오 외에도 평소에 내가 쌓아놨던 모습들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네가 할 때마다 싫어하니까는. 나는 더 하고 싶긴한데, 딱 이것까지만 찍고 그만 찍어도 돼."
"……그, 그래도 돼?"
"응, 돈은 충분히 벌었으니까. 입금되는 대로 바로 줄게."
그 말에 어딘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짓는 우다영이었다.
나름 몇 번의 촬영에서 이 채널에도 정을 붙였기에 그런 것이다.
"자자~, 일단 들어갑시다~."
꽁초를 바닥에 버려 발로 비벼 끄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퇴근하고 바로 우리 집으로 오세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말을 해주었다.
"알았엉."
우다영의 대답을 들으며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며 거울을 보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퀭했던 얼굴이 제법 돌아와 있었다.
뻐근했던 불알과 당기듯 아팠던 좆대도 이젠 괜찮은 것 같았다.
"나이 먹고 조진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만?"
아지 27살 밖에 안되긴 했지만 20살 새내기들에 비한다면 틀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긴 했다.
손을 씻고 나와 일을 마무리 짓고 퇴근을 하려는데 원유찬이 붙잡았다.
"형님, 오늘 한 잔?"
"너는 뭐 맨날 한 잔 하자고 허냐. 내일 묵자."
"아~, 지금 땡기는뎅."
"내일 먹자 유찬아. 내일 내가 살게."
아쉬워하는 원유찬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김우현과 우다영의 데이트가 있었기에 데이트가 끝나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