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26)

 §

 다음 날. 

 일어난 우다영은 나를 깨웠다.

 "우현아, 출근해야지이~."

 "아, 그래."

 촤악.

 커튼을 친 그녀가 어느새 씻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나를 깨운 것이다.

 "시우가 뭐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나 먼저 출근할겡~, 바로 와야 돼~, 알았지?"

 "어어."

 저 탐스런 엉덩이를 보니 다시 아래가 불끈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띠리릭.

 먼저 출근한 그녀를 두고서 나는 황급히 거실로 가서 숨겨뒀던 시나리오 북을 열었다.

 [#1scenario 연인]

 [등급 : 망작]

 [영향력 : 0]

 [명성 : -47]

 [평]

 [: 준비 안 된 작가의 준비 안 된 시나리오]

 [총체적난국]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작품]

 [세상에 다시 나와서는 안 될 정도로 망가진 작품]

 [point : 0]

  

 [다음 작품에서 몰입도 -20%]

 [다음 작품에서 위화감 +20%]

 차마 두 눈 뜨기 싫을 정도로 처참하게 적힌 글들이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네……."

 뒤이어 적힌건 대기시간이었다.

 [대기시간 : 22h 48m]

 작품평 가장 밑에 대기시간이 있었다. 

 이게 뭔가 싶다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쿨타임이네……."

 거기에 더해서 시라니오에 적용된 시간 만큼 1:1로 비례해서 적용되는 것 같았다.

 "포인트는 뭐여."

 아직 자세히 알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어찌됐든간에 망작이라는데에는 변함이 없었다. 

 "영향력이랑 명성은 어따가 쓰는겨 대체."

  

 거기에 평가까지 보면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친절하게 능력은 다 알려주고 시작해야지 아놔……."

 홧김에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사기급 능력을 지닌 물건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누군가를 내가 적은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

 씨익.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맺혔다. 

 "기왕 이렇게 된김에 제대로 각 잡고 한 번 써봐야겠네."

 시나리오 북을 닫기 전에 가장 앞장을 열었다.

 [몰입도 : 12%]

 [위화감 : 99%]

 그걸 본 순간 아찔했다. 

 "와, 씨…….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북을 접고서 가방 안에 넣었다. 

 §

 [몰입도 : 8%]

 [위화감 : 98%]

 시간이 지나니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볼펜을 인중에 올려놓고서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짜야할지 고민을 했다.

 "일반적으로는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이계에 가거나 혹은 항해를 하거나 그런 허무맹랑한 스토리는 말도 안 됐다.

 쓴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런 곳에 갈 수 있는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 개연성이랑 현실성이 있어야하는데……."

 위화감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쓰려면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였다.

 "쓰으읍."

 항상 걱정 없이 살아왔던 내 인생에 가장 골머리 아픈 순간이었다.

 짝짝! 

 김우현이 박수를 치며 문에서 등장했다.

 "얘들아~, 회의~."

 그가 손짓으로 나와 우다영을 불렀다.

 넓은 테이블에 앉으며 슬쩍 우다영을 봤지만 별 말은 없었다.

 평소랑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이었다. 

  

 "작품에만 영향을 받는건가……." 

 아무래도 끝나고나면은 평상시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건 김우현도 마찬가지 처럼 보였다.

 "응? 뭔 소리야?"

 내 작은 목소리를 들었는지 우다영이 물어왔다.

 나는 손을 저으며 대충 아무것도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에 테이블에 두 손을 올려 모은 자세로 김우현을 쳐다봤다.

 "자~, 그럼 우리 첫 회의는 뭡니까~, 대표님."

 "하핫, 대표라고 하니까 조금 민망하네."

 김우현이 쑥쓰러워하면서 챙겨온 가방에서 파일철을 하나 꺼냈다.

 "우선은 이거 보면은……, 잠깐만……."

 파일철에서 종이들을 꺼내더니 나와 우다영에게 건넸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일했던 스트리머 분들 있잖아. 재계약 했어. 그쪽이 아니라 우리랑 한데."

 "옹."

 "똑같이 편집 하면 될 것 같아. 너무 감사하게 편집을 잘 해준다고 재계약할 때 돈을 더 얹어주기로 했거든."

 편집을 위주로 돈을 벌어먹다보니 고객들이 중요했다.

 이어서 김우현이 첫 장을 넘기며 말했다.

   

 "다음에 유튜버인데 이 분 이름 알지?"

 "응, 전 회사에서 있었던 사람이잖아."

 "그래, 그 분도 우리한테 편집을 맡긴다고 했거든. 비상팀 형들 알지?"

 촬영팀 이름이었다. 호형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면식도 있기도 하고 가끔 술 한 잔 정도 하는 정도였다.

 "형들이 우리 추천 해주셔서 그것도 우리가 하기로 했어."

 "오."

 일이 제법 풀리겠구나 싶다가 잠깐 멈췄다.

 "아니……, 여기서 편집팀에 있던 사람이 나 하난데 편집 나 혼자 해?"

 그 말에 둘 다 나를 쳐다봤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이거 착취야 인마."

 "나는 얼마동안은 계속 서울에 가야할 것 같아서……. 처리해야하는 것도 있고 세무사 분도 만나야하고……. 할게 너무 많네. 미안하다 시우야."

 "아이고……. 죽어나겠네."

 나 혼자서 몇 명의 촬영분을 편집하라는건데 앞으로 계속 야근을 해야할 것 같았다.

 김우현이 이번엔 우다영을 쳐다봤다.

 "다영이가 시우 도와서 음향만 편집 해주면 될거야."

 "웅~, 알았어. 자기 없으면 재미 없는데에."

 우다영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저 입술의 맛을 알기 때문일까 아래가 꿈틀거렸다. 

 슬쩍 허리를 뒤로 빼고 착한 생각을 하려 애를 썼다. 아직 시나리오를 제대로 쓰지 못했으니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바로 일 시작하면 될 것 같아."

 김우현이 회의를 끝내고 일어나려다가 아차 싶었는지 선 채로 말했다.

 "시우야, 계약서에 너 계좌번호 잘 못 적었드라, 수정해서 내 책상에 올려주라."

 "아, 그려? 오키."

 "글고 정리만 되면 저기 구석에 스튜디오 만들자. 장갑도 사왔으니까."

 턱을 괴고서 김우현을 쳐다보는데 눈이 총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건 굳이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 떄문도 천장에서 밝게 빛나는 LED등 때문도 아니었다.

 그는 이 일에 대해 진심으로 열정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살짝 고개만 옆으로 돌려서 우다영을 쳐다봤다.

 열정을 갖고 눈을 빛내고 있는 김우현을 사랑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둘이 아주 솔로 앞에서 염장을 지르는구만."

 내 말에 김우현이 얼굴을 붉히며 쑥쓰러워했다.

 "7년 만났으면서 아직도 쑥쓰러워하는거 보소."

 "시우야~, 장난 그만~. 우리 우현이가 부끄러워하잖아."

 "웩…."

 토하는 시늉을 하자 뱁새마냥 눈을 뜨고 째려보는 우다영. 

 나한테는 저 표정이 더 익숙하긴 했다.

 "여튼간에 알았다~. 점심은 어떡할겨?"

 그 말에 김우현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일이 있어서 가봐야할 것 같아. 아마 퇴근 시간 전에는 돌아올거야."

 하기사 정리 안 된 것도 있었고 일을 맡겨줄 회사나 고객도 계속 따와야했으니 발품이 바쁜건 이해할 수 있었다.

 "잘 되면 보너스나 두둑히 넣어주라."

 "당연하지, 걱정마."

 "아니다, 보너스 말고 그 돈으로 직원이나 더 뽑아라. 이러다가 혼자 죽긋다."

 "하핫, 미안하다야. 알았어. 알아볼게."

 회의가 끝나고서 자리로 돌아가 받은 일거리들을 처리해야했다.

 타다닥.

   

 긴 영상 중에서 편집점을 찾아내고 짧은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몇 시간 짜리 중에 해변에 있는 바늘 처럼 소수만 있는 하이라이트를 찾아야했으니 말이다.

 "흐아암."

 배속을 켜놓고 채팅이 많이 나오는 부분과 스트리머가 크게 리액션을 하는 부분들을 찾아내고 잘랐다. 

 "스읍…."

 쉴틈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파티션에 우다영이 강아지마냥 팔을 걸치며 나를 쳐다봤다.

 "……?"

 초췌해진 얼굴로 우다영을 쳐다봤다.

 "뭐여, 왜. 일 안허냐."

 "내껀 끝났어. 음향만 만지면 되잖아. 보정이랑."

  

 우다영이 내 컴퓨터에 붙어있는 시간을 가리켰다.

 "점심시간, 밥 무러 가쟝."

 "밥 시간만 잘 챙기는거 보소."

 핸드폰을 챙겨 일어나 신나서 나가는 우다영의 뒤를 따라가다가 옆구리를 잡았다.

 역시 두툼하게 잡히는 살집.

 그게 뚱뚱하다던가 그런건 아니었다. 허리는 얇은데 여자라면 누구나 있는 자그마한 러브핸들이었다.

 "너 살 좀 빼야겠드라. 살 있어서 좋긴하다만."

 "야! 씨!"

  

 김우현이 있어도 이런식의 장난은 자주 쳤었기에 보더라도 별 말은 없었다.

 그만큼 친하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우현아아~."

 "우현이 외근 나갔잖아. 서울 간다매."

 "이씨, 우현이한테 다 일러, 진짜."

 "에베베."

 우다영이 자신의 허리를 지키며 나를 째려봤다.

 "너 진짜 그르다 뒤져~!"

 "흠, 무섭지도 않구만 뭘. 그래서 뭐 먹을래."

 바로 표정이 바뀌며 고심을 하는 그녀.

 "음~. 앞에 칼국수도 있고 옆에 콩국수도 팔드라, 밀면도 있고. 어떤게 좋아?"

 "스읍, 다영아, 네 머릿속에는 면 밖에 없냐."

 "아닌데, 우현이 밖에 없는데."

 "……왜 빡치는건 내가 해야되냐. 걍 앞에 있는거 가자 가까운거. 더워 죽겠다."

 식당에 도착하고서 시원한 냉밀면 두 개와 물만두를 시켜놓고 핸드폰을 보며 기다리는데 우다영이 컵으로 내 손목을 툭툭 쳤다.

 "……?"

 음식이 나왔나 싶어서 주방 쪽을 쳐다봤지만 아직이었다.

 "왜."

 "야, 시우야."

 "응?"

 어째 느낌이 이상했다. 혹시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다영을 보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만약에 들키면 어떻게 되는거지?

 경찰서 가야되는건가?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건가 싶었다.

 "……우현이가 일이 많잖아. 그래서 말인데……. 기다리는 것 보다는 우리 둘이 컨텐츠를 직접 만들어볼까?"

 우선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의 일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렇게 좋은 능력을 바로 못 쓰게 되는건가 싶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안도가 되니 천장에 불빛도 그리고 면을 익히고 있는 식당의 냄새도 뭐든 좋아보였다.

 "흠흠, 그렇지그렇지. 이제 사업을 시작해가지고 그런지 많이 바빠보이기는 하드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오늘 아침에도 그렇지만 자꾸 앉아서 하품을 해서 얼마나 안쓰러운데."

 우다영은 컵을 입가에 대고서는 남자친구인 김우현에 대한 걱정만 풀어놓았다.

 "아유~, 됐어 그만 해. 남자친구 걱정만 하루종일 하고 있네."

 항상 그녀의 입에 달고 사는 남자친구 얘기를 들으니 벌써부터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다.

 "여튼간에 우리끼리 컨텐츠 하나 만들어서 해보자는거잖아."

 "웅! 맞지. 어때?"

 시나리오 북을 제외하고 어찌됐든 본업이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함 만들어보자. 대신에 너가 하자고 했으니까 컨셉이랑 대본 네가 다 짜야뎌, 알았지?"

 "아, 왜에~. 같이 해. 혼자 숟가락만 얹을라고 하지마."

 "뭐래는겨, 네가 하자매."

  

 투닥대는 사이에 나온 음식이 테이블을 채웠다. 

 "더우니까 빨리 먹고 들어가자. 가서 회의해."

 §

 에어컨 없는 사무실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더울 수 밖에 없었다.

 입에 빠삐코를 물고서 마무리한 편집본을 다시 보고 있었다.

 "움…, 됐다."

 편집을 끝낸 후에 저장을 한 후에 우다영에게 보냈다. 

 "다영아, 음향편집……."

 어째 조용한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나 우다영이 있는 곳을 쳐다보니 책상에 엎드려서 세상 편하게 잠자고 있었다.

 "……아놔."

 자고 있는 우다영에게 한 소리 하려고 다가가는데 책상 옆에 끄적인 공책이 보였다.

 "……?"

 컨텐츠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낙서지만 체계가 잡힌 컨셉들이 있었다.

 [남사친 여사친의 진솔한 대화]

 아직 가제이지만 구성은 나름 있었다. 

 "……스읍. 이거 딱봐도 망할 거 같은데."

 근데 구성은 좋은데 내용 자체가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우응."

 잠에서 깬 우다영이 나를 힐끔 올려다봤다.

 "아, 봤어?"

 "뭐, 이거? 이거 그대로 하게?"

 밑에 스튜디오가 그려진 상상도도 있었다. 

  

 "이거 망할 거 같은데. 역배 한 번 걸어봐?"

 "웅, 시우야. 진심으로 이거 한 번 해보자. 요즘에 유튜브에 이런거 많이 나오던데."

 "……스읍."

 내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가로젓자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으로 내 옆구리를 툭 하고 밀었다.

 "그렇다구 내가 룩북이나 그런거 할 수는 없잖아."

 "룩북?"

 그러면서 앉아있는 우다영을 스캔했다. 

 확실히 모델들 만큼 쫙 마르고 빠진 몸매는 아니었다.

  

 얼굴은 갸름하고 예쁜편이었고 몸매는 늘씬했다. 

 "스읍."

 내가 눈썹을 가운데에 모으고서 고민하자 우다영이 주먹으로 한 번더 옆구리를 찔렀다.

 "이씨! 나 살찐거 아니야!"

 "뭐라고 안 했어."

 "아~, 표정이 그렇잖아. 죽을래?"

 "이대로 진행 한 번 해보자. 망해도 어쩔 수 없지."

   

 오늘 할 일을 끝내자마자 넓어서 빈 공간이 많은 한 구석에 작업을 시작했다.

 달칵.

 불을 키고서 밝은 상태에서 목장갑을 꼈다.

 "그래서 어떻게 꾸밀건데."

 "음, 그러니까……."

 우다영이 원하는대로 짐을 옮기고 그나마 하나 있는 카메라로 세팅을 마쳤다. 

 "기다려봐. 카메라만 세팅할게. 색보정 어느정도 넣을건데."

 카메라를 보면서 조명을 가리켰다.

 "조명 옆으로 색번짐 좀 심하게 나온다."

 "아, 응."

 우다영이 내 말에 따라 조명을 옆으로 옮겼다. 

 "흐음, 됐네. 그래서 대본은?"

 "대본 없이 애드립으로 진행할거야."

 "……."

 팔짱을 끼고서 당당하게 서 있는 우다영을 쳐다봤다. 

 친구끼리 노는 것도 아니고 돈 벌자고 하는건데 대본 없이 진행을 한다는게 내 상식선에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대본 없이 진짜로?" 

 "그렇지. 우리가 그거 잖아. 친구잖아? 그러니까 진짜 친한 친구끼리 놀듯이 편안한 모습으로……."

 "야, 아무리 그래도 가이드는 있어야지, 뭐하는겨. 틀은 짜놓고 시작해야하는거 아니냐?"

 내가 문제를 지적하자 우다영이 멈칫하고선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우현이가 힘들고 하니까……. 나라도 뭔가 해주고 싶어서……. 잘 안 되더라도 도움이 되고 싶단 말이야."

 평소엔 철저하게 일을 하는 스타일인데 김우현이 걸려 있으니 감성적으로 임하는 것 같았다. 

 나는 뒷목을 긁적이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말했다.

 "첫 편이니고 파일럿이니까 이런식으로 우리 소개를 하는거지. 예고편 같은걸로."

 "……스읍."

 "입맛 다시는거 압수. 시우~, 너~무 부정적이야. 긍정적으로 일하자~."

 "……스읍."

 나는 확실하게 선을 긋기 위해 말했다.

 "망해도 내 탓은 아니다? 알았지?"

 "아, 왜에~. 같이 한 배 탄건데~. 시우야~! 일케 배신하는게 어딨어~."

 "……."

 일단 카메라 앞에 책상과 의자를 깔아놓고 앉았다. 

 "자~!"

 우다영이 하이텐션으로 박수를 치며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사친 우다영~, 자, 네가 인사해야지."

 "……남사친 남시웁니다. 스읍, 망할 거 같은데."

 "오, 그런 반응 좋다. 뭔가 편안하고 그런 느낌이잖아. 우리가 진짜 친구 같고."

 "……다영아, 리얼로다가 우현이 불러서 이 장면 보여주고 싶다."

 열정만 앞서는 그녀였다. 일단 1화는 찍어놓고 반응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계속 나를 괴롭힐 것 같아서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우선 1화 주제는 이성과 친구가 되는 방법이에요, 시우씨."

 "……쉣 맨. 그래요, 이성과 친구가 되는 방법요. 음."

 대본도 없이 애드립만으로 진행된 1화와 예고편을 찍고난 뒤에 모니터링을 했다.

 "……편집으로 이거 살릴 수 있지?"

 우다영이 안쓰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놔……. 일단 편집을 할 테니까 음향만 잘 맞춰봐. 보정까지 한 다음에 보내줄게."

 "그럼 내일 할까?"

 "편집 하고 퇴근할게. 먼저 퇴근해."

 "헷. 화팅 시우~."

  

 회사에 나 혼자 남은 상태로 한 번더 모니터링을 했다. 

 애드립이라 그런가 날 것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1화를 만들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었고 제로 버전으로 대부분을 걷어내고서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쓸만한게 거의 없네……."

 그래도 중간중간에 웃긴 부분이 있어서 그것들을 위주로 만들어내긴 했다. 

 "음……. 음……."

 편집을 거의 다 끝내고 다시 모니터링을 하는데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스토리가 있었다.

 친구. 

 친구이기에 할 수 있는 스토리. 

 "위화감도 안 들 것 같고……. 기승전결도 딱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몰입도도 이 정도면 올릴 수 있을 것 같고……."

 지금은 대기시간 때문에 시나리오북에 쓸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의 시나리오를 컴퓨터에 저장했다.  

 "……."

 어느새 쓰다보니 몇 장을 훌 쩍 넘는 하나의 단편 처럼 분량이 많아졌다.

 "시작하는 시간이랑 끝내는 시간도 적고……, 캐릭터도 좀 더 확실하게 적고……."

 어느새 밖에는 해가 저물어서 도로에 차가 다니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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