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집에 돌아온 나는 간단히 씻고 배달 하나 시켜놓은 후에 침대에 누워 시나리오 북을 꺼냈다.
"컨텐츠를 뭘로 짜야 잘 짰다고 소문이 나려나."
첫 장을 여니 아까 낮에 적었던 시나리오가 있었다. 피식 웃으면서 다음 장을 넘기려고 하는데 중앙 상단에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로딩 중 : 80%]
로딩이라는 의미를 나는 다음 날 출근을 하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이른 아침.
"흐아암."
어제 펼쳤던 공책엔 결국 한 글자도 못 적고 덮어버렸다.
막상 쥐어짜내 컨텐츠를 쓰려고 하니 생각나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2층 사무실 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며 투덜거렸다.
"카드키나 이런걸로 해주지."
전에 다니던 회사는 사원증도 있었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편했다.
들어오자마자 불을 켜놓고 자리로 갔다.
겨우 세 명이다보니 해야할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
끼익.
의자에 앉으니 이음새에서 우는 소리가 났다.
"복지가 아주 그냥……."
별로 좋지 않은 복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컴퓨터를 키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띠리릭.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김우현이 들어왔다.
"어, 일찍 왔네?"
"응. 할 게 많아서~."
옆에 우다영이 보이지 않길래 그에게 물었다.
"네 여자친구는 어따 놓고 온겨."
"내 여자친구?"
오히려 김우현이 내게 되물었다.
"그려, 다영이 또 자다 죽었냐. 네 여자친구 좀 챙겨서 데리고 당겨라, 할 일이 쌓였는데."
"푸핫."
김우현이 크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 가방을 옆에 내려놓고서 말했다.
"다영이가 오늘부터 내 여자친구 된거야?"
"……응? 뭔 개소리여."
내가 황당해하며 묻자 김우현도 눈을 크게 뜨며 황당해했다.
"뭐가?"
오히려 나한테 묻는 김우현.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문이 열리고 우다영이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었는지 앞머리에 헤어롤을 끼고 하늘색의 박스티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얌마, 왜 이렇게 늦었어. 오늘 점시 네가 사라 진짜."
9시가 넘어 출근한 그녀에게 톡 쏘자 그녀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 나한테 그래에~."
"그러게 누가 늦으……래?"
말을 하는데 다가온 우다영이 앉아있는 내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말도 안되는 크기의 말랑한 가슴이 온 신경을 자극 했다.
"야잇…."
김우현에게 할 걸 나한테 잘못했나 싶어서 얼른 그녀를 밀쳐냈다.
"뭐하는겨, 정신차려 인마. 우현이한테 해."
"왜에~. 내 남자친구는 시운데~."
"……뭔 개……. 아……."
머리에 번뜩하고 떠오른게 있었다. 어제 적었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설마 싶어서 눈썹을 좁히는데 그만큼 우다영도 힘을 줘 가슴으로 나를 좁혔다.
"아놔……."
이른 아침부터 아래를 발기하게 만드는 우다영에게 순간 울컥했다.
서울이었으면 어디 풀 곳이라도 많은데 여기는 아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
그런 와중에 그녀에게 풍기는 바디워시 냄새가 향긋하니 좋았다.
그녀와 친구로서 스킨쉽이 자주 있긴 했지만 이렇게 진하고 길게 한 적은 없었다.
"큼큼."
그때 김우현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다 좋은데 나는 안 보는데서 했음 좋겠는데에."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설마 했던 생각들이 확신으로 굳어졌다.
그런 내 입가에 전역 했던 날 보다도 더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
우다영.
오늘따라 남자친구의 행동이 많이 이상했다.
"왜 그래, 시우야?"
점심을 먹는데 자꾸 김우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프핫, 아니. 그냥."
뜬금없이 웃지를 않나 뭔가를 말하거나 행동을 할 때 김우현을 쳐다보는게 평소랑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터 남시우랑 자신이 사겼었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 다영아."
남시우가 김밥 하나를 들어 입에 넣어줬다.
입에 김밥을 넣는 순간 그게 언제든 상관이 있나 싶기도 했다.
낮에는 일이 많이 바빠 눈코뜰새가 없었다.
퇴근하고 회사를 나가는데 남시우가 뜬금없이 손목을 붙잡았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고 갈까? 앞에 봉자싸롱 있던데."
"응? 그럴까? 먹고 집까지 어떻게 가지?"
그러자 남시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같이 출근하면 되지."
그의 말에 그렇네 라고 말하며 호프집으로 향했다.
§
남시우.
모든 상황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쉴새없이 웃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우선 이런 말도 안되는 능력과 나한텐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행동을 하는 우다영을 보니 웃음이 안 나올수가 없었다.
"오 백 두 잔이랑 감튀 하나만 주세요."
"네에~."
직원에게 안주를 시키고서 자리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우다영을 쳐다봤다.
7년 동안 김우현과 거의 붙어있다시피 같이 다녔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설레임을 느끼고 있었다.
"시우야,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어어, 갔다와."
그녀가 화장실로 가면서 보여주는 뒷 모습에 아래가 불끈하고 달아올랐다.
"스읍, 이래도 되나 싶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엔 썩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 씨.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쓰레기 같은데. 친구 여자친구한테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우다영의 가슴 굴곡을 보는 순간 그 양심의 가책은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리긴 했다.
우다영과 같이 타이밍 맞춰 나온 맥주.
그 맥주를 들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영아, 할 말이 하나 있는데."
"응? 뭔데?"
맥주잔을 가볍게 부딪힌 후에 말했다.
"프흐, 맛은 좋네, 여튼. 가끔 내가 너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해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우다영을 쳐다봤다.
그러자 우다영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매섭던 손이 지금은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자극적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해에~. 뭐 때문에 그러는데에? 내가 여자친구잖아.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이런 따뜻한 우다영을 보니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아니이…. 뭐냐면……."
내 손을 잡은 우다영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게……. 너무 변태 같아서……."
"……응? 뭔데?"
쓰레기와 변태라는 단어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여전히 울적한 연기를 하며 말했다.
"너랑 너무 하고 싶은데……."
"나랑? 풋! 나랑 하고 싶은게 변태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만난지……. 아……."
우다영의 표정이 애매모호하게 변했다.
그녀의 생각에 무언가 장애물이라도 낀 것 처럼 말이다.
동시에 [위화감]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있었던 거구만.'
시나리오를 급하게 쓰느라 대충 적었던 탓도 있었다.
"우리가 언제 만난지 기억하지?"
내가 묻자 우다영이 고운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을 했다. 이건 사귄 날짜를 생각하는게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에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위화감이 100%가 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하기사 이렇게 사기적인 능력인데 제약이 없을리가 없었다.
그저 공책에 쓰는대로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했다.
"그게……."
말문을 쉬이 떼지 못하는 그녀에게 한 가지 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대학교 다닐 때 매일 그거 했었잖아……. 근데 요즘엔 통 못하기도 했고……."
천천히 말을 하면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내 말을 들은 우다영은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아…. 으…."
많이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시나리오를 건성으로 적으니 디테일이 부족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다.
분명히 좋은 능력이긴 하다만 시나리오를 짜려면 제법 골머리를 앓을 것 같긴 했다.
"……기억 안 나?"
다시 한 번 물었다. 위화감 100%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잡았던 그녀의 손을 풀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굉장히 힘들어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왠지 느낌이 쎄해서 옆에 둔 가방을 열어 조심스럽게 시나리오 북을 열었다.
[몰입도 : 8%]
[위화감 : 61%]
역시 위화감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각사각.
글자가 적히는 소리와 함께 숫자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몰입도 : 5%]
[위화감 : 70%]
그저 말 몇 마디로 실험해봤을 뿐인데 생각보다 크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거 100%찍으면 좆 될 거 같은데……."
본능이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에 100%를 찍을 경우에 기억을 갖고 돌아온다면?
혹은 100%를 찍으면 다음 부터는 적용이 안 된다면?
뭐가 됐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건너가고 다음에 제대로 준비한 후에 제대로 능력을 써야할 것만 같았다.
시나리오 북을 다시 가방에 넣고 우다영의 두 손을 잡았다.
"다영아,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우린 연인인데.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어……? 어……."
대답을 하는데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위화감이 높아지니 그녀의 반응이 한 박자씩 느렸다.
몰입도가 비례해서 떨어지는걸로 보아 몰입도가 높아야 아까 낮 처럼 적극적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한 잔 할까? 그래도 우현이랑 같이 사무실에서 일 하니까 좋지?"
일부러 연인과는 상관 없는 얘기를 그녀에게 건넸다.
동시에 맥주잔을 내밀어 그녀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향하도록 했다.
그제야 우다영이 느리지만 맥주잔을 들어 마주쳤다.
챙.
맑은 소리.
"다영아? 나 봐야지."
내가 손을 흔들어 멍한 초점의 그녀를 집중시켰다.
"아…, 미안. 내가 잠시 잡생각했나봐……."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뭔가를 자꾸 의심하고 있었다.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 처럼 심장이 쫄깃했다.
"프흐, 일 끝나고 맥주 마시니까 시원하지 않아?"
일부러 되도 않는 시덥잖은 질문들을 그녀에게 건네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연인이 아닌 친구처럼 말이다.
"응, 그러네. 그런데 시우야. 원래 내가……. 너랑 만났었나……?"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 모든 게 깨져버린다면 앞으로 즐기지 못할테니 심장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러엄~. 우리 다영이를 내가 좋아해서 막 쫓아다녔잖아. 다영이는 나 튕겨내고~. 그때 내가 얼마나 서러웠는지 알아? 흑흑."
더 과하게 연기를 해대며 익살스럽게 대응했다.
이게 먹힐까 싶어서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데 우다영이 빵 터져서 웃음을 터뜨렸다.
"헤헤헷, 그랬나? 흐음~, 기억이 잘 안나네~."
이제 다시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것 같았다.
"오늘 울 둘이 마시는 것도 운명 아니겠어? 사진 한 장 찍자. 이쁜 다영이 사진 많이 남겨두고 싶어서."
내가 그녀를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설정을 방금 만들어내 연기를 시작했다.
팔불출 컨셉으로 핸드폰을 꺼내서 내가 보더라도 오글거리는 표정연기로 사진을 찍었다.
"와, 너무 예쁜데? 어제도 이쁘고 오늘도 예쁜데 내일은 얼마나 예쁠까?"
"아아~, 그게 뭐야~."
계속되는 칭찬에 우다영이 부끄러워 하며 손을 저었다.
"건배에~."
칭찬 중간중간에 맥주를 계속 마시도록 했다.
시원하게 맥주를 넘기며 눈치를 보니 이제는 괜찮아 진 것 같았다.
"아~, 배부르다~."
뒤이어 맥주 500cc잔을 하나 더 시킨 후에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다영이는 손도 예쁘네~."
"뭐야아~. 진짜아."
싫은 척 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괜히 그녀와 7년을 알고 지낸게 아니었다.
아무리 시나리오로 연인이 됐다지만 성격이나 습관 같은건 바뀌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만지작대면서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봤다.
"왜에."
쑥쓰러워 하면서도 내 손길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스윽.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스킨쉽의 진도를 더 나갔다.
우다영의 하얀 손을 만지다가 천천히 손목을 타고 올라갔다.
김우현만이 진득하게 만질 수 있었던 우다영의 팔목과 팔뚝.
"다영아."
"응?"
대답하는 그녀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다행이 안쪽에다가 나무로 되어있는 벽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잔잔하게 깔리는 요즘 노래와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가까이 와봐."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도 눈치를 채고는 서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다가오기 시작했다.
두근.
미칠듯이 설레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펌을 넣은 갈색의 긴 머리와 하얀 얼굴 그리고 얇지만 짙은 눈썹과 가운데 오똑하게 솟은 코와 시원하게 커다란 눈동자.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그녀를 보면서 미칠듯이 두근거렸다.
확실한건,
'사랑은 아니네.'
사랑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 두근거리고 있었다.
섹스야 많이 해왔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설레고 있었다.
쪽.
그렇게 다가온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댔다.
방금 마신 맥주의 향과 평소 그녀가 바르는 립글로즈의 향이 같이 풍겼다.
"헷."
그녀가 쑥쓰러워하면서 나를 사랑이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어떤 것보다도 아끼는 밑의 소중이가 성나서 껄떡거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
내가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우현이는 어떡하고?]라고 짓궂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위화감이 걱정되서 물어보진 못했다.
우웅.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
핸드폰을 열어보니 [우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현이한테 전화 왔는데? 잠깐만."
핸드폰을 들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주머니에서 에세 체인지 업을 꺼내 한 가치 입에 물고선 전화를 받았다.
"어, 우현아. 왜?"
치익.
말을 하며 불을 붙였다.
[아, 그게……. 다른게 아니라…….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너네가 언제부터 만났었지?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으응?"
입에 담배를 문채로 굳었다.
[내 기억이 이상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원래 너가 아니라……. 역시 좀 아닌가?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나봐.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
"어? 아냐아냐, 그럴 수도 있지. 그래에~. 쉬어~. 응~."
전화를 끊고서 담배연기를 깊숙히 빨아들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뭐지…. 아…. 시발 위화감이 쟤한테만 걸리는게 아니었어?"
우다영에게만 적용되는게 아닌 것 같았다.
김우현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다.
즉 시나리오의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스읍, 후우. 조졌네."
담배를 검지와 중지에 낀 채로 이마를 긁으며 골똘히 머리를 굴렸다.
브레인 스토밍.
태풍이 일듯 생각을 해봤다.
"아…, 담배 끊던가 해야지. 생각이 하나도 안나오네. 시벌."
머릿속에 태풍이 부니 있던 단어들도 싹 다 날라가버리긴 했다.
"후우."
담배를 빠르게 태우고나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우현이가 뭐래?"
우다영이 전화에 대해 물었다.
"아, 둘이 맛있게 먹고 있냐고 묻더라고."
"그랬어~?"
맞은편에 앉으며 또 한 가지의 걱정을 했다. 만약에 이 시나리오가 끝나면 다음 날 기억은 어떻게 되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 문제가 복잡해졌다.
섹스까지 생각을 했었는데 그랬다가 기억이라도 갖고 돌아온다면 큰 일 나는거 아닌가.
"흐음…."
"시우야~. 걱정 많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에."
"응? 아니아니, 이제 배불러서. 이제 일어날까?"
"웅~."
같이 일어나 손을 잡고 계산대로 향했다.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오며 눈물을 삼켰다.
'시나리오에 계산은 우다영이 하는걸로 적어놓을걸.'
밖으로 나온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집에 가야지?"
일단 오늘은 보내고 다음에 더 확실한 시나리오를 쓴 후에 도전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응? 오늘 시우네서 자구 간다니까아."
"아, 그, 그래. 그랬지."
이렇게 되면 나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몰랐다.
내가 쓰레기라는걸 나 스스로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