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역천의 지배자 (3)
“럭키 포텐,헤븐즈 드라이브!”
놈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또 한 번 힘이 폭발하며 드래곤 슬레이어 가 날뛰었다. 시칼라인의 전신을 난 도질하며 전신의 뼈를 조각조각 부 숴 버렸다.
“후욱!”
숨 쉬는 것도 잊고 극도로 강화된 근육이 살짝 당길 정도로 셀 수 없 이 많은 초고속의 베기를 시전해낸 영민이 돌아서자 ‘잔해’ 수준으로 떨어졌던 시칼라인의 뼈가 다시 재 구성 되기 시작했다.
‘자,어디냐.’
그만한 공격을 받고도 재생하다니? 당혹스러울 만도 했지만 그 또한 예 상 범주였다. 리치의 생명력은 매개 체,즉 라이프 베슬에서 나오기 때 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니까.
대신 영민은 놈을 재생시키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찾기 위해 정 신을 집중했다.
기감을 최대한 확장시키고 ‘디텍트 마나’ 스킬까지 사용해가며 힘의 근 원을 포착하려 했다.
‘뭐지?’
하지만,그 어떤 방법으로도 포착 할 수 없었다.
라이프 베슬의 위치를 찾아야 그것
을 파괴하고 리치를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데,외부에서 놈 을 재생시키기 위한 마나가 전해오 는 것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군주쯤 되다보니 뭔가 수를 쓴 것 일까? 놈이 완전히 회복하기 전,재 차 공격을 날려보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저 재생되는 놈의 신체에서만 강 력한 에너지가 느껴질 뿐,외부의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았다.
‘가만, 혹시?’
순간 영민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재생을 시작한 놈의 시체를 주시했 다. 설마하니 ‘몸 속’에 라이프 베슬 을 넣어두었던 것일까? 군주로서의
자신감 때문에?
“흐아아아아앗!!!”
영민의 몸이 또 한 번 빨라졌다. 이번에는 근육에 무리가 갈 정도로, 햇조각이 아니라 햇가루만 남길 만 큼 베어낸 것이다.
만약 그 안에 라이프 베슬이 있다 면 반드시 파괴되고 말 정도로 강력 하고 세밀한 공격이었다.
“홀리!”
거기에 진지한의 공격이 이어졌다.
신성계 최강 마법 홀리. 그것이 가 루가 된 놈의 잔해에 내리꽂히며 완 전한 파괴를 이루었다.
하지만,
“소용없다. 버러지 같은 놈들아.”
시칼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 을 시작했다.
“젠장.”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 됐지 만,영민은 멈출 수가 없었다. 놈이 팔 한 짝이라도 형체를 갖추는 순간 무시무시한 마법 공격이 시작될 테 니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는 없기에 계속해서 공격을 날려댔 다.
‘정말 이것 밖에 방법이 없을까?’
물론 그것이 전혀 소용 없는 일은 아니었다. ‘재생’에도 분명히 생명력 과 마나가 소모되기에 그것을 반복
시키면 라이프 베슬에 저장된 힘이 고갈되어 리치가 죽기도 하니까.
하지만 상대는 다섯 군주 중 하나 였다. 그가 가진 마나는 과연 얼마 나 될까? 며칠,몇 주,몇 개월,아 님 몇 년을 이러고 있어야 그 힘이 다할까? 신성 폭발과 럭키 포텐을 사용한 영민으로서는 단시간 내에 승부를 봐야했기에 부담스러웠지만 당장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 다.
여러 능력들을 번갈아 퍼부으며 수 를 찾아보는 수밖에.
“그래봐야 절망이 시간을 조금 늦 출 뿐이다. 멍청한 인간들이여. 이미 나는 무한한 영생을 얻은 존재. 라
이프 베슬 따위는 필요가 없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라이프 베 슬이 필요 없다고? 설마?
‘미친".’
설마 하는 생각으로 기감을 더욱 예민하게 펼치자 알 수 있었다. 지 금까지 자신이 라이프 베슬이 보내 오는 마나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 아 니라,시칼라인 ‘그 존재 자체가 라 이프 베슬’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으나 따로 라이프 베슬이라 부를 만한 물건이 있어 그것을 파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또는 영 혼 자체를 지워버려야만 죽일 수 있
는 것이다.
사실상의 불사불멸.
영민은 관성적으로 드래곤 슬레이 어를 휘두르면서 아찔한 절망감을 느꼈다.
뭐지? 라이프 베슬이 없는 리치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거지? 정말 방 법이 없는 건가? 아니면 뼛가루 하 나 남기지 않을 만큼 크고 강력한 범위 공격을 써야하는 건가? 그런 능력이 나한테 있기는 한가?
막막했다. 강태성이 용제를 상대할 때보다도 더 큰 절망감과 패배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이만한 힘을 가지고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니.
이번 만큼은 행운 만으로 어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들었 다.
럭키 포텐과 신성 폭발의 제한 시 간이 다가오고,시칼라인은 여전히 재생을 반복했다.
“아“.”
그리고 마침내,타임 오버. 제한 시간이 끝났다.
전신에 힘이 풀리고 크나큰 공허감 이 밀려왔다. 물론 어느 정도 대체 할 수단은 있었다. 버서크와 뇌신강 림. 그것이면 충분하지는 않아도 놈 을 뿌리칠 힘은 얻을 수 있을 터였 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후 의 수단. 힘이 빠진 영민을 대신해
가람과 민호,지한,철우가 대신 나 섰다.
“대장,결정을!”
“ ??퇴각한다.”
하지만 그들이라도 특별한 수가 있 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재생을 방해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영민은 힘의 공백을 간신히 수습하며 일단 후퇴를 지시했다.
놈을 해치울 방법이 없는 이상,더 버텨봐야 득을 볼 게 없었다. 당장 본 드래곤의 제작을 저지한 것으로 만족 해야겠지.
“소환,나이트메어.”
영민은 본 드래곤을 대신해 나이트 메어를 소환했다. 본 드래곤이 전투
력은 확실히 우위에 있지만 나이트 메어는 탈출을 위한 특수 능력을 보 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이 쪽으로!”
영민의 외침에 모두가 단숨에 모여 들었다. 나이트메어의 넓은 등에 차 례로 오르는가 싶더니 반투명한 모 습으로 변해갔다.
영체화를 이용해 외부로 이동하려 는 것이다.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악몽 탐색은 시간이 걸려 위험했다.
공격을 멈추는 순간 시칼라인의 재 생이 시작되었지만 한 발 빨리 움직 인 덕에 금세 지상에 당도 할 수 있었다.
“어디를 가느냐.”
달그락 달그락
무사히 지상에 안착해 나이트메어 의 영체화가 풀리는 순간,주변에 뿌려진 백골들이 모여 그들을 막아 섰다. 민호가 얼른 마법을 뿌려보지 만 파괴되는 즉시 재생되어 형태를 유지했다.
파괴와 동시에 돌파해야 할 모양. 이번엔 철우가 나서 길을 열려는 그 때,뒤편의 땅에서 불쑥 무언가 솟 아올랐다. 재생을 끝마친 시칼라인 이었다.
“벌써?”
철우가 당혹스러워하는 사이,가람 이 한 발 먼저 달려들었다. 룽기누 스를 매섭게 겨눈 그의 몸위로 진지
한의 버프가 관 둣이 내려앉았다.
“다중 찌르기.”
룽기누스의 잔영이 허공을 가득 메 웠다.
그런데 어딘가 시칼라인이 불편한 기색이다. 용제 못지 않은 고위 마 법을 사정없이 뿌려대는가 싶더니 공간 이동까지 해가며 그를 피한 것 이다.
그 모습에 영민이 눈을 반짝였다. 뭔가 발견한 기분인 것이다.
‘뭐지? 가람 형을 두려워하는 건 가?’
그러다 문득 무릎을 탁 쳤다. 룽기 누스의 ‘관통’이 그의 존재를 꿰뚫 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일반적인
무기와 달리 큰 데미지를 입는 것은 아닐까?
의심과 기대가 들었지만 직접 확인 해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룽기 누스를 다시 양도 받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신성 폭발의 후유증으로 그보다 나은 움직임을 보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답이라 해도 일단은 후퇴하는 것이 옳았다. 가람의 전력 만으로는 시칼라인을 완벽히 해치우 는 것에 부담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 다. 가람의 견제하에 최대한 뒤로 몸을 빼고 있지만 시칼라인의 마법 력은 거의 용제급에 가까워서 좀처
럼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성역 선포!”
그때,한 무리의 인원이 난입을 해 왔다. 소위 미국 팀으로 불리는 이 들이었다.
“영민,괜찮나?!”
아렌이었다. 영혼 체인지를 한 것 인지 요한의 지원으로 온갖 신성 보 호,강화 마법을 잔뜩 두른 아렌이 주먹을 휘두르며 가람을 지원한 것 이다.
“기다려! 그래봐야 소용"?!”
시칼라인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없는 상태라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 영민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아렌의 주먹은 놈을 꿰뚫었다.
그리고 가람에게 공격 당하는 것 못지 않게 혼들리는 시칼라인의 기 운. 가만보니 아랜의 장비가 뭔가 달라져 있었다.
“흥! 군주도 뭐고 언데드 따위 엑 스칼리버 앞에서는 허수아비지!”
‘엑스칼리버? 저게 엑스칼리버라 고?’
황당한 눈으로 아무리 훑어봐도 아 렌이 검을 착용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날붙이라고는 주먹에 장착 한 너클에 튀어나온 칼날 뿐. 하지 만 그녀는 자신이 엑스칼리버를 가 졌노라 공언하고 있었다.
‘설마?’
“맞아요. 성녀께서 자신에 맞게 형
태 변환을 한 거죠.”
영민의 추측을 요한이 긍정했다. 그 설마가 사실인 것이다.
그녀가 현상금 미션을 통해 얻은 엑스칼리버는 초기 검의 형태였지만 자유로이 형태 변환이 가능했다. 그 렇기에 격투가 타입은 그녀가 너클 의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것.
이는 강태성의 시기에 나타나지도 않은 무기였지만 언데드에 한해서는 드래곤 슬레이어 이상으로 강력했 다.
위력도 위력인데다 신성력과 함께 ‘존재를 베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 었으니 시칼라인에게는 천적과도 같 은 무기였다.
‘혹시 이거라면".’
그제야 영민도 희망을 얻었다. 일 단 물러섰다가 다시 싸움을 하는 것 이 더 승산이 높을 수도 있지만 그 때는 놈도 충분한 대비를 할 터,이 기회를 살리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 했다.
“용언,사용.”
아예 드래곤 슬레이어에 붙은 또 다른 특수 능력까지 발휘했다. 말 자체가 마법이 되어버리는 지고한 마법의 경지. 그 경지에 강제적으로 이르게 만들어주는 용언 마법 스킬 이 발동됐다.
“디스펠! 디스펠! 디스펠!”
하지만 영민은 직접 공격보다 둘을
서포트 하는 쪽을 택했다. 어차피 용언을 사용한다 한들 마법 능력으 로는 놈과 동급이다. 압도하기는 어 렵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놈의 마법 을 상쇄하거나 해제 시김으로서 직 접 타격이 가능한 두 사람의 공격력 을 극대화 시키는 편이 낫다고 판단 했다.
“턴 언데드! 턴 언데드!”
더불어 짬짬이 턴 언데드로 놈을 한 순간 제압하기도 했다. 용언에 행운 Max 의 위력이 더해지자 100%는 아니지만 군주급인 시칼라 인조차도 위협을 느낄 만큼 높은 확 률로 육체가 분해되었다.
그런데,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문
제가 생겼다.
‘젠장,마나가-.’
마나량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틈틈이 최상급 마나 포션을 들이키 고는 있지만 용언을 통해 소모되는 마나값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더구 나 숨 쉬듯 마법을 날려대는 시칼라 인을 무력화시키다보니 마나 소모 속도가 대단했다. 아무리 스텟 상승 과 스텟 흡수로 대량의 마나를 보유 하게 된 영민이라지만 군주급에 비 해서는 크게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 었다.
“더 발악해보아라.”
때문에 미국팀의 지원으로 비등한 것처럼 보이던 힘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낀다고 아끼 는 모습이지만 미국팀 역시 슬슬 마 나가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시칼라인의 힘은 여전히 건재 한 모습.
뿐만 아니라 가람과 아렌의 체력, 그리고 마나를 걱정해야 할 때가 되 었다.
‘섣부른 자신감이었나-!’
그제야 영민은 자신의 실책을 깨달 았다. 용제를 생각보다 쉽게 잡았다 지만 강태성의 기억을 통해 다섯 군 주의 악몽 같은 힘을 알고 있으면서 도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다시 이런 위험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는 사이,가람과 아랜의 공세
가 서서히 더뎌지고 위력도 줄어들 기 시작했다.
“젠장! 빠진다!”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여겼는지 가 람과 아랜이 동시에 놈에게서 물러 났다. 무리해서 이어가봤자 이쪽이 먼저 지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이탈과 동시에 각자 회복 포션을 들이켰고,그 틈을 대기하던 다른 인원들이 집중 공격으로 최대 한 메웠다.
쨍그랑
그때,영민의 눈에 살짝 이채가 감 돌았다.
자리를 이탈하며 아랜이 보인 행동 때문이다. 포션을 들이킴과 동시에
놈에게 투척한 것. 병이 깨지며 놈 을 홈백 적신 회복 포션은 하얀 연 기와 함께 염산처럼 놈을 녹였다.
언데드인 놈에게는 포션이 독약처 럼 작용하는 것이다.
‘아!,
그 모습에 영민이 한 가지 깨달음 을 얻었다.
자신의 고유 능력은 ‘게이머’. ‘게 이머’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가 장 강력한 존재다. 그런데 그걸 잊 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과 함께 인 벤토리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떠 올렸다.
‘포션은 데미지를 준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그가 꺼낸 것은 붉게 타오르는 불 꽃. 혹은 깃털이었다.
이름하야 [피닉스의 꼬리].
불사조 피닉스의 권능이 담긴 꼬리 깃털로,소지 시 1회 부활을 하거나 대상 1명을 죽음으로부터 부활 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부활한 대상이 언데드가 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값진 아이템. 강태성조차 전생에서는 가져보지 못 했고,영민도 랜덤 미션 보상을 통 해 겨우 하나 획득했을 만큼 값진 것이지만 도박을 걸어보기에는 충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여벌의 목숨이 있다 한들 놈을 해치울 수 없다면 확정적
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피닉스의 꼬리,사용.”
영민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사용했 다. 아이템 사용의 타겟팅 표시가 놈을 향하고,곧 그의 손에서 피닉 스의 꼬리가 사라졌다.