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이 내려앉은 여름 7월.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무더운 햇빛 아래에 황금을 잘게 갈아 뿌린 듯 나뭇잎이 빛나고 있었다.
"시우야~."
멍하니 여름의 무덥고 나른한 점심을 보내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니 우다영이 루즈핏의 흰색 티셔츠와 무릎쪽이 찢어진 연청바지를 입은채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이게 뭔데?"
"이번에 나온 회사 명함. 네 거야."
"흐아암."
"회사에서 하품 노노."
하품을 하며 찔끔 나온 눈물을 닦아내고서 명함을 받아들었다.
[늘솜 스튜디오]
[편집 팀장]
[남시우]
직함을 보자마자 우다영을 쳐다봤다.
"셋만 있는 회사에 무슨 팀장이냐?"
"푸핫, 그치? 우현이가 이렇게 만들었던데? 나는 PD, 작가로 되있드라."
대학교 동기 셋이서 만든 아주 자그마한 스튜디오였다.
원래는 다른 회사에서 같이 취업을 해 일을 하다가 김우현의 제안에 따라 셋이서 아주 자그마한 회사를 차렸다.
"으그~."
우다영이 기지개를 켜는데 커다란 가슴이 티셔츠를 통해 유려한 굴곡을 훤히 보여주었다.
"브래지어 검정색이네. 좀 밝은 것 좀 입어라."
"야잇! 그걸 왜 봐, 변태 시꺄!"
내 말에 그녀가 손을 휘둘러 내 등짝을 때렸다.
짜악!
찰지게도 나는 소리와 함께 눈물이 쏙 나올 만큼 매운 맛이 등에서 느껴졌다.
"아옭……! 우현이는 뭐가 좋다고 너 같은 섬머슴이랑 사귀는겨. 스읍. 아, 존나 아파."
"야, 됐고. 우리 나가야 돼. 가서 사올게 많아."
닿지도 않는 등을 긁으려 애를 써봤지만 아픔만 지속될 뿐이었다.
"아오…, 리얼 존나 아픈데? 야, 등 좀 긁어줘봐. 여자 손이 왜케 맵냐, 진짜."
내 투덜댐에 우다영이 펌을 넣고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에효, 그러게 까불지 좀 말라니까. 보자."
그녀가 겨우 긁어준 덕분에 아픔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다.
"아우…. 씨. 그래서 우현이는 어디갔는데. 둘이 갔다오면 되잖아."
"외주 촬영 마무리 한다고 논현동 갔잖아. 저녁은 되야 올걸."
"……그러게 왜 사무실을 경기도에 잡은겨."
이마를 긁적이면서 나갈채비를 했다.
아직 사무실에 들어온지 며칠 되지 않아 인테리어만 끝냈을 뿐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아직도 화장실에 가면 공사를 막 끝낸 새집 냄새가 남아있었다.
띠리릭.
문을 닫고 계단을 타 내려오니 뜨거운 햇살이 비췄다.
"어후……. 더워……. 올 때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오자."
"그랭. 잠깐만. 목록 좀 확인하고."
"아이, 야! 시원한데 들어가서 확인 해라~!"
아랑곳 않고 목록을 확인한 그녀가 앞장서 걸었다.
옆으로 멘 작은 크로스백의 끈이 감당못할 정도로 커다란 그녀의 가슴을 부각 시켰다.
이마를 긁적이면서 읊조리듯이 말했다.
"나는 눈요기 해서 좋긴한데 가슴이 너무 큰 거 아니냐."
"뭐래. 변태시끼야. 너 말곤 아무도 안 봐."
"……스읍, 난 좀 반대 의견인데."
"어, 택시 온다. 타자."
대학교때 만나 회사까지, 총 7년을 같이 있다보니 서로 편해질만큼 편해진 상태였다.
택시에 올라타 사무용품을 파는 대형매점에 도착했다.
"포스트잇도 많이 사야 돼. 볼펜이랑."
앞장서서 목록에 적어놓은걸 하나씩 골라가는 우다영.
나는 뒤에 서서 그녀가 고른 짐을 드는 일꾼의 역할을 해야했다.
"시우야, 넌 필요한거 없어?"
"나? 응, 내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챙겨왔잖아."
주로 촬영과 편집을 병행하던 나였기에 딱히 사무용품이 필요하진 않았다.
이미 책상 위에 충분히 있기도 했었고.
"이 정도면 다 산거 같은데?"
"……잠깐만 이거 뭐냐."
그녀가 고른 것들 중에 목장갑이 봉지 째 들어있길래 물어봤다.
"사무실에 스튜디오를 만든다고 하던데?"
"우현이가?"
"웅."
김우현에게 있어서 첫 사업이다보니 아무래도 열정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 대신 커피를 사들고 돌아오려다가 문득 생각난게 있어서 말했다.
"아, 맞다. 나 노트 하나 필요하긴 한데."
"응? 있지 않아?"
"그런거 말고, 앞으로 외주 말고도 자체적으로 컨텐츠 만든다매. 글고 나한테도 시나리오 짜보라매."
내 얘기를 들은 우다영이 의외라는 듯이 쳐다봤다.
"뭠마. 왜 그렇게 봐."
"의외라서. 웬일로 적극적이야?"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일은 적극적으로 했어."
심드렁하게 답을 하자 우다영이 손으로 내 어깨를 터치하면서 지난 일들을 얘기했다.
"그래그래, 시우가 일 열심히 했지. 부서에 치마만 달리면 다 꼬시려고 아주 그냥."
"뭐래, 사랑이었어."
"흐응~,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게 사랑이냐?"
"시끄러."
회사에서 나온 이유도 전에 다니던 회사에 퍼졌던 소문 때문이기도 했다.
어느정도 진실이긴 하지만 소문에는 살들이 붙어 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진실이 되어있기도 했다.
"그럼 아까 다시 거기로 가? 너무 많이 걸어왔는데에. 아~, 더워~. 시우~. 덥다고~."
"거기 찾아봤는데 없드라."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서 흐를 지경이었다.
[골목길 만물상]
그런 와중에 오래된 골목길 사이로 간판 하나가 보였다.
"만물상에서 공책 팔겠지?"
"……갑자기?"
우다영이 좁은 골목길 그 사이에 있는 간판을 보고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있는 작은 장난감 인형과 악세사리들을 보고는 재밌겠다 싶었는지 무지성으로 걸어갔다.
"얌마, 짐은 네가 들어!"
외쳐 봤지만 역시 소용은 없었다.
그렇게 만물상 앞에 선 나는 난감한 얼굴을 했다.
원래도 오래되어 역사가 느껴지는 골목길이었지만 골목길 만물상은 더 했다.
"이런거 개화기 때나 있을 법한 건물 아니냐."
낡디낡은 건물을 보며 말을 하자 우다영이 내 등짝을 때리며 웃었다.
"프핫! 개화기래! 아우, 웃겼다 너."
"……웃으라고 한 말 아니여. 돌아가자, 뭐 안 팔거 같은데."
"아, 왜에~. 재밌을 것 같은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쫓아가야만 했다.
만물상 답게 수 많은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사장님~."
주인을 불러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내 시야에 들어온건 카운터에 있는 작은 현금함이었다.
[양심 결제 부탁드립니다.]
cctv도 안 보이는데 다 훔쳐가면 어떡하려고 하는지 걱정부터 앞섰다.
"시우야, 여기 악세사리 진짜 많다야."
"관심없어."
안그래도 후덥하고 짜증나는데 에어컨도 없는 이곳에서 오래 있기가 싫었다.
그래서 대충 공책 하나나 들고 나갈 생각에 주변을 찾았다.
[이력서 전용 컴퓨터]
낡은 컴퓨터 옆에 작아서 겨우 읽을 수 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런 컴퓨터를 누가 사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른건 뭐가 있나 확인했다.
[스테미나를 증가 시켜주는 삐삐 - 자매품 트레이너, 메모리, 심패티등]
보면 볼수록 이상한 것들만 있었다.
진짜 만물상은 만물상인지 별의 별 물품들이 있었기에 그 중에서 공책을 찾는건 어려워 보였다.
[힙노시스 책]
이라고 적힌 책에는 반지가 하나 달려 있었다.
"……최면이 될리가 없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작은 핸드폰이 있었는데,
[아웃사이더에서 구해줄 핸드폰]
스마트폰이긴 하나 너무 옛날 버전의 핸드폰이었다.
"시우야~, 이건 어때?"
우다영이 어디서 구한건지 고양이 귀가 달린 머리띠를 쓰고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안 어울려 버려."
"야씨."
대충 그녀를 무시하고서 좀 더 구석진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여기 공책 하나 있네."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공책이었다.
"후~."
바람을 불자 먼지가 날렸고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시나리오 북]
공책을 열어보니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깨끗한 백지들이 보였다.
[소비자 가격 : 2000원]
옛날에 나온 공책 같았는데 2000원이면 굉장히 비싼 축에 속했다.
"스읍…. 흠. 빈티지 같기도 하고……."
다시 내려놓을까 하다가 겉 표지도 가죽인데다가 빈티지 느낌도 나고 무엇보다 이 무더위에 다시 돌아다닐 자신이 없었다.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내 양심적으로 돈을 넣고 아직도 아이쇼핑 중인 그녀를 머리끄덩이를 붙잡았다.
"야, 가자. 덥다."
"아아~, 왜에~."
그녀가 쓰고 있던 머리띠를 벗겨서 제자리에 던져놓고 가게를 나와 골목길을 벗어났다.
문득 이런 낡고 오래된 골목에 있는 가게가 신기해 다시 뒤를 돌아봤으나 간판이 흐릿해 보이지 않았다.
"뭐여."
확인하러 가기엔 귀찮음이 더 컸기에 무시하고 옆에서 갓 잡힌 참치마냥 팔딱이는 우다영을 데리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가죽으로 만들어진 겉표면을 손으로 쓸었다.
"아직도 먼지가 나오네."
근처에 뭐 털게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물티슈를 찾아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냈다.
만족스럽게 닦은 후에 탁상 선풍기로 물기를 말린 후에 첫 장을 열었다.
아까는 대충 살펴보느라 보지 못했던 첫 장.
[이름 : ]
[사인 : ]
왜 사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 할 것도 없으니 볼펜을 들어 이름을 기입했다.
[이름 : 남시우]
뒤이어 서랍장에서 도장을 꺼내 잉크 스탬프에 꾸욱 눌러 찍은 후에 도장까지 완벽하게 찍었다.
"됐다."
공책의 굵기가 제법 있는데 늘솜 스튜디오에서만 사용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각, 사각.
내가 아닌 무언가가 적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뭐여."
눈을 좁히고 쳐다보는데 이름과 도장 밑으로 새로운 글자가 자동으로 쓰여지고 있었다.
[몰입도 : 0%]
[위화감 : 0%]
아무것도 없던 시나리오 북에 사람이 쓴 것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내 눈이 잘못됐나 싶어서 손으로 눈을 비볐지만 방금 본 건 거짓이 아닌 진짜였다.
"……."
엉거주춤 의자에서 일어나 너무 더워 세수를 하고 나온 우다영을 쳐다봤다.
"……?"
내 시선을 본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곧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걸 말해봤자 어떤 미친 사람이 믿겠는가.
심지어 너무 하찮은 거짓말이었다.
글자가 써지다니. 심지어 몰입도와 위화감?
기가 차서 설명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소름돋는 무서운 얘기라도 적혀 있거나 붉은색 글씨였다면 나름 놀릴만하겠지만 말이다.
"뭐야~, 왜 나 보고 고개 젓는거야아~. 죽어 진짜."
"그거 때문에 한거 아니야."
얼굴에 로션을 바르며 다가온 그녀가 내 손에 들린 공책을 보고는 관심을 가졌다.
"이게 아까 산거지? 보자."
공책을 집어든 그녀가 첫 장 글씨를 보고는 피식하고 웃었다.
"뭐야, 그새 이름 쓴거야?"
"응? 아, 할 거 없어서 해놨지."
이상하게 밑에 있는 도장과 다른 글씨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사락.
그녀가 장을 더 넘기더니 앉아있는 내 어깨로 엉덩이를 툭 밀면서 말했다.
"이것봐봐. 2천원 치고는 엄청 좋은데?"
"……?"
아까 봤을 때 백지 밖에 없던 곳에 새로운 기입란이 나타났다.
[#1시나리오]
[시놉시스]
[: ]
시나리오를 적을 수 있게 백지에서 알맞은 칸이 나타났다.
"옛날 책이었지? 아~, 내가 살걸. 이렇게 보니까 되게 예쁘다~."
"그, 그러냐. 스읍."
입맛을 다시며 받아든 공책을 내려놨다.
한편 파티션에 팔을 기대고 수건을 어깨에 걸친 그녀가 물었다.
"그래서 우리 첫 컨텐츠는 뭐 어떻게 쓸거야?"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볼펜을 다시 집어들고 말했다.
"흐음, 그래. 뭐가 좋을까. 뭐 재밌는거 없냐?"
"너 변태니까 변태 같은거 한 번 써봐. 우현이랑 보면서 놀리게."
"아오…."
때리는 척 시늉을 했지만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괜히 더 골리고 싶어서 빠르게 시나리오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우현이랑 본다고 했지? 그럼 이렇게 적어놔야지. 너랑 나랑 연인인거야. 어때."
"아~, 뭐래, 더러워~. 으~."
"아니, 야. 그렇게 반응하면 나 진짜 더 재밌지."
그녀의 재밌는 리액션에 신나서 스토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래. 이거 좋겠다. 너랑나랑 연인이고 하루 데이트 하는거지. 손 꽉 붙잡고. 이거 우현이 보여주면 존나 웃기긴 하겠다야."
"아~, 싫어. 쓰지마. 아, 상상했어. 으. 싫다 진짜."
바퀴벌레를 본 것 처럼 혐오어린 표정을 짓는 우다영.
"그래에? 난 재밌는데?"
장난으로 시작한 스토리였지만 어느새 그녀도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나랑 애인 되면 뭐하고 싶었는데."
"흠, 일단 그 큰 가슴을 뚫어져라 보는거지."
"진짜 개더러워. 변태시꺄~! 이거 우현이 보여주면 진짜 화낸다아. 얼른 지워."
내 머리채를 붙잡고 꽈악 당기는 그녀.
"펌한지 얼마 안 됐다고. 뭐하는겨~!"
"그니까 누가 이런거 쓰래?"
투닥거리는 사이에 아주 간단한 시나리오가 작성이 됐다.
결국 그녀의 방해 덕분에 대충 마무리 짓고 공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내놔아~. 이거 우현이 보면 진짜 뭐라 한단말이야앙~!"
"싫은디. 억!"
내게 팔을 크게 휘둘렀지만 이미 뒤로 물러난 나에게 닿지는 않았다.
넓은 사무실에 단 둘이 있으니 도망가기에도 편했다.
결국 포기한 그녀가 헥헥 거리며 치웠던 수건을 다시 목에 걸쳤다.
"아~, 몰라. 너무 더워."
"후아. 나도. 에어컨 언제 들어오냐."
"그러니까아~. 주문은 해놨는데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네."
더위 때문에 공책에 대한걸 잊고서 결국 평소로 돌아왔다.
탁.
공책을 책상에 던져놓고 창문을 전부 활짝 열었다.
그래도 2층이라 바람이 들어와 어느정도 버틸 수는 있었다.
"선풍기 없는건 너무했다아."
우다영의 말마따나 각자 가지고 있는 휴대용이나 탁상 선풍기 말고는 냉방을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 다영아."
"……왜에."
"손 들어봐. 뭐 묻은 것 같은데?"
진지한 어투로 말을 하자 우다영이 손을 들었다.
땀 때문인지 겨드랑이에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아~!"
놀렸다는걸 캐치한 그녀가 나를 노려봤다.
"햇반 한그릇 뚝딱 인정?"
"진짜아~. 역겹다고~."
역겹다고 말은 하지만 워낙에 이런 드립들을 대학생 때부터 서슴없이 해오던 탓에 반사적으로 역겹다고 말할 뿐이었다.
"일부터 해에~. 편집 하는거 오늘까지잖아."
"으으~, 일하기 싫어."
공책에 적은 시나리오는 잊고 일에 집중하다보니 어느덧 퇴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띠리릭.
회사의 문이 열리면서 김우현이 들어왔다.
업체 상대를 만나는 일이다보니 왁스를 발라 깔끔하게 넘긴 그가 지친 얼굴로 다가왔다.
"왔는교."
내 물음에 대답할 힘도 없는지 손만 겨우 흔들어주었다.
"자기 왔어?"
우다영이 그에게 가서 수건으로 김우현의 얼굴에 묻은 땀을 닦아주었다.
"고생했엉~. 헤헷."
"우우우~. 안 어울린다아~, 우우~."
그걸보면서 놀렸고 우다영은 내게 가운데 손가락만 들어올릴 뿐이었다.
그걸 본 김우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스트리머꺼 편집은 다 했어?"
역시 일 부터 생각하는 그였다.
"다 끝내고 보내놨지."
"하아~, 고생했어. 고맙다, 시우야."
"우우~, 낯간지럽다~."
우다영에게 하듯 놀리자 김우현은 부드럽게 미소만 지으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다들 고생했고 퇴근하자. 나도 너무 피곤해서 일은 못하겠어."
"자기 많이 힘들었지? 가쟈."
퇴근 전에 회사 창문을 닫는데 아직 하늘에 해가 떠 있었다.
"시우야, 우리 먼저 나갈게."
"그려, 나도 나갈겨."
나가기 전에 시나리오 북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