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126)

 §

 집. 

 홀로 의자에 앉아 펜대를 굴리며 마지막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갔다. 

 "이번에는 조금 길게 가야겠네……."

 대기시간으로 적혀있는 쿨타임이 걸리긴 하지만 이번에는 호흡을 길게 가져갈 생각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평작 다음을 한 번 노려봐?"

 라고는 말했지만 어떤식으로 써야할지 감도 안 잡혔다. 

 다만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대신에 포인트는 아껴두기로 생각했다.

 "기간은 일주일 정도로 잡고……."

 하루하루를 다 짜야 했으니 팔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대신에 나를 이렇게 빡세게 굴렸으니 나름의 보너스는 챙길 생각이었다. 

 "아주 느긋하게 해야지."

 지금까지 시간에 쫓겨 급하게 한 느낌이라면 이번엔 시간을 두고 아주 천천히 즐길 생각이었다. 

 슥, 슥슥.

 다 짜놓은 시나리오를 모니터에 올려놓고 적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쓰는 데만 며칠 걸리겠네, 시발거."

 다만 쓰는 동안에 푸념이 끊이질 않았다.

 §

 미팅날. 

 여전히 밖은 흐렸지만 비는 조금 멈춘 상태였다.

 우다영의 언니가 오는 날이었기에 나와 원유찬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문을 쳐다봤다.

 "배우 저 처음 봅니다."

 "나도."

 연극영화과 애들이야 종종 마주친 적도 있었고 사내 홍보 영상을 찍을 때 아마추어 배우를 몇 번 본 적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라도 나왔던 배우는 처음이기에 기대에 찰 수 밖에 없었다.

 "형님, 예쁘겠죠?"

 "얌마, 배우니까 예쁘지."

 "근데 유부녀라시니까……."

 어딘가 실망한 듯한 눈빛을 보내는 원유찬을 향해 어른으로써 말해주었다.

 "유부녀가 최고인것을……."

 "그래도요."

 "유부녀라 꼴리는게 아니라 꼴리니까 유부녀가 된거야. 명심해둬."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원유찬은 여전히 이해못하는 얼굴이긴 했다.

 "그래도 남의 여자는 별로 안 끌려요……."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지."

 시나리오 북을 얻고나서 새롭게 취향을 개편했지만 그걸 굳이 입 밖으로 꺼낼 이유는 없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얼른 준비나 해~."

 얘기를 나누고 있던 우리에게 우다영이 다가와서 과자박스를 건넸다.

 "꺼내서 세팅해. 제대로 안 하면 안 한다고 했다구."

 "알았다, 알았어."

 세팅을 끝내고 잠시 고개를 들었는데 김우현은 브리핑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다영의 친언니인데도 엄청 열심히 준비하는구나 싶었다.

 "어~! 언니, 왔어? 잠시만!"

 왔다는 전화에 다들 자리에 착석하고 문쪽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우다영하고 똑같이 생겼으려나하고 잡생각을 할 때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띠리릭.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우다영. 

 평범하게 흰색 티에 청치마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면 그녀의 뒤에서는 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는 웨이브를 넣어 찰랑거리고 있었다. 

 빛을 받아 반짝일 정도로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분홍색 실크 재질의 펑퍼짐한 블라우스를 입었음에도 우다영의 자매라는걸 알려주듯 가슴의 존재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거기에 아래는 회색의 딱 붙는 치마를 입고 안에 블라우스를 넣어 성숙함을 뽐냈다.

 또각.

 핸드백을 손목에 걸치고서 구둣발로 걸어오는데 진짜 배우는 다르구나 싶었다.

 "어머, 우현아, 오랜만이야~."

 그녀가 얇으면서 긴 하얀 손가락을 살짝 들어올려 인사를 하는데 우다영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그런 세련됨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누나!"

 김우현을 따라 우리도 인사를 했다. 

 옆에 앉은 원유찬은 시선을 도저히 떼질 못하고 있었다. 

 도도하게 상석에 앉은 그녀가 나와 원유찬을 스윽 본 후에 바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래~, 어떻게 날 꼬시려고? 흐응~, 한 번 들어보자~."

 우다영과 자매답게 비슷하긴 하지만 늘씬한 느낌보다는 슬랜더 같은 느낌이 강했다.

 다이어트와 운동 같은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서인지 허리와 팔쪽이 훨씬 얇고 탄력 있어보였다.

 막상 우다영과 둘이 같이 있으니 자매답게 생긴게 비슷하긴 하다만. 

 "예, 우선 시작하기 전에 직원부터 소개드릴게요. 여기 늘솜스튜디오 팀장 남시우입니다."

 "안녕하세요!"

 활기차게 인사를 했고 그녀는 싱긋 미소만 지어줄 뿐이었다.

 "그 옆에는 편집팀에 있는 원유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역시 마찬가지로 싱긋 미소만 지어줄 뿐이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그때 우다영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평소엔 걍 츄리닝만 입더니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차려입고왔대.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응흥~. 뭐가~. 그래도 배우인데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니?"

 "……."

 우다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고 김우현도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바로 브리핑 시작할게요."

 며칠 동안 준비를 한 탓에 브리핑은 흠잡을 곳 없이 청산에서 내려오는 유수처럼 술술 흘러갔다.  

 언니인 그녀는 차분하게 앉아 브리핑을 듣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개런티는?"

 "그 부분은 계약서를 준비해놨습니다."

 "어머, 역시 우현이가 준비는 철저해~."

 나긋하게 흘러가는 목소리. 

 "여기다가 사인하면 되는거야?"

 "계약서 설명해드릴게요. 여기 1조 부터 보시면……."

 천천히 계약서를 설명해나가고 그녀는 차분하게 들었다.

 "교통사고, 상해는 적어놓고 촬영중에 상해를 입었을 때 그건 안 넣었네?"

 "아, 바로 추가할게요." 

 "아직 미흡하네."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지적하고는 바로 수정토록 했다.

 "좋아, 괜찮네."

 수정을 거친 후에야 사인을 마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촬영은 언제부터니?"

 "답사 끝나고 다다음주 부터 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 전에 미팅 한 번 더 하자. 확실하게 얘기는 듣고 가야하니까."

 "아, 네."

 그녀가 일어난 사이에 내가 계약서를 챙기면서 이름을 확인했다.

 [우다희]

 §

 목요일.

 며칠동안 써내려가던 시나리오 북을 완성했다. 

 "와, 씨."

 적은 페이지만 잡아봐도 확실히 두께가 달랐다. 

 휙휙.

 팔을 휘저으며 푼 후에 한 번더 읽어봤다. 완벽하게 내가 숙지를 해놔야 써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엔 포인트 없이……."

 텁.

 북을 덮어놓고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봤다.

 "답사 끝나고 다담주부터니까……."

 우다희. 자매라 비슷하게 생겼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뭔가 더 기품있고 어른스러운 느낌.

 한 번도 연상을 만나 본 적 없었기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흐음……. 이번에 끝나면 한 번 건드려봐야겠는데? 일단~! 다영이부터."

 입가엔 재활용 하기엔 너무나 무쓸모인 짙은 미소가 맺혔다.

 우다영.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녀는 손에 들린 종이 몇 장을 차례로 읽어보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남시우가 건네준 한 제안서가 있었다.

  

 [성인지감수성 영상자료 제안서]

 자신의 방 침대에 걸터앉은채로 몇 번이고 읽었다. 

 아무래도 채널을 운영하는 그에게 연락이 오는건 당연했다. 

 뿐만 아니라 제안을 받고 바로 진행을 할 수는 없으니 같은 동료인 자신에게 주는 것도 당연했다.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는데."

  

 남시우에게 들은 얘기로는 현재 8화까지 순서대로 올라갈 예정이고 현재는 4화까지만 올라간 상황.

 다른 채널에 비해 수위가 낮고 또 성에 관한 내용을 재치있고 부드럽게 표현을 하다보니 훨씬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

 "……젠가가……. 수위가 낮았던건가……."

 보수적으로 살았던 그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남자친구가 아닌 남사친과 하루종일 섹스를 해댔으니 그게 수위가 낮은건가 싶기도 했다.

 "……하아."

 그녀는 이마를 짚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됐든 덕분에 이렇게 나라에서 일거리를 주었으니 기쁜 일이기는 했다.

 다만 이렇게 스케일이 커지면 남자친구에게는 언젠가 들킬게 분명했다.

 "……."

 핸드폰을 들어 남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뭔일이여.]

 "그게…. 다른건 다 괜찮은데……. 스케일이 커지는 것도 그렇고 너랑 하는 것도 남자친구에게 걸리고……."

 [그래서 전화한겨?]

 남자친구인 김우현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괜찮어, 네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거니까. 마음 편하게 생각해. 항상 네 편이니까.]

 남시우의 말에 그나마 마음에 죄책감이 좀 낮아진 것 같았다. 

 [그래도 하게 되면 우현이한테는 나중에 알려줘야지.]

 "여, 역시 말을 하는게……. 그럼 우리 둘이 한건……."

 [그건 숨겨야지. 나도 너네 커플 헤어지는건 싫기도 하고.]

 숨긴다고 그게 될까 싶었다.

 [천천히 생각해보고 말해줘. 우현이를 위한 일이니까.]

 "……."

 다시 전화를 끊고 한 번더 제안서를 읽어보았다. 

 "후우……."

 금액도 괜찮았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녀의 고민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토요일]

 [08:23]

 가족과 아침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눈에 거슬리는 제안서를 집어들었다. 

 "이번만……."

 딱 한 번만 더하고 이 돈을 받고 끝내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그동안 남시우와 했던 그 관계들이 떠올라 자꾸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그동안 솔직하게 말해서 남시우가 대학교, 회사에서 많은 여자들과 만나는걸 보면서 왜 저렇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항상 가벼운 만남을 추구했던 그였지만 이상하게 여자들이 매달렸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니…, 차, 찾아왔었나……?"

 기억이 살짝 어지러웠다. 

 "걔가 맨날 매달렸던거 같은데……."

  

 그녀의 머릿속에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여자가 매달렸던 기억과 반대로 그가 매달렸던 기억.

 약간은 혼란스러운 기억이 차츰 진정이 되니 다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매달렸던게 다……."

 그의 성관계 때문일 수도 있겠단 생각.

 아래가 간질간질하면서 그럼 이번 영상을 찍으면서 또 그와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니, 제안서 대로라면 분명히 하게 되겠지.

 "……."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쉼호흡을 했다.

 "후우우~."

 마음을 다 잡은 그녀가 남시우에게 전화를 건 것은 오후가 되서였다. 

 §

 시나리오 북을 보면서 아주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

 "으흐흐."

 이번에 해볼 실험으로는 바로 기억조작이었다.

 워낙 가벼웠던 만남들이었기에 여자들이 매달렸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북이라면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이게 되면……. 진짜 영화처럼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 수도 있는거잖아?"

 만약이라도 그렇게 된다면 시켜볼게 많았다. 

 우다영의 연락을 기다리며 방대한 시나리오를 숙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게 우다영에게만 되는게 아니니까……."

 내가 우다영의 언니인 우다희에게도 써볼 생각을 했던 것 처럼 김우현에게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스읍, 진짜 거기까지 가면 너무 미안한데……. 꼴리네."

 야동에서나 볼법한 일들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점심을 시켜먹고 빈둥대며 북이나 읽고 있을 때 드디어 우다영에게 연락이 왔다.

 [만약에 하게 되면 뭐 어떻게 하는건데?]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구성하면 지금처럼 내 계획대로 이끌 수 있었다. 

 입가에는 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거기 적혀있는대로지 뭐. 아니면 내일 만나서 회의 한 번 할래?"

 일부러 회의라는 단어선택을 했다. 

 [알겠어, 그럼 내일 네가 와.]

 "……네가 와."

 [네가 와~. 너무 멀잖아~.]

 "……나는 안 머냐. 알았다. 갈게."

 이런 티키타카는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이 정도는 애드립 정도로 볼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

 일요일. 

 아침부터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대충 털어 말린 후에 옷을 챙겨 입었다.

 검정색 티 뒤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이 적혀져 있었고 진청의 청바지를 입었다.

 단화를 구겨 신은 후에 밖으로 나오니 후덥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장마가 아직 덜 끝나서인지 하늘은 여전히 흐릿하면서도 푸른 하늘이 간간히 보였다.

 부웅.

 버스에 올라 우다영이 있는 동네로 향했다.

 아직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한참이나 달려 가야했다. 

 취익.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는데 저 멀리서 우다영이 걸어오고 있었다.

 저벅저벅.

 나와는 반대로 흰색의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작은 백을 크로스로 매고서 오고 있었다.

 "가슴골 다 보인다야."

 보자마자 하는 말에 우다영이 혓바닥을 내밀며 메롱을 했다.

 "자~, 더우니까 일단 카페로 갑시다."

 "예이~."

 친구로 지낸지 오래되다보니 별말없이 걸어도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나만.

 옆에서 걷는 우다영을 보니 어딘가 나를 의식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내가 설정으로 추가한거지만.'

 당연하게도 시나리오에 적어놓은 그녀의 설정이었다. 

 전작들에 영향을 받아 조금이라도 야한 생각이 들면 바로 내가 생각나도록 해두었다.

 나와 하고 싶다던가 그런 1차원적인 암시가 아니었다. 

 드라마에서 키스장면이 나온다거나 김우현과 손을 잡았을 때 그저 나와 했던 생각들이 겹쳐서 떠오르게 적었을 뿐이었다.

 딸랑.

 카페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시켜놓고 마주 앉았다.

 "그래서 어떤건데……?"

 "뜬금없이?"

 "아니이~, 그거 제안서 말이야."

 "커피 받고 얘기해줄게."

 곧 커피를 받아들고 온 나는 맞은편에 앉으며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별건 아니여, 우리한테만 제안서가 온건 아니고."

 "……?"

 "다른 채널에도 연락이 간 모양이더라고."

 "아. 왜?"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것 역시 몰입도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이거 할 거니까 포트폴리오 같은거 만들어서 내라 이거지. 그 중에 택하겠단 거지."

 "아~. 뭐야, 그럼 완전히 된 것도 아니네……."

 "그렇지. 그래서 물어본겨. 할건지 안할건지."

 이제야 이해가 된 그녀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기다렸다. 

 "포트폴리오면 어떻게……?"

 "제안서 제대로 읽은거 맞지?"

 "아~, 읽었다구! 구성을 어떻게 할건지 묻는거잖아아."

 이번엔 진지한 얼굴로 커피를 내려놓고 말했다.

 "만약에 하게되면 제안서에 적힌대로 우리 컨셉으로 포트폴리오를 찍을건데, 읽었다시피……."

 그녀의 핸드백에 가져온 제안서가 보였다.

 제안서를 손으로 가리켰다.

 "일반적인 성교육 영상은 아니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잖아? 그래서 그 성향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거니까."

 "……."

 "그래서 우리한테 연락이 온거고. 유남생?"

 "응, 그럼……."

 우다영은 라떼에 올려진 빨대를 입에 물고 나를 쳐다봤다.

 "답사기간 동안 포트폴리오도 같이 만들거야. 우린 야외에서 만드는거지."

 "그렇구나…. 자, 잠깐만! 야, 야외?"

 "응, 일반적인 관계는 이미 많잖아. 거기서 말하는것도 다양한 성적취향을 교육 하기 위해서 이번에 제안을 하는거니까."

 "……아. 응."

 우다영이 빨대를 입술로 잘근잘근 물다가 말했다.

 "언제부터 할거야?"

 "내일부터. 준비는 내가 다 해놓을게. 어차피 안되면 우현이가 알 일도 없으니까."

 "……응."

 괜히 금, 토, 일이라는 시간을 잡아먹은게 아니었다. 

 같이 점심을 먹고 헤어진 후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나리오북을 열었다.

 [몰입도 : 25%]

 [위화감 : 4%]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고 충분한 시간까지 느긋하게 주니 몰입도는 안정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위화감은 예상대로 낮은 편이었다.

 "으그그~."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내일부터 진행할 포트폴리오를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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