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거울 여왕 (2)
“막아!!”
“미친! 니가 막아봐!”
“막기만 하는데 데미지가 쭉쭉 들 어온다고!!”
순식간에 오합지졸처럼 진형이 허 물어지고 당나라 군대처럼 흩어져버 렸다.
어쩔 수 없이 각 국의 정예들이 나섰다.
하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정 예들은 일반 헌터들에 비해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그들에게 돌아오는 데미지 또한 커지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활약을 보이는
것은 역시 힐름의 정예들이었다. 영 민과 네 사람에게 사사받은 정예들. 적을 막아내면서도 일단 탐색을 위 해 큰 타격을 주지 않는 그들의 능 숙함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지경이 었다.
‘이것봐라?’
그 속에 어울리면서 영민은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누가 어떤 공격을 하고,어떤 놈에게 부딪히는지,철저 하게 파악했다.
전투가 일방적으로만 흘러가고 있 지 않은 이유. 바로 어떤 공격들은 때때로 놈들에게 통하기 때문이었 다.
“딱 걸렸어. 임마들아.”
그러다 어느 순간,눈을 빛내며 아 꼈던 힘을 개방했다.
“용언 사용.”
근거리에서 터지는 강력한 마법들. 아무리 위력을 한정했다해도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강력한 공 격이 들이치자 맞붙어 있던 거울 전 사들이 몸부림을 쳤다. 괴로움에 몸 을 떨다가 순식간에 누적된 데미지 를 이기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그 모습에 확신을 얻은 영민이 소 리쳤다. 놈들의 약점을 세상에 까발 렸다.
“이놈들 물리 반사다! 원거리는 마 법 반사고! 바꿔서 상대해!”
근거리에서 전투를 치르는 이들은
자연히 강화계가 맡고,후방에서 지 원하는 놈들은 주문사용자들이 견제 한다는 당연하고도 단순한 전략이 허를 찔린 것이다.
주문 사용자들의 공격은 파괴력이 큰 대신 범위가 넓어 아군이 함께 휘말릴 수 있는 전장에는 떨어뜨리 지 않는다는 상식 때문에 강화 계열 이 물리 반사를,주문 사용자가 마 법 반사를 상대하는 바보짓을 하게 된 것이다.
간혹 제대로 공격이 들어갈 때도 표정도 없고 방어력 자체도 상당한 거울 몬스터들인지라 통하는지 아닌 지 제대로 알 수 없던 탓이 컸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었
지만 사실 알고도 상대하기 쉽지는 않았다. 강화계가 떨어지자니 놈들 의 육체 능력이 너무 강력한 것이 다.
그렇다고 아군까지 휩쓸리게 만들 수 없으니 공략법을 찾고도 한동안 난전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활로를 연 것은 역시 각국의 정예들이었다. 사람 수만큼 다양한 고유 능력이니 마법 공격력 과 물리 공격력을 동시에 사용할 줄 아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활약에 힘입어 근접 계열의 거울 몬스터들을 떼어내자 곧 상황 이 좋아졌다. 근접 계열 헌터들이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원거리 거울
몬스터부터 처치에 나선 것이다. 그 동안 주문사용자들은 아군이 휘말릴 수 있는 공격 주문 대신에 각종 속 박 주문으로 근접 계열을 묶어대니 상황은 천천히 기울어 이쪽에 유리 하게 변했다.
“후우!”
공략법을 안 이상 조급해 할 필요 가 없었다. 군주급이 나서지 않는 이상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 으니까. 전투에 지시를 내릴 수 있 는 고위 헌터들이 나서서 지휘하자 느리지만 확실히 거울 몬스터들을 정리 할 수 있었다.
하지만,모든 거울 몬스터의 처리 가 끝난 후 돌아본 세계 연합군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미 B등급 헌터 수백이 중상 이상의 피해를 입은 상 태였고 A등급 이상도 꽤나 당한 모 습이다.
그나마 포션은 아직 넉넉한 편이지 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충을 만 나야 할지,어떤 적들을 마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 이만큼 피해를 입은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쯤되면 못 먹어도 고지.”
하지만 그렇다고 되돌아가기도 어 려웠다. 각 층을 이동하는데 사용한 ‘거울 마법진’은 편도의 역할만 하 는 것. 밖으로 나가려면 탈출석을 사용하거나 해야 할 듯 했고 아직
포기하기에는 애매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애초에 B등급 헌터들이야 군주와 싸울 때는 전력 외로 분류될 인원들 이니까.
초반에 목숨을 잃은 A등급 헌터들 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번에는 중계 되지 않아서 다행 이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던전’ 형태인 만큼 카메라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꼴을 전세계에 중계했다가는 실망감만 커지고 공포 감만 조성할 뿐일 테니까.
서둘러 다시 정비를 마친 세계 연 합군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 번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거울 몬스터들은 이제 영악하게 나 왔다. 그저 닥치고 돌격 뿐인 몬스 터가 아니라 지성을 가진 몬스터라 는 것을 중명하듯 매복,함정,유인 따위의 술책을 써가며 세계 연합군 의 병력을 갉아먹어가는 것이다.
이미 대처법을 찾은 그들이지만 A 등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진 놈들이 수시로 기습을 해대니 그 수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도움 이 되지 않아 후방으로 이동시킨 B 등급 헌터들의 피해가 굉장히 컸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어도 B등급 헌 터들은 전멸을 면치 못하게 될 상 황. 남은 이들이라도 먼저 돌려보내
야 하나라는 논의가 이루어질 무렵, 이번 층의 끝에 다달았다.
“탈출석, 사용.”
“이런 젠장-.”
다음 충으로 향하기 전 얻은 막간 의 휴식. 그 시간 동안 떠나보낸 동 료를 애도하고 실질적으로 전력이 되지 않는 B등급 헌터 중 원하는 자들에게 탈출석 사용을 지시했지만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탈출석이 제 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던전이 그 동안 이용하던 던 전과 다른 형태이기 때문이다. 9레 벨 던전인 상태가 아니라 그 던전이 지구에 이식된 형태이기 때문에 ‘던
전 내 사용 가능’인 탈출석은 말을 듣지 않고 사방을 뒤덮은 거울의 특 수한 효과 때문에 공간 이동 계열의 주문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미 전의를 상실한 이들까지 함께 가야한다는 이야기.
물론 이곳에 남아 기다릴 수도 있 겠지만 혹시나 전투 인원들이 없는 사이 거울 몬스터 한둘만 나타나도 전멸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농후했 기에 차라리 함께 이동하는 쪽을 택 했다.
대신 A등급 이상의 헌터들이 오히 려 그들을 보호하듯 감싸는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곧 의미가 없어지고 말았지만.
“…?최악이군.”
거울 절벽을 통해 그들이 이동한 다음 충의 키워드는 ‘미로’였다. 사 방이 거울로 뒤덮여 곁의 아군은 물 론이고 자신의 위치조차 햇갈리는 ‘거울 미로’가 그들을 반긴 것이다.
사방이 반사에 반사를 거듭하다보 니 위치를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어디가 길이 뚫리고 어디가 막혔는 지 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나 마 확인할 방법은 무기나 손을 이용 해 직접 건드려보고 확인하는 것인 데 하필이면 이 ‘거울’ 미로가 데미 지 반사 효과가 붙어있어서 무기로 잘못 툭툭 쳤다가는 스스로가 충격 을 받기 일쑤였다. 결국 모두가 무
기를 집어넣고 손으로 더듬더듬 짚 어갈 뿐이다.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해법을 제시 한 것은 바로 영민이었다. 당장 한 치 앞의 모습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서,모두의 몸을 한데 묶을 얇은 밧줄을 코인 상점에서 공수하 는가 하면 가장 선두에 자신이 선 것이다.
감지나 탐색 계열의 고유 능력을 가진 이들도 거울의 마력에 휘말려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내지 못하는 가운데 오직 행운으로 그들을 이끌 기 시작했다.
“아야!”
“야,오른 쪽이야. 오른 쪽!”
“아이씨! 너한테나 오른쪽이지. 말 하지마 헷갈리니까!”
덕분에 거침없이 미로를 통과해갔 다. 그저 오로지 감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이지만 그것이 꽤나 효과 적이어서 남들은 몰라도 영민 그 자 신은 어디 한 곳 부딪히는 일 없이 빠르게 미로르 통과해나갔다.
잘하면 이대로 미로를 돌파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이 생 길 정도로 수월하게 돌파가 계속됐 다. 놈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도 안 돼".”
“여기서 저 놈들을 상대하라고?”
이전 층에서 만났던 거울 몬스터들 이다. 아니,어딘가 좀 더 파워업 된 모습의 녀석들. 그냥 싸워도 쉽 지 않을 그 놈들이 거울 미로 속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전혀 거울에 현혹되지 않는 모습으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으악!!”
“미친 놈아. 저 쪽이야!”
덕분에 미로 안은 난리가 났다. 당 장 바로 옆에 있던 동료조차 진짜인 지 거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데 적 을 상대하긴 뭘 상대한단 말인가? 그저 급소를 방어하며 버티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미치겠군.’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영민도 마 찬가지였다. 일단 달려나가 일행들 과 거리를 벌린 뒤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제대 로 적들을 확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하지? 적을 감지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당장 주변의 거울만 좀 파괴 할 수 있어도".
‘가만,왜 안 되지?’
그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왜 미로를 파괴 할 수 없다 고 생각한 거지? 공격을 반사하기는 하지만 모든 공격을 반사 할 수 있 는 건 아닐 것 같은데? 그런 ‘무적’ 의 거울이 있다면 거울 몬스터 따위
를 보낼 이유도 없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영민은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힘껏 주먹질을 해 미로의 거울을 때린 것이다.
쨍그랑
생각보다 아주 간단히 거울이 부서 져나갔다. 조금 전까지는 무기로 때 려도 데미지를 반사한 주제에 말이 다.
‘혹시?’
이번에는 마법이다. 마법을 일으켜 또 다른 거울을 깨뜨린 영민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대충 어떤 메커니즘 인지 알 것 같았으니까.
이 거울 미로의 반사 능력은 ‘물리
반사’와 ‘마법 반사’가 교차로 적용 되는 것이다. 어떤 패턴인지는 알지 못해도 번갈아가며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것 없지. 영민은 즉시 마나를 끌어모으며 강력한 일 격을 준비했다. 자신의 행운을 믿고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럭키 펀치!”
와장창!
그 한 방에 일대의 거울들이 모조 리 깨져버렸다. 타이밍이 엇갈리며 반사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영민은 역시라는 표정으로 날뛰던 거울 몬스터들에게 차례로 덤벼들었 다.
이미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거 울 몬스터의 난입은 수월하게 정리 됐다. 영민이 주변의 거울들을 한 방에 깨뜨려준 덕분에 공간의 지각 이 가능해진 것이다.
놈들을 정리한 이후 자기도 해보겠 다며 나섰다가 상처만 입고 물러난 이들이 제법 있었지만 결국 영민의 활약으로 세계 연합군은 거울 미로 를 그냥 미로처럼 통과해 나올 수 있었다.
사실 돌아가는 일도 없이 길을 찾 아냈으니 미로라고 볼 수도 없었지 만.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또 하나의 거울 절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세계 연합군은 충분 한 휴식을 취했다. 시간도 시간이었 지만 거울 미로가 가져온 심리적 피 로감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회복한 뒤,다 시 한 번 기운을 내서 다음 충으로 이동했다.
“이건".”
그리고 마주한 거대한 궁전.
그것은 거울로 이루어진 눈부신 궁 전이었다.
딱 봐도 ‘최종 장소’라는 것이 드 러나는 모습인 궁전의 성벽에는 서 슬퍼런 거울 장수들이 안광을 빛내 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터라 다른 이 들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서 영민이 수를 내었다. 0}공간을 열고 언데드들이며 기계 골렘들을 꺼낸 것이다.
드래곤들의 눈을 피해 제작한 본 드래곤과 강철거신의 고유 능력을 흡수하며 업그레이드 된 기계 골렘 들이 공성을 준비했다. 이들의 공격 또한 반사되겠지만 어차피 파괴되기 밖에 더하겠나? 광역 공격을 통해 몇 놈이라도 잡고 죽으면 그걸로 충 분했다.
쿠오오오오오-
시작은 본 드래곤의 데스 브레스. 수십 기의 본 드래곤이 일제히 숨을
들이키니 주변의 마나가 희박해지며 일순간 무호흡 중세를 나타내는 이 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검은 파도가 거울의 성을 범했 다.
“좋았어!”
데스 브레스는 확실히 통했다. ‘마 법 공격’ 판정을 받는 브레스인 만 큼 마법 반사 효과에 날아오른 본 드래곤들이 차례로 파괴되기는 했지 만 물리 반사 능력을 가진 녀석들은 뭔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파괴되고 만 것이다.
자살 공격에 다름 없었지만 뭐 어 떠랴. 어차피 한 번 죽었던 놈들인 더L 오히려 스스로의 영혼을 고귀하
게 여기는 드래곤들인 만큼 안식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쿵쿵 쿵쿵
다음은 기계 골렘들의 차례였다. 데스 브레스가 박살내놓은 성벽을 더 넓히며 달려든 놈들은 ‘마법 반 사’ 능력만을 가지고 있는 거울 몬 스터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유린했 다.
일당백의 기세로 부대 단위의 병력 을 철저히 파괴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갑시다.”
그런 놈들의 뒤를 따라 세계 연합 군도 진격을 시작했다. 앞을 모두 뚫어놓았으니 잔챙이들을 처리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마법 반사
도,물리 반사도 대충 판가름이 난 데다 약간의 실험만 하면 정체가 드 러났으니 의외로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는.
“누가 감히 나의 궁전에서 소란을 피우는가.”
거대한 울림과도 같은 목소리가 퍼 지며 나타난 것은 거울로 된 드레스 를 입은 거울의 군주,거울 여왕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