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거울 여왕 (3)
“위치로!”
그 순간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 였다. 각자 포지션을 잡으며 약속된 능력들을 발휘했다.
지원 계열들은 버프를 한 바퀴 돌 리고 마법 계열들은 반으로 나뉘어 캐스팅 시간이 긴 것과 짧은 것을 각각 읊어댔다.
그 사이 근접 계열 헌터들이 그녀 에게 다가가 일격을 꽂아넣었다.
“윽!”
“물리 반사다!”
“근접 계열,스킬 아껴!”
보고가 즉각 들어왔다. 다른 놈들
의 능력으로 미루어 그녀 역시 반사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 이들이 먼저 물리 공격으로 견제하 며 반응을 본 것이다.
그 결과 물리 반사라는 판정이 났 다.
그와 함께 날아드는 수백 개의 강 력한 주문들.
“가소롭구나!”
“?! ”
하지만,그마저도 모조리 튕겨지고 말았다.
“끄아아악!!”
주문 사용자들이 날린 회심의 일격 이 모조리 반사되어 돌아왔다. 덕분 에 피해가 엄청났다. 물리 공격을
반사한다는 말만 믿고 출력을 높였 는데,모조리 반사되어 버리니 대처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순식간에 아군의 주문에 휩쓸려 죽 은 이가 일백이 넘어갔다.
그 모습에 영민과 세계 연합군의 정예들의 눈빛이 변했다. 물리 반사 에 이어 마법 반사까지 한다고? 뭐 이런 대책 없는 놈이 다 있나?
‘뭔가 트릭이 있나?’
거울 여왕의 황당한 능력에 당혹스 러워 하면서도 영민은 냉정을 유지 했다.
정말로 그렇다면 그녀가 무적일 것 이다. 하지만 지금껏 웅크리고 있던 것만 봐도 뭔가 걸리는 구석이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다면 그게 월까. 잠시 고민하 는 사이,용기 있는 누군가가 한 발 먼저 짓쳐들어갔다.
“그럼 이건 어떠냐! 플레임 트위스 트 어택!”
‘그렇지!’
검을 감싼 마법의 불꽃. 물리 공격 과 마법 공격 판정을 동시에 받는 기술이었다. 정말로 놈이 두 가지를 동시에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 약하게나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 는 공격. 거울 여왕의 반사 능력이 물리 반사와 마법 반사를 스위칭하 여 원하는 대로 활용하는 것이라 판 단한 그 적절한 대응에 영민이 주먹
을 꽉 쥐었다.
“크헉?! 말도 안 돼. 이럴 수가!”
하지만,결과는 아주 놀라웠다. 두 가지 공격 판정이 모두 반사된 것이 다. 공격력이 미약해 티가 나지 않 은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되돌 아온 데미지를 계산한 그의 외침에 모두의 낯빛이 한 번 더 변했다. 재 앙이 시작되었다.
거울 여왕의 전투력은 기본적으로 다른 다섯 군주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물리와 마법 동시 반사라는 그 사기적인 능력은 그 어떤 존재보 다도 강력한 적으로 불리기에 충분 하도록 만들었다.
‘뭔가,방법이 있을 텐데.’
거울 여왕의 개입과 함께 세계 연 합군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그녀의 능력 자체도 강력했 지만 반격은커녕 공격을 통한 상쇄 조차 할 수 없으니 일방적으로 밀리 는 게 당연했다.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도 철우와 아리스,요한의 활약 덕분이었다. 거울 여왕의 공격을 충 분히 버틸 수 있는 철우가 메인 탱 커 역할을 맡고,딜러이자 탱커이자 힐어의 역할을 단독으로 수행가능한 아리스(아텐)이 서브 탱커로서 보조 하고, 요한이 각종 회복과 보조 주 문들로 보조를 하는 것이다. 성역선 포는 반사되는 데미지가 너무 커지
는 까닭에 봉인한 상태였다.
그들이 버티고는 있지만 벌써 각국 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자들이 너무 나 많이 죽어나갔다. 언제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 을 상황.
그 위태로운 모습을 지켜보며 영민 이 궁리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인가?’
그리고 생각했다. 놈의 무적 상태 를 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 일까? 일단 두 가지로 결론을 내렸 다.
첫째,이 궁전 어딘가에 놈에게 타 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
보통은 자신의 약점이 되는 것을 남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 해 곁에 두기 마련이니 어딘가에 해 법이 될 키 아이템이 있을지 몰랐 다.
두 번째는 ‘횟수 제한’에 대한 가 설이다. 놈의 데미지 반사에도 어쩌 면 횟수 제한이 있지 않을까? 영영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몇 번을 반사하고 난 이후에는 일정 시 간 동안 또는 몇 회 정도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공격이 가능해지지 않을 까?
철저하게 ‘게임’에 대입해서 생각 해본 가설이지만 아주 희망이 없지 는 않았다.
“용언 사용.”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지. 영 민은 즉각 용언 마법을 활성화 시키 고 마나를 일으켰다.
“천 개의 화살.”
순수한 마나로 이루어진 천 개의 마법 화살이 그의 주위로 떠올랐다. 일단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 바로 2번째 가설부터 중명해보이려 는 것이다.
어차피 매직 애로우 쯤이야 천 발 이 아니라 만 발을 맞아도 자신에게 치명타가 되기는 어려웠다.
“가라!”
파■바■바싹바싹바?벗■-
천 개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쏘아
져갔다.
“홍! 간지럽지도 않구나!”
하지만 모두 헛것이었다. 영민이 쏘아낸 천 개의 화살은 고스란히 튕 겨져 그에게 다시 돌아왔다.
“으옥.”
데미지는 거의 없지만 몸을 두들겨 대는 느낌은 좋지 않았다. 몇몇은 몸을 틀어 피해봤지만 수백발의 매 직 애로우가 전신을 난타했다.
‘응?’
그때,영민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 왔다.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오지 못 하고 엉뚱한 곳을 때린 매직 애로우 가 주변의 거울을 깨부순 것이다.
‘마법 반사의 힘을 지닌 거울이 이
렇게 쉽게 깨진다고?’
뭔가 이상했다. 그저 운이었을까? 다시 한 번 힘을 일으키던 영민의 눈에 이번에는 자신의 왼쪽 팔이 걸 렸다. 정확히는 왼쪽 팔목에 매달린 거울 방패였다.
‘혹시?’
그 순간 영민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용언의 힘을 제대로 발휘 하여 지옥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헬 파이어!”
투앙
다만 타겟은 거울 여왕이 아니었 다. 그녀를 향하기는 했지만 헬 파 이어가 최초로 부딪힌 곳은 다름 아 닌 +13 거울 방패였다.
부딪히는 모든 공격을 반사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가진 방패. 어쩌 면 거울 여왕의 그것과도 같은 능력 을 지닌 방패에 헬 파이어가 부딪히 는가 싶더니 직선으로 그것을 튕겨 내버렸다.
쩌정!
그리고 무심코 방어에 나선 거울 여왕의 왼 팔을 파괴해버렸다.
그 모습에 모두가 놀랐다. 지금까 지 아무런 공격도 통하지 않던 거울 여왕이 처음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 다.
곧 어떤 능력을 사용해 왼 팔을 복구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한 번 ‘반사’된 공격은 다시 ‘반사’ 효과를 받지 않는 것이다.
영민은 용언으로 연달아 마법을 튕 겨 보내며 다른 헌터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놈의 약점을 크게 떠들었다.
그러자 너도 나도 주변에서 ‘거울’ 을 찾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자 신들의 필살기급 공격을 담아 거울 여왕에게 튕겨 보내고 거울 여왕의 공격은 오히려 튕겨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물리 반사’ 거울을 잘못 집어 들거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몇몇이 희생되기는 했지만 간 단한 실험을 통해 어떤 거울인지를
확인하기 시작하자 상황은 이쪽에 유리하게 변했다.
“성역 선포,신성 폭발,럭키 포텐, 뇌신 강림!”
모두가 적응을 마치자 영민은 즉시 모든 힘을 격발시켰다. 최대 출력으 로 거울 여왕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뇌신의 정수를 담은 공격들이 거울 방패를 통해 작렬하고,미처 제어하 지 못하고 주변에 된 전격까지 ?}군 들이 튕겨내 보내주니 어마어마한 폭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뇌신 강림 상태에 서는 전격에 대한 피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세계 연합군 중 뇌전 계열 주문을 가진 이들은 모조리 공격을
퍼부었다. 조금이나마 영민의 도움 이 되기 위해 힘을 쥐어짜냈다.
이렇게 되자 거울 여왕은 너무도 무력해졌다. 스스로에게 비슷한 방 법을 취해보지만 이쪽에는 ‘탱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있었다. 당장 철우만 하더라도 몇 번이고 거울 여왕의 공격을 맨 몸으 로 막아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게다 가 피해를 입으면 회복 마법이 쏟아 져 곧장 치료해버리니 얼마든지,몇 번이고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거울 여왕은 물리,마법 반사라는 최강의 카드를 손에 쥔 채 로 침몰했다.
처절한 사투가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함성을 지르거나 환호하지 못했다.
거울 여왕은 쓰러뜨렸어도 그 과정 에서 희생된 이들이 너무나 많으 까 닭이었다. 심지어는 각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최정예 헌터들 중에서도 반 이상이 죽어나갔다. 적이 강력한 만큼 가장 강한 자들이 맞서다가 목 숨을 잃은 것이다.
[특성 ‘무혼 각성’을 흡수합니다.] [특성 ‘강림자’를 흡수합니다.]
[특성 ‘자연계 각성’을…?.]
영민은 그들을 애도하듯 시신 주변
을 돌았다. 세상을 구하고자하는 그 들의 의기와 함께 가지고 있던 스킬 과 특성을 흡수했다. 제 몸 안에 포 용했다.
그 안에는 아는 인물들도 꽤나 많 았다. 중국 최강의 헌터라 불리던 왕륜걸을 비롯해 한국의 강중만,세 계 헌터회의에서 만난 이들과 힐름 의 일원들이 가진 능력들이 고스란 히 그에게 들어왔다. 사실 대부분은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지금의 영민에게 있어서는 정신 산만하기만 한,별 도움도 되지 않는 능력들이 9할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 진 짐까지 모두 짊어지듯 영민은 기 꺼이 그 힘들을 받아들였다.
그들을 애도하고,시신을 수습했다.
하지만 그 슬픔에 젖어들지는 않았 다. 이미 슬퍼하고 절망하는 것은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애초에 영민이 아니었다면 군주 하 나하나를 상대 할 때마다 이 정도 피해를 각오했어야 할 일이다. 그것 이 조금 늦게 찾아 온 것일 뿐. 대 신,꼭 마지막 군주까지 잡아내고 그들을 대신해 지구를 해방시키겠노 라 다짐했다.
수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은 이들이 이미 초인에 가까웠기 에 그들의 잔해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온통 거 울인 탓에 아이템을 따로 뒤지는 것
이 쉽지 않긴 했지만 애초에 떨군 아이템도 그다지 없어 보였고.
그렇게 정비를 마치고 세계 연합군 이 다시 바깥으로 돌아왔다. 공간이 동을 막던 특별한 기운은 이미 사라 진 상태였다.
“맙소사.”
그들이 밖으로 나와 처음 맞이한 것은 폐허가 된 도시들의 소식이었 다.
바다에서 올라와 도시를 공격한 해 양 몬스터들과 고래급으로 거대화 된 몸으로 배에 부딪혀오는 거대 물 고기들이 인간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는 것이다.
인간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기는
했지만 정예 중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인원들이 모조리 거울 여왕에 게 몰려간 탓에 바다와 인접한 도시 들 중 상당수가 이미 해양 몬스터들 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한국은?”
“다행히 아직이에요!”
힐름의 멤버들은 서둘러 한국의 소 식부터 챙겼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대한민국이야 말로 놈들의 먹 잇감이 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대한민국은 놈들에게 넘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나선 엘프들이 놈들을 몰아내는 것 에 성공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세계 연합군은 일단 각기 헤쳐모이기로 결의했다. 집단 적으로 대응 할 수 없을 만큼 광범 위하게 놈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영민들도 일단은 한국으로 돌아갔 다. 거점이자 터전인 그곳을 완벽히 방어해낸 이후 마지막 군주인 리바 이어선을 어찌 해볼 생각을 할 수 있을 둣 했다.
일단 다섯이 먼저 나이트메어를 통 해 한국으로 이동하고,나머지 이들 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그 동안에 확인 할 수 있 었다. 바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